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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암살자의 정석
작가 : 경월
작품등록일 : 2017.7.31

 
24화 마검 라온(2)
작성일 : 17-08-15 22:45     조회 : 328     추천 : 0     분량 : 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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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패 들어!!”

 

  수십 개의 방패들이 라온을 압박했고.

 

  “창 들어!!”

 

  수십 개의 창들이 라온을 공격했다.

 

 [지금 뭐하는 거죠?]

 

  하지만 그 일사불란한 공격들은 닿지 않았고, 진형은 휘청거리기 바빴다.

 

  그것을 본 나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지휘를 내리고 있던 알폰소에게 다가갔다.

 

 “알폰소.”

 

  알폰소는 굳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고, 내 말을 이었다.

 

 “너는 왜 반말이냐?”

 

 “ㆍㆍㆍㆍㆍㆍ.”

 

  당황한 나는 잠시 말을 멈췄고, 알폰소의 반응을 들은 데릭은 “저거저거 또 시작이네.”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런 장난기 넘치는 말을 한 데릭은 일반 병사들에게로 향하는 라온의 공격을 막느라 꽤나 버거워 보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알폰소는 나에게 다시 한 번 시선을 돌렸고, “무슨 일인데.”라는 방응과 함께 내 의견을 물었다.

 

 “너는 데릭과 함께 영주의 공격을 막아라.”

 

 “뭐?”

 

 “병사들은 어떻게든 해볼 태니 너는 데릭을 도와라.”

 

 “아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ㆍㆍㆍㆍㆍㆍ.”

 

  쾅!!

 

  내 말에 화를 내려던 알폰소는 라온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벽에 크게 부딪친 데릭을 보고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당장.”

 

  “ㆍㆍㆍㆍㆍㆍ그럼 너는 이 녀석들을 지휘할 수 있겠냐.”

 

 “그건 저기 있는 놈들한테 맞기고.”

 

  나는 전장에 익숙해 보이는 자들을 손으로 가리킨 채 말했다.

 

 “뭐어?!”

 

  그 말을 들은 알폰소는 당장에라도 나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나는 작게 웃으면서 알폰소에게 말했다.

 

 “난 저 검에 볼일이 있어가지고.”

 

  그 말과 함께 나는 꼬맹이를 데리고는 라온에게 달려갔고. 뒤에서 “미친놈.”이라고 소리치며 알폰소가 내 뒤를 쫒아왔다.

 

 

 

 

  *****

 

 

 

 

  처음 눈을 떴을 때, 나의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 말고는 없었다.

 

 [예쁘다.]

 

  그래서 인지 나는 나를 감싸고 있는 것들에 깊은 애착을 느꼈고 또한 그것들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내 머리 위에 펼쳐진 짙은 붉은색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내 몸에 흐르는 검붉은 것도 좋았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이 ‘좋았다.’

 

  나는 내 주위를 감싸던 모든 것을 좋아했고, 그렇기에 나는 항상 불안함에 떨었어야 했다.

 

 [왜 아무도 없는 거야?]

 

  하지만 더 이상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항상 내 주위에 넘쳐나던 것들은 단 한순간에 사라져버렸고, 이젠 정말 아무런 것도 남지 않았다.

 

 [없ㆍㆍㆍ어?]

 

  내가 원한 것은 그렇게 큰 것이 아니다.

 

  다른 곳에 가고 싶은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갖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알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아닌 누군가와 단 한번이라도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눈을 뜬 곳은 별로 아름답지 못한 방이었다.

 

 “어? 되게 예쁘다!!”

 

  그때 누군가가 나를 “예쁘다~”며 쓰다듬었다, 그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고, 무의식 적으로 나를 만지고 있는 자를 올려다 볼 수밖에 없었다.

 

 [누구지.]

 

  나를 만지고 있는 자는 그 어떠한 것에도 물들지 않았었다.

 

  그 순간 나에게 있어서 다른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잠에서 깨운 자에 대한 생각만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때 나에게 “예쁘다”다 라고 말한 이가 아닌 다른 이가 말했다.

 

 “오! 이건 꽤나 좋은 검이군요. 이런 물건이 이런 곳에 처박혀 있다니. 지금이라도 이렇게 발견해서 다행이네요. 아가씨.”

 

 “경도 그렇게 생각 하는 군요!”

 

 “당연합니다.”

 

  그들은 나조차도 짐작하지 못하던 ‘나’에 대한 것을 말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것에 집중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검?]

 

  나는 그대로 얇고, 여린 손을 가진 자에게 안겨 옮겨졌다.

 

 “이건 무엇이더냐? 카론?”

 

  나를 안아준 이는 카론이라고 하는 것 같다.

 

 “오늘 라이너스 경과 함께 창고에서 찾은 검이에요! 후후, 이건 설령 아버님이라 할지라도 안 줄 거예요!!”

 

 “아, 알았다.”

 

  그자는 내가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를 안고 있었던 ‘카론’이라는 자는 분명히 기뻐보였다.

 

  이번에 그녀가 간 곳은 그녀와는 상당히 다르게 생긴 자들이 있는 곳이었다.

