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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의 집 2층에는 미친 무언가 숨어있다.
작가 : 접견
작품등록일 : 2016.8.26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댁에서 지내게 된 류설하와 류진, 그 집, 2층에서 승강기를 발견한다.
(지구라면, 시계탑의 숫자가 13까지 있을 리 없고, 건물이 허공에 떠 있지 않으며, 바다가 하늘에 뒤집혀 있을 리 없다. 구름이 그 바다 밑으로 붕붕 떠다니고 있을리가 없다. 태양이 두 개일 리도 없다. 잔디 잎이 먼지처럼 붕붕 떠다니고 있을 리도 없다. )

 
1. 그럼에도, 그들은 110번 국도를 타고 말았다.
작성일 : 16-08-26 00:26     조회 : 555     추천 : 0     분량 : 6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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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럼에도, 그들은 110번 국도를 타고 말았다.

 

 가을이 한심한 눈초리로 인간들을 흘끗 보며 하루하루를 지내던 날,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추분 날.

 

 태양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110번 국도를 내리 쐬고 있었다.

 그 국도는 어느 해안가 절벽에 간신히 붙어 있는 비포장도로였다. 길 왼쪽은 바로 낭떠러지였으며, 오른쪽은 금방이라도 산사태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기울어진 숲이 있었다. 게다가 도로 자체도 바깥쪽으로 약 10도 정도 기울어져 있고, 좁고 꾸불꾸불해서 예전부터 어느 정도 운전한다 싶은 사람도 상당히 애먹는 난코스였다.

 

 그 무시무시한 도로 위에는, 오직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빨간색 경차 한 대만이 달리고 있었다.

 

 운전사는 20대 후반 여성이었다. 마의 110번 도로를 달리는 모습과 겉맞게, 그녀는 평범한 운전사가 아니었다. 면허 따놓은 지 일 년 채도 안 된 초보 운전자였다.

 그런데도, 어떻게 훨훨 날 듯이 달릴 수 있었는가. 그 비결은 바로 '드라마'에 있었다.

 

  뒷좌석에는 17세, 이란성 쌍둥이 고등학생, 그녀의 사촌동생들이 있었다. 그 둘을 외할아버지댁으로 데려다 줘야 했다. 쌍둥이 어머니의 부탁이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바움쿠헨을 먹고 있던 터라 너무 행복한 나머지, 별 생각 없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윽고, 그녀는 비극적인 사실을 깨닫고 말았는데. 그것은 일을 마치고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도 촉박해서, 요즘 챙겨보는 드라마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주 남주의 어머니가 여주에게 슬로우 모션으로 김치 싸대기를 선사하고 끝을 맺은 이상, 다음 회를 안 보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만약 본방송을 놓쳤다가는 극심한 수전증으로 머그컵을 깨뜨리는 건 물론이거니와 콱, 미쳐버려서 신발을 씹어 먹을 것만 같았다.

 

 허나, 하늘이 무너져도 몰래 기어 지나갈 개구멍은 있는 법. 열심히 인터넷을 탐색한 결과, 110번 국도로 달리면 간신히 드라마 시간을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평지에서 우회할 길을 단번에 가로지릴 수 있었던 것이다.

 정보를 접하자마자 당연히 그녀는 그쪽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쌍둥이 어머니는 어떻게 알았는지 열렬하게 반대했지만, 그렇지만 거기서 굴할 그녀가 아니다. 그녀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어떠한 수단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당일 날이 되자 지름길로 나온 것이다. 그야말로 목숨 건 주행이었다.

 불쌍한 사촌동생들은 그걸 몰랐다. 자신이 김치 싸대기 맞는 드라마 따위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실을.

 

 "류진아, 지금 몇 시니?"

 

 그녀는 아무래도 불안한 듯 뒷좌석에 앉아있는 쌍둥이 중 한 명에게 물었다.

 

 "어.. 모르겠는데."

 

 류진은 졸다가 깬 듯 움찔대다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귀찮은 듯이 대답했다. 손목에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음에도, 시간을 알려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는 여기저기 살짝 뻗힌 머리에, 얇은 후드티에 검정 데님바지를 입고 있었다. 멀쩡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성격은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게 비틀려 있었다. 모든 것에 귀찮아했다. 여름 방학 내내 좀체 방에서 나오질 않았으며, 한 때는 밥을 먹는 것도 귀찮아 굶었던 적도 있었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한층 더 꼬여 있었다.

