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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검은 영혼. 01
작성일 : 17-08-23 01:35     조회 : 467     추천 : 1     분량 : 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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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소희가 잠들었다. 허름한 여관 방 너머로 매미 소리가 울렸다. 달빛이 비쳐들며 낡은 침대에 누운 여자를 비추었다. 그 달빛이 얼굴에 닿고 나서 여자가 눈을 떴다.

 

 강은 흐르고 달이 차오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름이다.

 

 소희가 아닌 시우가 드디어, 깨어났다.

 

 시우는 조심스레 팔을 들었다. 유리벽 너머로 소희가 움직이는 것을 보던 때와 다르다. 팔이 뜻대로 움직여진다. 입술이 저절로 움직여 시우의 뜻대로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 소희의 의식은 깊이 잠들어 있다. 보름에는 언제나 그렇다. 이번이 쉰 번째인가, 예순 째인가. 몇 번째 빙의인지 헷갈린다. 아침 회진을 하면서 이 환자 다음에 내 환자가 오는지 아닌지 헷갈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같은 일을 수없이 반복했기 때문에 혼란스럽다.

 

 보초를 설까 싶었던 흑노는 잠들어 있다. 시우는 한참 동안 뒤척이는 척 규칙적으로 호흡하며 흑노를 살폈다. 아주 느리게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

 

 전에 마라톤 선수를 진료한 적이 있었다. 분당 60회의 심박수가 정상이다. 비대해진 심근은 분당 45회로 충분히 일반인보다 많은 양의 혈액을 순환하게끔 펌프질을 해냈다. 운동선수들의 심박수가 낮은 것은 본래 여러 논문으로 증명된 사실이지…. 이 남자는 심박수가 30? 35? 대단히 단련을 해온 것이 틀림없다.

 

 무공 고수들의 몸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언젠가 연구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할 때가 아니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실수하면 안 된다.

 

 시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걷기 시작했다. 시우는 174cm였다. 한국에서도 키가 큰 편이었다. 이 몸은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다. 하지만 다른 중국 소녀들보다는 낫다. 그들은 영양 상태가 좋지 않고 키가 작았다. 소희는 그래도 165cm는 될 것이다. 평균이 150cm도 되지 않는 지금 여자들보다 훨씬 크다.

 

 그러니까 지금 이 몸이 꼭 필요하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내려가 1층 식당을 지난다.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무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바닥에 눈을 내리깔고 걷는다. 다만 허리는 편다.

 어깨를 움츠리고 허리를 굽히고 걸으면 안 된다. 여관의 여점원 같은 걸로 오해받아 귀찮아진다.

 

 소희에게는 알려 주지 않은 사소한 사항 중의 하나다.

 

 바람이 시원해서 유쾌했다. 시우는 두 팔을 벌리고 한껏 달빛을 들이마셨다.

 통각이나 미각은 물론이고 후각 또한 원할 경우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우는 대부분 청각과 시각만 열어놓고 다른 감각은 완전히 차단했다.

 

 이 시대는 그리 청결하지 않다. 말과 소는 물론이고 인간들도 길바닥에 똥을 싸놓는 일이 많다. 오랜만에 직접 맡는 냄새가 유쾌했다.

 

 이렇게 낭비할 시간은 없다. 시우는 벽을 바라보며 가져온 주머니를 열었다. 하얀 가루를 꺼내 문 옆에 조심스럽게 문지른다.

 

 소희는 이 가루가 ‘진이 침착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별다른 해가 없는 물건이라고 알고 있다. 사실은 양귀비의 뿌리를 갈아서 말린 것으로 지금 이 시대에서는 오직 시우만이 이 물건을 다룰 수 있다.

 

 씨앗만 빼고 뿌리와 줄기, 꽃과 씨방 등 모든 곳에 아편 성분이 일부 들어 있다. 진통제가 없는 이 시대에 아주 유익한 가루다. 시우가 씩 웃었다.

