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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26.손가락
작성일 : 17-08-04 04:52     조회 : 369     추천 : 0     분량 : 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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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집에 돌아온 민재는 한껏 예민해진 은아를 마주했다.

 

  돌아왔냐는 인사도 없이 은아는 민재에게서 쇼핑백을 획 가로채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민재에게는 상관없었다.

 

  단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질문을 하고 싶을 뿐이었다.

 

  “뭐야?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뭘 그렇게 낑낑대? 할 말 있으면 해”

 

  은아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자 민재는 물어보려던 것을 입 밖으로 꺼내보지도 못했다.

 

  “아뇨. 없어요... 헤”

 

  “아닌데 뭔가 있는데? 입술이 움찔움찔 거리고 있는데? 너 혹시 내용물 봤니?”

 

  “아뇨... 절대로 안 봤어요.”

 

  민재는 대답은 했지만 시선은 내리깔아 은아의 눈을 피했다.

 

  “확실하지? 그런데 왜 내 시선을 피하지?”

 

  “그 그러니까... 혹시 사장님 배고프세요? 제가 우유 사왔는데... 세탁소 아주머니가 우유라도 사가라고 추천해주셔서... 헤”

 

  은아는 민재의 어색한 웃음에 피식 웃어버렸다.

 

  “아니. 나 우유 못 먹어. 우유 알레르기가 있어서.”

 

  “헤헤... 그러셨어요. 몰랐어요.”

 

  민재는 여전히 은아의 눈치를 살피며 허허실실 웃음 지었다.

 

  “볼일 없음 들어가서 글이나 마저 써”

 

  “저 그거 다 썼는데...”

 

  “뭐? 벌써? 그럼 인어는 어떻게 됐는데?”

 

  “주인공과 함께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뭐야! 시어머니가 반대했잖아”

 

  “그래도 이건 동화라고요.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내줘야한다고요.”

 

  “뭐래? 어우 재미없어. 난 그딴 결말 반대니까 들어가서 다시 고쳐놔.”

 

  “네? 기껏 완결 냈는데요?”

 

  “남들 따라 해서는 절대로 빛 못 보는 거야. 결말은 무조건 자극적이어야 재밌는 거야. 그리고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무시해서는 더더욱 성공할 수가 없는 거야. 알아들었으면 들어가서 고쳐와”

 

  은아는 자기 할 말을 끝낸 뒤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사장님. 우유 말고라도 뭐 좀 드세요.”

 

  민재는 은아의 뒤통수에다가 친절을 실어 보냈다.

 

  “너나 많이 먹어!”

 

  은아는 문을 살짝 열어 주먹감자를 보내주었다.

 

  민재는 방으로 돌아와 문을 잠가버린 후 책상 앞에 주저앉았다.

 

  “아... 못 물어봤다.”

 

  민재는 스스로 자책하며 머리를 쥐어박았다.

 

  민재는 주머니에서 꺼져있는 휴대폰을 꺼내어 손으로 만지작대었다.

 

  “그러면 정리를 해보자... 분명 대표라는 사람이 이 휴대폰으로 연락해서 정다혜를 찾았고... 그렇다면 이 휴대폰은 사장님 것이 아니라 정다혜 거라는 건데... 그럼 사장님이 대표가 아니라는 건가? 그러면 사장님은 뭐야?”

 

  민재는 또다시 답이 없는 수렁에 빠져들었다.

 

  “다시... 정다혜는 어제 우리 가게에 와서 사장님을 만났고 커피 한잔할 여유도 없이 올라갔어... 시간이 한참 흐른 뒤 형이랑 올라갔지만 형은 나를 못 들어오게 막았어. 왜? 사장님이 대표님이라고 소개해준 것도 형이었는데? 대체 왜?”

 

  민재는 머리를 싸매며 골똘히 생각했다.

 

  “다시... 오늘 삼촌이 와서 취조하듯 캐물었을 때 사장님은 평소답지 않게 많이 휘둘리셨어... 그리고 삼촌은 내게 사장님이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믿지 말라고 했어... 어느 부분이 걸렸던 거지? 사장님은 애초에 한은아의 번호를 왜 내게 알려준 거지?”

 

  민재는 답답한 나머지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때렸다.

 

  “다시... 아까 피 묻은 옷은 뭐였지? 그리고 쪽지에 뭐가 적혀 있었기에 아주머니는 바로 이해한 거지? 나는 몰라도 된다는 게 무슨 말이지? 쪽지라도 확인했어야했는데... 그리고 정다혜는 왜 여기에 옷을 벗어두고 간 거지? 애초에 휴가까지 써서 여길 왜 내려온 거지? 뭐지? 왜 다들 뭔가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 바보가 된 기분은 대체 뭐지?”

 

  민재는 괴로워하며 몸을 비틀었다.

 

  “안 되겠어 물어봐야지... 나만 모르니까 너무 답답해...”

 

  민재는 다혜의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전원을 켜려다가 이내 포기했다.

 

  “알려줄 리도 없고 괜히 의심만 더 키울 거 같아.”

 

  민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었다.

 

  “그러면 이쪽이 먼저 이려나”

 

  민재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어 동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형”

 

  “어 민재야! 형이 지금 바쁘거든 끝나는 대로 바로 전화 줄게!”

 

  민재가 질문을 해보기도 전에 동재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뭐야? 자기만 바빠?”

 

  민재는 툴툴대며 다음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통화 대기음만 길어지고 받지도 않았다.

 

  “삼촌은 바로 알려달라더니 전화도 안 받아!”

 

  민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와의 통화에서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이제 남은 사람은 한 사람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민재는 문을 열고 살며시 은아의 방 앞에 섰다.

 

  심호흡을 한 뒤 방문을 두드리려는 데 안에서 말소리가 새어나왔다.

 

  민재는 숨을 죽이고 방문에 귀를 갖다 대었다.

 

  사장님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한 점이 있다면 분명 혼자 있을 건데 누군가와 정답게 두런두런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소름 돋게도 그녀의 말 상대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누군가를 지칭해가며 계속해서 떠들고 있었다.

 

  종종 불쾌한 웃음소리를 섞어내며 혼잣말이 지속되자 민재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민재는 그대로 방문에서 떨어져 부엌 냉장고를 열고 냉수를 벌컥 들이켰다.

 

  은아의 방에서 음산한 기운이 내뿜어져 나오는 것 같아서 민재는 눈을 질끈 감고 팔을 감쌌다.

 

  온 몸에 한기가 느껴져 춥게만 느껴졌다.

 

  어디선가 바람 한줄기가 민재의 팔을 할퀴고 지나가자 민재는 닭살이 돋았다.

 

  눈을 뜨고 창가를 바라보자 창문을 통해서 제법 쌀쌀한 밤공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세탁소 아주머니가 한 말이 맞네. 이정도면 진짜 에어컨도 필요 없겠다.”

 

  민재는 여전히 팔을 풀지 않은 채 거실을 통해 베란다로 나갔다.

 

  “대체 사장님은 왜 아침부터 지금까지 문을 열어 둔거야 밤에는 추울 지경인데...”

 

  민재는 창문을 잡고 닫으려고 했다.

 

  그러나 창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창틀에 뭔가 어색하게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민재는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어냈다.

 

  그리고 민재는 놀라서 뒤로 자빠졌다.

 

  그것은 여자의 것인 두 마디 정도의 잘려진 가운데 손가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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