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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황금의 길.02
작성일 : 17-08-24 13:40     조회 : 480     추천 : 1     분량 : 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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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말은 마사에 맡겨두고 흑노와 나란히 걸었다.

 

 흑노가 패를 보여주자 경비병들이 인사하고 뒤로 물러났다. 세 개째의 문을 통과하는데도 한참 걸어야 했다.

 

 여덟 겹 처마가 있는 누각.

 붉고 푸르고 노란 용이 승천하는 단청.

 삼십분은 걸어올라가야할 것처럼 높은 계단.

 

 ‘용’은 신성한 동물로 아무나 쓰지 못한다고 들었다. 황자 진도 용이 그려져 있는 옷은 없었다. 새끼용도 황태자만이 쓸 수 있는 문양이라고 했던가? 진은 거북이를 즐겨 그렸다. 오래 건강하고 장수하도록 비는 문양인데….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는 소희를 보고 시우가 핀잔을 주었다.

 

 ‘베르사유 궁전이나 버킹엄 궁전도 안 가 봤어?’

 

 당연히 안 가 봤다.

 지금 한국의 20대 중에 프랑스나 영국까지 가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해외에 나가는 것이 옛날보다는 쉬워졌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돈이 필요하다.

 창비원의 건물도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좀더 치밀하고 우아했다.

 

 더 신기한 건 어느 건물이나 그 앞에 사람들이 서 있다는 것이었다. 건물마다 서 있는 사람들의 복장이 조금씩 달랐다.

 

 ‘경복궁은 가 봤을 거 아냐?’

 

 경복궁은 그냥 문화유산이라는 느낌밖에 없었는데 여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데 그러면서도 경비는 빽빽하니 서 있다. 청와대 견학과도 비슷하다.

 

 소희가 시우에게 ‘경복궁은 가 봤지만 여기랑 다른 느낌이다.’ 라는 의사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흑노가 말했다.

 

 “항상 바닥을 보고 걸어라.”

 “?”

 “예의가 부족한 것은 미덕이 아니다.”

 

 어마 놀래라 하고 소희는 바닥을 보기 시작했다. 땡볕이 내리쬐었다. 두 시간을 넘게 걸어서야 그들은 작고 단순한 별채에 도착했다. 흑노는 씻고 갈아입을 것을 당부하고 사라졌다.

 

 별채의 숙소에서 간신히 먼지를 털어내고 얼굴만 닦아냈다. 문을 두드리더니 파란 옷을 입은 어린 소녀가 들어왔다. 동그란 얼굴에 까만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갈아입으실 옷입니다.”

 “여기가 어디지?”

 

 소녀는 하얀 옷을 건네며 대답했다.

 

 “태화원입니다.”

 

 이름을 들어도 모른다. 소희가 곤란한 듯한 눈으로 응시하는데 소녀는 그냥 가 버렸다.

 

 ‘의원들 숙소야.’

 

 시우가 대답해 주지 않았으면 정말 무안했을 것이다. 옷을 갈아입고 구리 거울에 대충 얼굴을 비추어보았다. 머리카락이 삐쳤는지는 커녕 얼굴에 먼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다.

 

 “임 의원.”

 

 바깥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희가 반갑게 외쳤다.

 

 “나가요!”

 

 아무도 모르는 데에 잠시나마 혼자 남겨져 있다가 아는 목소리가 들리니 반가웠다. 흑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황후께서 바로 부르신다. 예법은 아는지?”

 

 그는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의원이 예법을 알 것이라 추측했다. 어젯밤의 기묘한 행동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하지만 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절을 두 번 하고, 그리고….”

 “황후께는 세 번의 절을 하고 나올 때도 뒷걸음질치지 않고, 항상 시선은 발을 향하여야 하고….”

 

 흑노는 짧게 강의하였다. 예의범절에 엄격한 황후가 그 심기를 상할까 염려하여 하는 일이다. 자못 훌륭한 수하란 미리 지시하기 전에 알아서 하는 것이 맞다.

 

 결코 이 의원이 봉변을 당할 것이 걱정되어서가 아니다.

