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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원령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8.18

은동마을에서 매년 벌어지는 사망사건. 그리고 마을에 귀농을 하게 된 주인공. 마을의 저주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3
작성일 : 17-08-18 19:37     조회 : 275     추천 : 1     분량 : 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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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냐! 챔피언!”

 

 꽤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지만 녀석은 이미 꽤나 거하게 취해 있었다. 동구의 양 옆에는 쌔끈하게 차려입은 아가씨들이 달라붙어서 아양을 떨고 있다. 파티라더니 요즘은 혼자 즐기는 것을 파티라고 하나보다.

 

 “이놈이 내가 말한 그 놈이야! 다들 알지? 코리안 샷건! 몰라? 아이! 왜 몰라!!?”

 “씨발! 텐프로가 격투기선수를 잘도 알겠다. 텐프로 중에 누가 탑인지 너는 아냐? 관심이 없는 걸 강요하지 마. 임마.”

 

 대체 코치는 뭘 했길래 현역선수가 이렇게 만취하도록 냅둔건가 싶어서 둘러보니 인사불성이 된 코치가 룸 한쪽 구석에 처박혀 뻗어 있는게 보인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다.

 

 “왔냐! 마이프렌드!”

 “그 말 방금 전에 했다. 정신 좀 차려라.”

 “어…. 내가 좀 마셨나보다. 짜식. 보고 싶었어.”

 

 아가씨들이 동구와 나를 감동스런 눈으로 번갈아 쳐다보고 있다. 아마 몇 년 만에 만난 세기의 라이벌 따위를 상상하고 있겠지. 하지만 진실은 전혀 아니다. 녀석에게 작별 인사를 한 지 겨우 3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

 

 “너 게이냐? 맨날 보고 싶다고 징징 짜고 있어.”

 “브로맨스 몰라? 엉?”

 

 한참을 쓸데없는 소리로 주절대던 동구 녀석이 갑자기 아가씨들을 내보냈다. 그리고 얼음물을 단 번에 들이켜고는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무언가 단단히 할 말이 있는 모습이다.

 

 “뭔데?”

 

 녀석은 한참 동안 크리스탈 컵을 만지작 거리다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내 궁금증을 더욱 자극했다.

 

 “아 씨발. 뭐냐고! 7시간 거리에 있는 사람 불러놓고 이게 뭔 짓거리야.”

 “관장 새끼가….”

 “관장님이 뭐? 돈이라도 빌려달래?”

 “나보고 웰터급 나가란다.”

 

 녀석의 표정이 시무룩하다. 그리고 나는 녀석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웰터급이 대체 어쨌다는 건지. 물론 경쟁자가 많고 지옥체급이긴 하지만 그건 녀석이 있는 라이트급도 마찬가지다.

 

 “모르겠어!? CFC 웰터급 챔피언 벨트는 니 꺼잖아. 나보고 그걸 가지란다. 이거 막장 아니냐?”

 “미친 새끼. 그거 내려놓은지가 언젠데. 제정신인줄 알았더니 아직도 취했냐?”

 “농담이다. 새끼야. 근데 좀 찝찝하긴 하다. 웰터급은. 체구 차가 있는데.”

 “나랑 자주 스파링 뛰어봤잖아. 관장도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러는 거겠지.”

 “이러다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는 건 아닌가 걱정이 태산이다. 나는 지금도 만족하고 있는데 왜 체급을 바꿔야 하나 싶다.”

 

 녀석의 푸념에 나는 공감한다. 관장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반납한 챔피언 타이틀을 그대로 양보할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체육관에는 싹수 있는 후배 녀석들이 한 가득 있다. 웰터급은 도전하기 어렵지만 라이트까지는 동구 녀석을 커버칠 만한 녀석들이 충분히 있다.

 

 “골치 아프겠네.”

 “그러게 말이다. 요즘 내가 걱정에 쪽쪽 말라간다. 이 봐라. 빼짝 골았다. 보이나?”

 

 동구는 여전히 튼실한 자신의 팔뚝을 보이며 엄살을 부렸다. 나는 녀석의 엄살에 피식 웃었다. 녀석은 농담처럼 말했지만 웰터급 챔피언에 도전한다는 것이 내게 상당히 미안한 일인 것은 사실 일거다. 정확한 날짜가 나오려면 몇 달은 걸릴 계획이 세워지자마자 녀석은 나를 부른 거다. 나에게 조금의 잘못도 하기 싫은 거다. 좋은 녀석이다.

