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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호박 속 미녀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4.6
호박 속 미녀 더보기

에브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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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병에서 악마를 꺼내 준 답례로 모든 것을 금으로 만드는 손수건을 얻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로맨스(?)입니다.

 
호박 속 미녀 20.
작성일 : 16-05-12 21:46     조회 : 534     추천 : 0     분량 : 4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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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날.

 “날 꺼내주면 네가 원하는 모든 걸 가능하게 해 줄게.”

  나는 그녀가 깨어나 호박 앞으로 걸어오자마자 아주 유혹적인 말투로 그녀에게 제안했다.

 “꺼내주라고? 널? 내가 어떻게 널 꺼내 줄 수 있단 말이야?”

 그녀가 눈물을 흘리다 말고 내게 물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난 어쩐지 그녀가 나이답지 않게 몹시 귀엽다고 느끼면서도 짐짓 근엄한 목소릴 흉내 내며 대답했다.

 “물론!”

 “정말 내가 널 꺼내줄 수 있다고?”

 “너 말곤 아무도 날 꺼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정답이지.”

 “……못 믿겠어.”

 “속고만 살았어도 이번엔 좀 믿어봐라!”

 그녀의 거부반응에 난 한 번 더 강하게 진심 어린 말투로 대답했다. 그제야 조금씩 믿어지는 듯, 그녀는 자신의 볼을 세게 꼬집으며 호들갑스럽게 중얼거렸다.

 “아야, 더럽게 아프네. 하긴. 환상이 못 하는 게 뭐겠어?”

 “환상 아니라니……ㄲ 아, 아니다. 환상 맞아. 환상. 아하하……하.”

 그러나 믿는 듯 보이던 그녀는 꽤 오랜 시간동안 갈등하기 시작했다.

 1시간 후.

 그녀가 내게 물었다.

 “널 꺼내주면? 넌 날 해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잖아?”

 “환상이라며! 그런데도 겁이 나나?”

 “환상이라도 호박 안에 갇혔을 때나 안전한 환상이지. 네가 밖에 나와서 악몽이 될지 뭐가 될지는 모르는 거잖아?”

 그녀의 말에 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사실 앞일을 모른다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생각이었고, 나 역시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거라고 완벽하게 확신 할 순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단지 노력 한다는 그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확실해 지는 것일까?

 하지만 난 그런 마음에도 불구하고 확신에 차 있는 말투로 그녀를 달랬다.

 “당신에게 날 꺼내는 것이 가능하듯이 날 이곳에 가두는 일도 가능해. 그런데 뭐가 그렇게 겁이 나?”

 “내가?”

 “그래. 당신이 그걸 할 수 있다고.”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감돈다.

 “정말?”

 “정말. 내가 당신을……. 그럴 리는 없을 테지만, 만에 하나 해치려고 든다면 말이지. 당신은 지체 말고 호박 안으로 날 단숨에 밀어버리면 되는 거야. 그러면 난 여기서 영영 빠져 나오지 못할 테니까.”

 “진짜지?”

 “그럼!”

 그녀가 그제야 안심한 듯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럼…….넌 여길 나온 후에 무슨 일을 할 건데?”

 “나?”

 “응!”

 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

 ‘그러게. 나가면 뭘 하지?’

 생각 해 놓은 건 없었지만 어쩐지 걱정은 되지 않았다.

 “뭐든 하겠지.”

 결국 난 태평하게 말해버렸고…….

 “뭐든 한다고?”

 “응.”

 “계획도 안 세웠어?”

 “응. 왜?”

 그녀는 당연한 듯 어이없어하며 탄식을 쏟아냈다.

 “지금 그게 말이야, 사향 고양이 똥 채로 끓여 먹는 소리야!”“……그건 무슨 말이지?”

 “뭐긴. 완성도 안 시키고 바로 똥부터 싸 내리고 먹는다는 소리지.”

 “그……. 더럽게 똥 얘긴 하지 말지?”

 “똥 같은 소리부터 안 하고 말하는 게 순서 아닌가?”

 그녀가 콧방귀를 뀐다. 도대체 콧방귀를 몇 번이나 뀌는지. 세상에 내가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콧방귀를 자주, 많이 뀌는 여잔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녀의 말에 발끈한 나는 비아냥거리듯 대답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뭘 해서든 돈을 벌어서 당신 걷어 먹이는 일부터 할 거야.”

 “뭐로든 돈 벌어서? 그러니까. 뭘!”

 ‘저거 습관인가? 콧방귀를 아주 상습적으로 내뱉는데?’

 “여기서 어떻게 살아나갈지 방법도 모르면서 어떻게?”

 그녀가 또 콧방귀를 뀐다. 그리고 시니컬하게 물었다.

 “마술이라도 부릴 건가?”

 나는 그녀와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지자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에게 터지려는 울화를 꾹 눌러 참으며 짐짓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지는…….내가 고민 해! 고난을 겪더라도 당신에게 피해가 갈 일은 만들지 않겠다는 소리야. 알아듣겠어?”

 “누굴 바보 천치로 아나.”

 그녀가 구시렁거린다.

 “바보 천치로 아는 게 아니라, 날 얕보지 말라는 말이야. 당신 전 애인처럼 기생하는 짓을 하진 않을 테니까.”

