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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29.알몸
작성일 : 17-08-04 15:22     조회 : 366     추천 : 0     분량 : 2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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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민재가 잠에서 깬 건 이미 해가 중천에 떠오른 후였다.

 

  민재가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휴대폰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문자가 한통 용재로부터 와있었다.

 

  [근처에서 탐문 중이니까 그 여자 도망 못 가게 잘 감시하고 있어]

 

  민재는 문자를 읽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민재는 문을 살며시 열고 거실로 나갔다.

 

  집 전체가 조용했다.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사... 사장님?”

 

  그러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사장님!”

 

  민재는 은아를 부르며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뭐야? 벌써 도망간 거야?!”

 

  온 집안을 찾아봐도 민재는 은아의 코빼기도 찾을 수 없었다.

 

  민재는 은아의 방 침대에 앉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민재는 호주머니를 꼭 쥐고 초조해했다.

 

  그러다 문득 바닥에 아무렇게나 어질러진 옷가지들을 보았다.

 

  “이것들은 안 가져가고 내팽개친 건가?”

 

  민재는 옷가지를 주워들었다.

 

  민재는 옷을 하나하나 옷장에다가 집어넣었다.

 

  민재는 정리를 끝내고 돌아서려는 찰나에 침대 아래에 삐죽 튀어나온 후드티를 발견했다.

 

  “이런 데에도 떨어져 있네...”

 

  민재는 후드티를 빼내기 위해 엎드린 순간 침대 아래 구석에 박혀있는 검은 케이스를 발견했다.

 

  “저건 뭐지?”

 

  민재는 침대 아래로 기어들어가 손을 뻗었다.

 

  막 케이스에 손이 닿으려는 순간 누군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왁!”

 

  민재는 놀라서 몸을 빼다가 침대에 머리를 부딪쳤다.

 

  몸을 간신히 빼서 일어나자마자 민재는 침입자와 눈이 마주쳤다.

 

  은아였다.

 

  은아는 트레이닝복 차림에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있었다.

 

  “너 내 방에서 뭐하니?”

 

  새까만 가림 막이 그녀의 자외선 같은 눈빛을 막아주었지만 민재는 그것마저 뚫고 나오는 적외선 같은 살기를 온 피부로 받아 내야했다.

 

  “그 그게... 청소 중 이었어요... 아하하”

 

  민재는 어색한 웃음으로 떼 우려고 용 썼다.

 

  은아는 아무 말 않고 팔짱을 낀 채 짝 다리를 짚었다.

 

  민재는 식은땀이 나며 어려운 순간을 맞이하였다.

 

  “일어나서 사장님을 찾았는데 집에 안 계셔서 방에 들어와 보니 어지럽게 옷들이 떨어져 있기에 옷장에 다시 주워 담은 것이 전부에요. 진짜로...”

 

  민재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일의 순서를 나열하였다.

 

  “그래?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일 끝났니?”

 

  “네...”

 

  “그럼 밥 먹자. 너 일어나기 기다리다가 배고파 죽겠다.”

 

  은아는 선글라스를 벗어 침대위에 던졌다.

 

  민재는 생각보다 순한 그녀의 눈매를 보고 안심했다.

 

  하지만 자꾸 어제의 초점 풀린 은아의 눈이 생각나서 오래 쳐다보지는 못했다.

 

  “배고프니까. 시리얼 좀 타줄래?”

 

  은아의 부드러운 말투에 민재는 적응이 안 되었다.

 

  “네? 시리얼요? 분명히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고...”

 

  “장난이야. 네가 내 눈도 피하고 있어서 장난 쳐봤어. 그럼 나가서 먹을래 아니면 주문해서 먹을까?”

 

  민재는 티 나게 눈을 내리깔고 은아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저는 괜찮아요. 밥 생각이 별로 없어서...”

 

  “그래? 그럼 혼자 나가서 먹긴 그러니까 내건 짬뽕하나 시켜줘”

 

  민재가 중국집에 전화해서 주문을 마치고 나자 은아가 공표했다.

 

  “나 씻을 거니까 저번처럼 들어오면 안 된다. 꼬맹아 알겠지?”

 

  “안 들어가요!”

 

  화내는 민재의 모습에 은아는 싱긋 웃고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민재 역시 훔쳐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검은 케이스가 마음에 걸렸다.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지? 그렇게 숨겨져 있는 건 보통 게 아닌데...”

 

  민재의 마음속에는 어설픈 탐정의 호기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민재는 방문에 귀를 대고 은아가 욕조에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딸칵]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민재는 지체 없이 베란다를 돌아 창문을 살포시 열었다.

 

  창문은 아무런 문제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민재는 발소리를 죽인 채 침대로 다가갔다.

 

  화장실 안에서는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와 함께 은아가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꼬마 탐정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수상한 상자를 꺼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민재는 뜸들이지 않고 한 번에 케이스를 꺼내어 침대 밖으로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민재의 엉뚱한 상상 속에서 상자는 폭발물 상자 같기도 했다.

 

  어린 폭발물 처리 대원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개봉했다.

 

  아뿔싸... 배정을 잘못 받았다.

 

  상자 안 내용물은 물리반이 아닌 화학반이 담당했어야 했다.

 

  상자 안에는 정체모를 가루가 비닐에 담겨있었고 빈 주사기만이 들어있었다.

 

  하룻강아지 탐지견도 이 것의 쓰임새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검은 케이스는 민재의 손에서 미끄러져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아!”

 

  민재의 외마디가 끝남과 동시에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은아는 완벽한 나체로 민재를 바라보았다.

 

  상황파악이 좀 더 빨랐던 민재는 그대로 케이스를 들고 방을 뛰쳐나갔다.

 

  민재는 은아가 그런 알몸으로 자신을 쫒아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 판단은 완전한 착오였다.

 

  물건이 물건인 만큼 은아 역시 서슴없이 맨몸으로 달려 나왔다.

 

  민재가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은아가 케이스를 잡아 당겼다.

 

  그렇게 어린 꼬마와 홀딱 벗은 여성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야! 이거 안 놔!”

 

  은아는 완전히 뚜껑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나 이제 막 근육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 청소년을 아직 채 솜털이 다 빠지지도 않은 여성이 이길 수는 없었다.

 

  은아는 힘을 주다가 뒤로 나자빠졌고 민재는 그대로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 밖의 누군가와 부딪쳐 넘어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은아는 맹수처럼 상자를 낚아챘다.

 

  “뭐하냐? 그 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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