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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원령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8.18

은동마을에서 매년 벌어지는 사망사건. 그리고 마을에 귀농을 하게 된 주인공. 마을의 저주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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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19 11:47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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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연맹학살 이라뇨?”

 “잘 모르시나보군요. 거창 양민 학살 사건이나 국민방위군 사건은요?”

 “국민방위군은 알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말씀해주셨죠. 당시 국민방위군에 계셨다더군요.”

 “말씀드린 모든 사건들은 다 6.25 때 일어난 사건들입니다. 잊혀진 역사, 지워버리고 싶은 역사죠. 교과서에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사건들. 그 속에 은동광산의 뼈무덤이 있습니다.”

 

 남자는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일단 물꼬가 터지면 대담해지는 성격인 것처럼 보였다.

 

 “보도 연맹 학살과 은동광산의 뼈무덤이 관련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겁니다. 보도 연맹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할 터이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치가 있다면 밤을 새서라도 들을 필요가 있다. 일련의 사건과 연관된 이야기라면.

 

 “이야기는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대통령은 공산체제에 대해 극도의 불쾌감을 갖고 있었죠. 아니 어쩌면 불안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국민들이 공산체제를 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득찬 불안 말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가난과 굶주림에 지쳐 있었고, 그때는 공산체제의 모순을 모를 때였으니까요. 그래서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공산주의자들을 모아서 보도연맹원이란 이름으로 낙인 찍어버리는 것이죠. 뭐 이해는 가는 부분입니다. 거기까지는요.”

 

 남자는 조그만 수첩을 펼쳐 보인다. 대충 휘갈겨 적은 글씨로 사람들의 신상명세가 적혀 있다. 직접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의 신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당시의 정부는 미숙했어요. 사실상 정부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수준이었죠. 원래의 취지대로라면 공산주의자, 무정부주의자들만 보도연맹에 가입되어야 했는데 실제로는 그게 아니었어요. 더 많은 이들을 가입시킬수록 실적이 올랐거든요. 네, 공무원들의 진급 수단이 되었던 겁니다. 그래서 공산주의는커녕 글조차 모르는 시골무지렁이들이 보도연맹에 가입됐습니다. 나중에는 도시 하층민을 대상으로 쌀 한주머니를 받는 대신 보도연맹원으로 이름을 적어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글을 아는 사람이 적었으니 국민 대다수가 국가에서 무상원조를 해주는 줄 알고 이름을 적었을 겁니다. 그렇게! 엄청난 숫자의 국민이 이름만 공산주의인 보도연맹원이 됩니다.”

 

 남자는 숨도 쉬지 않고 으르렁대더니 다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킨다. 그제서야 나는 그의 말의 오류를 찾아보았다. 우선, 그런 이야기를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공산주의? 그런게 우리나라에 있었던 적이 있었나? 아니 공산당이 싫어요 라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런 건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말이 됩니다. 그리고 6.25가 터졌죠. 전쟁이 났을 때 우리 군이 무얼 했는 줄 아십니까?”

 “전쟁을 했겠죠.”

 “흐흐…. 전쟁을 하긴 했죠. 일방적인 학살이지만. 서류상에 등록된 보도연맹원들을 공산주의자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정부요인들의 지시로 당시 등록되어 있던 보도연맹원들을 학살하고 있었죠. 북한이 내려오면 합작해서 나라를 뒤집어 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말입니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국민이었는데 말이죠.”

 

 남자는 자신의 감정을 참기 힘든지 이야기 하는 도중에도 연신 가게의 천정을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솔직히 이 말들을 그대로 믿기가 어려웠다. 4.19혁명이나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이제는 다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숨기는 게 있다고? 그것도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적인 학살을?

 

 “믿기 힘드시겠죠. 모르면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입니다. 이제는 진실화해위원회라던지, 어느정도 정부에서도 인정한 것들이에요. 관련 자료를 찾아보시면 제 말을 믿게 되실 겁니다.”

 “믿고 안믿고를 떠나 너무 놀랍군요. 그렇다면 은동광산의 뼈무덤은 당시 학살된 사람들의 것이란 말씀입니까?”

 “네. 은동광산에서만 발견 된 것이 아닙니다. 전남 구례의 봉성산, 충북 청원의 분터골, 대전 산내의 골령골, 경북 경산의 코발트광산에서 뼈무덤이 발견 되었죠. 물론 이것은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들입니다. 비공식적으로는 전국적으로 약 100만명이 처형되었다고 합니다.”

 

 남자의 눈이 번들거린다. 분노에 찬 눈빛이다. 나에게 향한 눈빛이 아니다. 틀림없다. 이 사람은 일련의 사건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100만 명이라…. 그건 너무 허황된 말처럼 들리네요. 그 당시에 그 만큼 죽었다면 왜 기록이….”

 “기록이 없다고요?! 기억하려 하지 않으니까 없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요! 이미 국가에서도 인정한 사실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부분적이지만 인정한 것들이란 말입니다!”

 

 남자는 벌컥 소리치더니 자신의 목소리에 놀라 주변을 둘러본다. 오후의 커피숍은 한가했다. 구석에 있는 우리 따위를 쳐다보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던 남자가 그제서야 한숨을 포옥 내쉰다.

 

 “정부가 다 인정한 것들이라면 굳이 그렇게 겁을 내실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요…?”