 “믿어도 돼?”

 “응. 믿어.”

 내 말에 안심한 듯 보이던 그녀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난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 내가 밖에 나가지 않도록 해 줄 거야?”

 “응.”

 “완전히 가두는 거야?”

 “그건 아냐. 당신이 스스로 나오고 싶을 때면 자유롭게 돌아다녀. 스스로를 격리 하고 싶다면 당신의 의지로 격리하면 되는 거야. 답답하다면 어디든 훌훌 털고 여행을 갈 수도 있을 테지. 하지만 약속 해. 위험한 곳은 가지 않겠다고. 항상 주의 하겠다고.”

 “경호원이라도 둘까?”

 ‘경호원이 뭐지?’

 “그게 뭐……ㅈ?”

 그녀가 실소를 내뱉는다.

 ‘내 말이 그렇게 어이없었나?’

 “이거 봐. 모르는 거. 경호원은 날 지켜 줄 사람을 말하는 거야. 지금 이 세상에선 위험을 막기 위해 경호원이란 사람들을 고용하거든.”

 “아……. 좋아. 그럼 그 경호원을 고용하도록 하지.”

 그러자 그녀는 내 말에 장난스럽게 대답 했다.

 “돈은 당신이 지불 해. 고용은 내가 할게.”

 “뭐…….그러시던가.”

 “나가고 싶어지면 네게 말할게. 내겐 돈만 마련 해 주면 된다 이거지. 아주 펑펑 쓸 테니까. 정말 열심히 바짝 벌라고!”

 “그래? 기대 하지.”

 “경호원은 여자로 쓸 거야. 남자는 믿을 수가 없어.”

 “응. 그거 좋겠군.”

 그녀의 장난스러운 미소에 난 유쾌하게 마주 웃었다.

  나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천천히 호박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의 눈이 평소보다 두 배는 커다란 크기로 변했다.

 그녀가 놀라워하며 소리쳤다.

 “나왔다!”

 “그러네. 정말 나왔네.”

  그렇게 몸 전체를 호박에서 분리하고 난 뒤에 난 불현듯 호박의 상태가 궁금해졌다.

 “잠깐만.”

 호박은 놀랍게도 평소의 모습과 다름없었다. 일그러지지도 않았고, 녹거나 달걀 껍데기처럼 부서지지도 않은 채 그대로였던 것이다.

 ‘아니, 크기는 좀 더 커진 것 같기도 한데?’

 그녀도 그 사실을 눈치 챈 듯이 점차 작아지던 눈이 다시금 커다랗게 뜨여졌다.

 “커졌는데?”

 “알아.”

 “와~ 너 나오니까. 저거 커지는 것 봐! 진작 널 꺼내 놓을걸!”

 “팔아 치울 호박이 커져서 좋아?”

 나는 신이 나서 방방 뛰는 그녀 곁에서 조용히 느물거렸고 그녀는 굳이 부정하려 들지 않았다.

 “너……할 줄 아는 것 있어? 자격증 같은 건……. 없을 것 같은데.”

 그녀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지금은 자격증이란 게 필수인 세상인건가?’

 그녀의 근심스러운 얼굴에 괜히 마음이 심란해진다.

 “자격증이란 게…….그렇게 중요해?”

 “당연하지!”

 그녀가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어깨를 치며 말한다. 그런데…….이 여자. 생각보다 손이 맵다. 아니, 무진장 맵다.

 “무슨 여자 손이…….”

 “왜? 아프냐?”

 “응!”

 “나 원래 그러니까. 그냥 익숙해져라.”

 이 여자. 조금 건달 같다. 이런 여잔데 대체 그 남자에겐 왜 그렇게 바보같이 당했던 건지 의아해질 만큼. 아주 제대로 건달 같다.

 불안해하는 그녀의 기분을 잠재우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나열해 나갔다.

 “일단 음식은 어느 정도 할 줄 알고…….”

 “음식 팔려고?”

 “음…….그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서…….”

 “싫구나? 그건.”

 “당연하지. 남자가 어떻게 요리를 팔…….”

 “고추 떨어질까 봐?”

 “어허!”

 “싫어하기는. 이런 걸 보면 환상이라도 옛날 남자라니까.”

 “…….”

 “고지식해.”

 “아무튼!”

 나는 다시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일단 돈이 될 만한 일은 다 할 수 있어. 내가 지금 세상 돌아가는 판도는 잘 모르지만, 하나는 아주 잘 이해하고 있거든?”

 그녀가 물었다.

 “뭔데?”

 “어느 시대든 돈과 보석은 아주 크게 가치 있는 산물이라는 거지.”

 그러나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선 자격증이 없으면 아무도 널 쓰려고 들지 않을 거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아무리 장사를 하려고 해도 검증 되지 않은 사람이니 인기가 없을 거라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고…….

 운 좋게 입소문이 나기 전까지 너는!”

 “나는?”

 “그저 놈팡이일 뿐이란 거지.”

 “놈……!”

 “놈팡이.”

 “그래도 보석 세공은…….”

 나는 강하게 반박 했다. 그러나

 “보석 세공 할 줄 알아? 그럼 더 곤란하겠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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