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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원령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8.18

은동마을에서 매년 벌어지는 사망사건. 그리고 마을에 귀농을 하게 된 주인공. 마을의 저주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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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18 19:36     조회 : 303     추천 : 1     분량 : 7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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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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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철 씨? 그 양반 농사 짓는거 한 번도 못봤는데?”

 “네?”

 “아니, 그 양반은 얼굴 보기도 힘들었어. 그치?”

 “좀 겉도는 느낌이었제. 5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나는 거의 못 봤네.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는지, 아니면 밖으로 싸돌아댕겼는지는 모르제.”

 “한동안 이쁘장한 아가씨도 데리고 다녔구마. 딸내민지 새끼 마누란지. 우예 알겠노. 근데 아들내미 표정 보니까 딸은 아인가 보네?”

 

 아버지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 시작한 건 바로 다음 날 부터였다. 아버지는 평범한 귀농생활을 한 게 아니셨나보다. 마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젊은 후처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며 인생을 즐기시다 가셨다는 스토리가 나온다.

 

 갑자기 골이 확 아파왔다. 이러다 갑자기 그 후처라는 여자가 튀어나와서 친필 유서라도 들고 나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그전에 갑자기 애라도 덜컥 등장하면 나는 어떡해야 하나 하는 심각한 상황까지 상상이 된다.

 

 “근데 생각해보면 쪼까 이상하다카이?”

 “에이그, 아들내미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 주디만 살아가지고.”

 “아니, 왜? 이상하다니까.”

 “뭐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지철이 아재. 복상사 아이가? 윽시 건강했는데 갑자기 픽 뒤져…. 아니, 그러니까네... 돌아가셨다고.”

 “것보담 치정싸움이다. 드라마에서도 나온다 아이가?”

 “쯧! 이놈의 아지매들이 미칬나! 아구지 닥치라카이!”

 “아, 괜찮습니다. 조금 더 말씀해주셔도 되는데….”

 

 부녀회장이 날카롭게 그녀들을 째려보자 아낙네들이 눈치를 보더니 이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나는 괜찮다며 웃음을 지었지만 그녀들은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떴다.

 

 확실히 지금 생각해보면 찝찝한 부분이 있다. 평소에 등산을 즐기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기는 했다. 그다지 고령도 아니었는데도.

 

 마을 아낙네들의 말이 계속 머리에서 맴돈다. 복상사는 아닐 거다. 당시 아버지는 혼자 집에 계셨던 것으로 확인 되었으니까. 그렇다면 치정싸움…? 아버지와 사실혼 관계의 여자. 그리고 갑작스런 심장마비.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진부한 사건들이 머리 속에서 떠오른다. 하지만 연결고리가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유산을 노린 거라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5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을 리가 없다. 결국 망상에 지나지 않는 걸까. 한참을 고민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집 앞이었다.

 

 “대체 아버진 무슨 삶을 살았던 거야?”

 

 절로 혼잣말이 나왔다. 예상하던 고독한 노인의 삶따윈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제대로 즐기다 가신 게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든다. 인생의 황혼에 모던한 전원주택에서 딸 뻘의 여자랑 밀월을 즐기는 삶이라니. 어이가 없다.

 

 “아저씨. 좋은 사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였다. 철판을 긁어내는 듯 불쾌함이 가득한 소리다. 이제는 내 것이 된 아버지의 집 정원 테이블에 터미널에서 봤던 여자가 앉아있다.

 

 “당신 뭐야! 누구야!?”

 

 소름이 돋았다. 불쾌함을 견딜 수 없다. 첫인상부터 그다지 좋지 못했던 여자가 아버지와 나의 추억이 가득한 집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불쾌했다. 더군다나 미친 사람이다.

 

 “아저씨 기다려.”

 “누구냐니까!?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요?!”

 “아저씨가 기다리랬다.”

 

 여자는 시선을 가늠할 수 없는 멍한 눈동자로 나를 보며 연달아 ‘아저씨’를 중얼댄다. 어제 읍내 터미널에서 봤을 때보다는 음침한 분위기가 많이 수그러든 것 같았다. 그래도 코를 찌르는 썩은 내는 여전했다.

 

 “아저씨가 누군데요?”

 “아저씨? 아저씨야.”

 “아…. 그러니까 아저씨가 누군데 여기에 들어와 있어도 된다고 했냐고요?”

 “아저씨 여기 주인.”

 

 이 여자가 말하는 아저씨가 이 집의 주인이라고? 이 집은 아버지가 지은 건물이다. 그렇다면 아버지를 말하는 건가?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아버지는 5년 전에 돌아가셨다. 이 미친 여자에게 그런 말을 했을 리가….

