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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태양이 빛나는 저편에서
작가 : 시현
작품등록일 : 2017.7.29

하이랜드라는 대륙의 역사 판타지 이야기.
가문간 분쟁, 전쟁,사랑,일어섬의 이야기입니다.

 
5.두 왕자
작성일 : 17-08-06 19:06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1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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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요제프 왕자는 아버지인 국왕 헨리를 알현하기 위해 나섰다.

 왕자로서 아버지인 국왕에 대한 접견은 항상 신경 쓰고 있었다. 유력 귀족을 만나고 교류를 나누는 일도 결코 게을리하지 않았다.

 요즘 그의 걱정은, 국왕인 헨리가 날이 갈수록 병약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몹시 건강해 언제나 젊어보이던 헨리였다. 국정운영도 언제나 무리 없이 해왔다. 귀족들은 아무도 그에게 불만을 표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의 1년 사이 크게 앓아 누운 이후로 그는 갑자기 늙어 버렸다. 50세의 나이는 많은 나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병이 그를 늙게 한 것 같았다. 그 이후로도 원인 불명의 극심한 통증이 가끔씩 찾아와 힘들어하고 있었다.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인지, 두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은색이 남아있던 머리칼은 갑자기 다 새어버렸고, 늠름하던 얼굴에도 이젠 걱정과 근심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런 헨리를 위해 요제프는 일부러 동쪽 나라 한 제국에서 몸에 좋은 음식을 구해서 선물로 준비하기 까지 했다.

 

 헨리는 오늘도 평소처럼 착잡한 표정으로 아들인 요제프를 만났다. 예전에도 요제프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여는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자상하게 대해왔던 그였다. 그러나 몸이 아파지면서 그는 점차 싫은 기색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그런 얼굴을 본 요제프는 썩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웃으며 한쪽 무릎을 꿇고 한쪽 손을 반대쪽 가슴 쪽으로 대는 에테온 식 법도에 맞추어 인사했다.

 

 “위대한 천신 오린의 은총으로 대 에테온 왕국의 국왕, 영웅왕 베아트리체의 자손, 에테오니아의 공작이신 헨리 데 요제프 안토니스 발더 폐하께 무릎을 꿇습니다.”

 

 “일어나라, 요제프 데 요한 미하엘 발더 왕자여.”

 

 “예!”

 

 요제프는 일어나 헨리를 바라보았다. 근심어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왕의 얼굴은 인사를 한 후에도 여전했다.

 

 “폐하. 건강은 좀 어떠십니까? 차도가 있으십니까?”

 

 “의사들은 단지 노환이라고만 말할 뿐이야. 병의 원인 같은 건 모르는 것 같다. 모두 형편없는 자들 뿐 이지.”

 

 “제가 새로운 의사를 수소문해 보겠습니다.”

 

 헨리는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만 두거라. 모두 에테온 최고의 의사들이야. 내 몸에 대해 이미 괜찮은 처방을 내려주고 있어.”

 

 앞서는 의사들이 형편없다고 말한 헨리였다. 그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폐하, 최근 근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아바마마의 아들인 제가 그 근심을 풀어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네가? 어떻게 말이냐? 나는 이 에테온 왕국의 미래가 걱정이다. 최근의 국제 문제가 나의 두통을 심화시키고 있어. 솔직히 5년 전만 해도 괜찮았을 거다. 지금으로선 이 늙은 몸이 그 문제를 해결 할 때 까지 버텨줄지 의문이란 말이다.”

 

 “신성 벨테니아 제국의 루트발그 전쟁 선포에 관련된 일이라면 아직 뭔가 판단하긴 섣부르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이 전쟁광이 아닌 이상 루트발그를 장악하고 나서 곧 이어 전쟁을 계속 할리도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참으로 낙관적인 생각이로구나.”

 

 “아바마마, 마음을 편히 하십시오. 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 아바마마의 옥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 그런 말씀을 드린 겁니다.”

