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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24.시체
작성일 : 17-08-04 00:50     조회 : 351     추천 : 0     분량 : 3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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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그게 무슨...”

 

  동재는 얼빠진 표정으로 되물었다.

 

  “너무 믿지 말란 말이야. 자세한 건 나중에 명확해지면 알려주마. 너도 혹시나 수상한 점이라든지 그런 사항이 있으면 삼촌한테 꼭 연락하고... 그럼 간다.”

 

  재용은 말을 마치고 서둘러 차에 올라타서 전화를 받았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무슨 전화를 그렇게 늦게 받나!”

 

  “죄송합니다. 반장님. 조사 중이라 바로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 바로 돌아오게. 발견했단 말일세.”

 

  “네? 뭐를?”

 

  “뭐긴 뭐야! 시체가 떠올랐단 말이지.”

 

  “네?! 그럼 제가 바로 현장으로 가겠습니다. 들렀다 가기엔 늦을 거리여서요.”

 

  “알겠네. 오는 대로 바로 연락 주게.”

 

  통화가 끊어지자 재용은 커피숍 유리창을 슥 바라보고는 차에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

 

  주차장에 남겨진 민재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삼촌이 한 말이 명쾌하게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장님이 거짓말을 해?... 어느 부분이?... 왜?... 형은 알고 있는 걸까?...”

 

  민재는 곰곰이 생각하며 가게로 돌아왔다.

 

  가게에는 똑같이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민재는 삼촌을 위해서 내렸던 커피를 은아를 위해 가져다주었다.

 

  “죄송해요. 사장님... 저도 삼촌이 저렇게 나올 줄 몰랐어요... 단지 소개팅 느낌으로 말을 꺼냈던 거였는데... 아무튼 죄송해요.”

 

  “어? 어. 네 덕분에 내가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다.”

 

  은아는 커피를 컵째 홀짝였다.

 

  차가운 얼음이 은아의 입가에 부딪쳤다.

 

  “빼.”

 

  “네?”

 

  “얼음 빼라고...”

 

  “아 네...”

 

  은아는 민재가 얼음을 빼고 가져온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마셨다.

 

  커피는 유난히 쓰게 느껴졌다.

 

  “민재야...”

 

  “네?”

 

  “네 커피가 너무 써”

 

  “그런가요? 그러면 시럽이라도 넣어드릴까요?”

 

  “됐어... 딱 좋다고... 하나만 더 타줘라. 더 쓰게”

 

  “네? 네.”

 

  민재는 알 수 없는 은아의 주문에 의아했지만 을의 입장에서 깊게 생각하지 않고 주문을 받았다.

 

  민재는 얼음을 빼고 은아에게 다시 한잔을 타주었다.

 

  은아는 역시 무표정한 얼굴로 한입 받아마셨다.

 

  “써... 너무 써... 너무 쓰다고...”

 

  은아는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민재는 주문대로 쓰게 만들어왔기에 은아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분간이 서지 않았다.

 

  그저 엎드려서 커피를 마시던 은아가 갑자기 커피를 바닥으로 던졌다.

 

  “써. 너무 써! 근데... 근데 왜 머리가 안 맑아지는 거야 대체 왜!”

 

  민재는 당황스런 반응에 말 한마디 못하고 밀대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닦았다.

 

  “민재야... 나 머리가 너무 아파... 가서 약 좀 가져와 어서!”

 

  민재는 은아의 신경질에 걸레를 던져놓고 뛰쳐나갔다.

 

  “어우 정말 왜 저러시는 거야?... 저 정도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거 아냐?”

 

  민재는 구시렁거리면서도 최대한 빠르게 약만 집어서 내려왔다.

 

  “여기 있어요.”

 

  민재는 약봉지를 은아에게 건네었고 은아는 잡아채듯 약봉지를 뺏어들었다.

 

  은아는 물도 없이 알약을 입에 넣어 씹어 먹었다.

 

  그 모습을 보고 민재가 급히 물을 컵에 담아왔지만 은아는 이미 목구멍으로 모두 넘겨버린 뒤였다.

 

  “이제 어쩌지...”

 

  은아는 물을 시원하게 삼켜낸 뒤 초조함을 호소하며 매장을 거닐기 시작했다.

