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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원령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8.18

은동마을에서 매년 벌어지는 사망사건. 그리고 마을에 귀농을 하게 된 주인공. 마을의 저주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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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18 19:42     조회 : 264     추천 : 1     분량 : 7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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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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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말대로 이 지역은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1973년의 뼈무덤 발굴 사건 같은 정보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애금면 지역신문 사이트에서 최근 10년 간의 사건 사고를 검색해보니 이 동네의 사망건수가 유달리 높았다. 그리고 전부 여름에 집중되어 있었다.

 

 07년 애금면 하등천에서 물놀이 도중 남성 익사.

 08년 일사병으로 진등마을 농민 사망.

 10년 은등산 중턱에서 여행객 실족사.

 11년 은동마을에서 식중독으로 일가족 사망.

 11년 하등마을에서 어린이 실종.

 12년 은동마을 주민 심장마비로 사망. 애금면 국도에서 교통사고로 일본 교포 여성 사망.

 

 심장마비로 사망. 아버지다. 아버지의 사망을 다시 확인하는 것은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아무리 생전에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해도.

 

 기자의 말처럼 매 년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지역신문에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노환처럼 자연사의 경우에는 기재 될 리가 없으니까. 11년에 있었던 단체 식중독 사망사건은 일가족 5명이 모두 사망했다. 한 해에 하나가 죽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일련의 사망, 실종 사고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있다면 전부 애금면과 은동마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과 여름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 것들도 결국 끼워맞추기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일단 모든 가설을 지우고 사실만 정리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 이 지역에는 유달리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것은 70년 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있어왔다. 두 번째, 모든 사고는 여름에 집중되어 있다. 7월부터 10월까지. 그 외의 계절에는 아무런 사건이 없다. 시골에서 흔한 실족사 조차도. 세 번째, 기자의 말대로라면 73년 이후로 이런 현상이 생겼다. 뼈무덤이 발견된 이후로.

 

 그렇다면 이 현상은 과연 뼈무덤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시기상으로는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뼈무덤과 관련해 숨겨야 할 비밀이 있고 그것을 파헤친 자를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귀신이나 저주 같은 건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여름과 가을의 초입, 그 시기에만 드러나는 비밀의 단서가 있다면?

 

 한참 인터넷을 뒤지던 중 나는 운 좋게도 애금면 은동광산의 뼈무덤에 대해 자세한 내용이 실린 블로그를 찾았다. 뼈무덤이 발견된 정확한 년도나 날짜는 적혀 있지 않지만 글의 문체에서 무언가 비사를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직접 그를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나는 블로그 연락 메일 주소로 연락을 넣어두었다.

 

 

 다만 가새귀라는 것은 아무리 찾아봐도 정보를 알 수가 없었다. 사투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지역은어에 가가운 모양이다. 이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저주의 전조현상을 뜻하는 은어.

 

 나는 잠시 노트북을 덮고 고개를 흔들었다. 가새귀가 무엇인지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련의 사간은 저주가 아니다. 귀신은 더더욱 아니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계획적인 연쇄살인이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을 죽여야만 했던 일이 있었고, 그 비밀에 접근하거나 관련이 있는 자는 지금도 비밀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 역시 그 비밀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버지는 굉장히 눈치가 빠르고 영민하신 분이셨으니까. 가족의 일만 뺀다면.

 

 

 탕탕탕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저녁도 먹지않고 생각에 빠져 있었다. 현관을 열어보니 박성배가 와 있다.

 

 “식사는 하셨어요? 혹시 안하셨으면 같이 한 잔 하실련가 해서요. 좋은 게 들어왔는데 혼자 먹긴 아쉽더군요..”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은 봉지를 자신의 어깨 높이로 번쩍 들어올리더니 힘차게 흔들어댄다. 나는 거부하지 않았다. 출출하기도 했고, 박성배에게 물어볼 것도 있었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의 품에서 나온 것은 맷돼지 고기였다. 박성배는 정원 구석에서 그릴을 꺼내 능숙하게 설치했다. 내 정원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 익숙한 태도에 내가 그를 바라보자 표정이 굳어버린 그가 변명을 한다.