 

 “신성 벨테니아 제국의 카를 황제가 너처럼 낙관적인 생각을 지녔다면 별 문제도 없었겠지. 허나 그는 몹시 야심만만한 자야. 쉽게 봐선 안 돼. 벨테니아는 정복전쟁으로 단기간에 큰 나라야... 단기간에 갑작스레 큰 사람일수록 자신의 지위 유지에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다. 루트발그 침공은 아직 북대륙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확고하지 않다는 뜻에서 하는 행동일지도 모르지.."

 

 요제프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예,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어째서 이 늙은 나이에 갑자기 연달아 문제가 생기는지 모르겠구나. 이런 상황에서 내 어찌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있겠느냐.”

 

 “죄송합니다, 아바마마.”

 

 “요제프, 왕의 자린 쉬운 자리가 아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지. 과감하게 나서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상대국의 눈치를 보며 국내의 안정을 꾀해야 될 때도 있어.

  단지,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현실 유지에만 급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알겠느냐? 왕은 한 나라를 책임지는 지도자란 말이다.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헨리는 병에 걸려 깡마른 몸을 하고 있었지만, 오직 예리한 눈동자만은 그대로였다. 요제프는 마치 자신을 꿰뚫어 버릴 듯이 바라보는 그 시선에 압도당해 더 이상 뭐라고 말해야 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예, 아바마마. 소자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요제프, 몹시 불편하구나. 혼자 있게 해다오.”

 

 요제프는 다급하게 말했다.

 

 “저, 아바마마, 아직 여쭈어 볼일이 남아 있습니다.”

 

 헨리는 귀찮다는 듯 요제프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냐?”

 

 “최근, 어째서 웨인을 그다지도 전면에 내세우십니까? 그 아이는 귀족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습니다. 몇 일전 사교장에선 일부러 구석진 곳에서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있더군요. 귀족들이 알면서도 웨인의 눈치를 보느라 인사하러 가질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인사하러 온 귀족 영애에게는 기어코 무례하게 대하더군요.”

 

 “차츰 익숙해질 거다. 그래도 사교장에 나오기까지 하지 않았느냐. 예전보다 나아진 셈이지.”

 

 웨인에 대해 말을 할 때는 한순간이지만 헨리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그 표정을 요제프는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 뿐인 줄 아십니까? 멋대로 평민을 왕궁에 데려와 파티 도중에 나가기까지 하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저질러 귀족들의 눈총을 사더군요. 제가 변명을 해주느라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얘긴 나도 들은 바 있다. 그저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 것일 뿐이야.. 그 애에게도 친구가 필요해. 사교계에 적응할 수 있다면 어쨌든 괜찮은 것이지.”

 

 “아바마마, 웨인은 그냥 그대로 두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억지로 전면에 내세울 필요 까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는 우리 에테온 왕실의 품위에 누를 끼치게 됩니다. 발더 가문을 우습게 볼 지도 모릅니다. 아바마마와 저까지 귀족들의 눈총을 받게 된단 말입니다.”

 

 헨리는 요제프를 보고, 갑작스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제프, 너는 네 일에 신경을 쓰면 된다. 굳이 참견하지 말거라.”

 

 요제프는 당황했다.

 

 “아바마마. 저는 단지 웨인이 걱정 되어서...”

 

 “만일 웨인이 걱정된다면 그런 모습을 고치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게 아니냐? 너는 설마 내가 하는 일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거냐?”

 

 “아, 아닙니다. 제가 그만 말실수를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헨리는 이마를 감싸 쥐었다.

 

 “돌아가거라. 머리가 아파졌구나."

 

 “옥체를 보전하셔야 합니다. 제가 아바마마를 위해서 몸에 좋은 음식도 구해왔습니다, 그러니..”

 

 “그렇다면 시종장에게 건네 두어라. 이만 물러가거라, 어서.”

 

 헨리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결국 요제프는 쓴 웃음을 지으며 물러 날 수밖에 없었다.

 요제프가 알현실을 나왔을 때, 그는 저편에서 다가오는 웨인의 모습을 보았다.

 국왕을 알현 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기에 웨인도 때를 맞춰 온 모양이었다.