 

 “아가씨 다시 부르까?”

 “됐어. 이렇게 한적한 것도 좋네.”

 “마이 변했다. 마이 변했어. 하긴 니 고자 됐다는 소문도 있더라.”

 “고자는 아니고 게이가 됐다. 엉덩이 간수 잘해라.”

 

 실없는 이야기로 한참을 떠들던 동구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가진 건 근육과 입 밖에 없는 놈이 이렇게 까지 조용하다니 걱정이 꽤 되는 모양이다. 계속되는 침묵이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나는 그런 어색함이 싫은 사람이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생각에 헛기침을 두어 번 했더니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동구가 입을 열었다.

 

 “북촌에 유명한 그게 있다더라.”

 “뭐?”

 “그게 북촌에 있다고.”

 “그게 뭔데?”

 “아…. 그러니까 그거 있잖아. 막 점 봐주고….”

 

 녀석이 말을 흐린다. 점이라도 보고 싶다는 뜻이리라. 그런 쪽에는 통 관심도 없던 놈이 먼저 저런 이야기를 꺼낼 정도라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무안한듯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긁적인다.

 

 “지금 가보까?”

 “한 밤 중인데 영업 하겠냐?”

 “그 무당 집은 밤에만 한다카대.”

 

 점쟁이도 아니고 무당이었냐. 그래도 얼치기 사이비 철학원보다는 낫겠지 싶어 나는 그러자고 대답했다. 동구는 당장 가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치는? 완전 뻗었는데.”

 “내비둬. 알아서 드가겠지. 가자.”

 

 

 택시를 타고 도착한 무당집은 오래된 한옥집이었다. 새벽이 다 되었는데도 입구에 개량한복을 입은 건장한 남자 안내원이 서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예약하셨습니까?”

 “아뇨. 예약을 꼭 해야하는 겁니까?”

 “그렇지는 않구요. 조금 기다리셔야 합니다.”

 

 우리는 그러겠다고 했다. 어차피 술이 깰 시간도 필요했으니까. 술이 조금씩 깨자 동구 녀석은 초조해졌는지 줄담배를 태우고 있다. 현역 격투기 선수란 놈이 담배라니. 내가 핀잔을 주자 금새 입을 삐죽인다. 그 때 안내원이 우리를 향해 손짓 했다. 들어가라는 뜻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무당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짙은 원색의 화장에 강해보이는 얼굴, 오방색으로 꾸며진 방 안의 정신사나운 잡기들. 무당은 이리저리 구경하는데 정신 없는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갑자기 버럭 고함을 지른다.

 

 “저건 대체 뭐야! 너 뭐하는 놈이야!?”

 “예?”

 

 나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뭐하는 지 알아맞춰야 점쟁이 아닌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지?

 

 “무당이 그것도 몰라요?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니놈이 쌈박질만 하다가 다리 부러져서 시골 간 것 까진 잘 알어. 그딴 걸 묻는 게 아니야. 거기서 무슨 짓을 했어?”

 

 동구가 옆에서 깜짝 놀란다. 무당의 말이 그대로 맞았기 때문이다. 나도 순간 당황했다. 신통하다는 소문이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어딘가 찜찜한 부분이 있다.

 

 “무슨 짓이라뇨? 그냥 귀농한 건데요.”

 “귀농? 젊은 놈이 쓸데없이 자살시도 하고 있어! 미친놈. 하필 가도 호랑이 아가리에 지놈 대가리를…. 당장 나와! 거기는 사람 살 곳이 아니야.”

 “꿈자리가 좀 뒤숭숭하고 미친 여자가 돌아다니긴 하지만 딱히 문제가 될 것은….”

 

 무당이 갑자기 손뼉을 치더니 깔깔깔 웃는다. 그리고 정색 하며 고리눈을 치켜뜨고 나를 노려본다. 마음 속 깊숙한 곳까지 꿰뚫리는 기분이었다.

 

 “미친 여자? 그건 사람이 아니고 껍데기야. 다 빨리고 남은 껍데기. 아직 기회가 있을 때 나와. 아니면 니놈 아비처럼 돼.”

 “뭐요? 아버지 얘기가 왜 나오죠?”

 

 깜짝 놀랐다. 갑자기 왜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하지만 무당은 내 궁금증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다.

