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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원령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8.18

은동마을에서 매년 벌어지는 사망사건. 그리고 마을에 귀농을 하게 된 주인공. 마을의 저주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1
작성일 : 17-08-18 19:34     조회 : 301     추천 : 1     분량 : 5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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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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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속에 있다. 허우적대는 내 팔조차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온 몸의 털이 거꾸로 서는 원초적인 공포 속에 나는 비틀거리며 어둠을 더듬었다. 한참을 허공에 허우적 대던 오른손의 끝에 무언가가 만져졌다.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다. 이 앞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문을 열어야 했다. 누군가 어둠 속에서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망설임을 떨치고 문을 열었다.

 

 

 

 이상한 꿈이었다. 악몽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하지만 충분히 찝찝한 그런 개꿈이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보았다. 오전 10시 45분. 동구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느그 아부지 고향에 내려간다꼬?”

 

 담배를 꼬나 물고 화단에 쭈그린 채 내게 말을 걸고 있는 녀석이 내 불알 친구인 허동구다. 프로 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면서도 마음만은 여린 재밌는 녀석이기도 하다.

 

 “고향이 아니고 그냥 귀농하신 곳이라고 몇 번을 말하게 하냐. 이미 표도 끊어놨어. 여기 방도 다 빼놓았다고.”

 “아쉬워서 그러지. 갑자기 시골에 가뿐다니까 안그라나. 거 가봐야 니가 할게 뭐가 있겠노.”

 “돌아가실 때 내 이름으로 남겨주신 땅이 좀 있다니까 농사나 짓고 살지 뭐. 서울 생활도 지쳤다. 어휴.”

 “농사? 크크크. 농사같은 소리하고 자빠짓네. 클럽도 없고 룸살롱도 없고, 그런 곳에서 니가 버티기나 하긋나? 아고~, 내는 모르겠다.”

 “읍내에 소주방은 있다더라.”

 

 동구는 피식 웃으면서 바닥에 담배를 비벼끈다. 그 자세조차 아쉬움이 가득해 보인다.

 

 “서울에 자주 놀러올게.”

 “씨이발! 어쩌다가 천하의 김현도가 이래 됐뿟노. 니가 UFC가고, 나가 벨라토르 타이틀따고! 엉! 그라기로 했다 아이가. 마카 끝내기는 쪼매 아끕다 아이가...”

 

 쓴 웃음이 난다. 나도 아쉬웠다. 하지만 별 수 없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안되는 것은 안되는 거다.

 

 “실 없는 소린 그만 두자. 동구야, 내 몫까지 열심히 해라. 부탁이다.”

 “알긋다…. 난제 내가 니꺼까지 벨트 매고 갈꾸마. 농사 지으면서 기댕기고 있그라. 마.”

 

 인생이란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데뷔전에서 1분 30초만에 TKO승으로 폭풍 처럼 등장했던 나는 불패를 자랑하는 링의 왕자였다. 데뷔1년만에 타이틀 매치를 치르고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황금기를 만끽했다. 패배라는 것은 적어도 나에겐 절대 오지 않을 일처럼 느꼈었다. 적어도 그때는.

 

 영원히 건강하실 줄만 알았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5년 전의 그 날도, 나는 룸살롱에서 질펀하게 놀고 있다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어깨에 기대오는 여자의 탐스러운 허벅지를 탐닉하는데 정신이 팔렸던 나는, 휴대폰을 통해 들려오는 경찰의 목소리를 건성으로 넘겨들으며 미워했던 아버지의 마지막을 그렇게 보내 드렸다. 그 때의 나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단지 인생의 걸림돌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초원에서 항상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구나 패배를 경험하게 된다. 사자든, 얼룩말이든. 그리고 이 패배를 겪고 다시 일어서는 자가 진짜 승자가 된다.

 

 나는 승자가 되지 못했다. 무릎이 완전히 부서졌다.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은 다시 일어설 수 없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맹수의 먹이가 될 뿐이다.

 

 결국 나는 다리가 부러진 초원의 얼룩말처럼 조용히 격투기의 세계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이제는 도망치듯 귀농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미워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곳으로.

 

 변명을 하자면 아버지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 제대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는게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남겨준 유산도 챙겨야 했고.