 “그게 다가 아니니까요. 인정된 부분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보상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구요. 애초에 보상이랄 게 있겠습니까? 몇 명이 사망한 건지 확실하게 알지도 못하는데. 은동마을에 사신다고 했죠? 그곳 역시 학살을 피하지 못했죠.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었을 겁니다. 발견된 뼈무덤도 그렇게 큰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과연 그곳에서 죽은 이가 정말 공산주의자였을까요? 네! 어쩌면 한 두 명은 그럴 수도 있겠죠. 더 복잡하게 질문해볼까요? 과연 그 중에 보도연맹원은 몇이었을까요?”

 “네? 보도연맹원들을 죽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대체…?”

 “흐흐. 보도연맹원으로 등록되지 않았던 이들도 죽임을 당했다는 거죠. 평소에 미움을 샀던 마을의 지주, 혹은 노동조합의 대표, 혹은 원수집안의 사람들, 돈을 노린 밀고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더러움이 그 곳에 있었어요. 그리고 정부는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조사할 시간이 없었죠. 북한이 내려오고 있었으니까. 결국 다 죽이는 수 밖에.”

 

 나는 입을 열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치부하고 싶을 정도 였다. 과연 이 남자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 어쩌면 이 남자는 아버지세대에 많았다던 데몬스트레이션세대인 것은 아닐까. 세상에 불만을 가진 그런 무리가 날 세뇌시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별로 믿지 않는 눈치군요. 아니, 믿고 싶지 않아 보이네요. 괜찮습니다. 저 역시 별로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아, 아닙니다. 그게….”

 “정말 괜찮아요. 단지 저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떠도는 은동광산의 귀신소동이 단순한 흉가체험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넋이 만들어낸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그게 답니다.”

 

 이야기를 마친 남자는 언제 그렇게 열정적이었냐는 듯 다시 소심한 태도로 돌아와 연신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이중인격이라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대체 어떤 이유가 이 남자를 이런 성격으로 만든 걸까. 어쩌면 이 사람은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던 공포정치시대의 희생자 중 하나 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솔직히 그 부분이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CFC 챔피언 맞죠?”

 “네? 아… 네. 한 때는 그랬죠.”

 “이름을 들었을 때 그렇지 않을까 했습니다. 처음엔 국정원에서 온 건 아닐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얼굴을 보고 의심을 풀었죠.”

 “정부에서도 인정한 거라고 열변을 토하시더니 그걸 걱정합니까? 하하.”

 “인정한 건 민우당 정권입니다. 지금 정권은 다시 모든 걸 없던 걸로 하고 있으니 조심해야죠.”

 

 남자는 씨익 웃으며 남은 커피를 탈탈 입에 털어넣는다. 나는 일어나려는 그를 붙잡았다. 아직 더 들어야 할 것이 있다. 그의 이야기를 믿을 수 있던 아니던 간에.

 

 “은동광산의 뼈무덤이 1973년에 발견된 것이 맞습니까?”

 “73년요? 아마 맞을 겁니다. 광부들이 발견했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은폐되었구요. 이상한 것은 2007년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한 대대적인 발굴작업이 있었던 때에 이 곳의 뼈무덤은 그대로 묵살되었다는 거죠. 이미 지역 내에 소문이 가득한 곳인데도 말이죠. 캐서는 안되는 무언가가 있는지도 모르지요.”

 “혹시 선생님께서는 저주를 믿으십니까?”

 “흐흐흐. 무슨 말인지 알겠군요. 은동마을을 둘러싼 저주 말이군요. 유명하죠. 뭐 서울에 살다 내려왔으니 그런 곳에 덤터기 쓰셨는지도 모르지만 거긴 이 일대 사람들에겐 금지같은 곳이에요. 절대로 가지 않죠. 물론 저주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런거에요. 미신처럼. 실제로 사건도 많이 일어나는 곳이고. 뭐 나중에 되파실 것을 생각한다면 나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하…. 역시 그렇겠죠?”

 “저는 저주를 믿지 않아요. 귀신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귀신이 직접 우리에게 해를 가하려 한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은동광산에만 뼈무덤이 있는게 아니에요. 아까 말한 네 군데 외에도 전국적으로 수 십 군데에서 제보가 있어요. 만약 원한을 가진 영혼들의 저주가 진실이라면 다른 지역도 그런 일들이 있어야지요. 결국 그건 우연과 미신이 합쳐진 인간심리의 현상인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남자의 말은 일리가 있다. 영혼의 세상이 존재하고, 원한을 가진 영혼이 해코지를 할 수 있다면 이미 세상은 난리가 났을 거다. 특히나 이런 사건들이 일어난 뒤에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광산의 지하갱도에 산 채로 파묻혀 억울하게 죽어간 저 영혼들은 그들을 죽이라 명령한 정부요인들에게 해코지는커녕 원망스런 욕 한 마디조차 못했다. 저주? 정말 저주를 내릴 수 있다면 세상이 이렇게 무법천지가 될 리가 없다.

 

 “하지만 전 그 저주가 실제로 있다면 좋겠군요. 애꿎은 시민을 대상으로 화풀이 하는게 아니라 자신을 죽인 이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요.”

 

 남자는 생각만해도 즐겁다는 듯 씨익 웃었다. 해맑게 웃는 그의 입 속에는 앞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이빨이 없었다. 나는 첩보영화에서 보았던 고문에 희생당한 사람이 불현듯 떠올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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