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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신의 선물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9

주신이 가장 총애하는 막내 딸 일레인은 우연히 보게 된 인간 세상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인간 남자아이가 아픈 누이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습이 왠지 눈길이 갔다. 인간 세상을 꿈꾸던 일레인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성년식이 다가오는데...

 
28. 여신의 악몽
작성일 : 17-08-21 22:22     조회 : 230     추천 : 1     분량 : 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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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니는 일레인의 부탁으로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났다. 평소처럼 숙소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여성 공용욕실에서 간단히 씻고 아침을 위해 식당으로 갔다. 주방은 이른 시간부터 북적이고 있었다.

 

 “페니니?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일찍 왔어?”

 “루안 언니. 잘 잤어요? 오늘은 일레인 님이 일찍 깨워달라고 부탁하셔서요. 아침 식사는 그냥 간단히 준비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그래? 일단 식사 먼저 하고 있어 주방장님께 말씀드려서 챙겨 올게.”

 “네, 잘 먹겠습니다.”

 

 페니는 하인들을 위해 차려진 곡물 빵과 채소 수프, 으깬 감자를 후루룩 해치웠다. 식사가 끝나고 주방에 들려 일 레인을 위해 준비된 음식 쟁반을 받아 진주 방으로 향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음에도 상쾌한 기분으로 진주 방에 도착했다. 노크하고 방 안으로 들어간 페니는 흐느끼고 있는 일레인의 목소리에 기겁하며 쟁반을 내려놓고 침대로 달려갔다.

 

 “일레인 님! 일레인 님!”

 “싫어…. 흐흑. 저리 가!”

 “일레인 님.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아! 어떡하지? 차가운 물수건이라도 얼굴에 올려 드리면 정신이 드시려나?”

 

 걱정스러운 페니의 중얼거림을 듣고 있던 니아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인의 얼굴 위로 차가운 물안개를 분사했다. 작은 물안개들이 일레인의 얼굴위에서 흩어지는 모습을 눈으로 목격한 페니가 놀라 저도 모르게 뒷걸음치며 두려움에 떨었다.

 

 “이게 무슨!”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생겨나는 물안개는 그녀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학!”

 “정신이 드세요?”

 -일레인 님!

 

 페니는 일레인의 갈라지는 목소리에 뒷걸음질 치던 것도 잊은 채 그녀에게 달려가 허우적대는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켜 세워줬다.

 

 “어디 편찮으신 거예요? 방에 들어왔더니 울고 계셔서 깜짝 놀랐어요.”

 “무…. 아니야. 이제 괜찮아.”

 

 일레인은 무서웠다는 말을 꺼내려다 이 역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 말을 삼켰다. 인간의 몸이 되어서 그런지 인간계에 있어서 그런지 근래 그녀의 신상에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무서운 꿈을 꾸셨나 봐요. 어머! 이 식은땀 좀 봐요. 아무래도 따스한 물로 씻고 옷을 갈아입는 게 낳겠어요.”

 “응, 준비해줘.”

 “네 잠시만 기다리고 계세요.”

 

 가늘게 떨고 있는 일레인의 어깨 위로 실내용 가운을 걸쳐준 페니는 다른 시녀를 부르기 위해 쪼르르 밖으로 달려나갔다.

 

 -일레인 님! 괜찮으신 거예요? 기력이 쇠하신 거면 제가 힘을….

 “니아, 그것보다 당장 영지 주변을 중심으로 물의 상태를 조사해봐. 별거 없으면 천천히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이 일대, 아니 이 대륙 전체를 조사하는 일이 있더라도 철저히 알아봐. 뭔가 발견하면 바로 알려주고.”

 

 일레인의 차가운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어깨에 둘린 가운을 붙잡았다. 꿈속에서 들렸던 비명들과 그녀의 피부를 파고들었던 끔찍한 기운이 너무나 생생해 눈으로 확인하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더듬어봤다. 꿈속에서와는 다르게 흉터 하나 없이 매끈한 상태였지만 피부에서 느껴지던 고통과 귓가를 울리던 비명이 너무도 생생해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가 없었다.