 

 웨인은 요제프가 먼저 온 것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형님, 먼저 문안인사 오신 겁니까? 역시 형님은 부지런하시군요. 존경스럽습니다.”

 

 요제프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래, 그러고 보니 너는, 귀족들을 피해 두문불출 할 때도 아바마마의 문안 인사만은 하루도 거르지 않았었지.”

 

 웨인은 요제프가 자신을 칭찬한다고 생각해 기분이 좋아졌다.

 

 “예. 아바마마께서는 제가 오실 때마다 몹시 기뻐하세요. 그래서 일부러라도 문안인사를 빠트릴 수는 없었습니다.”

 

 “하아, 그래? 최근에도 그랬느냐?”

 

 “예, 어제도 그랬지요. 아바마마께선, ‘이제야 왔느냐, 웨인? 난 네가 몹시 걱정스럽지만 네 얼굴을 봐서 기쁘구나.’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웨인은 병에 걸려 힘들어하는 헨리에게 예를 다해 잘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 요제프에게 칭찬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그 말을 하고보니 요제프의 표정이 눈에 띄게 좋지 않아졌다 것을 느꼈다.

 

 “형님, 어디 아프십니까? 안색이...”

 

 “신경 쓰지 마라.”

 

 그렇게 말하고서 요제프는 웨인을 지나쳐 걸어 가버렸다.

 

 “잠깐만요, 형님!”

 

 웨인은 얼른 요제프를 따라가 그의 앞에 섰다.

 

 “형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왜 그러지? 넌 네 할 일을 하면 될 것 아니냐? 어서 아바마마께 문안인사를 드려라. 내게 무슨 할 말이 있단 말이냐?”

 

 웨인은 몹시 미안한 얼굴이었다.

 

 “저... 역시 화가 나신 것 같군요, 저 때문에.”

 

 요제프는 순간 웨인에게 모욕을 받은 기분을 느꼈지만, 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저 이 자리를 피하고 싶을 뿐이었다.

 

 “비켜라! 나는 너와 얘기할 시간이 없다.”

 

 웨인은 다급하게 말했다.

 

 “형님, 죄송합니다. 일전에 형님께 무례하게 대해서.. 그래서 아직까지 화가 나신 거지요? 형님께선 저를 생각해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비키라고 하지 않았느냐.”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설마 이렇게까지 화가 나셨으리라곤...”

 

 “화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너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난 몹시 바쁜 일이 있다.”

 

 “맞습니다. 형님은 항상 바쁘시지요. 그래서 도저히 형님을 뵈러 가기 힘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차라리 지금 이렇게 마주쳐서 잘 되었습니다. 제가 부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바쁘다고 하지 않았느냐!”

 

 웨인은 갑작스런 요제프의 반응에 크게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전 그저 저번 사교장에서 쓸데없이 흥분해서 형님께 무례했던 것을 사과드리고 싶었습니다, 형님. 왜 그리 화를 내십니까?”

 

 웨인은 놀랍고 두려웠다. 그는 딱해 보일 정도로 애처롭게 말했다.

 

 “혀, 형님...왜 그렇게 화를 내십니까. 제가 그토록 크게 잘못을 한 겁니까? 아니야.. 만일 제가 잘 모르고 또 잘못을 저지른 게 있다면 부디 가르쳐주십시오. 형님, 그렇게 화내지 마십시오. 저는...”

 

 “웨인! 비키라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느냐! 아바마마께 총애를 받으니, 이제 눈에 뵈는 것도 없는 모양이로구나. 아예 내 말을 들을 생각도 없는 걸 보니!!”

 

 “예? 아바마마의 총애라니요, 형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왜 이리 화를 내십니까?”

 

 요제프는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래. 이제 보니 로렌시아 대학에선 타인을 모욕하는 법까지 가르치는 모양이로구나.”

