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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밤의 검. 01
작성일 : 17-08-07 01:27     조회 : 502     추천 : 1     분량 : 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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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개 의원은 커녕 장원의 주인조차 모르는 비밀스러운 지하 공간.

 부엌 옆 식량 저장고 옆에는 소군주가 열쇠를 갖고 있지 않은 문이 있다.

 그 문 아래 계단은 한여름에도 서늘한 지하 동굴과 연결되어 있다. 시체가 하루 동안 썩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곳.

 

 그곳에 지금 흑호대의 대장인 흑노와 부장인 신우가 나란히 서 있었다.

 흑노는 말없이 신우를 응시했다.

 

 신우가 가장 왼쪽에 있는 시체를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전 시내로 들어온 뜨내기로 마지막에는 장현루에서 묵었다고 합니다.”

 

 사체 네 구는 모두 벌거벗겨져 있었다. 호패도 없이 그저 검 한 자루씩 들고 왔다. 어떤 야장이 했는지 추적할 수 없는 평범한 검이다.

 

 신우가 그 옆에 있는 시체를 가리켰다.

 

 “하루 전 장원에 마굿간 청소부로 들어온 녀석입니다. 항주 출신으로 아냇감을 찾아 이쪽까지 왔다고 했다는군요.”

 

 두 시체 모두 발가락과 손가락 모두가 잘려나가고 없었다.

 

 신우는 그 곁의 두 명을 가리켰다.

 

 “이들은 아무도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검푸른 얼굴, 등과 엉덩이에 떠오른 시반을 보면 죽은지 반나절이 지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시기를 추리할 필요는 없다. 둘 모두 흑노가 직접 죽인 자들이었다. 열쇠가 없으면 들어올 수 없는 창궁원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들.

 

 죽은 시체의 우측 어깨에는 연근 모양의 푸른 문신이 있었다. 흑노가 칼끝으로 문신을 툭툭 건드렸다.

 

 “혜문은?”

 “원내의 모든 시비와 하인의 어깨를 검사하고 있습니다.”

 

 흑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살아 있을 때에는 없었다.”

 “죽어야 나타나는 문신입니까?”

 

 흑노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신우가 입을 벌렸다.

 

 “하인을 다 죽여버릴수도 없고. 거참 몹쓸 노릇이군요.”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흑노가 고개를 들었다. 부장 혜문이 포권하였다.

 

 “어깨에 푸른 연근 문신이 있는 자는 없었습니다.”

 “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의원은?”

 “주방 하인 이속에게 옥병을 전달하였습니다. 내용물은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그것은 아마 간장 병일 것이다. 흑노가 피식 웃었다.

 

 “대장?”

 

 흑노가 웃는 것을 처음 본 부하들이 흠칫 놀랐다.

 

 “아무것도 아니다. 두 시진 후에 후문에 말 두 마리를 준비해라.”

 “대장, 저희가 같이 모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하다못해 불침번도 셋은 서야지요.”

 “그 의원이 아무래도 수상쩍습니다. 제가 감시하겠습니다.”

 

 대장의 몸을 걱정하며 함께하겠다고 하는 신우.

 노골적으로 의심을 드러내는 혜문.

 

 둘다 창비원에 없어서는 안 될 이들이다. 특히 소군주를 상대하며 이곳을 수비해야만 한다면 더욱 더 그렇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

 

 두 부하는 말없이 포권하며 물러났다. 혜문은 시체를 포에 감쌌고 신우는 끈으로 묶었다. 이 시체들은 이제 곧 이곳에서 사라질 것이다. 부하들은 이런 시체들을 처리하는 것에 익숙했다.

 

 ###

 

 흑노는 홀로 검을 닦았다.

 

 귀한 흑철을 야장이 백 밤 담금질해 만든 검은 검날은 밤처럼 검었다. 그는 하얀 비단 천으로 검날을 정성들여 닦아냈다. 오늘 묻은 혈흔은 이미 빨려들어가 흔적도 없다.

 

 그는 자신의 방 너머 어두운 밤을 응시했다. 검날보다 어두운 밤은 희끄무레한 구름을 두어개 거느렸다. 두 시진이 지나면 곧 초경이다.

 

 임 의원을 데리러 갈 시간이다.

 

 오늘 만난 괴한은 황자를 찾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몸집이 작은 의원을 탐색했다. 흑노는 몇 가지 질문을 하였으나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그들이 입에 물고 죽은 독약은 견문이 넓은 그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는 일부러 의원에게 그 독약을 보여 주지 않았다. 임 의원은 약초와 독초는 커녕 자단의 소엽 대엽도 구분할 줄 몰랐다. 그러니 독단의 출처를 캐보아야 소용 없는 일이다.

 

 본래 직업이 의원이라면 매화나무나 오동나무, 계수나무는 물론이며 자단과 흑단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천 수만 개의 초목 이름까지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의원이다. 심마니 등에 업혀 산을 노닐면서 수백 개의 약초를 뽑아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의원을 자칭하는 이 자는 그러한 것을 아무것도 몰랐다. 글자를 모르는 것도 의심쩍었다.

 

 그는 황후가 보낸 친필 서한을 펼쳤다.