 

 도씨 가문은 그녀가 오랜 세월동안 심혈을 기울여 기른, 그녀만의 충실한 일꾼들로 가득차 있다. 이 귀한 가루가 벽에 붙어 있다면 그들이 언제 어디라도 그녀를 추적해올 것이다.

 

 그들은 이미 몇 번이나 성공적으로 ‘시우’를 구출해냈다. 소녀의 의식 속에 갇혀 있는 시우가 바깥으로 나오는 방법은 간단하다. 보름이 되거나, 소녀의 의식이 완전히 사라지면 된다. 그럼 몸은 시우가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영혼적인 면역이라도 존재하는지, 그렇게 조정하는 몸은 몇 년을 살지 못했다. 시우는 눈을 들어 자신이 한 표시를 바라보았다. 하얀 가루가 그린 문양은 조그마한 연근 무늬와도 비슷했다. 사실은 양귀비의 줄기를 자른 모양로 시우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시우는 기지개를 폈다.

 

 이번에는 양귀비를 얻는 것이 매우 쉬웠다. 하지만 창비원에서

 

 그때 납치되었더라면 좀더 빨리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제발로 창비원 밖으로 나올 수 있을지는 몰랐다. 이 여관에 사흘 이상 머문다면 도씨 세가에서 파견한 인원이 무사히 시우를, 아니 ‘시우의 예비 몸’을 확보해서 데려올 텐데.

 

 시우는 소희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몇 가지를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만을 빈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영생’을 원했다. 그 결과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몸과 몸 사이를 떠돌며 수십 년, 수백 년을 살았다.

 

 이미 자신의 정체성은 질척한 늪 속에 잠겨버려서 누구인지도 헷갈릴 때가 있다.

 

 시우는 등을 쭉 펴고 다시 여관 방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짧은 밤산책 동안 아무도 시우에게 말을 걸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 시대의 여성 권리가 낮은 만큼 함부로 누군가의 관심을 얻게 된다면 귀찮고 곤란해진다.

 

 방문을 열었다. 침대가 비어 있었다.

 

 “…호위 대장.”

 

 흑노라고 말할 뻔한 것을 짧게 삼켰다. 시우는 이 시대의 여성에게 맞는 정중하고 격식있는 태도로 허리를 굽혔다. 귀족적이고 품위있는 그 예법에 흑노가 눈썹을 찡그렸다.

 

 “넌 누구지?”

 “임소희입니다.”

 

 시우는 흑노가 알고 있는 이름을 댔다. 이름을 대면서 떠올렸다.

 

 소희는 몇 번이나 제가 풀어놓은 그물을 벗어났다.

 

 도씨 세가의 자녀라고 칭해서 도씨 가문 사람들을 불러왔으면 좋았을 것이다. 한 명이라도 가문의 권세가 있는 이를 만나면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대대로 홀연히 나타나 귀한 가루를 제작하는 약초의 달인, 그녀를 찾아야 한다는 명령은 상시 대기 상태다. 일단 가문으로 돌아가면 약초로 목욕하고 특별한 진에 머물러 의식을 잃게 할 수 있다.

 

 ‘몸을 공유하지만 않았으면 훨씬 편했을 텐데.’

 

 독약을 마음껏 쓸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모지황(毛地黄: 디기탈리스)으로 심장을 멎게 하면 시우도 같이 죽어버리고, 감자 싹 같은 것을 써서 몸을 마비시키면 소희의 의식은 남는다. 도씨 세가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의식을 쫓아낼 방법은 없다.

 

 “거짓말.”

 

 흑노는 가볍게 말했다.

 

 “주술이냐?”

 

 시우는 고개를 저었다.

 

 “주술 같은 것은 쓸 줄 모릅니다.”

 

 소희가 했던 핑계를 떠올려 다시 말한다. 소희가 어떻게 행동했더라, 최대한 비슷하게 어설프게 움직이려고 했다. 머뭇거리다가 침대에 털썩 주저앉는다. 겁에 질린 것 같은 태도가 중요하다.

 

 소희는 항상 무서워했다.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작은 햄스터같이 굴었다. 그래서 지켜주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제 몸을 되찾을 수 없다.