 

 “검 들어!!”

 

  하!!

 

 “창 들어!!”

 

  하!!

 

  그들 중 몇몇은 나와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알폰소 경!!”

 

  아무래도 그녀가 찾아온 이는 알폰소라는 자인 것 같다.

 

 “방패 들ㆍㆍㆍㆍㆍㆍ? 카론 아가씨께서 이곳에는 무슨 일로?”

 

 “제가 이번에 이런 검을 찾았어요!”

 

 “검ㆍㆍㆍ? 오! 상당히 좋은 검이군요. 하하! 아가씨 덕분에 좋은 걸 봤으니 저도 꽤나 좋은 것을 보여드리죠.”

 

  그들은 한참동안이나 나를 소재로 떠들어 댔지만, 나는 그런 것에는 더는 관심이 없었다.

 

 [어?!]

 

  나는 예전처럼 무심코 위를 올려다봤고, 그곳에는 내가 처음 보는 것들이 있었다.

 

 [저건 뭐지?]

 

  그때였다.

 

 “저, 아가씨? 이제 슬슬 들어가 보지 않으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그ㆍㆍㆍ 아까부터 로라가 계속 이쪽을 보고 있는데요?”

 

 “ㆍㆍㆍ진짜?”

 

 “예, 지금도 이곳을 보고 있습니다만.”

 

 “그, 그래?”

 

  그녀는 잔뜩 당황한 채 어딘가로 달려갔고, 넓은 방에 적당히 나를 던져둔 채 “아아아아. 큰일났다!!”라며 소리치면서 어딘가로 달려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한 채 그저 내가 있는 방을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커 보이는 것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그것들을 본 나는 살짝 당황했고 딱히 할 일이 없는 나는 다시 한 번 잠을 청했다.

 

  뚝 뚝

 

 “어찌ㆍㆍㆍ 이런 일이.”

 

 [뭐지?]

 

  갑자기 내 몸에 무언가가 떨어지자 나는 잠에서 깼고, 그러자 내 눈에 보인 것은 누군가가 나를 잡고 울고 있는 모습이었다.

 

 “카론 미안하구나. 정말ㆍㆍㆍ 미안하구나.”

 

 [왜ㆍㆍㆍ 저 자는 울고 있는 거지?]

 

  나는 저 자가 어째서 울고 있는지 그리고 카론의 이름을 왜 언급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지금 저 자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때였다,

 

  쾅!

 

  갑자기 덩치가 매우 작고, 얼굴을 잔뜩 찡그린 자가 문을 강하게 밀어서 들어왔다. 벽에 부딪쳐 잔뜩 흔들린 문은 그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방에 들어온 그는 나를 보고서는 더욱 얼굴을 찡그렸고, 곧바로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은 채 말하기 시작했다.

 

 “영주님! 당장 그 검을 파괴하여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영주라는 자는 나를 내려놓고, 자신을 향해 소리친 자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칸. 네놈이 드디어 죽고 싶어진 것이냐!!?”

 

 “영주님!!”

 

  “닥쳐라!!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그런 망언을 내 뱉는 것이냐!? 내 너와의 옛 정을 생각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그러니 앞으로 3일 뒤 이곳을 떠나거라.”

 

  영주라는 자는 나를 잡고서는 천천히 들어올렸다.

 

 “만약 네가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면! 내 친히 너를 추방시켜주겠다.”

 

 “영주님ㆍㆍㆍㆍㆍㆍ!!”

 

 [ㆍㆍㆍㆍㆍㆍ지금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야.]

 

  나는 무의식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영주라는 자는 나에게 물들어져있다는 사실을. 또한 스스로 나에게 집어 삼켜지고 있다는 것을.

 

 “여, 영주님ㆍㆍㆍㆍㆍㆍ.”

 

  스스로 나에게 집어삼켜지고 있는 그는 카론과 함께 나를 깨운 라이너스라는 자를 죽였고, 나또한 그자에게 동화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악!!”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

 

  그가 계속해서 나에게 삼켜지려했고, 그러자 평생 느껴 본적 없는 감정들이 물밀 듯이 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즐거운 기억. 행복한 추억. 저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기쁨.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한 슬픔. 의욕을 잃게 만드는 절망. 참을 수 없는 분노.

  그리고 희망

 

  지금의 나로서는 현재 나에게 들어오는 것들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옳은 것인지는 판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이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것들을 밀쳐내기 위해 모든 힘을 다했지만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하하하하하하!!”

 

  하지만 그것 또한 더 이상은 무리다.

 

  그자는 계속하여 나를 이용해 자신의 힘을 키워나갔고, 점점 나에게 들어오는 것들 또한 커져만 갔다.

 

  그때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지금 영주를 공격한다.”

 

 “월!”

 

 “ㆍㆍㆍ그래.”

 

 [안 돼! 저리로 가버려!!]

 

  그들은 나에게 다가왔고, 그들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나를 잡고 있는 자의 힘은 더욱 강해져만 갔다, 급기야 나에게로 들어오는 커다란 흐름에 그만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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