 

 "형........님.....?“

 

 요제프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차가운 얼굴로 웨인을 노려보고는 그대로 멍해진 웨인을 지나쳐 가버렸다. 웨인은 더 이상 붙잡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얼굴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제프는 알현실 바깥의 복도를 나서서, 거친 발걸음으로 건물 밖으로 나섰다. 그를 보고 인사하려던 시종들이나 귀족들은 그의 무서운 얼굴과 발걸음을 보고, 깜짝 놀라 숨어버리거나 슬금슬금 물러서버렸다. 그 모습에 요제프는 더더욱 화가 났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두통이 느껴질 정도로 복잡한 감정이 그의 마음을 옥죄었다.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대놓고 자신을 쌀쌀맞게 대하는 아버지 헨리가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저도 당신의 아들이 아닙니까? 아바마마. 어째서 제게 그리 차갑게 대하십니까?‘

 

 요제프는 생각했다. 나이도 웨인보다 6살이나 많았다. 제1왕위 계승권은 자신에게 있었다. 게다가 웨인이 왕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공공연히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헨리는 요제프를 멀리하는 대신 웨인을 가까이 두려하고, 자신을 대신해 전면에 내세우고 싶어 하고 있었다.

 건강이 악화되어 앞날이 불투명해 보이는 헨리가 보이는 갑작스런 이상행동에, 요제프뿐 만이 아니라 많은 귀족들이 불안함을 표하고 있었다.

 헨리는 스스로 국제 정세가 불안함을 언급하면서, 왜 그렇게 국내의 불안을 키우는 것인지...

 

 그때, 불현듯 요제프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웨인을 모셨다가 죽음을 당한 그 평민 소년의 얼굴이었다.

 

 ‘설마... 아바마마께서... 아니,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그건 잘못된 것일 뿐이었어. 생각하지 말자. 지금 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야. 그러니까...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요제프는 계속해서 그 아이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리고 그 아이가 알아버린 그 ‘비밀’ 도. 자꾸만 떠오르는 그 모습을 잊으려 애쓰며 요제프는 억지로 다른 생각을 했다.

 

 ‘마음을 약하게 먹으니 그런 것이야. 내겐 할 일이 있어. 지금이야말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야.’

 

 요제프는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왕자궁으로 되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도 헨리에 대한 서운함과 웨인에 대한 증오심이 끓어올랐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수가 없었다.

 

 -6377자-

 

 6.에테온의 실세들

 

 에테온에는 두 유명 귀족 가문이 있었다.[랭커드 가문] [루델바르크 가문]으로,

 그 중 [랭커드 가문]은 또 다른 유력 세력인 [루델바르크 가문]과 함께 에테온의 양대 가문으로 불리웠다.

 

 [루델바르크 가문]은 200년전 삼국 전쟁때 베아트리체 여왕을 도운 군사 [페르디난트 루델바르크]의 후손으로, 여왕을 도와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공으로 단숨에 백작에서 공작의 작위를 받았고, 큰 영지를 하사받았다. 그리고 베아트리체 여왕과 결혼을 하기 까지 했다. 그렇게 귀족들 사이에서 가장 큰 실세가 된 가문이었다. 그렇게 대대로 이어지며 지금도 왕가인 발더 가문을 제외하면 가장 큰 세력 가문으로서 군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랭커드 가문]은 현 국왕 가문인 [발더 가문]의 왕족이 갈라져 나와 세운 가문이었다.

 시간이 지나 엄밀히 말해 이제 왕가라고 부를 순 없지만, 갈라져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굉장한 세력권에 힘입어 아직도 그들은 왕족과 가깝게 생각되었다.

 은발의 머리색이 그들 가문의 특징으로 정계의 모략에 능하다는 평판을 듣고 있었다. 많은 귀족들이 랭커드 가문을 따르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루델바르크]가문의 위세에는 조금 아래라는 인식이 있었다.

 

 랭커드 가문의 가주인 [시드 랭커드]는 올해 45세로, 정계를 주름잡는 능수능란한 유력귀족이었다.

 사람들을 꿰뚫어보는 능력이나 학문 및 여러 가지 교양 등이 또한 대단히 뛰어나 루델바르크 가문의 [알버트 공작]이 아니면 그가 거의 에테온의 정계를 휘어잡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외눈 안경을 쓴 은발의 마른 몸을 하고 있었다. 품위 있는 복장의 그는 한눈에도 이지적이고 위압감이 감도는 그러한 사람이었다.