 

 그러고 보면 아버지는 자신이 돌아가실 것을 알고 계셨던 것만 같다. 돌아가시기 한두 달 전부터 연락이 갑자기 많아지셨고 간혹 전화를 통해 울음이 섞인 목소리를 들려주시기도 했었다. 내 어릴 적 기억 속의 아버지는 절대 그런 분이 아니셨다. 늙어가는 자신에 대한 무력감, 사람에 대한 그리움 등이 아버지를 약하게 만들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당시의 나는 인생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에 미쳐서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전혀 헤아려 주지 못했다.

 

 아버지와 관련된 그런 아쉬운 부분들이 나로 하여금 그 곳으로 이끌고 있는 것 같았다.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불효, 죄송스러움과 아쉬움, 그리고 당신에 대한 그리움들이 날 잡아 끌어 당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때의 선택을 크게 후회하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삐걱거리는 낡은 시외버스가 시골 느낌이 물씬 나는 조그만 터미널의 9번 하차장에 들어선다.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전형적인 시골 터미널이다. 갑자기 어디선가 한물간 명대사를 읊으면서 유명 배우들이 등장 할 것 같은 느낌에 나는 조금은 기대를 했었다. 아주 잠시동안.

 

 하차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이 내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걸쭉한 욕설이 들려오더니 앞의 줄이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다. 불과 3미터 정도의 줄이 아예 멈춰진 듯 정체되어 있다.

 

 “그러니까! 사람이 내려야 올라갈 자리가 나는거 아뇨!”

 “누가 모른다캤나! 잘못 봤다 안캤나! 벨것도 아닌그 가꼬 윽시로 사람 무시하네.”

 “아니 할머니! 무시하는게 아니고 지킬 건 지켜야 되잖아요! 여기 사람들 뒤에 기다리고 있는 거 안보여요? 입구를 그렇게 틀어막고 올라오니 못나가고 있잖아요.”

 

 

 나는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이런 시골마을에서 나를 알아볼 사람이 있을까 싶었지만 혹여라도 알아보는 이가 있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귀찮고 골치아픈 일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주변이 시끄러운 곳이 이목을 숨기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나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승객들을 헤치며 버스에서 내렸다.

 

 

 

 “김 지철 씨 아드님 되시죠?”

 

  오래된 시외버스에서 내리자 건장한 체구의 50대 남성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밭일로 그리됐을 거라고 짐작되는 새까맣게 탄 얼굴과 짙은 눈썹이 인상적인 남자였다.

 

 “네, 김현도 입니다. 전화로 인사드렸던….”

 “박성뱁니다. 마을청년회장직을 맡고 있지요.”

 

 박성배는 악수를 청했다. 살가운 그의 태도에서 시골생활에 대한 나의 우려와 고민이 조금 풀렸다. 아직 시골은 정이 살아 있는 것 같다.

 

 “은동마을은 여기서 어느 정도 걸립니까?”

 “차를 타고 30분 정도 더 들어가야 해요. 일단 제 차를 타고 들어가시죠. 마을버스가 있긴 한데 하루에 2대 밖에 없어요. 워낙에 사람이 적어서 말이죠. 아드님께서 귀농하신다는 말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정말 기뻐했습니다. 여긴 젊은 사람이 너무 부족하거든요.”

 

 차를 처분한 것이 후회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중고차라도 한 대 장만해야 할 듯 하다. 외부로 향하는 통로가 하루에 두 번 뿐이라니, 이건 물만 없지 섬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요즘은 관광지로 개발되고 있다고들 하던데요.”

 “그나마 숨통이 트이고 있죠. 그것조차 안됐으면 다들 떠났을지도 모릅니다. 하하.”

 

 박성배를 따라 터미널의 주차장에 들어서자 낡은 소나타 자동차가 한 대 주차되어 있다. 굴러가기나 할까 싶은 수준의 자동차다. 박성배는 자신의 낡은 자동차의 본네트를 두들기면서 무안한듯 내뱉었다.

 

 “이게 이래뵈도 잘 굴러갑니다. 아직은요. 자 타시죠.”

 

 “!!!!!!!!!!!!!!!!!!!!”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뒤에서 쇠를 긁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온몸의 털이 거꾸로 곤두서는 섬뜩한 비명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주차장의 입구에서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 여자가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하얗게 뜨고 나에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몇 년은 감지 않은 듯 산발한 머리에 넝마 따위를 되는대로 걸친 여자였다. 언뜻 봐도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 그 여자는 나에게 오물을 던져대면서 이상한 소리를 질러댔다.

 

 “꺄아악!! 가지마아아아아아아아!!!!!!!!!!!!!!!!!!!!!!!!!”

