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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LAST SIRIO
작가 : 죽군
작품등록일 : 2016.8.24

입시준비생 도승한은 잠자리가 불편하여 오랫동안 사용해 낡은 베개를 바꾸게 되는데, 그 베개를 베고 잘 때마다 항상 같은 꿈을 꾸게 된다.

여러 사람이 모인 넓은 공간에서 한 명의 소녀와 마주보는 꿈. 그 꿈이 너무나 신경 쓰인 승한은 한동안 고민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 고민 속에 공포가 싹트려는 그 순간. 마침내 승한 앞에 나타난 꿈속의 소녀.

꿈이 아닌 현실에서 두 명이 만나는 순간, 이야기의 첫 페이지가 펼쳐진다.

 
LAST SIRIO - 1
작성일 : 16-08-25 00:44     조회 : 642     추천 : 4     분량 : 5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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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SIRIO

 

 ◇

 

  어느 겨울날. 교실은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온기로 채워지고 있었다.

  서리를 껴안은 유리창 밖.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칠판 앞에는 뿔테안경의 교사가 열의에 흔들리고 있다. 투철하다. 학생들은 밀려오는 졸음에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투철하지 않지만, 역동적이다.

  물론 모두가 그러진 않았다. 승한은 다른 학생들처럼 졸음을 애써 이겨내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고 책상 위에 올린 두 팔을 포개어 베게 삼아 대놓고 잠을 잤다. 투철하지도 역동적이지도 않았지만, 평화로웠다. 그것이 승한의 18번째 겨울의 일상이었다.

  동서고금. 학생이 수업중인 교실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 바르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러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니었나보다.

  선생과 정수리로 소통하는 학생들. 비단 이 교실만의 사정이 아니었다. 이제는 학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바른 것과 바르지 못한 것을 배워야하는 것은 필수가 아니었고 바른 것을 알더라도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더 이상 의무가 아니었다.

  선생의 침 뭍은 손가락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자 종소리가 교내 전체에 울려 퍼졌다. 종소리는 굉장히 활기찼고, 학생들을 꿈나라로 몰아내던 선생의 열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흠… 0교시는 여기서 끝내마.”

  선생은 손에 쥔 마카를 백판 밑에 내려놓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역동적이던 학생들은 승한처럼 책상위로 쓰러졌고, 그 사이에서 매장되었던 시체가 부활하듯 기지개를 피며 승한이 일어났다.

  승한은 눈을 비비며 교실을 한 번 살펴보고, 곧바로 서랍 속의 책 한 권을 꺼내 책상 위에 펼쳤다. 소설책이었다.

  “도! 또 책 읽냐?”

  승한의 바로 옆자리 학생이 다가와 승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는 눈 밑에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눈꺼풀은 힘없이 반쯤 덮인 상태였지만, 그 정도 졸림은 그의 쉬는 시간을 막지 못했다.

  “모, 너야 말로 안자냐?”

  어깨 위 손을 털어내며 승한이 말했다. ‘모’라고 불린 손의 주인은 거둬진 손을 그대로 주머니에 넣어 그 속에 있던 휴대폰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카톡 해야 하거든! 여·친·이·랑!”

  “여친? 수업시간에도 그렇게 하면서 지루하지도 않냐?”

  모는 손을 바쁘게 휴대폰의 액정을 두드리며 가소롭다는 마냥 코웃음을 쳤다.

  “솔로 기간이 곧 인생인 너에게는 이해 불가능이겠지~ 자, 보이냐? 이 넘치는 애정이!”

  모가 보여준 휴대폰의 화면에는 얼추 보아도 하트마크가 글자보다 많아보였다. 그리고 늘 그랬듯 승한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흘러넘치는 한숨도 막지도 않았다.

  “그렇게 여친이 좋냐? 수업에 집중 못 할 정도로….”

  “너야말로 소설이 그렇게 좋냐? 수업에 집중 못 할 정도로.”

  읽던 책을 뒤집고 모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미안하지만 난 너와 달라. 수업에 집중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지. 왜 안하냐고? 난 이미 다 알고 있거든.”

  “응. 안물.”

  “닥쳐.”

  모와 대화를 관 둔 승한은 다시 책에 집중했다. 그러자 모 역시 자기 할 일에 전념했다.

  조용해진 교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전과는 다른 종소리가 교내에 울렸다. 수업의 시작과 쉬는 시간의 끝을 알리는 소리였다.

  충혈된 두 눈을 부릅뜨며 잠에서 깨어난 학생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가방이나 서랍에서 다음 과목의 교과서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승한과 모 역시 책과 휴대폰을 서랍에 넣고 가방에서 교과서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야, 오늘 끝나고 PC방 고고?”