 

 “당신이 우리 아버지를 안다고? 우리 아버지 알아? 김지철 씨 알아요?”

 “아저씨 돌아와. 아저씨 기다린다.”

 

 미친 여자는 잠시 대화를 따라오나 했더니 또 다시 논점을 그냥 통과해 버린다. 내가 이런 미친 여자를 왜 상대하고 있지? 순간 아버지를 아는 사람인가 착각했던 자신이 한심하다.

 

 “아줌마. 여기 사유지에요. 여기 내 집이야. 이제. 그러니 나가요. 훠이.”

 “훠이~ 훠이~.”

 

 여자는 갑자기 내 동작을 따라 한 손을 크게 휘두르며 훠이를 연발한다. 놀리는 건가 싶어서 내가 짜증을 내려는 순간 여자는 태엽이라도 몸에 감고 있는 것처럼 갑자기 날 흉내내던 그대로 뚝 하고 멈췄다. 그리고 마리오네트처럼 관절을 삐그덕 거리더니 시계의 초침처럼 여자의 고개가 뚝뚝 끊긴 채로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다.

 

 

 꾸드득! 우둑, 우두둑! 득, 득, 득!

 

 여자의 모든 관절이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제멋대로 뒤틀렸다. 신체 구조상 절대 본인의 의지로 할 수 없는 행동이 일어나고 있다. 마치 거대한 손이 여자를 움켜쥐고 으스러뜨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다. 서산에 걸쳐 있던 해가 넘어가고 칠흑같은 어둠이 집 주위를 둘러쌌다. 여자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꺾여 검게 변색된 입술이 이마가 있어야 할 위치에 붙어 있다.

 

 그 입술이 열리는 순간 나는 관용어구로 사용되는 얼어붙는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나는 말 그대로 완전히 얼어붙어버렸다. 눈 조차 깜빡일 수 없었다. 그것의 분위기와, 그것이 내는 기괴한 소리에. 그것은 성대가 아니라 온몸을 비틀어 짜내는 듯한 소리였다.

 

 “훠이!!! 어서 가아앗!! 여기 있으면 안돼!!! 아저씨 가! 가! 가! 가가가가가! 각갉각가라라라카칵캌카카카카카!”

 

 여자는 발작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온몸을 우드득우드득 비틀더니 눈동자를 하얗게 까뒤집은 채로 괴성을 질렀다.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었다.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소리였다. 여자는 소리를 질러대며 또 한차례 몸을 비틀었다.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비틀림이었다. 나는 몸서리쳐질 정도로 지독한 공포를 느꼈다. 목이 거의 등 쪽에 붙은 상태로 여자는 바들바들 떨더니 갑자기 산 쪽으로 달려가 버렸다.

 

 나는 가위에 눌린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멀리서 여자의 괴성이 계속 들려왔다. 마지막의 괴성은 의미조차 알 수 없었다. 여자도, 그녀가 내는 비명도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겨우 발이 떨어지자 마자 나는 도망치듯 집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 현관의 문을 닫고 1층에 있는 모든 창문을 전부 잠그고 짙은 감색 커튼을 쳤다. 당장이라도 저 미친 여자가 창문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괴성을 지를 것만 같았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여자의 비명이 계속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건 인간이 낼 수 있는 음성이 아니었다. 잊으려고 발버둥 쳐도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기괴한 관절의 비틀림은 생각하기도 싫은 움직임이었다.

 

 

 

 그 날 밤, 나는 지독한 몸살에 시달렸다. 열이 펄펄 끓고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왔지만, 나는 소파 위에 웅크린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작은 신음조차 낼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계속 여자의 기괴한 비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미칠 것 같이 지독했던 밤이 끝나고 아침의 해가 밝아오기 시작할 때 나는 겨우 잠에 빠져 들었다.

 

 

 아버지가 서재에서 나오시며 내게 말했다.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다.

 

 “아빠 재혼 하기로 했다.”

 

 나는 교복을 입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의 나인 것 같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

 

 “엄마 돌아가신 지 몇 년이나 됐다고….”

 

 아버지는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이제는 나도 안다. 죽은 자는 잊혀져야 정상이다. 아버지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미안하다. 하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야. 너도 엄마가 필요하고…. 나도 사랑이 필요하다.”

 

 그렇게 말한 아버지가 서재를 향해 누군가를 부른다. 서재 안에 아버지의 재혼 상대가 있는 모양이다. 나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아버지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 불만과 이유모를 기대감이 가득 차 복잡한 심정이다. 그리고 서재의 문이 열렸다.

