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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구슬
작가 : 키라이스트
작품등록일 : 2017.6.6

어느 날 공주가 죽었습니다.
왕자는 공주의 시신을 붙잡고는 그 안을 절규로 가득 채웠습니다.

절규를 들은 저승의 여인은 지상에 입을 벌렸습니다.
배를 가득 채운 그녀는 왕자에게 속삭였습니다.
공주의 죽음이 절망스럽다면 그걸 뒤집어 봅시다.

폐기된 공사현장에서 여학생이 철봉에 꽂힌 채로 발견된다. 주변에 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은 시신의 얼굴은 만족한 듯 편안하다. 자살로 판명된 시신에게 영력이 사용되었음을 알게 된 테인은 그 주변의 조사를 시작하고, 아들인 김호련은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서영과 같은 학교에 진학한다.

 
동아리 (2), 유영의 단서
작성일 : 17-08-19 17:19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4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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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유정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제 4교시 수업 땡땡이치고 여기서 책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남자애가 와서 옮기는 걸 도와줬어. 키나 얼굴을 봤을 땐 중학생 정도 되었나? 혼자 정리하기 힘들었던 참이라 고마웠는데 1시간 정도 후 뭐라도 사주려고 말을 걸었더니 곧바로 가더라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목이 말라온다. 차오르는 질문에 복잡해지는 머릿속에서 서영은 간신히 질문을 잡아내 입 밖으로 내뱉었다. 메마른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에 울렸다.

 

 “어떻게 생긴 애였는지 기억하세요?”

 “음, 안경을 썼고 키는 나보다 조금 컸으니까 한 160?, 165? 중학생 정도 되어보였는데 얼굴에 여드름 같은 건 없었어.”

 “뭐라도 특징 같은 건 없었나요? 우울해 보인다거나 어딘가 성하지 않는다거나.”

 “세상사에 불만이 많은 얼굴이었는데. 왜 사춘기 때 그런 거 있잖아. 혼자 세상 고민 다 끌어안은 것 같은 표정, 책 정리도 얼굴만 보면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것 같았다니까.”

 “그 외는요? 얼굴이나 몸이 조금 크다던가.......”

 

 유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질문이 조금 이상하네. 네 동생이니까 네가 더 잘 알잖아? 네가 아는 특징을 말해줘. 그럼 내가 맞춰볼게.”

 

 터져 나오려던 질문들은 이성에 의해 입에서 막혔다. 가만히 떠올린 유영은 외견적으로 특징이라고는 없던 애였다. 그녀가 기억하는 특징이라고는 당시 157의 키에 안경을 쓰고 있다는 정도. 눈앞의 이 사람은 자신과는 정반대의 사람이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유영을 추론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의 사정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뇨. 그냥 집에 가서 확인할게요. 그보다. 동아리 입부서를 주시겠어요?”

 “어? 가입하게?”

 

 문자 한통에 이끌린 이 상황이 단순한 놀림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여자는 지난 반년간의 애매한 쪽지와는 달리 눈앞에 나타난 구체적인 단서다. 지금 이 사람을 놓칠 수는 없다. 서영은 시선을 책장 쪽으로 향하며 말했다.

 

 “책은 좋아하니까요.”

 

 유정은 교실 뒤편의 책장들 중 가장 안쪽 것으로 들어가 a4용지 한 장을 꺼내와 서영에게 내밀었다. 종이를 받은 서영은 곧바로 내용을 모두 작성했다. 내용이라고 해도 학년, 반, 이름, 입부 동기가 전부다. 작성내용을 확인한 유정은 웃으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거면 됐어. 내일부터는 주말이니까 다음 주에 담임선생님께 제출하면 정식 등록이 될 거야. 그 때 다시 보자.”

 

 서영은 손을 맞잡았고 유정은 책장을 손으로 가리켰다.

 

 “원래는 다음 주부터 대여 가능한데 이제 부원이니까 봐줄게. 가져가고 싶은 책 있으면 가져가.”

 

 서영은 책장으로 이동해 아까 사다리 위에 놔두었던 책을 집었다. 그녀는 유정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교실 앞문 쪽으로 이동했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를 유정이 불러 세웠다.

 

 “아, 잠깐만.”

 

 그녀가 돌아보자 유정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번 주말동안 부원들이 모여 1박 2일 여행을 가기로 했거든. 혹시 여유가 있으면 같이 갈래?”

 “아뇨. 주말에는 일이 있어서.”

 

 이곳에 바라는 것은 유영에 대한 단서뿐이다. 이들이 어떤 활동을 하던 거기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 유정은 아쉬운 듯 입을 다시며 말했다.

 

 “그래? 어절 수 없네. 다음 기회에 되면 같이 가자.”

 

 

 

 3학년 야간자율학습의 감독 대리를 맡은 김현수는 복도 끝으로 멀어지는 학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학생들이 계단을 따라 아래로 사라지자 그는 그들이 있던 교실 문을 잠그며 이번 주에만 세 번째 자율학습을 떠넘긴 선배 교사를 향해 속으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이내 다음 주부터 있을 대학 상담으로 고민하고 있을 선배를 떠올리니 고소한 마음이 입가를 미소 짓게 했다.

 

 5층에서 3층으로 내려온 그는 어두운 복도에 들어섰다. 한 시간 전에 자율학습이 끝난 1학년의 3층은 이미 복도 불까지 꺼져있지만 복도 중간의 교무실만은 불이 밝게 켜져 있었다.

 

 문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던 그의 시야에 문틈으로 교무실 안을 서성이는 이서영이 들어왔다.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는 그녀가 10시가 넘은 이 시간까지 있는 것은 이상하다.

 

 ‘쟤가 왜 여기에 있지?’