 

 결국 한 시진은 넘게 지나서야 황후가 머무는 곳, 순회전으로 출발하였다.

 

 **

 

 황후는 높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냥 낮은 자리에 있었어도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해야하니 올려보아야 했을 것을. 의자 자체가 30센티미터는 높은 제단 위에 올라가 있다.

 

 그 높이의 차이는 그대로 권력과 신분, 지위의 차이다.

 

 진의 어머니라고 생각하며 보니 과연 닮은 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람은 아주 정상으로 보였다. 차가운 표정은 무심하다기보다 권위에서 나와 있으며 눈맞춤도 적절하다.

 

 소희는 미리 배운대로 세 번째 큰절을 하며 예의를 차렸다.

 

 “네가 황자를 좋아지게 하였다고 들었다.”

 “신선께서 어리석은 저의 손을 빌려 이르신 비방을 알려드렸을 뿐입니다.”

 

 황자 진은 길들인 여우와 같아 이야기를 하면 뜻이 통한다. 하지만 눈앞의 이 사람은 손짓 한 번으로 자신의 목을 벨 수 있는 사람이다.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보통 의원들과 달리 황후를 경외하며 저어하거나 꺼리는 기색이 없이 당당하게 고개를 든 것을 자신도 몰랐다.

 

 황후는 소희를 눈여겨 살폈다.

 

 본래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그림자가 몇 번이나 칭찬했던 의원이다. 긴장하면서도 불안해하지 않는 것이 무슨 뒷배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정말로 신선의 명을 받아서 온 것일까?

 그렇다면 왜 신선께서는 귀한 큰아들이 아니라 쓸모없는 둘째 아들에게 왔단 말인가?

 그녀는 천상의 도리와 신선의 정리를 신뢰하지 않았다. 만일 이 의원이 진정 신선이 보낸 사람이라면 여기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황후는 미끼를 던졌다.

 

 “안부인이 최근 아들을 낳았다.”

 

 안부인? 비빈 중의 한 명인가? 후궁의 권력 구도에 무지한 소희가 아무것도 모르고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소희가 입술을 움직여 무어라 말을 하려 하는데 시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축하드립니다, 경하드립니다, 이런 말 하지 말고 입 닥치고 있어.’

 

 경하드립니다, 하고 말해야 할 타이밍이 아닐까 하고 고민하던 참이었다. 시우의 말을 듣고 나서 소희가 뒤늦게 깨달았다. 진이 18번째 황자라고 했나?

 

 ‘<부인>은 황제 첩의 작위야. 세 정비 중의 하나라고. 축하할 일이 아니야.’

 

 후궁암투!

 조선시대 드라마를 보면 몇 되지 않는 비빈이 서로 담밑에 재를 태워 묻니 부적을 써서 숨기느니 하면서 견제하고 괴롭히는 것이 나온다!

 

 역사에 무지한 소희라도 그 정도는 알았다.

 

 하물며 황제의 부인들은 어떨까. 소희는 숨도 못 쉬고 이마를 땅에 붙이고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긴장해서 이마에서 땀이 배어나왔다. 황후가 차분히 말했다.

 

 “여자 의원이 지극히 드물다. 안부인과 아들을 방문하여 산후의 회복을 돕고 아들이 잘 자라나게 축원을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네? 지금 뭐라고요?

 

 “황후 마마….”

 

 눈을 껌뻑거리며 무어라 말하려고 하는 소희의 말을 황후가 대차게 잘랐다.

 

 “그대의 마음을 알겠네.”

 

 출산한 산부에게 사랑의 라이벌이 보내는 의사라고?

 그리고 난 의사도 아니라고!

 

 보이자마자 바늘로 쿡쿡 찔려서 쫓겨나지 않으면 다행이지. 얼굴에 손톱부터 긁는 거 아닌가. 왜 내가 여기에 온다고 했지. 시우 언니 말을 들을 걸 그랬다.

 

 순식간에 몇 가지 생각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소희는 다시 한 번 절을 했다. 예절 쪽집게 과외를 해주었던 흑노는 할 말이 없으면 절을 하라고 했다. 고마워도 절하고 미안해도 절하고. 일단 절을 계속 하라고!!