 

 시드는 왕자 요제프가 어릴 때부터 많은 것을 도와왔다. 자신의 장녀인 [조세핀 랭커드]를 왕자비로 맞게 하기도 했다.

 그러니 요제프에게는 장인어른이 되는 셈이었다. 시드에게 많은 것을 의존하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어쩐지 정이 가지 않았다.

 왠지 그 날카로운 눈빛 아래 다른 생각이 있는 건 아닌지, 그런 불안감이 항상 들었다.

 아무리 사교계의 중심으로서 대우받고 있고, 1왕자의 지위를 가진 요제프로서도 시드를 대하는 건 벅찼다.

 

 요제프는 그가 찾아오는 것이 익숙한지 , 별다른 내색 없이 그를 맞았다.

 

 “오늘은 무슨 일이지? 랭커드 공작.”

 

 시드는 요제프에게 말했다.

 

 “오늘 낮에 웨인 왕자님과 말다툼을 벌이셨단 소문이 벌써 온 사교계에 퍼졌더군요. 이미 그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궁정의 일은 아주 쉽게 퍼지는 법입니다.”

 

 요제프는 표정이 일그러지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흥, 바보 같은...”

 

 “경거망동을 해선 안 된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요제프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시드! 하지만 아바마마께선, 최근 들어 나를 점점 더 차갑게 대하고 계셔. 반면에 웨인에겐 집착을 하고 계신 것 같아! 이건 대체 무얼 뜻하는 거지? 설마 아바마마께[그 비밀]이 새어 나간건가?!”

 

 “그럴리가요. 그 편지들은 제가 당신의 눈앞에서 태워버리지 않았습니까? 벌써 10년 전 일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왜 아바마마는, 제 1 왕위 계승권을 가진 나를 아직도 태자로 임명하고 계시지 않느냔 말이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그분의 움직임을 대체 뭘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이지?!”

 

 시드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말씀드렸다시피, 그 모든 것은 [루델바르크 가문] 출신의 엘레노아 왕비 때문인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엘레노아 왕비는 웨인을 낳고 1년 후 죽어버렸어... 이제 와서 뭘 어쩌겠단 말이야."

 

 "외람된 말씀이지만, 당시 공녀였던 엘레노아 왕비님에게 사랑에 빠져, 요제프 왕자님의 모친이신 크리스티나 왕비님을 갑작스레 내치셨던 일은 어쩔수 없는 사실입니다...엘레노아 왕비가 죽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다른 후궁과 지내고 계시긴 하지만, 왕비로 임명은 하지 않고 계시죠..."

 

 "그렇지만 지금 당장 엘레노아 왕비님은 상관이 없는 거잖아! 그분이 돌아가신지 도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나?"

 

 시드는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신하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까지 새‘왕비’님을 맞아들이진 않는지 아십니까? 엘레노아 왕비가 그만큼 사랑받았다는 증거지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시드... 지금 그대는, 아바마마께서 엘레노아 왕비에 대한 연정을 잊지 못해 웨인을 다음 왕으로 세우고 싶어 하신다고 말하는 건가?”

 

 “물론입니다. 하이랜드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일들은 수없이 많이 있었지요. 후처가 사랑받아 자식을 낳자, 이미 장성해 있던 첫째가 태자로 임명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처의 자식에게 태자 자리를 빼앗아 줘 버리는 것을 말이지요.”

 

 요제프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지금 당장 엘레노아 왕비가 살아 있어 아바마마께 총애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자, 자. 그렇게 파고들어 생각해봐도 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게 중요한 사실도 아니고 말이지요.”

 

 요제프는 어쩐지 시드의 말이 미심쩍다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엘레노아가 [루델바르크가문] 출신을 강조하는 것인지? 그의 말에는 상당히 미심쩍은 점이 있었다. 아무래도 루델바르크 가문을 견제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 사실이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시드라는 강력한 귀족이 자신을 돕고 있다, 그것만이 요제프에게 중요했다.