 

  은아의 동적인 모습은 전 보다 나았지만 불안증세로 보이는 표정은 훨씬 심각해보였다.

 

  민재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동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사장님이 이상해... 평소 보다 10배는 이상해”

 

  민재는 동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동재의 반응은 더 다급해보였다.

 

  “그보다 너네 TV봤어?”

 

  “TV? 아니 그럴 여유가 안돼서...”

 

  “뭐하고 있는 거야 TV도 안보고! 은아는? 은아 좀 바꿔봐”

 

  민재는 알 수 없는 꾸중에 귀를 수화기에서 떼고 미간을 찌푸렸다.

 

  “뭐해! 빨리 안 바꾸고”

 

  “알았어...”

 

  민재는 은아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형이에요. 사장님 바꾸래서”

 

  은아는 마치 구원자라도 찾은 듯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띠며 휴대폰을 낚아챘다.

 

  “어. 오빠야?”

 

  “은아야 너 지금 TV봤어?”

 

  “아니. 그리고 조용히 말해! 듣겠다.”

 

  은아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민재에게 등을 지고 속삭였다.

 

  “얘기가 길어질 거 같으니까. 민재보고 올라가있으라고 그래. 얼른”

 

  은아는 동재의 명령에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민재야 너 먼저 올라가있어.”

 

  “다시 올라가라고요? 왔다갔다를 몇 번이나 시키는 거예요.”

 

  은아는 투덜대는 민재를 향해 주먹을 꽉 쥐어 보였고 민재는 불평하면서 가게를 나갔다.

 

  “어. 올려 보냈어. 무슨 일인데?”

 

  “벌써 걸렸어.”

 

  “뭐가?”

 

  “지금 뉴스에 너 시체 찾았다고 난리야”

 

  “그게 벌써 올라와?”

 

  “대충 던져놨으니까 어쩔 수 없지...”

 

  “그게 내 시체로 알고 있는 건 확실해?”

 

  “아마... 그런 것 같아. 물속에 잠겨있어서 훼손이 심했을 거니까 대충 옷가지만 보고 판단했겠지만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아.”

 

  “그럼 다행인데... 오빠 나 이제 어쩌지? 내가 나를 공식적으로 죽여서 돌아갈 수도 없는데...”

 

  “나도 모르겠어... 솔직히 말하면 네 연락도 다 끊어버리고 싶지만 당장 어머니 병세도 더 심해지신 것 같아서... 만약 새로 수술 들어가셔도 돈은 대줄 수 있는 거지?”

 

  “그건 약속해. 마무리만 잘되면... 하지만 내가 복귀를 못하게 된 이상 상황이 어려워질 것 같아.”

 

  “내가 지금이라도 당장 내려 가주고 싶은데... 아무래도 오늘은 병실을 지켜야 할 것 같아... 다른 소식 나오면 다시 전화할 테니까 너무 걱정 말고 쉬고 있어.”

 

  “아! 끊지 말아봐. 오빠 방금 전에 경찰이 왔다가 갔어.”

 

  은아는 갑자기 생각난 급보를 동재에게 알렸다.

 

  “뭐? 벌써? 들킨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내가 민재에게 알려준 번호 때문에 온 것 같아... 나 어떡해?”

 

  “그 정도면 걱정하지 말고. 뒷정리는 잘 해놨어?”

 

  “응. 바닥은 깔끔하게 닦아놨고 화장실도 다 청소했어... 환기도 시켜놔서 잡내도 다 뺐고 옷가지는 모아놨어...”

 

  “그럼 빨리 세탁 맡겨놓고 내일이나 내려가서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약이랑 전부 한군데 모아서 숨겨놔.”

 

  “알았어...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할 테니까 전화기 꺼지는 일 없도록 해.”

 

  은아는 당부를 마치고 꺼진 전화기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괜찮아. 이 까짓 시련쯤은 금방 벗어날 수 있어... 어차피 은퇴하고 쉬려던 참이었잖아. 가게도 오픈 준비 완료됐고 건물도 문제없어... 아자! 아자! 힘내자”

 

  은아는 뺨을 두드리며 스스로 기합을 주었다.

 

  그러나 자꾸만 차오르는 눈물을 숨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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