 

 “더 이상은 안돼. 나는 해줄 만큼 해줬어. 나가. 안내원에게 복채나 내고 가.”

 

 무당이 축객령을 내리자 미닫이 문 밖에 대기하고 있던 안내원 둘이 방 안으로 들어와 나를 쳐다본다. 편하게 가자는 뜻이다. 나는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괜히 행패를 부리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무당의 말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한참을 도로에서 기다렸더니 인상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동구가 대문을 거칠게 열며 나온다. 별로 좋지 못한 점괘가 나온 모양이다.

 

 “별로냐?”

 “좋고 말고 할 것도 없다. 핸드폰으로 본 점괘랑 토시 하나도 안틀리고 똑같이 말해주더라. 열심히 노력하래. 씨이벌. 누가 그걸 몰라서 묻나? 300이나 처받고 말야. 뭐야 대체. 헛소리나 해대고.”

 “헛소리? 무슨 헛소리를 했길래?”

 “니놈한테 살 이란게 있대. 그래서 목숨이 간당간당 하대. 형제같은 불알 친구라니까 올해는 잠시 떨어져 있으랜다. 같이 있음 살 맞는다고.”

 “존나 찝찝한 소리네. 나한텐 죽는다고 하더니.”

 “그러니까 말이다. 아 씨발 괜히 왔어. 미안하다. 임마. 괜히 내가 오자고 해서.”

 “뭐, 좋은 구경했다고 생각하면 되지 뭐. 나 무당 처음으로 봤거든. 그래도 좀 맞추긴 했잖아. 신기하던데.”

 “CFC 시청자인지도 모른다. 니 팬이거나. 그러면 당연히 근황을 알꺼 아냐.”

 “내가 은퇴는 했어도 시골 간 건 어떻게 맞추냐? 나 아까 깜짝 놀랬어.”

 “그건 좀 신기하긴 하네. 그럼 나 노력하면 웰터급 먹을 수 있는 건가?”

 “그런가 보다. 힘내 봐라. 짜식.”

 

 우리는 시시덕 거리며 그 자리를 떴다. 그 때 나는 돌아서서 무당에게 다시 물어봤어야 했다. 이 때 무당의 말을 웃으며 넘겨버린 것을 나는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낡은 버스는 여전히 어수선한 터미널의 9번 출구에 주차를 했다. 나는 혹시나 또 미친 여자가 있을까 싶어서 내리기 전부터 창문으로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터미널은 조용했다. 그냥 한적한 시골 터미널의 느낌이다. 핸드폰의 시간을 본다. 곧 마을버스가 도착할 타이밍이었다. 나는 서둘러 하루에 두 번 오는 마을 버스를 탔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개울을 건너는데 누가 멀리서 아는 척을 한다. 박성배다. 마을청년회장. 그는 싱글싱글 웃음을 지으며 리어카를 끌고 오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리어카에 오이가 한가득 쌓여있다. 방금 추수를 한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싱싱해 보이는 오이네요.”

 “마을 사람들이랑 소박이를 하려고 조금 따 봤어요. 조금 가져가서 드시겠어요? 그냥 껍질째 먹어도 시원한게 맛있어요.”

 “자꾸 얻어먹기만 해서 미안한데요. 흐흐.”

 “뭘요. 나중에 도울 일이 있으면 서로 도우면 되지. 자자. 좀 가지고 가요. 여기 봉투도 있으니까.”

 

 박성배는 봉투에 오이를 가득 담아 주고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마을 회관으로 가버렸다. 참 좋은 사람이다. 그다지 오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큼지막한게 꽤나 맛있어 보인다. 언젠가는 보답을 해야 할 터다. 너무 받기만 하는 것도 좋지는 않다.

 

 집이 보이는 언덕에 올라 나는 잠시 봉투를 내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한 여름인데도 마을 뒷편은 시원한 바람이 분다. 폐광 때문에 공기 통풍이 좋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자세한 것은 알지 못했다. 확실한 건 에어컨이 필요없을 정도로 시원한 곳이라는 점이다. 심호흡을 하며 다시 집으로 향하려던 내 시야에 무언가가 보였다. 집 현관에 사람이 서 있다.

 

 미친 여자는 아니었다. 카메라를 든 남자였다. 눈을 찡그리고 지그시 바라보니 누군지 알 것 같다. 며칠 전 취재를 왔던 젊은 기자였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뻔뻔한 행동을 하던.