 

 황후의 친필을 볼 때마다 그는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큰절을 하였다.

 

 그저 여분의 그림자로 키워졌고 시키는 대로 충성 맹세를 하였다. 황후만을 따르기로 충성을 맹세하였고 황후가 지시하여 황자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황자의 지시로 임 의원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의 충성 맹세가 향하는 대상은 오롯이 한 명, 황후 서가희 뿐이다.

 

 흑노는 사실 이름이 아니다. 그는 이름을 부여받지 못했다. 그림자 노예, 그것을 일컫는 칭호일 뿐이다. 황후의 그림자로 자란 그는 본래 많은 것에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는 흑색 검날을 검지손가락으로 쓸었다. 금일 이 색깔로 소매를 물들이고 서 있던 여인을 떠올렸다. 항상 남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를.

 

 자신도 모르는 새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손부터 소매까지 물든 검은색을 펄럭이며 당당하게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던 여인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웃기지도 않는 이름을 지어내어 독이라고 주장하여 자신도 깜빡 속을 뻔했다. 하지만 바람에 흘러온 간장 냄새.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만 했어도 그들은 속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가 도착하기 전에 그녀가 납치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주 곤란했을 것이다.

 

 본래 그는 그녀에게 약속을 했다. 황자를 치료하지 못하면 목을 내놓으라고. 그녀는 약속을 지켰다. 자단과 흑단을 구분하지 못하는 멍청한 의원 주제에 황자가 제대로 일상 생활을 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또렷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아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처럼 풀어서 설명하면 소군주는 이해했다. 여태까지 소군주를 모시면서 그가 이토록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소군주를 낳은 친모인 황후조차도 그를 이렇게 쉽게 설득시키지 못했다.

 

 이 임 의원은 신선이 자신을 보냈다고 우겼는데, 그게 맞다면 많은 것들이 해결되었다.

 

 하지만… 신선이 특별히 하나의 황자를 정하여 인연을 보내준다면 그것은 아주 많은 것을 의미한다. 이 황자를 태자로 세워야 한다는 하늘의 뜻이 아닌가? 황후는 이 의원을 데려와 설득하여 신선의 뜻이 제7황자를 원한다고 설득하려는 요량이 분명하다.

 

 그는 뻗어나가는 생각의 줄기를 바로잡았다. 그는 손발이며 칼날일 뿐 머리도 심장도 아니다. 그는 생각할 필요도 없으며 고민하면 안 된다. 그는 감정 없는 회색 그림자로 황후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르면 된다.

 

 임 의원을 황후에게 데려가면 된다. 현 황후는 현명하고 능력있는 여인으로 임 의원의 능력을 파악하고 쓸모에 맞게 다룰 것이다.

 

 그것이 임 의원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는 자신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의문은 암살자들을 고용할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았다. 그곳은 이름만 문파라고 내걸었을 뿐 사실은 다 쓰러져가는 동네의 허름한 옛 부잣집과도 같다. 그러니 이 푸른 연근 문신을 한 자들은 임 의원을 개인적으로 추적해 오던 집단이 분명하다.

 

 임 의원 때문에 황자가 불필요한 위험에 처했으니 임 의원이 이곳을 서둘러 떠나는 것이 옳다.

 연근 문신을 한 자들의 무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맛뵈기일 뿐이고 이후에는 좀더 강한 자들이 파견될지도 모른다.

 

 임 의원의 과거는 불확실하다.

 

 임 의원이라 자칭하지만 임 의원인지 아닌지 모른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당당하게 감씨 성을 자칭했다. 따로 불러 질문하였을 때 현의문 문주는 그녀가 도씨 세가의 아가씨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것도 임 의원에게 밝히지 않았다.

 

 정체를 모르는 여자. 무공을 모르는 것은 분명하다. 독초와 약초도 구분하지 못한다. 간장을 독인 양 행세하여 임기응변으로 벗어났다고 주장한다.

 

 그는 더이상 웃지 않았다. 그는 몸을 일으켜 별채로 향했다. 간단한 식량과 검 외에 아무것도 몸에 지니지 않았다.

 

 사실은 그자들과 이미 안면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황자를 해할 각오로 이곳에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칼날이 서늘게 울었다. 흑노는 달래듯 암검을 쓰다듬었다.

 

 그도 알고 검도 알았다. 그 여자는 황자를 해할 의도가 없다.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

 

 황후 곁에 데려가도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별채의 문 바깥에서 여자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달을 가린 구름이 비켜서 달빛이 창호문을 그대로 비추었다. 문 너머 여자의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여 짐을 싸는 것이 보였다. 그는 무심코 그 움직임을 시선으로 좇았다.

 

 항상 우아하고 표표한 황후의 태도와는 달리 소박한 그 동작에는 어딘가솔직한 데가 있었다.

 

 무심코 황후와 그녀를 비교하며 그는 자신이 감히 그분을 의원 따위와 비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지금 시점에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황후 뿐이었다. 그는 앞으로 그 사실이 변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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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08-07 04:31
 
좋은 방향의 발전이네요. 흑노의 관심은... 이제야 연담 한 꼭지 가미될 모양이라 이야기가 더 재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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