 

 황후가 손짓했다. 한 내관이 다가와 소희에게 두루마리를 주었다.

 

 “비단과 금을 내리겠다.”

 

 두루마리는 금빛으로 빛났다. 비단과 금은 여기서 주는 것이 아니다. 따로 숙소로 가져다 줄 것이다. 시우가 가르쳐 주지 않았으면 그걸 물어봤다가 망신당했을지도 모른다.

 

 소희는 다시 한 번 절을 했다.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별다른 일은 없었다.

 

 - 도대체 날 왜 안부인한테 보내려는 거지?

 

 ‘너 고개 왜 들고 있었어?’

 

 응?

 시우가 따져 묻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크게 싸운 다음에 말 없이 있었다. 시우가 있다는 것도 까먹을 위험에 처해 있었다.

 

 ‘황후에게 난 특별한 사람이다, 나를 대우하지 않으면 왕자는 내 손에 있다고 은근슬쩍 협박했잖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고개를 그렇게 빳빳하게 들고 황후를 노려보는데 퍽이나!’

 “왜 그러는 거야?”

 ‘남의 싸움 사이에 끼어들었잖아. 네가 고양이야?’

 “고양이?”

 

 느닷없는 동물 타령에 소희가 반문했다.

 

 ‘네 생명이 아홉 개냐고! 여벌이 없다고. 네 생명이 소중한 줄을 몰라?’

 “그냥 거기 가서 여자 봐 주고 오면 되는 거 아니야?”

 

 시우가 답답해하며 소리질렀다.

 

 ‘가서 그 여자를 죽이고 오라는 거잖아! 널 테스트하려는 거라고, 네가 자기 사람인지 아닌지!’

 “…그런 거야?”

 ‘갑자기 선물은 왜 주는 거겠어, 거기서 공작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주는 거지. 네가 이뻐서 주는 건줄 알았어?’

 

 소희는 눈앞에 쌓인 물건들을 바라보았다.

 

 놀랄정도로 부드러운 하늘색 비단과 하얀색 비단, 그리고 색색의 비단실.

 남자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금자 다섯 개.

 

 황자가 치료되어서 기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라서 그 보답을 해주는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냥 다른 비빈을 견제하려고 자신을 <이용>하려고 하는 건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 하!”

 

 황궁에 와도 창비원에서의 생활과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시우의 도움을 받아도 좋으니까 누군가를 나아지게 하고 싶었다. 그냥 하루 세끼 편안하게 먹으면서 현실로 돌아갈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이곳은 그래도 시골 구석의 장원보다 지식을 찾기에 유리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계산이 전부 무너졌다. 이곳은 그냥 새로운 감옥이었다. 어디에나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래서는 현의문과 무엇이 다른가.

 

 - 이럴 거면 황후 앞에서 바로 말해주지!

 

 그럼 그때 그때 바로 알려주든가!

 

 치미는 짜증을 억누르고 소희는 심호흡을 했다. 지금 여기 있는 것 자체가 무섭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다. 고등학교든 텔러 사무실이든 어딘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서로 공감하고 싶다.

 

 고등학생이 중학생 사이에 전학와 있다면 눈에 띌 것이다. 소희는 자신이 어떻게 해도 튄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시우가 아니었더라면 그전부터 이미 처음부터 죽었을 것이다. 시우에게 은혜를 갚자.

 

 - 아주 친해지지 않으면 원수가 되겠지….

 

 12시간 이상 함께하는 기숙사 룸메이트와 사이는 아주 좋아지거나 아주 나빠지거나 둘 중 하나다. 중간이 없다. 소희는 시우와 친해져야 했다.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해도 대화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어야 했다. 시우를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 언니한테 속말도 못하면 난 미쳐버릴지도 몰라.

 - 그렇지만 이렇게 하고 싶은 말 다 쏟아부으면 당연히 누구라도 싫지.

 - 조심해야 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하고 초조한데. 혼잣말도 조심해야 한다.

 

 소희는 조금씩 시우를 신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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