 

 언덕을 넘어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그는 현관에 선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정원에 도착하자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며 싱글싱글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어쩐 일이세요?”

 “아. 현도 씨에게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무슨 일이시길래…?”

 “민속학에 조예가 있는 분들의 의견이 필요한데 이 근처에는 도통 전문가를 찾을 수 없네요. 한국에선 이젠 거의 사장된 학문이다보니.하하하.”

 “저도 어깨 너머로 아는 정도에 불과해요. 기대에 부응해드리긴 힘들 것 같은데.”

 “혹시 사당을 잘 아시나 해서요. 서낭당, 신집, 관제묘, 오래된 사당 같은 것들요.”

 “글쎄요.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만.”

 

 나의 기권에 가까운 답변에 기자는 혀를 차며 머리를 벅벅 긁더니 곧 카메라에서 사진을 하나 보여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모양이다. 사진에는 붉은 나무로 세워진 작은 사당이 찍혀 있다.

 

 “이게 뭡니까?”

 “제가 묻고 싶은 부분입니다. 어느 나라의 것으로 보이십니까?”

 “사당… 이네요. 중국식은 확실히 아니고 한국식이나 일본식 사당 같은데요. 중국식은 여기 이 부분이 있을 필요가 없어요. 여기에 보이는 사당의 장식 부분은 태양을 상징하는 겁니다. 중국은 태양숭배사상이 거의 남아 있지 않거든요. 이건 한국식이나 일본식인 겁니다.

 

 여기 사당의 윗부분에 새끼줄이 쳐져 있는게 보이세요? 이건 금줄이에요. 부정한 것을 봉인하거나 방어할 때 사용하는 도구죠. 그리고 줄 사이사이에 짚단과… 음. 이건 곡옥이군요. 일본식 사당일 가능성이 높네요.”

 “왜죠? 그렇게 생긴 건 경주 박물관에도 많이 있는데.”

 “네. 하지만 지금도 주술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삼한 이후에 귀족의 장신구로 쓰였던 겁니다. 일본은 근세까지도 신의 힘이 담긴 주술적 물품으로 사용했구요. 뭐 고대사적인 부분이니 정확한 건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저희도 일본식 사당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현도 씨 말씀을 들으니 딱 맞군요. 어디 가서 전문가 행세하셔도 되겠는데요.”

 “에이. 그러다가 사짜 소리 듣기 딱 좋습니다. 그냥 대충 어깨 너머 배운 수준이라니까요.”

 “아무튼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덕분에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하네요. 취재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좀 알려드릴 수도 있는데. 어때요? 궁금해요?”

 

 나는 대답대신 봉투에서 튼실한 오이를 하나 던져줬다. 오이를 받아든 기자가 씨익 미소를 짓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1993년 은동마을의 오래된 폐광산에서 뼈무덤이 발견 되었죠. 엄청난 수의 뼈무더기 였답니다. 전부 사람의 뼈였죠. 하지만 큰 이슈가 되지 못했습니다. 왠지는 모르지만 정부에서 압력이 들어왔거든요. 하지만 그때부터 마을 근처에서 여러가지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귀신을 보거나 악몽에 시달리는 등, 별별 해괴한 소문들이 돌았죠. 그런데….”

 

 기자가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혀를 차더니 오이를 한 입 베어 문다. 그리고 폭탄 발언을 했다.

 

 “죄다 거짓말이었어요.”

 “어떤 부분이 거짓말인 거죠?”

 “우선 1993년에 이 지역에서 뼈무덤이 발견 되었다는 기사는 하나도 없어요. 메이저 언론사를 비롯해서 방송사 기록까지 다 찾아봤는데 전혀 없어요. 그리고 귀신소동은 원래부터 있었답니다.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들 어릴 때부터 가끔 보이곤 했다더군요. 결국 인터넷에서 만들어 낸 괴담이었던 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넷에 떠도는 많은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허구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마을의 뼈무덤이었을 수 도 있다. 나는 헛고생을 한 기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런데 기자는 오히려 흥미가 가득한 얼굴이다.

 

 “실망해서 철수하려던 중에 여기 면사무소에서 재밌는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뼈무덤 말입니다. 실제로 발견되었더군요. 93년이 아니라 1973년 박정희 정권 때 말입니다. 그리고 그걸 취재했던 기자들은 실종 처리됐구요. 언론은 조용히 덮어버린 것으로 보이더군요. 하지만 기자들이 당시의 면사무소에 방문했던 기록은 남아 있었죠. 정부가 지워버린 비밀이 관공서에 그대로 남아 있다니 웃기지 않아요?”