 

 교무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이서영은 그의 책상 위에 a4로 보이는 용지 한 장을 놓고는 문 쪽으로 걸어왔다. 김현수는 문에서 물러나 교무실 옆에 있는 남자 탈의실로 들어갔다. 탈의실 문에 귀를 대자 충격음과 문이 살짝 흔들렸다. 놀란 그는 수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벽을 잡고 걷는 건지 문 바로 앞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발자국 소리는 멀어졌고 계단 소리를 따라 아래로 사라졌다.

 

 김현수는 탈의실에서 나와 교무실로 들어갔다. 그는 잠시 문 앞에서 잘못한 것도 아닌데 학생에게 겁먹었다는 사실에 실소를 흘리고 자신의 자리에 다가갔다. 그는 책상 위에 이서영이 놓고 간 동아리 입부서를 확인하고는 눈을 수차례 깜빡였다.

 

 김현수는 책상의 컴퓨터를 켜고 교내 동아리 창을 열었다. 신규 동아리 승인 목록을 열자 오늘 3시 정도에 승인된 ‘문학탐방부’라는 이름이 있었다. 부원 명단을 열자 1학년에는 김호련이 기입되어 있었다. 등록 날짜는 어제. 등록자는 김현수 자신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도 없는 빈 교무실을 한 바퀴 돌았다. 그는 사흘 전, 방과 후에 전학 절차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호련에게 동아리를 농담 삼아 권유했었다.

 

 그에 반해 서영에게 권한 것은 바로 어제다. 의욕이 없어 기대도 안했던 그녀는 하루 만에 정해서 가지고 왔다. 그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컴퓨터 화면을 껐다. 어제 면담하는 과정에서 김호련을 경계해달라고 했던 이서영의 말이 떠올랐다.

 

 ‘이걸 어떻게 한다.’

 

 지원하는 동아리에 김호련이 이미 들어갔음을 서영에게 알려주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겠지만 호기심에 이끌린 감각이 속을 간지럽혔다. 이번 주 동안 서영의 반응으로 볼 때 두 사람이 직접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건 시와 도를 넘나들며 반년동안 서영을 쫓아만 다니던 그가 여기에 와서야 첫 접촉을 했다는 걸 의미한다.

 

 경찰에 연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어제 경고를 했음에도 일을 벌인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문제의 중심에 관여할 수 있으면서도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하는 것 같은 기분은 느끼고 싶지 않았다. 20대 후반의 꺼져가던 열망이 일렁였다.

 

 그는 책상 책꽂이에 있는 화일들 중 얇은 것을 하나 꺼냈다. ‘전학생’이라는 제목을 넘기자 서영의 인적사항의 복사본이 가장 위쪽에 꽂혀있었다. 그는 서영의 부분을 넘기고 호련의 파일을 폈다. 그는 휴대전화를 들었다. 저녁 늦은 시간이라는 예의는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집에 돌아온 서영은 방에 가방을 내동댕이치고 침대에 누웠다. 이미 저녁 11시가 다 되었지만 배가 고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유영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시신이 없는데 죽었다고 할 수는 없어.]

 

 한 때 스스로에게 했던 거짓말이 다시 살아난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녀는 억지로 생각을 지웠다. 쪽지의 연속점이다. 이번에는 무엇을 기대하는 건가.

 

 지친 탓인지 머리 안에 졸음이 일었다. 머릿속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개운함이 있는 기분 좋은 졸음이다.

 

 눈앞에 자동차 뒷좌석 문이 보인다. 몸은 시트 밑에 붙은 채로 기울어져 있다. 매일 같이 꾸는 꿈. 3개월 동안 꾼 덕인지 이제 현실인지 가상인지 감이 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서영은 제어할 생각을 포기했다.

 

 그녀의 시선을 가진 여자아이가 뒷좌석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지난 3개월과 다를 것 없이 보닛조각이 널브러진 도로 위로 세 명의 사람이 불에 타고 있고 신음소리들이 들린다. 하지만 여자아이의 시선은 좀 더 높아졌다. 보닛조각에 비친 여자아이는 이제 7살 정도로 보인다.

 

 이것이 꿈이라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기억나지 않는 사고 전후의 과정, 병실에서 의식을 차리기 이전에 이것이 자신이 한 일이라면 지금 이 시야는 자신의 무의식과 의식이 섞인 가상의 공간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안에 유영의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여자아이는 시선을 옮겨가며 세 사람을 태웠다. 신음이 끊기고 사람의 몸이 타버릴 때마다 의식이 부르르 떨린다.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여성의 모습이 불속으로 사라졌다. 꿈이 진행된다. 뒤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무언가 빠지는 소리로 이어진 긁는 소리는 우직거리는 소리로 뒤이어 들려왔다. 여자아이는 뒤를 돌아봤다.

 

 알람음이 들린다. 시야가 검게 가로막혔다. 검어진 시야는 물결처럼 일렁였다. 몸이 떠오른다. 수면 밖으로 숨을 내뱉듯 눈이 떠졌다.

 

 서영은 누운 채로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좌측에 있는 휴대폰 액정에 문자메시지 착신 표시가 떠올라있었다. 아침 수업시간 시작 전에 수신음 소리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메시지 음을 최대로 높여놓았던 걸까.

 

 휴대폰에 손을 뻗는 팔이 무겁다. 시트가 젖어있다. 인식할 수 있게 되어서 익숙해진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무리인 모양이다.

 

 메시지를 보내온 번호를 확인한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3통의 메시지. 모두 같은 번호, 유영의 번호다. 서영은 급히 첫 번째 메시지를 켰다.

 

 남동생은 땅에 묻혔습니다.

 

 아이는 땅에 묻혔습니다.

 악마에 의해 묻혔습니다.

 

 아이는 누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 곁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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