 요제프의 근심어린 얼굴을 보고, 시드는 말을 이었다.

 

 “지금은 중요한 점은 국왕 폐하께서 웨인 왕자님을 태자로 임명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려고 하고 계신다는 거지요. 솔직히 말해서

 아니라고 할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귀족들도 이미 폐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등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 시드... 바로 그거야. 대체 어떡하면 좋단 말이야!”

 

 “하지만 지금 당장은 국왕 폐하나 웨인 왕자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 건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요제프 왕자님의 평판을 악화시킬 뿐이지요.. 차라리 조금씩, 왕자님의 실질적인 세력을 키워두는 편이 좋은 겁니다. 예를 들면, 사병이라던가 말이지요.”

 

 “사병이라고... 하지만 베아트리체 폐하께서 발표한 [에테온 국내 보안 안정계획] 이후로 왕자나 귀족이 사적으로 병사를 가지는 건 금지 되어있어. 그건 왕자인 나도 마찬가지이고.”

 

 삼국전쟁이 끝난 이후로, 베아트리체 여왕은 각 귀족들 간의 내전을 염려해 그들이 사병을 지닐 수 없도록 했다.

 그 전쟁이 일어난 배경도, 각 귀족들의 힘이 너무나 강대해져 서로를 견제하려고 온갖 암수를 다 쓰는 등 나라가 혼란에 휩싸여 적국에서 이를 보고 침략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왕은 이를 염려해 그런 법안을 내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이미 유명무실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거야 이미 형식적인 법안이 아닙니까? 귀족들의 각 영지에도 지킬 기사, 병사들이 없을 순 없어서 제 영지에도 많은 병력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5만의 병력은 결코 적지 않지요. 소속이 왕궁으로 되어 있을 뿐, 저희 랭커드 가문의 사병이나 다를 바 없죠. 그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금화도 저희 가문 측이 감당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간접적으로 왕자님에게도 사병을 만들어드렸지 않습니까? 얼마 전 로렌시아 대학에서 졸업해서 돌아온 제 아들 [노아 랭커드]가 이끄는, 천마기사 1사단 말입니다. 공식적인 왕궁의 친위대이지만 1사단인 만큼 숫자도 어마어마하고 유사시엔 제 아들 노아의 명을 우선할겁니다.

 게다가 노아는 공식적인 왕자님의 상담역으로 임명되어 궁에 자주 출입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와 이야기 하실 수 없을 때는 그 애와 이야기를 하셔도 됩니다. 그 애는 왕자님을 최선을 다해 도울 것입니다.”

 

 요제프는 그 말을 듣고, 그제야 조금은 차분해졌다.

 

 “그래..그건 그렇지.”

 

 “제가 드릴 말씀은, 처음 오자마자 말씀드렸다시피 ‘경거망동은 하지 말아 주십사’는 것입니다."

 

 “알았다.. 요즘 아바마마께서 너무 지나치셨던 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시드 공작은 말없이,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요제프는 미심쩍은 듯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드 공작. 계속해서 의문이 들지만, 그대가 나를 이토록 돕는 이유는 뭐지?”

 

 시드 공작은 씨익 하고 웃음 지었다.

 

 “10년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전 이 에테온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나라에 혼란이 생겨 큰일이 벌어지는 것을 미리 방지하고 싶은 것일 뿐입니다. 요제프 왕자님이 자연스레 왕위에 오르면 그런 일이 생길 리도 없지요. 안 그렇습니까?”

 

 요제프는 괴로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이봐, 시드... 그런 이유라면.....정말로... 나를 모셔도 괜찮은건가?”

 

 “괜찮습니다. 어쨌거나 요제프 왕자님은 ‘궁정에서 태어나 궁정에서 자란’ 당당한 왕자님이 아니십니까?......”

 

 시드의 자신만만한 얼굴에, 요제프의 수심은 어쩐지 깊어만 갔다.

 요제프는 불안한 표정으로 시드를 쳐다보았지만, 이 상황에서 의지할 사람은 그 뿐이었다. 그는 이내 나쁜 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숨을 길게 내쉬며 마음을 다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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