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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23.거짓말
작성일 : 17-08-03 09:12     조회 : 375     추천 : 0     분량 : 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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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두 사람이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에는 해가 중천에 걸려있었다.

 

  민재는 먼저 달려가 가게 유리창을 통해 내부를 살펴보았다.

 

  안에는 어제 떠나던 시간이 그대로 멈춰있는 듯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안 내려오셨네... 아직 자고 계시려나.”

 

  민재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뒤따라 들어오던 정민이네 삼촌에게 말했다.

 

  “저... 삼촌. 사장님이 아직 안 내려 오신 것 같은데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내려올게요.”

 

  민재는 문을 열어 정민이네 삼촌을 들어가게 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집에 들어가자 민재는 약간의 이질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실 바닥은 밝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광택이 나고 있었고 베란다의 넓은 창이 모두 열려있어서 시원한 바람이 통풍되고 있었다.

 

  에어컨이 설치되 있지도 않은 집이 지금껏 단 한 번도 열려있지 않던 창문을 열어놓고 있자 굉장히 낯선 느낌이 물씬 들긴 하였다.

 

  그러나 민재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는 은아의 방문을 노크했다.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사장님 자요?”

 

  민재는 앞전의 사고도 있고 해서 선뜻 문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데려온 손님을 이대로 기다리게 둘 수도 없었기에 살며시 문을 열어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침대 위에는 은아가 죽은 듯이 쓰러져있었다.

 

  민재는 은아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손가락으로 찔러보았다.

 

  “음... 오빠야?”

 

  은아는 덜깬 목소리로 동재를 찾았다.

 

  “빨리 일어나 큰일이야”

 

  민재는 히죽이며 동재인척 흉내를 내었다.

 

  “뭐? 그게 걸렸어?”

 

  은아는 화들짝 놀래며 벌떡 일어났다.

 

  은아가 정신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눈앞에는 배를 잡고 낄낄대고 있는 민재만이 보였다.

 

  “뭐야. 너”

 

  은아가 앙칼진 목소리로 물었다.

 

  “헤헤헤 사장님 나보내고 둘이서 나쁜 짓 했어요? 뭘 그렇게 놀라요?”

 

  은아는 상황파악이 덜되어 잠시 동안 멍하니 생각하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민재에게 걸어가 꿀밤을 주었다.

 

  “별일 없으면 꺼져. 피곤해 죽을 것 같으니까”

 

  “밤새 뭘 하면 그렇게 피곤해요?”

 

  해맑은 미소로 민재가 물었고 은아는 인상을 썼다.

 

  “청소했거든 아주 대청소를... 시끄럽고 잘 거니까 나가!”

 

  은아가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귀찮은 모기는 은아를 물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가게에 지금 손님이 와계세요.”

 

  “손님? 가게 오픈도 안했는데 무슨 손님?”

 

  “사장님을 아시는 분이던데요. 최근에 사장님을 봤다고...”

 

  “뭐? 나를 봐?”

 

  은아는 표정이 굳었다.

 

  대체 자신을 어디서 봤다는 것인지. 봤다면 그것이 언제인지. 그래서 어쩌자고 이곳까지 찾아온 것인지 모든 것이 궁금하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만나서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잠깐 밖에서 기다려. 금방 옷 갈아입고 나갈 테니까”

 

  “옷만 갈아입지 말고 좀 씻는 건 어때요? 기왕이면 화장도 좀 하시고... 혹시 알아요? 우연이 인연이 될 필연일지?”

 

  “인생 주연에서 자연으로 돌아가 조연으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닥치고 꺼져. 머리 울리니까.”

 

  “넵...”

 

  민재는 방을 나왔고 은아도 위에 긴 팔 잠바를 걸치고 금방 나왔다.

 

  “사장님은 안 더워요? 밖에 햇빛이 저렇게 쨍쨍 인데?”

 

  “신경 꺼. 감기 걸려서 그런 거니까”

 

  두 사람은 티격태격 말을 주고받으며 가게로 내려왔다.

 

  정민이네 삼촌은 초조한지 다리를 떨며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쉴 새 없이 두드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삼촌. 여기 우리 사장님.”

 

  “안녕하세요. 민재가 일하게 될 이 가게 사장입니다. 날씨도 더운데 커피한잔 하시겠어요?”

 

  동재는 순간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은아는 민재가 한 번도 본적 없던 밝은 영업용 미소에 한껏 간드러진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네 반갑습니다. 저는 xx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김재용 이라고 합니다.”