  모가 승한에게 말했다. 그러자 승한은 모를 쳐다봤는데 모는 서랍 속에 두 손을 넣고 있었다. 두 손은 그 속에서 아직도 문자를 작성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기이한 장면. 사실은 그의 책상에는 연필 한 자루 정도 통과하는 작은 구멍이 나 있었고, 그 구멍으로 서랍 속 휴대폰 화면을 보며 타이핑하는 것이었다. 필통으로도 다 가려지고도 남은 크기였기에 지금껏 모는 그 구멍의 정체를 들키지 않았고, 학생 중에도 아직 그 구멍의 존재를 모르는 학생도 상당수 있는 모양이다.

  “전에 말했던 RPG 기억하냐? 그게 요즘 클베중이거든. 어때?”

  “안 갈래.”

  승한은 고민하지 않았다.

  “와… 무슨 대답을 그렇게… 고민도 안하고 기계처럼 말하냐… 그러니까 네가 여친이 없는 거야.”

  이제는 완전히 무시하고 서랍에 반 쯤 걸친 소설책의 페이지만 넘길 뿐이었다.

  “으으… 두고 봐! 내가 이번 주 안에 만렙 찍고 말테야!”

  힘이 넘치는 모의 외침. 동시에 교실 앞문이 열렸고 그곳으로 백발의 노인이 들어왔다. 담임선생이었다.

  “지난번에 어디까지 했더라? 아는 사람?”

  칠판 앞에서 걸음을 멈춘 선생의 물음은 교실의 모든 학생들에게 역동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

 

  서울을 가로 지르는 한강이남 지역. 소위 말하는 ‘강남‘이라는 그곳에서도 ‘관악구’라는 곳은 너무 번화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너무 낙후되지도 않은… 정말 사람 살기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이곳 관악구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관악산은 이 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명문대를 안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몇몇의 고등학교도 분포하고 있다.

  승한이 다니는 고등학교도 여기에 있다. 바로 옆에는 같은 이름의 중학교도 있고, 그 둘 학교 주변으로는 셀 수 없는 주택가들이 펼쳐져 있다.

  주택가 사이로는 어지러운 골목길들이 얽혀있는데, 이 작은 골목길도 매일 아침 등교시간이나 지금 같은 하교시간만 되면 학생들로 매우 분주해진다. 그 학생들은 모두 두 개의 학교 중 한 곳의 학생이었고, 그 무리 속엔 책을 읽으며 유유히 갈 길을 가는 승한도 있었다.

  너무 많아 헷갈리기 십상인 갈림길을 파고 들면 파고 들수록 학생의 수는 줄어들었고 마침내 골목의 끝을 지나 큰 길에 도달했을 땐 시끄러운 무리들은 사라지고 없다.

  책날개로 자신이 읽고 있던 페이지를 표시하고 책을 덮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방에 넣고 다시 앞으로 걸었다. 큰 길을 기준으로 승한이 지나온 골목길의 건너편에는 재래시장이 있었지만, 그가 그곳으로 갈 이유는 없었다.

  계속해서 큰 길을 따라 더 큰 길로 향했다. 차선만 여덟 개인 큰 길에 맞닿았을 때, 승한은 방향을 꺾어 걸음을 계속했다. 승한의 동네에서는 가장 크고 번화한 길이었지만 동네 인구 자체가 워낙 적다보니 다른 사람들과 나부낄 일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반시간쯤 걷다가 승한이 걸음을 멈춘 곳은 어느 이불 가게 앞. ‘꿈잠자리’라는 이름의 작은 이불 가게였다.

  가게가 작은 탓도 있는 듯 했지만, 그보다는 가게 주인이 관리를 안 한 탓이 더 커 보일 만큼 매장 앞에 진열된 침구들은 정리가 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다. 승한은 그것들이 관심이 없었기에 그냥 한번 쭉 훑어보고는 바로 매장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자신의 키보다 훨씬 높이 쌓인 이불들이 지층의 단면처럼 빼곡히 쌓여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그 푹신한 벽들 앞에는 각양각색의 베개들이 쌓여 있었으며, 그것들 사이로 사람 한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넓이의 길이 있었다.

  먼지 냄새가 가득한 매장 안의 작은 길. 승한은 그 길을 따라 좀 더 내부로 들어갔다. 그러자 계산대로 보이는 작은 테이블에 백발의 할아버지가 힘없이 앉아서 작고 허름한 TV을 보며 실없이 웃고 있었다.

  “뭐 찾는 거라도 있어?”

  아무 말 없이 계속 계산대 앞에 서있자, 그런 승한을 의식한 할아버지가 흘러내린 안경을 고쳐 쓰며 그에게 물었다.

  “베개를 찾고 있어요. 높이는 좀 낮고, 푹신한 베개요.”

  “낮고 푹신한 베개… 색깔은?”