 

 으아아아아아!!!!!!!!!!!

 

 나는 비명을 질렀다. 서재에서 튀어나온 것은 온 몸이 비틀린 채로 기괴한 신음소리를 내뱉는 미친 여자였다. 우두둑 하고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나는데도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관절을 꺾어댄다.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 거실의 소파 뒤로 몸을 숨기는 동안, 여자는 고개를 180도로 돌리면서 아버지를 향해 ‘아저씨’를 연발하며 다가가고 있다. 인형이나 가능한 관절의 동작이지만 아버지는 그 소름끼치는 모습을 사랑스럽다는 듯한 모습으로 바라본다.

 

 “도망쳐요! 아버지!!!”

 

 나는 영문을 몰라하는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현관으로 도망쳐 나왔다. 그리고는 집 밖으로 도망치기 위해 현관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런 우리의 뒤에서 여자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아버지는 여전히 긴장 없이 허허 웃고 있다. 나는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현관의 손잡이를 돌리다가 문을 세게 발로 걷어찼다.

 

 쾅! 쾅!

 

 전 프로 격투기 선수의 발차기에도 불구하고 마치 벽이라도 되는 듯 문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여자는 이제 우리의 바로 등 뒤에 까지 다가왔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썩은 악취가 코를 찌르고 있다. 여자의 머리카락이 살아 있는 것처럼 아버지를 휘감아 끌고 가려고 한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몸을 붙잡고 낑낑대고 있다. 아무리 용을 써도 아버지에게서 머리카락을 떼어낼 수가 없다. 아무리 힘을 써도….

 

 여자는 완전히 입과 눈의 위치가 바뀌어버린 뒤틀린 고개로 나를 보며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내게 다가온다.

 

 

 

 쿵쿵쿵!

 

 “계세요?”

 

 

 “끄으으….”

 

 쿵쿵!

 

 누군가 현관을 두들기고 있다. 나는 지독한 악몽의 후유증을 견디며 겨우 몸을 추슬렀다.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쑤셔오는 뼈마디의 아픔을 견디며 나는 겨우 현관에 섰다.

 

 “계세요?!”

 “누구세요?”

 “고구려타임즈 김부민 기자입니다. 괜찮으시다면 말씀 나누고 싶은데요.”

 

 나는 기자를 싫어한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자극적인 기사로 남의 이미지나 팔아먹고 사는 종자들이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지독한 파파라치들에게 당한 적도 있었다. 때문에 평소의 나였다면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터 였다. 하지만 나는 현관 밖에 있는 대상이 미친 여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기쁜 상태였다.

 

 “들어오시죠.”

 “아! 감사합니다.”

 

 남자는 서글서글하게 생긴 인상처럼 행동도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들어오라는 말에 거절하지 않고 슥 들어오더니 입고 있던 옷가지를 벗어 소파에 휙 올려두고 나를 보며 손목을 꺾는다.

 

 “혹시 물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 너무 더워서 말이죠. 하핫.”

 

 정정한다. 기자답게 꽤나 철면피였다.

 

 “여기에 취재거리가 있기는 합니까? 관광지라고 해봐야 뜰 만한 동네도 아닌 것 같은데.”

 “여기 출신은 아니시죠?”

 “어떻게 아셨어요? 저 며칠 전에 귀농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집에 외부인을 들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더라구요. 신이 노하신다고.”

 “시골이니까 그런 정서가 남아 있을 수 있죠. 문명사회와 관련성이 적을수록 외부의 것을 배척하는 경향은 가장 기본적인 방어기제 중 하나이니까.”

 “오. 이 쪽에 대해 제법 아시는 모양이신데요?”

 “아버지께서 민속학 교수셨거든요.”

 “아하. 그렇군요.”

 “그나저나 뭘 취재하시려는 겁니까?”

 “귀신이요. 은동마을 귀신. 아, 막 해 끼치고 그런 귀신은 아니구요. 그냥 인터넷전설같은 겁니다.”

 

 찌푸려진 내 인상을 본 기자가 황급히 말을 바꾼다. 하지만 어제의 찝찝한 사건을 경험한 나로서는 표정 관리가 도저히 되지 않았다.

 

 “그런 것도 있습니까? 이 작은 마을에.”