 친밀해져서도, 친해져서도 안 된다. 서울과 한국 이야기를 꺼내며, 치킨과 맥주, 김치 이야기를 하면서 가까워질 이유가 없었다. 진상 손님과 진상 환자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드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소름끼쳤다.

 

 소희가 이 세상에 살아 있기를 바라는 순간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해요….”

 

 어차피 흑노는 이 몸에 해를 끼칠 수 없다. 최소한 그 황후란 자를 만날 때까지는 그렇다.

 

 시우는 이불을 끌어올리고 눈을 감았다. 호흡을 느리게 하며 태연스레 잠든 척을 했다.

 

 하지만 뇌는 바쁘게 돌아갔다.

 

 ‘황궁에 있다면 거취는 더욱더 제한돼.’

 

 도씨 세가로 돌아가는 것은 더 어려울 것이다. 흑노와 함께 이동하는 도중 사라지는 것이 제일 좋다.

 

 ‘다음 보름 전에 접촉이 와서, 그대로 도씨 세가로 돌아가버렸으면 좋겠는데.’

 

 그럼 보름에 의식을 마무리할 수 있다.

 

 이 몸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오늘 새벽 해가 뜨기까지. 그 동안 평안히 잠든 상태로 시간을 보낼 생각은 없었다. 시우는 흑노를 무시하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도씨 세가에 숨겨둔 비밀 장부를 생각했다.

 

 ‘사천성 남문 성밖… 청성파와 아미파의 중간 위치에 있는 절벽. 그리고 그 가운데 동굴. 그 안에 내가 금과 옥을 좀 파묻어놨는데….’

 

 너무 멀다. 도저히 거기까지 갈 수 없다. 도씨 가문의 세작들이 알아서 찾아오기를 바라는 편이 더 낫겠다.

 

 흑노의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우는 잠든 척을 하다 그만, 까무룩 의식을 잃어버렸다.

 

 ***

 

 해가 떴다. 소희는 기지개를 쭉 폈다. 어쩐지 온몸이 쑤시고 피곤했다.

 

 “흐아아아암-!”

 

 ‘잘 잤어?’

 

 시우가 기운차게 먼저 인사했다. 소희는 힐끔 옆 침대에 누운 남자를 응시했다. 흑노는 눈을 뜨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자세가 너무 반듯해서 자는 것 같지는 않았다.

 

 소희는 손가락을 움직여 허공에 한글을 썼다.

 

 <언니 이제 화 풀렸어?>

 

 ‘화내긴 무슨. 세상에 너랑 나밖에 없는데.’

 

 소희가 픽 웃었다. 진짜 기분이 풀렸나보네. 자고 나니까 상쾌한가보다.

 

 사실은 내심 시우가 그리웠다. 아무렇지 않게 다정하게 대해 주는데 자기만 너무 벽을 세우고 있는게 아닌가도 싶었다. 홍희 언니같은 사람이 아니라 그냥 천성이 상냥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반갑게 인사해주는 것만으로도 마냥 반가웠다.

 

 흑노가 일어나 소희를 힐끗 바라보았다. 흐트러진 차림새로 세수조차 하지 않은 얼굴이다. 소희가 이불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뭘 봐요?”

 

 이불을 다시 내리고 빼꼼하니 살펴보는데 흑노가 눈살을 찌푸렸다.

 

 “돌아왔군.”

 

 시우는 덜컹, 없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이 남자는 구분할 수 있다.

 

 “돌아오긴 뭘 돌아와요?”

 

 아무렇지 않게 반문하고서 소희는 몸을 일으켰다. 구겨진 이불과 요를 적당히 편다. 아래에 깔려 있는 짚단 사이에서 짚이 튀어나온 것을 힐긋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나막신을 다시 신었다.

 

 “아침 먹어요. 배고파요.”

 

 시우는 소희의 식욕에 감사했다. 이 일은 당장은 들키지 않을 것이다. 흑노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하지만 도씨 세가는 하루빨리 가문의 주인을 찾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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