 

  은아는 순간적으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재용은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어 은아의 손에 쥐어주었다.

 

  은아는 떨리는 손으로 명함을 받아들었다.

 

  형사가 찾아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은아는 극심한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형사 분이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은아는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이미 은아의 뒷 목에는 식은땀이 줄줄 새어나오고 있었고 재용의 날카로운 눈빛에 압도되어 있었다.

 

  “글쎄요... 여기 오면 바로 답을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네요. 몇 가지 물어볼게 있어서요.”

 

  재용은 계속해서 은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을 했다.

 

  “삼촌 왜 그래? 취조하러 왔어? 이러면 내가 사장님한테...”

 

  민재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재용을 말리는 동시에 곁눈질로 은아의 눈치를 보았다.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전 단지 이 가게를 운영하려는 선량한 자영업자라서요.”

 

  은아는 거짓말은 아닌 말로 발뺌했다.

 

  “혹시 어제 인기배우 정다혜 양이 이곳에 들렀다는데 사실인가요?”

 

  “네... 오기는 왔었죠. 저랑 유별나게 친했던 아이라”

 

  “그래요?... 그럼 사장님께선 혹시 며칠 전 행방불명된 한은아양도 아십니까?”

 

  “한은아는 죽었잖아요! 그이상은 몰라요.”

 

  은아는 반사적으로 잡아뗐다.

 

  “그래요... 죽었다라... 어떻게 확신하시죠?”

 

  “그 그게 그러니까 TV나 인터넷에서 하도 죽었다는 말이 많아서요...”

 

  은아는 가능하다면 주제를 바꾸고 싶었지만 재용은 한번 목덜미를 물어뜯은 먹잇감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오보입니다. 아직 시체가 떠오르지 않아서요.”

 

  은아는 점점 숨이 가빠왔다.

 

  “그 그래서요.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그런데 우리 사장님께서 실종된 한은아양의 번호를 마치 자신의 번호인양 알려주었다던데... 두 사람은 무슨 관계입니까?”

 

  은아는 숨이 막혔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은아는 고작 서있는 게 전부였고 그것도 머지않아 다리가 풀려버릴 것 같았다.

 

  “사실은... 제가 한은아와 정다혜의 소속사 배우... 아니 사장... 아니 대표라서요... 민재에게는 장난을 좀 친 건데... 그 그렇다고 제가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도 아니에요. 김동재가 우리 회사 매니저인건 아실 텐데... 그러니까 그쪽에 물어보면 확실히 보증해줄 거예요. 진짜에요. 그렇지 민재야 아하하”

 

  은아는 당황스러움에 아무렇게나 말을 내뱉으며 민재에게 대답을 강구했다.

 

  “삼촌. 사장님이 우리 형 돈 주는 사람 맞아요. 나도 들었어.”

 

  “예 뭐 그렇다면 그렇겠죠... 진짜 대표라면 모든 정황이 맞아떨어지네요. 단순 장난이니까... 그럼 대표님께서 이런 지방에는 왜 계시는 거죠? 저번에 조사 차 회사에 갔을 때 전 직원이 모두 출근해서 비상사태던데”

 

  “사장님이 여기가 제2지구랬어. 여기서 지방 인재들 키울 거라고... 그죠 사장님?”

 

  “어?... 응 맞아 그래서 제가 여기 내려와 있는 거예요... 모르셨구나... 궁금하셨던 건 다 물어보셨나요? 그럼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어제 감기에 걸려서 옷도 긴팔로 입었고... 민재야 이 손님 분은 커피 포장해서 드리렴. 오래 계실 손님 아니시니까... 그럼 안녕히...”

 

  은아는 황급히 뒤돌아섰다.

 

  “안 그래도 가려던 차였습니다. 아까부터 전화가 계속 울려서요.”

 

  재용은 휴대폰을 들어보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민재가 그런 재용을 뒤따라 나와 화를 내었다.

 

  “아니 삼촌은 소개팅 와서 그러는 법이 어디 있어?! 이러니까 삼촌이 모태쏠로 인거야! 알아?”

 

  “됐어. 너희 사장님이란 사람 믿지 마! 그리고 가능하면 일도 그만둬”

 

  “왜? 여기만큼 괜찮은 알바자리 없단 말이야.”

 

  “저 여자는 온통 거짓말을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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