 “여긴 70년대 까지는 엄청난 마을이었어요. 그 일만 없었어도 시로 승격 될 뻔 했었다고 하던데요. 일제시대 때도 꽤 번창했었고요. 은광산이 있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믿기지 않는 일이다. 어제 마을청년회장의 말로는 올 해 마을의 총 인구가 300명이 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에서야 펜션이니 힐링이니 하면서 관광으로 겨우 풀칠하는 이 마을이 한 때는 도시 수준이었다니. 아니, 설사 그랬다 해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관심도 없고. 그러나 그 일이라는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그 일이라는게 뭡니까?”

 “아까 말한 귀신 소동요. 1993년에 여기 폐광산에서 뼈무덤이 발견 됐는데 그 날부터 귀신이 마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최근에도 인터넷에 목격담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조사 중인 겁니다.”

 

 그 귀신이 어제 본 여자는 아닐까. 그 미친 여자는 아무리 봐도 귀신이라기 보다는 살아있는 사람이지만 밤 중에 본다면 충분히 착각할 수 있는 외모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저도 정착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 동네엔 미친 여자가 살아요. 그 여자를 보고 착각한 것 아닐까 싶은데요.”

  “아. 저도 봤습니다. 터미널에서 거름덩어리를 던지더라구요. 소름끼치는 분위기 이긴 했지만, 그 여자는 확실히 아닙니다. 왜냐면 목격담에 나오는 귀신들은 전부 남자거든요. 혹시 목격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그런 건 믿지도 않구요.”

 

 솔직히 믿고 안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믿기가 싫은 거였다. 미친 여자 하나로도 충분히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상황이다. 거기다가 남자 귀신이라니 신경 쓰기도 싫은게 당연하지 않은가.

 

 “이거 괜히 귀농하러 오신 분에게 실례만 끼쳐버렸네요.”

 “괜찮습니다. 그 정도로 마음 약한 사람도 아니구요.”

 “알고 있습니다. CFC 웰터급 챔피언 김현도 씨 맞죠? 제가 팬이었거든요.”

 

 나는 괜시리 울컥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화려했던 지난 날을 기억해주는 사람에게 지금의 날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기자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문을 연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이만.”

 “잠시만요! 출출 하실텐데 이거라도 좀 드시면서 일하시죠.”

 

 나는 냉장고에서 어제 청년회장에게 받은 복숭아를 몇 알 꺼내 기자의 손에 쥐어줬다. 나를 기억해 준 팬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픈 마음의 발현이었다. 기자는 싱긋 웃으며 백팩에 복숭아를 담고 정중한 인사를 하며 문을 닫았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간단히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려고 준비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동구 녀석이다.

 

 “어제 형님 경기 였는데 안봤지? 씨발놈아!”

 “이놈의 쉬끼는 예의는 똥구멍으로 배웠나. 왜 첫인사가 욕이냐?”

 “메세지를 계속 씹으니까 그러지! 엉? 난 니가 산에 묻힌 거 아닌가 싶어서 경기 내내 조마조마 했어, 임마!”

 

 메세지가 온 지도 몰랐다. 귀신도 아니고 미친 여자 하나에게 쫄아서 밤새 끙끙댔다는 이야기를 녀석에게 할 수는 없다. 엄청나게 놀림거리가 될 게 뻔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귀농이 그런식으로 상상되는 건지 니놈 머릿속이 정말 궁금하다.”

 “크크크. 됐고. 오늘 파티 할 건데 서울 올라와. 고속버스타면 금방이잖아.”

 “여기 고속버스 없어. 시외버스 뿐이야. 한 7시간 걸릴걸.”

 “무슨 땅끝마을이냐? 시발. 지도로 보면 바로 근처구만.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

 “시골 이잖냐. 고속도로는 커녕 2차선 국도도 없어.”

 “암튼 올라와! 경비부터 유흥비까지 전부 내가 쏜다. 니가 심을 채소값까지 쏜다!”

 “내가 뭘 심을 줄 알고 쏜다 만다야. 씨발. 확 산삼이나 1만평 심어버릴까 보다. 니놈새끼 눈에 눈물나는거 보게.”

 “크크킄. 아직 입은 살았어? 빨리 올라와! 저녁에 보자.”

 

 마침 기분도 더러웠는데 잘 됐다 싶었다. 나는 모든 찝찝함을 잊고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탔다. 다행히 미친 여자는 터미널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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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아 17-08-19 10:02
 
시...실화라구요? -_-;;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시하 17-08-19 11:11
 
큰 틀만 실화에요. ㅎ 작은 틀에서도 귀신이야기나 배경이 되는 지역등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어요. 하지만 미친 여자라던지 주인공의 배경, 작중 구성요소들의 일부분은 픽션입니다. 댓글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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