 

 “아, 죄송해요. 아버님 계실 때 하던 버릇이 나왔네요. 당시에 자주 와서 제 것처럼 버릇이 생겨버렸어요.”

 

 그럴 수 있다. 게다가 5년이나 주인이 없는 상태였다면 그 이후로도 당연히 마을 사람들이 사용했겠지. 그러고 보면 5년간 녹슬지 않고 보관되어 있었던 것도 이들이 관리를 해준 덕분일지도 모른다. 나는 웃으며 그저 놀랐을 뿐 미안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제서야 박성배는 표정을 풀며 고기를 구울 준비를 한다.

 

 맷돼지 고기는 누린내가 많이 난다던데, 그가 가져온 고기는 전혀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의 말로는 밑간과 숯불 덕분이라는데 처음 먹어보는 고기였지만 꽤 먹을 만 했다. 냉장고에서 꺼내온 소주 몇 병으로 불콰하게 취했을 때 나는 그의 표정을 보았다. 적당히 풀어져 있는 상태다. 지금이라면 그것을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을까?

 

 “제가 여기에 온 지 며칠 안되었지만, 돌아다녀 보니 신기한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래요? 도시 사람에겐 신기할 만한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여기 사람에겐 지루한 일들의 연속이라도.”

 “그런게 아니던데요. 귀신이나 저주 같은 이야기 말입니다.”

 

 나는 말을 하면서 박성배의 얼굴을 보았다. 고기를 이리저리 뒤집고 있는 그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관심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무표정을 가장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 시골이나 다 그런 이야기가 있지요. 전 대학생 때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왔는데 거기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더군요. 처음엔 우리 마을에만 있는 엄청난 전설 인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하하하.”

 

 그의 말이 맞다. 따지고 보면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 일뿐이다. 사건만 놓고 보아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다. 미쳐서 죽었거나 토막살인을 당한 것도 아니고, 실족사에 익사, 실종 정도면 시골이라면 확률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들이다. 도시에서는 한 해에 수 천 명이 죽는다. 시골이라고 다를 게 없다. 이런 것을 가지고 저주니, 귀신이니 따질 계제가 되기는 하는 걸까 싶다.

 

 박성배가 소주를 한 잔 털어넣으면서 다시 입을 연다. 조금 씁쓸해 보이는 그의 표정이 조용히 타오르는 숯불에 비친 투명한 소주잔에 반사되고 있다.

 

 “무슨 저주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광산의 귀신에 대한 이야기지요? 뼈무덤이 있고, 귀신이 나타나고, 그래서 마을에 저주가 내린다. 매 년 여름에 사람이 죽어간다. 뭐 질리도록 잘 알고 있는 이야기에요. 실제로도 틀린 말들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요?”

 “뼈무덤요. 제가 어릴 적에 발견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마을이 발칵 뒤집어 졌죠. 아버지가 기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마을은 완전 박살이 나고, 살인자 마을이니 저주받은 마을이니 온갖 해괴한 소문이 났었죠. 실제로도 당시 뒤숭숭한 일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어릴 적 일이니 전부 기억은 못하지만 친구놈들 중에 머리가 터진 남자귀신을 강둑에서 봤다는 놈도 있었죠.

 

 그리고 다음 해였어요. 아버지가 정부 지원을 받아서 사당을 지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좀 그랬잖아요? 원혼을 잠재운다는 것을 나라에서도 믿었고 그렇게 해서 정부차원에서 이미지 개선도 하려는 거였을 겁니다. 뭐 하지만 결국엔 광산도 마을도 완전히 망했지요. 토박이로서는 그다지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요.”

 “그 사당이 9번 갱도 입구에 있다는 붉은나무로 만들어진 사당입니까?”

 

 나는 순간 흠칫 했다.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들은 사람처럼 박성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다. 조금씩 올라오는 숯불의 붉은 열기가 그의 표정을 더욱 기괴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아시는….”

 “여길 취재하고 돌아다니던 기자가 말해주더군요. 제가 알면 안되는 이야기 였나 보군요. 죄송합니다.”

 “그 기자가…. 후우.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잊으세요.”

