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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32.충돌
작성일 : 17-08-04 23:15     조회 : 365     추천 : 0     분량 : 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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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은아의 칼날은 한 뼘 차이로 빗나가 허공을 갈랐다.

 

  재용은 은아의 칼을 반사 신경으로 피하다가 뒤로 넘어졌다.

 

  그 바람에 재용이 들고 있던 손가락은 멀리 떨어졌다.

 

  “잡아!”

 

  은아가 소리쳤고 그 소리에 동재는 몸을 날렸다.

 

  하지만 민재의 반응이 좀 더 빨랐다.

 

  아슬아슬하게 민재가 먼저 손가락을 낚아챘다.

 

  “차로 뛰어!”

 

  이번에는 재용이 소리쳤다.

 

  민재는 그 소리에 지체 없이 현관을 박차고 나갔다.

 

  은아는 다시 팔을 높이 들어 칼을 내려찍었다.

 

  용재는 덩치에 비해 날렵하게 옆으로 굴러서 피했다.

 

  은아의 칼은 생각보다 깊게 박혔고 그 사이에 용재는 몸을 일으켜 도망쳤다.

 

  은아는 칼을 뽑으며 외쳤다.

 

  “뭐하고 있어. 다 같이 죽을 셈이야!”

 

  동재는 그제야 정신 차리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은아는 마구 소리 지르며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어두컴컴한 계단에는 몇 계단씩 뛰어 내려가는 네 사람의 소리가 계속해서 울렸다.

 

  끝없이 길던 계단을 가장 먼저 빠져나온 것은 민재였다.

 

  그리고 그 바로 뒤를 재용이 바짝 따라붙었다.

 

  “삼촌! 삼촌은 경찰인데 왜 도망치는 거야!”

 

  “원래 휴가 때 무기는 반납하는 거야!”

 

  “수갑은?”

 

  “깜빡했지”

 

  “삼촌이 덩치도 더 크잖아!”

 

  “저건 미친년이잖아! 그것도 칼 든 미친년! 게다가 너나 나나 칼 맞으면 한방인건 똑같아!”

 

  “아씨! 삼촌은 진짜 도움이 안 돼!”

 

  “살고 싶으면 말 할 시간에 뛰어!”

 

  재용은 그대로 민재를 앞질렀다.

 

  재용이 세워둔 차가 있는 곳까지 쉬지 않고 그들은 달렸다.

 

  재용이 차를 열었고 민재가 조수석에 잽싸게 올라탔다.

 

  차 안에는 남정네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만 가득했다.

 

  재용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차를 출발시켰다.

 

  “민재야 안 따라오지?”

 

  “응. 삼촌. 아무래도 따돌린 것 같아.”

 

  “일단 고속도로 타자.”

 

  용재의 차는 최대한 빠르게 달려 무사히 고속도로에 올라탈 수 있었다.

 

  “됐어! 해냈다고!”

 

  재용은 텅 빈 고속도로 위에서 크락션을 울리며 자축했다.

 

  그때였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재용은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중력을 거스르는 기분을 느낀 것은 비단 재용뿐만 아니라 민재도 함께였다.

 

  검은 밴이 재용의 차를 옆에서 들이박은 것이었다.

 

  “뭐시여!”

 

  재용은 순간 방언이 터졌다.

 

  “삼촌 핸들!”

 

  민재가 소리 질렀다.

 

  차량은 중심을 잃고 터널 입구에 갖다 박을 뻔했다.

 

  다행히 뛰어난 재용의 반사 신경으로 차의 중심을 잡을 수는 있었지만 나란히 달리는 밴은 이쪽의 사정 따위 봐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밴은 다시 한 번 옆에서 꺾어 들어와서 재용의 차를 밀어붙였다.

 

  재용의 차는 밀리는 힘에 의해 터널의 벽에 긁혔고 스파크가 마구 튀었다.

 

  “삼촌! 이러다 죽겠어! 우리도 밀어봐!”

 

  “야! 이 쪼매난 차로 저걸 어떻게 밀어!”

 

  “그럼 죽을 거야!”

 

  “아니! 생각이 있어!”

 

  재용은 엑셀을 꽉 밟아서 속력을 더 높였다.

 

  그러면서 핸들을 꺾어서 밴의 앞쪽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이번엔 이쪽 차례다! 꽉 잡아!”

 

  민재는 재용의 말에 손을 뻗어 손잡이를 꽉 잡았다.

 

  재용은 그대로 브레이크를 밟아 속력을 떨어뜨렸다.

 

  두 차량은 큰 소음을 내며 충돌했다.

 

  앞이 찌그러진 차는 그 자리에 멈추었고

 

  뒤가 찌그러진 차는 밀려남과 동시에 속력을 올려 달렸다.

 

  결과적으로 탄성충돌처럼 보이는 재용의 전략은 소설같이 성공하였다.

 

  동재의 차는 유유히 사고현장을 빠져 나갔다.

 

 

 

 

  뒤 차량의 앞 유리는 금이 가있었다.

 

  추돌 사고의 충격이 컸지만 금방 정신을 차린 은아였다.

 

  은아는 앞으로 이동해서 앞좌석을 보았다.

 

  동재의 이마는 찢어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오빠! 괜찮아?”

 

  은아는 동재를 마구 흔들었다.

 

  미동도 없던 동재가 정신을 차린 건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은아는 뒷좌석에서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은...은아야 괜찮아?”

 

  “난 괜찮아. 오빠는 괜찮아? 운전 할 수 있겠어?”

 

  “할 수는 있는데... 쫒아가는 건 무리일 것 같아.”

 

  “그래? 그럼 일단 출발해”

 

  앞이 심하게 찌그러진 검은 밴은 속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은아야 이제 어떡하지? 그 손가락이 밝혀지면 경찰이 바로 잡으러 올 텐데... 차라리 자수하는 게 낫지 않을까?”

 

  “닥쳐! 생각중이니까 말시키지 마!”

 

  한동안 조용히 달리던 차는 어느새 IC에 도달했다.

 

  그리고 은아가 입을 열었다.

 

  “오빠”

 

  “응?”

 

  “나 믿지?”

 

  “그럼... 널 믿으니까 여기까지 왔지”

 

  “그럼 잠자코 내가 시키는 대로 해줘. 부탁이야”

 

  동재는 은아의 갑작스런 여린 모습에 불길한 예감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녀가 전해준 귓속말을 듣고 틀리지 않았음을 즉감했다.

 

  “너!... 너!... 미쳤어?! 내가 할 것 같아!”

 

  “그럼 내가 죽을까? 내가 죽으면 나 혼자 죽는 것 같아? 내가 죽으면 오빠도 죽고 민재도 죽고 어머니도 죽는 거야! 정말 그러길 원해?”

 

  “그건 아니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동재가 고개를 저었다.

 

  “후우우... 야! 어머니 수술 들어가셔야 한다며. 수술비 없어서 쫒겨나 길바닥에서 돌아가시게 만들 거야?!”

 

  “아니...”

 

  “내가 수술비 대 준다고 어머니 눈 뜨게 해준다고 뭐가 문제야!”

 

  동재는 은아가 윽박지르자 갑자기 밀려온 서글픔에 눈물이 맺혔다.

 

  “알겠어. 할게. 대신에 지금껏 나와 했던 모든 약속들은 책임지고 지켜 약속할 수 있지?...”

 

  “그럼 당연하지. 내가 뱉은 말은 내가 책임져. 그럼 시작한다.”

 

  조용히 달리던 차안은 비탄과 고통의 비명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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