  할아버지는 승한이 오래간만의 손님이었던지라 몹시 흥미로운 눈빛으로 고개를 치켜들며 물었다. 승한은 그것이 살짝 부담스러웠다.

  “그, 그냥… 아무거나 주세요.”

  “아무거나 라니 그게 무슨 색이냐. 요새 나오는 것들은 너무 많아서 다 갖다 놓으려 해도 한계가 있고, 그나마 자중한다고 한 게 이 정도란다. 그러니 니가 원하는 색을 말해도 충분히 있을 수 있어.”

  승한은 같은 반 옆자리의 말 많은 학우가 떠올랐다.

  “그럼, 까만색 있어요?”

  “저쪽.”

  할아버지는 승한의 오른쪽 뒤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승한은 손가락의 연장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근데 베개라는 게 말이야, 색깔이나 모양에 따라 담고 있는 의미가 굉장히 많아. 그래서 나는 까만색은 별로다.”

  할아버지가 가리킨 곳에서 베개를 고르고 있던 승한에게 할아버지가 계속 말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승한의 머릿속에 나타난 말 많은 친구의 모습이 더욱 또렷해져갔다. 짜증이 났다.

  섞여있는 베개들 중에서 검정색만 골라 집어가며 촉감을 느꼈다. 많은 감촉의 배게들이 있었지만, 승한의 성을 채워주는 베개는 딱 하나였다.

  “오? 그걸로 고른 것이냐?”

  승한의 손이 멈추자 어째서인지 할아버지가 더 신나있었다.

  승한은 집어든 베개를 들고 그대로 계산대로 돌아왔다. 내색은 안했지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이걸로 할게요.”

  베개를 계산대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할아버지는 흘러내리지도 않은 안경을 고쳐 쓰며 베개를 요리조리 보았다.

  “음… 이 정도면… 천원만 주고 가라.”

  생각보다 훨씬 싼 가격이었다. 승한은 역시 큰 매장보다 낡아빠진 작은 가게라서 싼 것이라고 생각하며 흔쾌히 지갑에서 돈을 꺼내 할아버지에게 내밀었다.

  계산을 마친 승한은 할아버지에게 건성으로 인사한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매장 문 밖으로 나갔다.

  “허허… 고놈 참….”

  승한이 밀고 나간 문은 앞뒤로 흔들리며 먼지 가득한 매장 안에 찬바람을 조금씩 넣어 주었다. 할아버지는 그 신선한 공기를 피부로 맞이하며 만끽했다. 그런데 그 흔들림이 멈추기도 전에 또 다른 손님이 찬바람과 함께 매장으로 들어왔다.

  염색이 아닌 자연적인 금발. 그리고 그 머리칼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푸른 눈동자. 한 눈에 보아도 외국인이 틀림없는 그 소녀는 주인 할아버지로 하여금 긴장을 하게 만들었다.

  매장에 들어선 소녀는 매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말없이 걸음을 옮겨 방금 전 승한이 베개를 고르던 진열대 앞에 섰다.

  그렇게 그녀는 제자리에 한 동안 서있었다. 눈동자만 위아래 양 옆으로 움직이며 무언가 찾는 것 같았지만, 승한처럼 베개를 들어서 본다거나 할아버지에게 찾는 물건을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입이 근질근질한 할아버지는 그것이 매우 답답했고, 그 답답함이 결국엔 그녀의 외모가 준 긴장감을 이겼다.

  “아, 아가씨는 어, 어떤 걸… 찾으시나?”

  말을 건네자 푸른 눈동자가 할아버지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자신이 한국어로 말했다는 걸 깨닫고 안절부절 못했지만, 다행히 그녀는 한국어도 할 줄 알았다. 그것도 매우 능숙하게.

  “혹시….”

  그녀의 입에서 미지의 언어 대신 친숙한 모국어가 나온 것과 그 실력이 워낙 출중하여 할아버지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최근에 누군가가 여기서 뭔가 사간 적이 있나요? 이 진열대에서 말이에요.”

  소녀의 손끝은 방금 전 할아버지가 승한이 왔을 때 가리킨 곳과 같은 곳을 가리켰다.

  “아… 거기라면 아가씨가 들어오기 바로 직전에 한 학생이 사갔어. 까만색 베개를 사갔지. 저, 정리가 안 되어있는 것도 다 고놈이 어지럽히고 가서 그래! 허허!”

  할아버지는 머쓱하게 웃었다. 물론 소녀는 뒤에 이어지는 할아버지의 구차한 변명은 듣지 않았고, 그저 누군가가 사갔다는 진열대를 바라보기만 했다.

  “…하필 왜 이걸 사간거야.”

  소녀는 작게 웅얼거리며 곧장 매장을 나갔다. 할아버지는 바람처럼 사라진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혼잣말했다.

  “까만 베개가 유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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