 “허억!! 뭐, 뭐야!!”

 

 놀란 나머지 나는 부끄럼도 모르고 주차장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여자가 던진 정체를 알 수 없는 더러운 오물이 내 옷 여기저기에 이리저리 튀었다.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썩은 냄새가 났다.

 

 박성배가 차의 트렁크에서 장대를 꺼내 여자를 휘휘 쫓아낸다. 자주 해 본 적 있는 듯 익숙한 행동이었다. 그가 휘두른 장대에 두어 차례 맞은 여자는 꺽꺽 소리를 내며 터미널 안 쪽으로 빠르게 도망쳤다. 박성배는 여자의 뒷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다 이내 인상을 찡그리며 수건을 내밀었다.

 

 “크으, 이걸로 좀 닦으시죠. 냄새가….”

 “네. 고맙습니다. 제대로 액땜이군요. 아후 냄새.”

 “이동네 명물이에요. 시골마다 하나씩 있다는 미친년이죠. 한 5년 됐나? 여름만 되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관광객들에게 저 짓거리를 하는데 아주 미치겠어요.”

 

 한참을 닦아내도 냄새가 가시질 않는다. 나는 달리는 차의 창문을 열면서 박성배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관광지로 개발되는 상황에 확실히 좋은 일은 아니겠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대체 누구 집 딸내미인지. 참 내.”

 

 

 지독한 냄새가 가신 건지, 아니면 내 코가 익숙해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옷에 묻은 오물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게 될 때 쯤에 우리는 마을에 도착했다. 은동마을은 시골 마을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동네였다. 여기저기 관광상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눈에 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 건너편에는 빽빽이 펜션들이 들어와 있다.

 

 “나쁘지 않죠?”

 

 확실히 내 예상보다 시골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선수 시절 자주 놀러가던 가평의 느낌이 났다. 이정도면 그의 말대로 나쁘지 않다. 아버지는 이런 곳에서 살고 계셨던 건가.

 

 “네, 생각보다 굉장히 좋군요.”

 

 내 말에 박성배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여깁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보금자리는 꽤 아담했다. 전원주택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모던함이 돋보이는 형태의 2층 건물이었다. 아버지도 참, 만년에 과부라도 불러들일 생각이었나. 펜션이라 해도 먹혀들어갈 정도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년회장님.”

 “그냥 박 형이라고 편하게 부르세요. 아! 현관에 이번 주에 딴 복숭아 몇 알 가져다 놨으니 드셔 보세요.”

 “아 네! 신세만 지고…. 정말 죄송하네요.”

 “괜찮아요. 하하하. 마을에 사람이 늘어나는 것만 봐도 청년회장으로써 마음 든든한걸요. 그럼 전 갑니다. 필요한 게 있음 연락하세요.”

 

 시골엔 정이 있다. 요즘은 다 메말랐다고들 하지만 아직 이 마을엔 있는 것 같다. 나는 아버지의 집에 들어가기 전 정원에 설치된 테이블에 앉아 청년회장이 가져다 놓은 복숭아를 먹었다. 달다. 달콤하고 풍요로운 맛이 났다. 이 곳은 지친 서울 생활과 부서져 버린 내 꿈을 치유하기에 충분한 마을인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어느덧 5년이 흘렀는데도, 집 안에는 아버지의 정취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생전에 쓰시던 모습 그대로 누구도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마지막을 온전히 남기고 싶었고, 변호사는 그 요청을 그대로 지켜주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함께 해드리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지막을 그대로 내 눈으로 보고 있다.

 

 거실 한 쪽의 벽면에 걸린 사진 몇 장이 나를 울컥하게 만든다. 살아계실 적의 어머니가 있는 가족 사진, 그리고 아버지와 사이가 좋았던 시절의 내가 함께 있는 사진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내 옹졸했던 마음의 벽을 허물고 차오른다. 눈물이 회한이 되어 5년 간 먼지만 쌓여왔던 거실 바닥을 적셨다. 나는 지금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있다. 이제서야.

 

 

 기쁨이나 슬픔같이 격렬한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특히 나는 그런 경향이 강했다. 떠나간 이는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겨진 이는 남겨진 생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떠난 이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인 것이다.

 

 나는 이제 아버지를 그리면서 이곳에서 살아갈 것이다. 아버지처럼 농사를 지으며, 자연에 만족하며, 책 읽고, 밥 짓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류시아 17-08-19 09:54
 
영화를 보는 것 같아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시하 17-08-19 11:0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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