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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신의 선물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9

주신이 가장 총애하는 막내 딸 일레인은 우연히 보게 된 인간 세상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인간 남자아이가 아픈 누이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습이 왠지 눈길이 갔다. 인간 세상을 꿈꾸던 일레인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성년식이 다가오는데...

 
22. 주드의 과거
작성일 : 17-08-13 21:58     조회 : 237     추천 : 1     분량 : 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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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서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던 둘은 멀리서 들려오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에 페니의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시선이 떨어졌다.

 

 페니는 자신이 넋을 놓고 바라보던 청년이 누구인지 모르지 않았다. 백작의 친구이자 기울대로 기울어 귀족이라 말하기에도 어려운 가문에 도움이 되고자 제 친구의 청을 받아들여 백작 성의 보좌관으로 취직한 그는 해박한 지식과 정보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능력으로 루카스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성에서 일하는 모두에게 친절하고 예의바른 그는 성에서 일하는 모든 하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자로 그녀가 주드와 오래도록 시선을 마주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페니를 질시의 대상으로 만들기 충분할 정도로 다수의 애정을 받고 있는 사내이기도 했다.

 

 얼마 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헬렌과 함께 살기위해 성으로 오게 된 페니는 성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페니는 하녀들이 왜 그렇게 그의 이야기에 열을 올렸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짙은 회색 눈동자는 구름이 잔뜩 낀 하늘처럼 오묘하고 신비한 기분을 불러 일으켰으며 잘 정돈된 하얀 피부와 붉은 입술은 조각같이 매끄럽고 부드러워 보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정신을 차린 페니가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죄......죄송합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것에 얼굴을 붉히며 재빠르게 몸을 돌려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을 향해 달아났다.

 

 “뭐지......”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귀여운 하녀가 얼굴을 붉히며 달아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드는 제 어이없는 실책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주드는 하인들을 희롱하고 그들과의 관계가 영원할 것처럼 굴며 사랑을 속삭이다가 속살을 훔치고는 버리는 귀족들의 행태를 혐오했다. 비록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 역시 루보 백작가의 서자였다. 그가 태어날 당시 셋째를 임신하고 있던 백작부인은 그가 태어나기 전 아이를 유산했고 그를 낳던 어미가 산욕열로 세상을 떠나자 그를 제 아이로 받아들였다. 백작과 백작부인은 가문의 위신을 생각해 이를 꼭꼭 숨겼고 그 역시 그가 성인이 되기 전 까지 백작부인이 친 어미인줄 알았다. 그를 낳는 과정에서 죽을 뻔했기에 그를 보면 그때의 고통이 떠올라 그를 피하는 것뿐이라던 유모의 말을 믿었다.

 금발에 녹색 눈동자인 백작부인을 닮은 형제들의 금발과 녹색 눈을 그의 붉은빛 도는 갈색머리와 회색눈동자를 비교하면서도 백작의 회색 눈을 물려받은 이는 그뿐이라는 사실에 혼자 뿌듯해하기도 했다. 그 사실이 백작부인의 심기를 건드리는지도 모르고.

 

 어린 시절 주드는 부모님께 칭찬 받기 위해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책을 끼고 살던 우수한 학생이었다. 셋째인 그가 가문을 물려받을 일은 없을 테니 성인이 되면 열심히 돈을 벌어 가문에 도움이 되고자 무역과 상재에 관한 책들을 섭렵했다. 하다못해 귀족이 아니더라도 부유한 상인 가문의 여식과 결혼할 각오도 다졌다. 그가 어머니라 부르던 여인에게서 친 어머니에 대한 사실을 듣기 전까진.

 

 어머니라 여겼던 사람이 어머니가 아니고 진짜 어머니가 그를 낳다 죽었다는 말과 그의 아비가 천한 하녀와 몸을 섞어 태어난 게 바로 너라며 손가락질하던 어머니 아니 백작 부인의 울분 섞인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18년 동안 관심과 애정을 그걸 했던 백작부인과 백작의 실체를 알게 된 그 날 새벽, 주드는 간단히 그의 물건을 챙겨 새벽이슬의 배웅을 맞으며 백작 성을 떠났다.