 “재밌긴 하네요. 하지만 좀 오싹 하는데요. 괜히 잡혀가는 거 아닙니까?”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요. 세상 많이 바뀌었습니다. 괜찮을 겁니다. 아마도.”

 

 기자는 시원스런 대답의 끝을 흐렸다. 그 역시 찝찝한 것을 인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가 내게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한 것은 알아서는 안될 비밀을 공유하고픈 마음 때문일지도 몰랐다. 약간이라도 공범자를 늘리고 싶은 그런 심정이겠지. 그리고 나는 기자의 의도대로 그가 가진 비밀에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사건의 발생 연도를 73년으로 당겨 놓고 보니까 또 이상한 것이 있더라구요. 이 동네 인구가 지난 40년 간 평균으로 700명이 안돼요. 그런데 매 년 마을에서 사람이 죽었어요. 그것도 7월에서 10월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그 외의 계절에는 아무도 죽지 않았어요.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기자의 말을 듣고 나는 곰곰이 생각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날이 언제였지? 아! 5년 전 8월이었다! 등 뒤로 소름이 쫘악 하고 올라온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버지가, 아버지가 5년 전 8월 17일에 여기서 돌아가셨어요.”

 

 내 대답에 기자는 침울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죄송합니다.”

 “기자님이 죄송해 하실 일은 아니죠. 그냥 놀란 것 뿐입니다.”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름엔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기 마련이니.”

 “하지만 기자님은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글쎄요. 그게 광산에 묻힌 뼈무덤 귀신의 짓일지, 아니면 귀신을 가장한 살인마일지는 알 수가 없지만 무언가가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래서 좀 전의 사당을 조사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 사당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마을에서 본 적이 없는데.”

 “73년 뼈무덤이 발견되었던 9번 갱도의 입구에서 발견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찝찝해 하긴 하지만 알려주긴 하더라구요. 하지만 무슨 사당인지는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광부들을 위해 세운 것이라고도 하는데 그렇다고 보기에는 하필 9번 갱도에 사당을 세운 것이 의심스럽죠.”

 “뼈무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사당을 세웠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겠죠. 그러나 원혼이 달래지지 않았고 그로 인해 매 년 사망사건이 발생한다는 결론이 납니디만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거죠.”

 “마을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는 것도 이상하고요.”

 “그렇죠. 70세 이상의 나이 든 분들은 마을에 내려진 저주를 잘 알고 계시더군요. 그렇지만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저주보다 절 싫어하던데요. 하하하.”

 “저주라는 것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부풀려진 이야기처럼.”

 “글쎄요. 마을 어르신들이 저주를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어요. 누가 가새귀 이야기를 하자 노인정 전체가 조용해졌거든요. 다들 겁을 먹은 것처럼.”

 “가새귀요? 그게 대체 뭐죠?”

 “저도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대충 정보를 조합 해보면 저주의 전조 현상 같은 건가 봅니다. 가새귀가 붙으면 평소와는 달라진다더군요.뭐 시골에 하나씩 있는 헛소리에 불과한 것 같지만요.”

 

 기자는 말을 마치고 백팩과 카메라를 챙겨 일어났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어이쿠. 벌써 이렇게나 시간이….”

 “덕분에 귀중한 이야기 들었습니다.”

 “아뇨. 저야말로 좋은 시간이었는 걸요. 결국 귀신관련 기사는 물 건너간 것 같지만요.”

 “그럼 취재는 포기하시는 겁니까?”

 “일단은 뼈무덤의 진실에 대해 좀 더 조사해 봐야겠죠. 시골마을의 저주와 그 아래 묻힌 뼈무더기. 캬~ 기삿거리가 안되어도 드라마 시나리오 정도는 나올 거 같지 않아요?”

 

 기자의 눈에 욕심이 올라와 있다. 예전에 저런 눈을 본 적이 있다. 운 좋게 대진표가 짜여져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대와의 결전을 앞둔 선수들에게서.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눈 앞의 욕심에 눈이 멀어 뛰어들면 좋지 않은 결과만 나오게 된다. 냉정하게 주변을 살피고 내 것이 아니면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초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조심하세요.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기자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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