 타인을 보는 시선이 삐딱했다. 가령, 그가 오래전에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세상에 공짜란 없으며 낯선 이의 상냥한 미소에는 먹이 묻어있다는 것이었다. 그에게 기부하는 사람을 존중은 하지만, 완전하게 이해하기란 불가능했으며, 대가없는 선행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나쁜 것이라기보다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일을 굳이 왜 할까, 라는 생각인 것이다.

 

  실제로 똑바로 서면 고개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약간 기울여진 것이 특징이긴 했지만, 그것이 비틀린 성격의 원인은 아닐 것이다.

 

  그의 폰에는 동물의 왕국이 재생되고 있었다. 동물에 관심이 있어서 틀었다, 라기보다는 일부로 생각없이 졸다가 푹 자려고 틀어놓은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건 꽤 성공적이었다.

 

 "4시 정각이야. 언니."

 

 옆에 있던 여학생, 류설하가 대신 대답했다. 그리고는 류진을 한심하게 쏘아보았다. 고개를 두 번 정도 도리질하는 건 덤이다.

 

 설하는 윤기 넘치는 긴 생머리에 짧은 주름치마를 입고 있었고, 위에는 자신의 패션 디자인 실력을 발휘해 교복 동복 재킷을 얇게 개량해 멋을 냈다.

 평범, 아니, 어쩌면 꽤 상위에 위치할 지도 모르는 외모의 그녀 역시, 성격이 비틀려 있었는데, 류진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 연예계에 눈이 밝고 붙임성은 꽤나 좋아 타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타인을 이용한다.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마주하면, 5초 내에 포기하기 일쑤였으며 곧바로 남에게 의지하고 만다. 심하면 타인에게 숨으려 하고, 책임을 떠넘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들붙을 땐, 고양이 얼굴이지만, 내팽개칠 땐, 여우의 뒷모습이다.

 

 그때, 운전사의 전화기가 진동했다.

 그녀는 잠시 간지러워 하더니 운전대를 한 손으로 아슬아슬하게 붙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엉덩이를 더듬거렸다.

 바지 뒷주머니에서 한때는 혁명이라 불렀던, 하지만 이제는 나락으로 떨어진 가로 본능 휴대전화를 꺼내 어깨에 받치고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받았다.

 그러면서도 도로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여보세요? 미정아?"

 

 스피커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쌍둥이의 어머니, 그녀의 이모다. 전화 너머에는 공항 안내원의 목소리, 외국인의 말소리와 과자 부스럭거리는 소리, 하도 속 터져서 물 마시는 소리 등 온갖 잡소리가 들려왔다.

 

 "아, 이모."

 

 "설하랑, 류진이는 잘 데려다 주고 있지?"

 

 "아, 응응"

 

 "너한테 애들 맡겨서 미안해. 잠깐 호주에 일이 있어서....."

 

 그녀는 대략 삼분동안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했지만 운전수는 온 힘을 다해 이리저리 비틀린 S자 코스를 지나느라 영혼이 담긴 대답을 꺼낼 수가 없었다. 통화를 하지만 결코 상호적인 통화가 아니었다.

 

 "응. 응. 아니야, 응, 응."

 

 “가자마자 집 청소 좀 해두고, 먼지가 장난 아닐 거야.”

 

 “응”

 

 “주말동안 밥도 잘 챙겨먹고, 거기가 시골이긴 해도 조금만 나가보면 마트 있어. 거기서 뭘 사먹든지 하고”

 

 “응”

 

 “참, 2층은 올라가지 마라 아버지가 특히 아꼈던 그림이 있거든. 애들이 망치면 안 되니까. 제대로 일러두고”

 

 “응”

 

 “잘 있을 수 있지?”

 

 “응”

 

 "...잠깐만, 너 왜 이렇게 말이 뚱해? 혹시 110번 도로 탄 건 아니겠지? 겨우 그 드라마 하나 때문에? 내가 그쪽으로 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윽 괴물, 하며 운전수는 뜨끔했다. 그녀의 위도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뜨끔했고, 덕분에 조금 배가 고파졌다. 가기 전에 바움쿠헨 하나 먹고 갈 걸, 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아쉬운 대로 머릿속 상상으로 여행 가방에 바움쿠헨 하나를 넣었다.