 “네? 사당에 관한 것을 잊으라는 소립니까? 잊으라고 해도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생각하지 말란 말입니다! 여기에선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어요! 그…것은 언급해서도, 생각해서도 안됩니다. 아니 어쩌면 늦었는지도….”

 

 박성배는 당황한 표정으로 횡설수설하더니 고민에 찬 표정을 짓는다. 그의 얼굴에 땀이 비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그 것은 틀림없이 무언가에 겁을 먹은 표정이다. 저주? 아니면 인간?

 

 “좀 전에는 이 마을에 저주는 없다고….”

 “제가요!? 하하…. 어느 마을에나 그런 이야기가 있다고 했지요. 그리고 그걸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고…. 아니, 더 이상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박성배는 황급히 일어나 정원을 나서다 무언가 할 말이 있었던지 다시 돌아와 누가 들으면 안되는 말이라도 하듯이 조용히 나에게 속삭였다.

 

 “절대! 절대로 숲에 들어가지 마세요. 마을에서도 길을 벗어난 곳에서 누군가 당신에게 말을 걸거든 모르는 체를 하세요. 아시겠어요? 이상한 것을 보더라도 그런 사실이 없는 것처럼 해야합니다. 그래야 합니다.”

 

 말을 마친 박성배는 뛰는 듯한 걸음으로 재빨리 언덕 위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본 그의 얼굴은 완전히 질려 있었다. 대체 무엇이 저 사람을 그토록 겁나게 하는 건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좀 전까지 저주니 귀신이니 떠들면서도 전혀 아무렇지 않다가 갑자기 저렇게…. 사당? 사당에 무언가가 있는 건가? 저주라는 게 사당과 관련된 것인걸까?

 

 생각하지 마세요! 언급해서도, 생각해서도 안되는 일이 있단 말입니다!

 

 순간 새파랗게 질려 나직이 외치던 박성배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소름이 쫘악 돋았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나는 이 늦은 밤, 토박이조차도 겁에 질려 달아난 장소에서 홀로 선 채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릴이 놓여진 테이블 너머 숲 속에서 무언가 흔들리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단순히 나뭇가지거나 헝겊조각이 나풀거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박성배의 질린 얼굴이 계속 생각나서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곁눈질하고 싶은 두려움을 겨우 참으며 나는 현관의 손잡이를 돌렸다. 그 순간,

 

 하아아.

 

 무언가가 내 귓가에 한숨같은 비명을 속삭였다. 쳐다보라는 듯, 자신을 알아달라는 듯, ‘그것’은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영혼마저 얼어붙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지만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것처럼 현관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행동은 옳은 선택이었다. ‘그것’은 나를 따라 들어오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나는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실신해버렸다.

 

 

 

 

 

 은동광산은 폐광이 되었어도 여전히 횃불이 켜져 있었다. 그것은 마을의 누군가가 계속 광산을 관리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한 때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을 광산은 이제 완전히 버려져 쇠락한 은동마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광산 내부의 곳곳을 꼼꼼히 사진에 담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기는 하지만 이 음산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사진으로 나타낼 수 있다면 원하는 것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광산의 입구를 지나 2번, 4번,6번의 갱도 입구가 드러났다. 나는 면사무소에서 발견한 광산지도를 펼쳤다. 6번의 갱도를 따라가면 마을 노인들이 말했던 그 것을 찾을 수 있다.

 

 6번 갱도를 따라 한참을 걷다보니 차가운 바람이 느껴진다. 밖이다.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것으로 느껴지는 울창한 수해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 수해의 입구에 9번 갱도로 가는 길임을 알리는 작은 팻말과 조그만 오솔길이 나 있다.

 

 오솔길은 잘 닦여진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도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이 있었다. 마을에서 만난 수다쟁이 노인의 말이 맞았다. 9번 갱도의 입구에 사당이 있고 진혼제를 지내고 있다는 그 말을 무시하지 않았던 것이 정답이었다. 뼈무덤이 있는 광산은 틀림없이 9번 갱도일 것이다.

 

 점심 나절임에도 불구하고 숲 속은 거의 햇빛이 비치지 않고 있었다. 엄청난 자연림이 해가 들어올 공간을 모조리 막고 있어 나는 솔직히 숨이 콱 막힐 정도로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 마을에 숨겨진 비밀이 바로 눈 앞에 있다. 나는 오히려 속도를 냈다.

