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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황금의 길. 03
작성일 : 17-08-25 16:32     조회 : 500     추천 : 1     분량 : 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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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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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시녀가 숙소로 찾아왔다. 낯선 시녀는 정중하게 예를 표했다.

 

 “안 부인께서 보내셨습니다.”

 

 사실은 안 부인이 아니라 황후가 보낸 것 아니야? 따져 묻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소희는 비단실 한 묶음을 챙겨 시녀에게 쥐어 주었다.

 

 “예?”

 “분수에 맞지 않는 물건을 우연히 얻게 되었으니 너무 심려치 말아요.”

 

 시녀는 능숙하게 비단실 꾸러미를 소맷자락 안에 숨기더니 살갑게 웃어보였다.

 

 ‘너 지금 뭐 하니?’

 

  시우가 따져 물었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원래 경비실 아저씨에게도 미소지으며 음료수 한 병씩 전달하고, 부동산 아줌마를 찾아갈 때에는 음료 한 박스를 챙겨가는 법이다. 병문안 갈 때에는 당연히 과일바구니를 지참해야지.

 

 소희는 비단주머니를 챙겨서 시녀를 따랐다.

 

  ‘창비원에선 안 그랬잖아?’

 

  - 그야, 거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지.

 

  떡 하나 더 줘서 싫어할 사람 없다. 창비원에서야 권력구도가 황자 한 명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황자는 소희가 다른 사람에게 신경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흑노는 소희가 딴마음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다. 흑호대의 부장까지 위협하는 말을 꺼냈던 걸 생각하면 몸을 사려야 했다.

 

  소희는 사무실 미화원 아주머니에게도 새벽마다 음료수를 챙겨주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소희네 텔러 사무실은 다른 곳보다 유난히 더 깨끗하고 반짝반짝 빛이 났다.

 

 특별히 무언가를 원해서가 아니다. 험한 세상 다 같이 사는데, 이왕이면 웃으면서 인사하고 나눌 수 있는 것은 나누는 것이 좋지 않나. 처음에는 거절하기 쉽지 않은, 사탕 같은 작은 간식으로 시작해서 점차 음료수나 명절의 과자 상자 같은 것을 챙긴다. 그래서 나쁠 것이 없다.

 

  나중에 신세를 질 일이 생기면 그때 부탁해도 좋고, 부탁하지 않아도 좋다.

 

  미화원 아주머니는 항상 웃는 낯으로 소희 택배를 챙겨 가지고 올라와 주셨다. 컴플레인이 많은 날에는 자기 일처럼 걱정해 주시기도 했다. 소희는 미화원 아주머니의 자식들 이름과 어느 학교에 갔는지까지 다 알았다. 나중에는 미화원 아주머니가 자기 아들이 인터넷을 해야 된다고 소개를 해 주시기도 했다. 아가씨라면 믿을 수 있지, 하고 말씀하셨다.

 

  소희는 그런 것들을 굳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사무실의 다른 사람들이 아줌마한테 그렇게 살랑거리지 말고 차라리 그럴 시간에 팀장님에게 아부하라고 할 때에도 신경쓰지 않았다. 팀장에게는 예의를 지키는 정도만 했다.

 

  굳이 소희가 아니어도 팀장에게 음료수를 갖다 주고, 명절을 챙기는 사람은 많았으니까.

 

  안부인이 머무는 곳은 황후가 머무는 곳과 달랐다. 일단 규모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황후가 머무는 곳은 그야말로 경복궁보다도 거대한 건물이었는데 여기는 작은 별채였다.

 

 ‘안부인이라는 사람, 대단한데?’

 

  시녀의 뒤를 따르며 소희도 그 의견에 동감했다. 금빛과 자줏빛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황후의 대기실과는 색깔부터 달랐다. 복숭앗빛과 살굿빛, 다홍색과 하얀색 천이 드리워진 별채는 아늑하고 따스했다. 궁전이 아니라 ‘집’ 같이 보였다.

 

 - 노리고 꾸민 거겠지.

 

  아니면 정말로 천성이 밝은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다.

 

  “임 의원입니다.”

  “들라 하라.”

 

  들려온 목소리는 가냘프고 여렸다.

 

  내실로 통하는 길은 꾸밈이 없고 단순했다. 양옆에 자그마한 노랗고 흰 새들이 몇 마리씩 고운 소리로 울었다. 그 사이를 지나가니 마치 숲에 있는 것처럼 듣기가 좋았다.

 

  방에 들어간 소희는 여자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황후가 중년 여인이었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황후와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를 막연히 상상하고 있었다.

 

  열일곱, 열여덟? 소희보다 나이가 어린 소녀였다. 한국이라면 고등학교에 다니며 진학을 준비할 때다. 홍옥이 박힌 금비녀를 꽂아 화려하게 틀어올린 머리는 무겁고 불편해 보였고, 걸친 비단 옷은 고급스러우나 헐렁하고 커 보였다.

 

  설마 황후의 귀비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힐리는 없을테니, 이미 맞추었던 옷이 살이 빠져 헐렁해진 것이겠지.

 

  앳된 얼굴은 푸르스름하게 떠 있고, 가느다란 목은 저 장식 많은 머리가 무거운 듯 휘청휘청했다. 옥귀걸이가 귀를 무겁게 잡아당겨 귓불이 늘어진 것도 아파 보였다.

 

  안 부인이 손을 들었다. 손톱 끝이 갈라져 있는 것이 얼핏 보였다. 소희는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두 번 절을 하고 다시 올려다보니 안 부인이 말을 걸어왔다.

 

 “이리 와요. 너무 멀군요.”

 “예.”

 

  안 부인이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소희는 옆으로 달려가서 부축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을 억눌렀다. 안 부인보다 훨씬 나이들어보이는 시녀가 안부인을 부축해서 반쯤 눕게 했다. 소희는 좀더 가까이 다가갔다.