 

 그렇게 마을을 돌아다니며 상인들을 따라다니며 잔심부름을 하며 일을 배우던 그는 산속에서 만난 몬스터 일행에게 쫓기다 때마침 몬스터 토벌을 나섰던 루카스와 그의 기사단을 만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전투 후 그의 상처를 치료해주던 기사 복의 루카스를 일반 기사로 생각한 주드는 은혜도 모르는 상인들이 몬스터 시체 거래문제로 기사단을 속이려는 계획을 알려주었고, 루카스는 돈이 되는 몬스터들 시체의 소유권을 넘겨주고 그들과 노예 계약으로 묶이다시피 한 주드의 계약서를 넘겨받았다.

 쫓겨나다시피 성을 빠져나왔던 주드는 가진 재산이 없어 급하게 구했던 일자리에서 상인들에게 사기 계약을 당했던 주드는 성으로 끌려와 그를 위해 일하기 위한 조건이라며 그에게 백작의 스승이었던 학자들을 붙여 주었다.

 루카스 덕분에 학문에 대한 설움도 풀고 일자리도 얻은 주드는 매번 그에게 일을 시키는 루카스에게 이건 불법 노동계약이라며 툴툴거렸지만 한 번도 그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를 세상에 태어나게 했으면 서도 단 한 번도 따스하게 품어준 적 없었던 아버지, 그의 존재를 곁에 두고 옆에서 구박하고 미워했던 길러준 어머니, 세상에 태어나게 해 놓고 곁에 있어 주지 못했던 어머니, 반쪽짜리 형제였지만 한 아버지를 두고 태어났으면서도 서로를 깎아내리기에 정신없던 두 형. 가족이라던 울타리에서조차 외로움에 몸부림쳤던 주드는 고향의 반대편인 글링턴 백작 성에 와서야 제 존재의 의미를 찾아냈다.

 

 주드는 상념에서 깨어나 조금 전 루카스가 내팽개친 서류들을 정리해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일 황자가 어떤 방법으로 이블린을 건드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진행 방향을 결정해야 했기에 주드는 루카스가 달려나간 장소로 짐작되는 진주 방으로 가기 위해 집무실을 나섰다. 집무실을 나서기 전 잠시 걸음을 멈춰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면서 조금 전 얼굴을 붉히던 하녀의 얼굴이 떠올랐으나 이내 고개를 저어 털어냈다.

 

 

 루카스는 오러를 이용해 눈 깜짝할 사이에 2층에서 5층 안쪽에 위치한 하얀색 방문 앞에 도착했다.

 

 “일레인?”

 

 방문이 열려 있었기에 노크 없이 방문으로 들어서자 테이블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입을 벌린 채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일레인을 발견했다. 발그레한 홍기가 도는 하얀 피부에 특이한 물빛 눈동자가 반짝이는 모습으로 보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핏기없이 쓰러졌던 이틀 전과 비교해서 확실히 좋아 보였다.

 

 “루카스 님?”

 “몸은 괜찮은 것이냐?”

 

 마틴이 여기서 뭐 하시는 거냐는 의미로 눈꼬리를 꿈틀거리며 루카스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마틴의 따가운 시선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네, 괜찮습니다.”

 “다행이구나. 지난번에는 갑자기 쓰려져서 많이 걱정했었다.”

 “죄송해요. 기력이 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괜찮아졌다니 됐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너무 무리하지 마라.”

 “네.”

 “식사 중인 것 같은데 얼른 먹어라. 먹어야 기운을 차리지.”

 

 루카스의 말에 일레인은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루카스가 그녀를 빤히 보고 있는 상태에서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리가 만무했다.

 

 “루카스님, 식사 중인 레이디를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것은 예법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만.”

 “알았다.”

 

 하지만 루카스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일레인을 응시했고 그 시선 속에 압박감을 느낀 일 레인은 수프를 입안으로 넣음과 동시에 호흡이 엉켰다.

 

 “콜록, 콜록.”

 “이런. 조심하지 않고.”

 

 다정한 손길로 물을 건네는 루카스의 손에서 컵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이 쟁반을 물렸다.

 

 “다 먹었습니다.”

 “혹여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신 겁니까? 다른 음식을 준비할까요?”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라……. 다시 자려고요. 기력이 떨어졌을 때는 잠이 보약이거든요. 루카스 님을 치료 했을 때도 삼일 동안이나 의식을 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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