 

 소문의 사당은 별로 특이한 것이 없었다. 조금 이상한 것이라면 지붕이 짚으로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재료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붉은 재질의 나무가 기둥이라는 것 정도. 보통 한문으로 사당의 연유를 밝혀 놓아야 정상인데 아무런 글자도 힌트도 없었다. 나는 혼자 이 곳을 찾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렇게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 내 뒤에 무언가 연기처럼 일렁이는 것이 그림자 속에 숨어든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잠깐? 나라고?! 나는 나를 보고 있다! 갱도를 탐험하는 나, 숲 속을 걸어가는 나, 사당의 사진을 찍는 나, 그리고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 나는 누구지?

 

 불현듯 깨달았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다. 저 사람은 어제 보았던 기자다. 그리고 이 사당은 그가 말했던 광산의 사당. 이건 꿈인가? 아니면…?

 

 

 

 “헉…?!”

 

 나는 꿈에서 깼다. 정신을 차려보니 현관 신발장 앞 이다. 어제 박성배를 보내고… 여기에서 실신 했던 것 같다. 어제의 소름돋던 상황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을 고개를 흔들며 억지로 떨쳐냈다.

 

 세수를 마치고 어제 하던 일을 계속한다. 인터넷의 정보를 수집하고, 퍼즐을 맞추는 것. 무언가 찝찝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고 나는 그것을 그냥 넘겨 버리는 성격이 아니다.

 

 컴퓨터를 켰더니 메일이 도착해 있다. 어제 연락을 했던 블로그 주인이었다. 가능하다면 오늘 만날 수 있냐는 메일에 나는 그러자고 답변을 보냈다. 블로거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태도로 오후 2시까지 대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날 것을 제안했다. 무언가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알아서는 안될 내용들인지도 모른다. 박성배가 말했던 것처럼.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참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열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이 절망일지라도.

 

 

 

 “김현도 씨?”

 “네. 블로그의…?”

 “네. 기석준입니다.”

 

 대충 50줄 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불안한 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러더니 카페의 한 쪽 구석을 손으로 가리킨다.

 

 “저 쪽으로 가시죠. 해야 할 이야기도 있고.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남자는 계속 불안한 듯 손가락을 연신 꼼지락 거린다. 그러면서도 내게 무언가 말하고 싶어 견디지 못하는 태도가 여실히 보인다. 내가 말을 꺼내려 하자 갑자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수첩이었다.

 

 “이 것은…?”

 “블로그에 올렸던 내용을 제가 직접 조사한 것입니다. 은동광산의 사건의 전말,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도 있지요. 그보다 먼저 확실히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왜 이걸 알고 싶은거요?”

 “메일로 말씀드렸던 내용 그대로입니다. 제가 이 번에 귀농을 했는데 알고보니 찜찜한 마을이더군요. 소문도 있고 해서 좀 알아보려는 겁니다.”

 

 나는 자세한 내용을 말하지 않았다. 솔직히 저주라던가, 살인이라던가 하는 내용을 초면에 말하면 좋은 인상을 받을리가 없다. 게다가 저렇게 경계심이 가득해 보이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지도 못하고 줄행랑을 칠 게 뻔 했다.

 

 “음, 부동산 업자신가. 뭐 상관은 없지만. 어디 가서 제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떠벌리지만 않는다면 괜찮습니다. 약속 해주실 수 있습니까?”

 “약속하죠. 저도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관련되어 있다면서요?”

 

 기자로부터 들었던 정보를 대충 던진 것 뿐이었는데 남자는 눈에 띄게 움찔하더니 주위를 휘휘 둘러본다. 기자가 알아낸 정보가 틀린 것은 아니었나보다.

 

 “맞습니다. 그 곳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근현대사가 그대로 담겨 있는 곳이죠. 아니 거기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같은 슬픔이 가득할 겁니다.”

 

 남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숭늉처럼 세게 들이켜고는 입을 연다. 좀 전의 불안한 태도는 어디 갔는지 눈빛이 형형한 게 예사롭지 않다.

 

 “보도연맹학살 이라고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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