 

 ‘애 낳고 금방 죽겠는데?’

 

  그 정도는 소희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시우는 도움을 주지 않았다. 아까 올 때부터 투덜거리더니 이런다.

 

 “의녀가 아닌 여자 의원이라니 처음 봐.”

 

  여고생처럼 밝게 웃으며 무방비하게 손을 내민다. 사실은 의원도 뭣도 아니에요. 소희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곁에 다가앉아서 소녀의 손목을 잡았다. 예전에 시우에게 배워 두었던 것이라 다행이다. 하지만 맥이 잡히지 않았다.

 

 “...?”

 

  소희는 안 부인의 다른 손목을 잡았다. 이쪽은 맥이 희미하게 잡혔다.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것을 보면 방금 잘못 잡았던 건 아니다. 그저 이 여자의 몸이 극도로 약해져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안 해도 황후의 신임은 얻을 수 있겠다.’

 

  시우가 하는 소리가 거슬렸다.

 

  “아이를 낳고 나서 몸이 너무 무거워졌어. 기운도 없고.”

 

  안 부인이 눈을 깜빡거렸다.

 

  “너희들은 물러가거라.”

  “부인!”

 

  시녀 둘을 물리치고서 소희와 나란히 둘만 남았다.

 

  “저를 믿으십니까?”

 

  소희가 밑도 끝도 없이 꺼낸 말에 안 부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또 네 멋대로 행동할 셈이야! 여기에도 황후의 귀가 있다고!’

 

  시우가 하는 말은 듣지 못한 것처럼 살짝 웃어보였다.

 

  소희는 자신이 있었다. 황후는 대기실에서 그녀를 청했다. 하지만 안 부인이 청한 곳은 내실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녀를 부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태의의 진료를 받으셨습니까?”

  “약을 먹었지만 몸이 나아지지 않는다.”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녀들을 물리친 것은 시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소희를 믿는다기보다 오히려 자포자기한 것에 가깝다.

 

  “어떤 약을 드시는지 제게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사실 약을 봐도 모른다. 하지만 소희는 그 약을 먹지 않게 할 셈이었다. 보지도 않고 먹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는 보고 나서 먹지 않게 하는 것이 좋겠지. 아, 아니다. 다른 생각이 났다.

 

  “여기 있다.”

 

  소희는 새까만 탕약을 일부 손수건에 적셨다.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으로 물러났다.

 

  “실례하겠습니다.”

 

  안 부인이 눈을 깜빡이는데, 소희가 제 입술에 손을 가져가 쉿 하고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녀는 자기 손이 닿지 않게 조심스레 탕약을 짜서 새모이칸에 뿌렸다. 노란 새가 그것을 쪼았다.

 

  방금 전까지 짹짹 울던 새가 그대로 힘없이 고꾸라졌다.

 

  안 부인의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다시 뜨는 그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지 않았다.

 

  “태의의 탕약은 드시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당분간 드시는 것을 조심하소서.”

 

  허리를 굽히며 속삭이는 소희의 말에 안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기운없어 보이던 그녀는 더 이상 말할 기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탕약을 남겨둔 것을 보면 이 여자도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소희가 물었다.

 

  “식사는 어떻게 하십니까?”

  “차를 마시고 소찬과 밥을 들어요.”

 

  몇 가지 요리 이름을 열거했는데 그 또한 소희가 모르는 것들이었다. 소희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산부에게 어떤 음식이 좋더라. 미역...? 미역이 여기에도 있나?

 

  “음식을 드시기 전에 미리 맛보는 이가 있습니까?”

  “있지만.”

  “그 수를 늘리고 계속 바꾸십시오.”

 

  이것은 사실 의원이 할 일이 아니다. 참모가 할 일이라고 해도 좋겠지. 맛보는 이가 미리 해독약을 먹었을까? 이 여자의 시녀 중 몇 명이나 황후가 심은 사람일까?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소희가 큰 소리로 말했다.

 

  “비단을 한 필 바치려 합니다. 부디 받아주십시오.”

  “비단은 오히려 내가 내려야,”

  “아닙니다. 부디 받아주십시오.”

 

  소희는 다시 아래로 내려가 예를 표했다.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안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한 소희는 그제서야 그 방을 나섰다.

 

  ‘저쪽 줄은 틀렸어.’

 

  시우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순진한 사람이었다. 기대가 맞지 않아 아쉬웠다. 차라리 아주 영악한 편이 이 여자가 여기서 살아남기 쉬울 텐데.

 

  시녀를 따라서 숙소로 돌아가는 소희에게 시우가 말을 걸었다.

 

 ‘저 사람을 도울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아니, 지금 다른 사람을 신경쓸 때가 아니다. 지금 당장 제 앞가림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렇지만 소희는 저 여자가 신경쓰였다. 너무 어리고 순진해 보였다. 아기는 보지도 못했지만 저 여자의 모양이 달랐다.

 

  “여기 있습니다.”

 

  그림자가 소희를 덮었다. 소희가 올려다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희가 입을 열었다.

 

  “흑... 아니 호위대장님.”

  “먼 곳에서 와서 피로할 테니, 이것을 드십시오.”

 

  작은 꾸러미에서 진한 차향이 훅 올라왔다. 창비원에서 즐겨 마시던 찻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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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 17-08-26 13:14
 
너무 재밌게 읽고 있어요! 공모전 ㄱ끝났는데도 다음편 올라와서 두근거리며 눌렀습니다. 음모 전개와 연심 전개 둘다 기다려집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X>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미루하 17-08-31 23:57
 
덧글 감사합니다! 생업 때문에 조금 늦었지만 다음편을 가져왔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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