 

 "아니야, 에이~ 설마. 하하"

 

 그때, ‘사고 다발 지역’ 표시판이 지나갔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지금 어색하게 웃는 거 보면 거짓말하는 거 다 티 난다. 야, 이미정, 너 면허 딴지 얼마 안 됐잖아. 내가 분명히 말했지. 네가 거기 갔다가는 사고 날 지도 모른다고."

 

 그때, 목소리 너머에 우르릉하는 천둥소리가 들렸고, 이윽고 세차게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쌍둥이 어머니의 분노 상태를 알리는 것처럼.

 전화 너머에는 그녀의 잔소리와 함께, 이 비는 지나가는 소나기라며 운행 지연은 없을 거라는 방송 안내가 들려왔다.

 

 "엄마야? 뭐래?"

 

 설하가 대뜸 물었다. 운전수는 또다시 뜨끔, 위도 뜨끔했다. 연쇄적으로 배가 꼬르륵, 신호를 보냈고, 방금 했던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여행 가방에 바움쿠헨 두 개를 넣기로.

 

 "음...몰라, 밖에 비가 왔는데 지나가는 소나기라나 뭐라나. 그냥 날씨 얘기나 하고 싶었나 봐."

 

 "이미정.너! 당장 거기서 차 돌려!! 지금 드라마 때문에 우리 애들 죽일 일 있냐!!!"

 

 "우우....뭔가 엄마가 뭔가 소리 지르는 것 같은데...?"

 

 설하가 운전석 거울로 이모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미정은 전화기를 고쳐 잡은 후 통화음 줄임 버튼을 거의 보이지 않는 속도로 마구 눌러댔다.

 

 "에에.. 엄마는 아마... 그 비가 소나기라는 걸 좀 더 간결하게 말하고 싶은 겨야. 별 일 없으니 걱정 마."

 

 "당장, 돌려! 알았지? 지금 비행기 타야 돼서 끊지만, 너 110번 탔다가는 나중에 나한테 죽을 줄 알아!"

 

 "응, 여기는 날씨가 무척 좋아. 그럼, 좋은 비행하고 와~"

 

 전화는 무정하게 끊겼다. 미정은 전화기를 바지 주머니에 넣으려다 옆 좌석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드라마에는 사촌동생들 목숨까지 내놓지만, 고물 따위엔 애정이 없다는 식이다.

 

 다행히 이 날은 빨간색 경차밖에 없었던 덕분인지 격렬한 날씨 통화 이후론 별 탈 없이 도로를 건넜다. 차는 분열하려는 세포처럼 불안하게 덜컹거리며 저속 주행했고 류진은 버팔로의 장엄한 무리 앞에서 잠을 자고 있었으며, 설하는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새 영화 캐스팅 기사를 보며 까마귀 소리를 몇 번 냈다. 공교롭게도 그녀의 까마귀 소리는 상당히 자연적이어서, 110번 도로 옆의 숲에 숨어 살던 까마귀가 암컷의 교미 소리로 착각할 정도였다.

 

 덜컹 덜컹.

 과속 방지턱이 꽤나 많은 110번 도로에서, 한동안 자동차는 계속 그랬다.

 

 덜컹 덜컹.

 미정은 이대로만 간다면 틀림없이 '그녀가 맞은 출생의 비밀의 통수의 통수' 의 36회를 본방송으로 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철컹 철컹

 물론, 그녀도 110번 국도를 탄 것이 분명 잘못되었으며, 경찰에 끌려가도 마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 어마무지하게 죄책감을 느꼈으며, 그 대가로 당분간 바움쿠헨을 끊겼노라고 결심했다.

 

 물컹 물컹

 1시간 쯤 더 가자 정말로 배가 고팠다. 방금 전의 결심을 금세 잊고 상상 여행 가방을 열어 바움쿠헨을 두 개는 더 얹었다.

 

 저녁물이 슬금슬금 올라올 무렴, 산을 넘고 평지로 내려오자, 시골 마을 입구가 희미하게 보였다. 류진은 동물의 왕국, ‘악어와 하마간의 기막힌 애증 관계’ 편에서 갑자기 울리는 하마의 교미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고, 설하는 목이 아팠는지 까마귀 소리내기를 그만두고 그 대신 엷은 돌고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는 큼지막한 돌이 새워져 있었고, 상당한 노력과 땀이 깃든 환영 문구가 새겨 있었다.

