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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라무스 칼라무스(RAMVS CALAMVS)
작가 : 아랭가랭
작품등록일 : 2016.8.25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그 말을 듣고 자란 화전민 소년 무스

세상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 최대, 최악, 최흉의 미궁, 콘그라스에 도전한다.

 
라무스(RAMVS)
작성일 : 16-08-25 21:54     조회 : 312     추천 : 0     분량 : 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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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목을 담그는 초록빛 풀들이 그 색을 자랑하며 무성하게 우거진 곳에 큰 바위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소년은 그 바위 위에 엉덩이만 걸치고 앉아 발을 까닥대며 이름도 없는 마을의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소년이 사는 마을은 이름이 없다.

  그들끼리 통하는 ‘테네’라는 이름이 있지만 아무도 그 이름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세상에서는 이런 마을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니 이름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마을을 구성하는 이들은 모두 영주의 악랄함을 피해 도망쳤거나 그들에게서 태어난 자들이다. 지금은 1세대 정착민들이 거의 죽고 없는, 역사가 오래된 폐쇄적인 마을에 오랜만에 사람들의 두런대는 말소리로 북적하다.

 

  오늘은 일 년에 몇 번 없는 상인들이 찾아오는 날이기에 사람들은 뭐 살 것이 있나 두리번거리며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묻곤 한다.

 

  ‘상인들? 흠? 상인들?’

 

  소년은 상인들이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지금 저기서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물건들을 교환하는 자들을 상인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은 모두 이 마을을 탈출한 자들이다.

 

  1세대 정착민들과는 달리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있던 2세대 마을 주민들은 하나 둘 세상에 내려가고는 했는데, 결국에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마을로 다시 기어 올라오거나 아니면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저렇게 물건을 파는 것이다.

 

  세상은 지금 대호황이라는데, 그렇지 않으면 누가 이런 산골 마을에 찾아올까? 길을 잃은 나그네나 이 마을의 존재를 알아차린 영주의 군대나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지배자들의 배를 불릴 곡식들은 풍작을 이루고, 군대를 모을만한 전쟁도 없으니 영주의 배가 부른 한 이 마을은 그들의 군대에서 안전할 것이다.

  또한, 이 마을은 산세의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에 어떤 의도적인 목적을 갖지 않는 한 마을은 지금까지 쭉 그래왔던 것처럼 그 비밀을 고이 간직할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언제까지 이 마을이 이렇게 유지될 수 있을까?

  아가들이 태어나며 인구는 늘어나고 경작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이 평화가 언제까지 유지될까? 지난 수십 년간 마을이 평화로웠다고 해서 내일도 평화로울까?’

 

  18살 먹은 그는 불안했다.

  마을의 무지렁이들을 상대로 몇 배의 이윤을 남기려하는 저 상인들에 의해 마을이 발각되지는 않을지.

  그게 아니더라도 점차 늘어나는 인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이 마을에서 그 만이 홀로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아니면 모두 또 새로운 도피처를 생각할지도……’

 

  한번 세상을 버렸던 자들이 두 번 버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 마을에 위기가 닥치면 또 그렇게 버려질 것이고 그들은 살기위해 길을 떠날 것이다.

 

  이름, 이름이 필요했다.

 

  세상에 당당히 설 수 있는 그런 이름이 필요했다.

  ‘테네’라는 마을이 세상에 인정받는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약간의 세금을 내야하겠지만 호황인 지금은 그 정도 세금은 충분히 납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그 길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도망자를 용서하지 않기에.

 

  소년은 생각으로 열이 오른 이마를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았다.

  그는 이 깊은 산세에서 걸맞지 않게 유순하게 불어오는 이 살랑거리는 바람을 좋아했다.

  이 바람을 계속 즐기기 위해서라도 이름이 필요했다.

  당당한 이름. 세상에 증명할 수 있는 그 이름이 필요했다.

 

  소년은 눈을 감은 채로 생각을 이어갔다.

  옛날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아버지를 따라 농사일을 거들던 일, 형을 따라 조그만 개구리를 잡으러 다녔던 일 그리고 무시무시했던 호랑이 사냥이 떠올랐다.

 

  사람은 풀만 먹고 살수는 없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냥을 다니곤 했는데 아버지의 차례가 되자 조르고 졸라서 따라갔던 기억이 있다.

  형은 그 당시 태어나지 않은 동생을 가진 어머니를 지키느라 그와 그의 아버지만 마을 청년들과 함께 사냥을 갔다.

 

  어찌된 일인지, 걸어서 1시간이면 도착하는 공터에 자주 보이던 사슴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자, 그날은 조금 깊숙이 들어갔다.

  한 시간, 두 시간, 그날은 참으로 이상한 날이었다.

  소년은 그만 돌아가자고 아버지를 졸랐고 아버지는 연신 마을사람들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해댔다.

 

  그러다 듣고 말았다.

  어흥! 하는 큰 짐승의 소리를.

  마을 사람들은 준비해온 활을 꺼냈고, 소년은 뒤로 숨었다.

  긴장된 순간이었다.

 

  나무에 가려 태양을 받지 못해 검은 빛을 띤 수풀이 들썩들썩 거리더니 곧 한 마리의 큰 호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리 뒷걸음질 치며 나무 뒤로, 나무 위로 숨었던 마을 사람들은 그런 호랑이를 향해 화살을 소낙비처럼 날려댔다.

 

  푹푹푹.

 

  호랑이는 몹시도 약했다.

  푹푹 꽂히는 화살에 저항한 번 못해보고 그냥 쓰러져 버렸다.

  죽음을 기다리던 다 늙어빠진 호랑이였다.