 꿈속에서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지만, 정신이 돌아온 일레인은 왜 그 비명이 그렇게 소름 끼치도록 두렵게 들렸는지 깨달았다. 그녀를 부르던 니아의 목소리와 매우 흡사한 기운을 가졌던 비명. 그렇다면 그 소리는 분명 니아의 종족인 물의 요정들이 주인인 그녀에게 살려 달라 보내는 메시지일 거라는 생각에 니아를 부르던 그녀의 목소리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누가 감히 내 종속들을……. 가만두지 않겠어.’

 

 “곁에 있지 않아도 되니 서둘러라. 꿈속에서 내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들렸다. 내게 살려 달라 애원하던 그 아이들의 비명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해. 니아, 그 아이들을 하루빨리 찾아내야 한다. 알겠느냐?”

 -네, 일레인 님. 당장 조사해 보겠습니다.

 

 니아는 말말을 마치자마자 자리에서 사라졌다. 공기 중에 흩어진 반짝이는 작은 가루들이 그녀가 그곳에 있었음을 증명할 뿐이었다. 니아가 사라진 자리를 응시하는 일레인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져 있었다.

 

 뭔가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인간 세상에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녀의 종속들이 그렇게 괴로워할 만한 일들이 생겼다는 게 왠지 꺼림칙했다.

 

 ‘생각보다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질 수도 있겠어…….’

 

 그녀가 요구했던 5년에서 얼마나 시간이 단축될지 알 수 없었으나 그녀가 자리를 비움으로 인간계에 문제가 생긴 거라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녀가 천계로 돌아가야 했다.

 

 ‘싫어. 아직은 돌아가고 싶지 않아.’

 

 일레인은 그녀를 향해 다정히 웃어주던 루카스와 그녀에게 의지 하는 이블린의 모습을 떠올리며 침대 위에 앉은 채로 무릎을 감싸 안았다. 아직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간절히 하고 싶은 일 역시.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피부를 더듬던 불쾌한 기운과 그녀의 살갗을 파고들던 통증 역시 생생하게 떠올라 그녀의 의식을 괴롭혔다. 일레인은 마음이 흘러가는 곳과 의무 사이에서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녀를 시켜 목욕물을 준비한 페니의 손길에 이끌려 서둘러 씻고 아침 식사를 마친 일레인은 페니의 안내로 마틴의 집무실에 들렸다.

 

 “좋은 아침이에요. 마틴.”

 “네, 좋은 아침입니다. 일레인님. 저를 보고 싶다고 하셨다고요?”

 “네, 부탁할 게 있어요. 혹시 이 성안에 정원이 있나요? 있다면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제가 써도 될까요?”

 “물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식물들을 사용하시려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인간…. 아니 평범한 정원에서 자라는 꽃 중에도 약초처럼 몸에 이로운 식물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포트 메리골드라는 꽃은 정원에서 잡초처럼 자라나는 노란색의 작은 꽃인데 정원사들은 애들을 잡초라고 생각하고 뽑아 없애지만, 꽃잎을 깨끗이 씻어 말린 후 입욕 재로 사용하면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적당한 양을 우려서 물처럼 마시면 배알이 하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마틴 역시 포트 메리골드가 어떤 꽃인지 알고 있었다. 백작 성의 정원뿐만이 아니라 산, 길가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꽃이 바로 포트메리골드 일명 메리골드라불리는 꽃이었다. 작고 볼품없어 보이는 외향과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꽃이라는 이유로 정원사들이 백 작가의 정원에는 어울리지 않는 꽃이라며 보이는 족족 뽑아 버리는 꽃 같지 않은 꽃이었다.

 그런 꽃이 여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향유처럼 피부를 윤기 나게 한다거나 약초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어보았으나. 그녀는 그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치료사였다. 그녀가 약초라면 그가 독초라고 알고 있는 식물도 기꺼이 먹어 줄 수 있을 만큼 지난 한 달 동안 그녀가 해낸 일은 위대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일레인 님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주인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최대한 빨리 여쭤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조만간 약초를 이용한 치료도 병행할 예정이거든요. 아, 여쭤보는 김에 제가 직접 약초를 사러 밖에 나가도 되는지도 여쭤봐 주세요.”

 

 일레인이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부탁하자 듬직하게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갖추던 마틴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여쭤보고 오늘 중으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듬직한 그의 태도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일레인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페니와 함께 별채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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