 'WELCOME TO 빈정리’

 

 왜 굳이 영어로 쓰여 있을까, 류진이 잠에서 덜 깬 얼굴로 생각했다. 구자라트어로 했어도 썩 괜찮아 보이는데. 아니면 ‘슬라맛 빠기‘라든가.

 

 

 꽤 활기 넘치는 입구 문구와는 달리 마을은 끔찍할 정도로 한적했다. 높게 지어진 인공적인 흔적이라고는 그저 최근에 멋들어지게 미용했을 뿐인 멍청한 나무들뿐이었으며 향기라고는 온갖 저능한 미생물이 모인 광란의 돌잔치 파티가 열리는 흙에서 나는 쾨쾨한 냄새뿐이었다.

 게다가 사람이라고는 온종일 허리를 숙인 채 밭, 논을 가는 노인들이었고, 그 동네 거리를 지나가는 젊은이는 본부에서 파견된 신입 택배 기사뿐이었다.

 

 그럼에도, 이미정은 행복해 한다. 목숨 걸고 도로를 탄 덕분에, 드라마를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렇지만, 류설하는 불행해 한다. 세련되고 품격 넘치는 도시에 비해 시골은 어느 반지 닦는 영화만큼이나 끔찍하고 따분한 장소라는 것에 대한 깨달음 때문에.

 

 마찬가지로, 류진은 불행해 한다. 그는 여전히 환영 문구가 맘에 들지 않았다. 이제 ‘월 컴’ 대신 돠브로 빠쫠로봣(러시아어 - '어서오세요')으로 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랬다면 아마, 푸틴이 이곳을 두고 굉장하다면서 마을 이장에게 따듯하면서도 값비싼 홍차를 선물하리라.

 

 그들은 그렇게 각자의 감정을 품은 채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는 절정에 다다른 소변 행위처럼 부르르 떨며 시동이 꺼졌고, 그 안에서 사람 셋을 뱉어냈다.

 도착지는 서양식 이층집이었다.

 주변에는 히피 느낌의 장발을 즐기는 듯한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었고, 창문에는 오래된 거미줄이 처져있으며, 바닥에는 먼지가 풀풀 날리고 있었다.

 추가로, 현관계단의 나무판자에는 1급 보호종 자연 버섯이 자라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목숨을 건 질주를 해가면서 이곳에 온 건 희귀 버섯을 구경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진, 설하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는 원래 서울의 어느 자그마한 아파트로 이사 가기로 했었다.

 살던 집은 이미 팔아버렸으니, 얌전히 새 아파트로 입주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피엔딩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어머니가 긴급 업무 때문에 급작스럽게 호주로 떠나야 했던 것이다.

 물론, 자기가 호주에 가있는 동안 알아서 입주하라고 했을 수도 있겠지만, 불행히도 그녀는 쌍둥이를 믿지 않았고, 그게 바로, 이 이층집, 쌍둥이의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댁에 잠시 머물게 된 이유였다. 어차피 학교도 전학갈 겸 잠시 미뤄두었고 말이다.

 

 "여기야?"

 설하가 물었다.

 

 "응"

 미정이 말했다

 

 "옛날에 엄마가 여기서 삶았었다고? 너무 낡아 보이는데?"

 

 "맞아. 할아버지가 직접 지으셨지."

 

 "서양식인데?"

 진이 조용한 목소리로 흥겹게 딴지걸며 말했다. "진짜, 리얼리, 레알, 마드리드, 할배 원조가 맞습니까?"

 

 "맞대도."

 

 "근데, 낡긴 했어도 서양식 저택이라 그런지 조금 멋지당"

 

 설하는 현관 계단을 올라가며 말했다. 그녀는 집 주위를 두리번거리느라 바닥을 보지 못했다.

 

 "어?"

 

 진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자그마한 소리를 냈다.

 

 "뭐야, 갑자기 왜?"

 

 설하가 말했다. 미정은 그를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봤다. 혹시 110번 도로를 탔던 이유를 알아채버린 건 아닐까, 해서.

 

 "아무것도 아니야“

 

 “뭐야, 싱겁게”

 

 류진은 그녀가 버섯을 밟았다는 것에 잠자코 있기로 했다.

 ‘그래, 못다 한 대답은 하품으로 대신하자. 여기저기 흔한 버섯일 뿐이니까’ 그는 생각했다.

 그러면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쑤셔 놓은 채 설하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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