  가죽은 이미 탄력을 잃어 몸과 따로 놀 지경이었고 이빨과 발톱은 깨지고 빠져 추레한 그 모습은 당시 소년을 웃게 했다.

 

  아버지는 소년의 히히 대는 웃음소리를 듣고는 그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이처럼 볼품없는 호랑이라도 그 가죽은 요긴하게 쓰인다고 말이다.

 

  그 말은 소년의 가슴에 깊이 박혀들었다.

 

  ‘이제 내 이름을 찾을 때가 되었어.’

 

  “무스! 무스!”

 

  어머니가 소년을 부르는 소리다.

  그의 이름은 라무스다. 먹물깨나 먹었다고 자부해대는 이빨이 성성한 촌장이 고대어로 나무라는 뜻으로 지어주셨다.

 

  그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촌장을 찾아가 연신 고맙다며 곡식과 열매, 그리고 사냥으로 잡은 것들을 한 움큼씩 줬다고 했다.

  마을에서 자신의 이름만큼 고명한 이름은 없으니 항상 그 이름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항상 그들이 불러주는 이름은 무스다.

 

  소년은 그 이름이 싫었다.

  그도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항상 그리 불려왔으니 뭐가 대수랴.

  라무스나 무스나 한 글자를 붙였다 뗀 것에 지나지 않으니 그는 이래 부르나 저래 부르나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마을 아이들이 ‘무스’라는 존재를 알고부터는 달라졌다.

 

  무스는 서쪽에 위치한 웨스펜이라는 나라에만 사는 소의 품종이라고 한다.

  그 놈은 뱅글뱅글 나선형을 그리며 하늘을 찌를 듯한 두 개의 뿔을 가지고 있는데 험악한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그 눈만 동그란 것이 참으로 순박하게 보인다고 한다.

 

  그놈의 눈이 문제였다.

  웨스펜 출신의 한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무스를 바라보며 “그놈 참 이름도 잘 지었구나. 클클클. 무스랑 눈매가 똑같아.”라고 말했다.

  이 말은 순식간에 조그마한 마을 전체를 휩 쓸었고 철부지 어린애들은 그 이름을 가지고 소년을 놀려댔다.

 

  ‘흥, 그러나 저러나 라무스도 무스도 모두 가짜인걸.’

 

  소년은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

  세상에 소개할 수 있는 그런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물으면 당당히 신분증을 꺼내 나는 이런 사람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이름 없는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이름이 없다.

  마을 사람들만이 불러줄 이름만 존재할 뿐, 세상이 알아줄 그런 이름은 없다.

 

  무스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해가 일찍 떨어지는 산의 특성상 빨리 잠자리에 든 부모님들을 생각하며 눈을 떴다.

 

  이제 갈 때가 되었다.

  몇 번이고 내려갔다가 다시 아무도 모르게 올라오곤 했지만 오늘은 정말 떠날 것이다.

 

  그는 창문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달빛을 받으며 옷을 챙겨 입고는 고이 잠든 여동생을 바라봤다.

  무스가 이름이 없듯이 그의 동생도 이름이 없다.

  하지만 이제 생길 것이다.

  내가 이 동생에게 이름을 줄 것이다.

  어머니에게, 아버지에게, 형에게 그리고 이 마을에 이름을 줄 것이다.

 

  그는 방문을 살짝 열어 어머니와 아버지가 주무시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는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 깊은 어둠으로 출렁이는 아공간을 열었다.

 

  이 능력이 그의 이름을 찾게 도와줄 것이다.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이 능력이 그의 길에 빛을 인도할 것이다.

 

  주먹하나 들어갈 만한 자그마한 아공간에 감자를 하나 넣고는 다시 아공간을 닫았다.

 

  그는 조용히 문을 닫고는 하늘을 올려 달을 바라봤다.

  형을 못보고 가는 게 아쉬웠다.

  얼마 전 결혼해 옆집에 나무로 집을 지어 살고 있지만, 그의 방문을 열어젖힌다면 잠귀가 밝은 그에게 붙들리고 말 것이다.

 

  무스는 걸었다.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 했던 그 가파른 길을 천천히 걸었다.

 

  ‘다시 이곳을 찾을 때는 이름을 찾은 뒤다.’

 

  무스는 속으로 굳게 다짐하며 한 발작씩 발을 떼며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가족들의 생계수단 중 하나인 활을 챙기지는 못해 몸은 단출했지만 마음은 무겁다.

  지금이라도 다시 올라가고 싶다.

  그는 언제나 그랬다.

  하지만 흙이 깊게 패일정도로 크게 꾹꾹 밟아대며 길을 걸었다.

 

  ‘안녕. 엄마, 아빠, 형, 동생아, 마을아 모두 안녕.’

 

  그는 몇 시간을 어두운 산길을 나무를 짚어가며 내려와서는 멀리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바라봤다.

 

  해가 지고서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내려온 것 같은데 벌써 멀리 해가 붉은 해가 떠오른다.

 

  무스는 뒤를 쳐다봤다.

  아직 산은 컴컴하다.

  사시사철 푸르름을 간직한 울창한 나뭇잎사귀들에 둘러싸인 마을은 아직도 어둠일 것이다.

 

  남들보다 늦게 해를 맞이하고 남들보다 일찍 해를 작별하는 그 마을을 등진 그는 힘차게 달렸다.

 

  상인이라고 자부하던 그 때를 묻혀 귀환한 자들에게 듣던 유일한 낙원, 저주받은 도시, 극악한 범죄자라도 새로운 신분을 얻을 수 있는 곳, 들어갈 때는 자유지만 나올 때는 그렇지 못한 그곳!

 

  세계 제일의 미궁이 위치한 콘그라스로 무스는 달렸다.

 

  “간다! 이 라무스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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