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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눈 먼 나르시스트를 위하여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5.8
눈 먼 나르시스트를 위하여 더보기

에브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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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삼일 앞두고 도망 친 남자. 나르시스트 오권혁(27세)
그런 남자에게 화가 나 있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여자. 평범녀 안나경(29세)

 
5.
작성일 : 16-05-08 16:26     조회 : 450     추천 : 0     분량 : 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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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는 맥주 한 캔을 들고 옆에 앉으며 말했다.

 

 “이 바닥에서 구르다보면 별의 별 말들을 듣거든. 확실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자꾸 뒤통수가 당기고 찝찝해지는 그런 말들 말이야. 연예인 A가 일반인 B랑 사귀었다는데 어느 날 보면 일반인 B가 미친년이 되어있는 상황 같은 거. 사귄 건 분명 둘이고 연애 기간 동안에 벌어진 일들을 공개한 것도 두 사람인데, 사람들이 원하고 기억하는 것은 결국 자신들이 좋아하고 아끼는 연예인이지. 일반인이 아니거든. 그 사람이 얼마나 개자식이고, 혐오스러운 일을 벌이든 간에 사람들은 그 일을 액면 그대로 보고 싶어 하지 않아. 그냥 내 스타는 언제나 완벽하고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으면 싶은 거야.”

 “응…….”

 

 친구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도 뜨거운 물이라도 삼킨 듯 말하는 중간 중간 입술을 핥으며 콧등에 고인 땀을 소맷부리로 쓱 닦아 내렸다.

 

 “그런 일들은 알게 모르게 간간이 있어 왔어. 하지만 사실을 알고 있는 주변인들도 그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는 거야. 증거가 없으니까. 사실일지라도 사람들은 믿지 않으니까. 어떤 일은 숨기고 잊어버리는 편이 서로에게 좋은 것도 있지. 상처 받은 당사자의 진실을 누군가 세상에 알린다 해서 그 사람에게 이득이 될 수 없는 일들. 평범하지 않은 누군가와 사귀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수없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잊히고 싶지만, 잊히지 않아서 고통 받는 사람들. 새로운 시작을 할 힘을 얻을 수가 없어서 결국 세상을 등져버린 사람도 있었을 거야. 사람들은 점점 진실을 말하는 걸 두려워하게 됐지. 어차피 사람들이 믿지 않을 거라면, 아름다운 거짓만을……. 포장 된 이야기만을 앵무새처럼 말해 버리자. 그런다고 내 인생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니까. 어차피 망가진 인생은 하나로 족하니까. 누군가의 체념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사람도 결국엔 포기하게 되는 거야. 아무리 말해도 자꾸만 자신만 더 초라하고 괴로워지는 걸 경험하고는 더 이상 상처 받지 말자고 생각해 버리는 거지.”

 “그렇겠지.”

 

 친구의 낮게 깔린 말을 따라 내 기분도 한없이 가라앉았다.

 

 “누구 이야긴지 알아?”

 “아니. 누구 이야긴지 말 해 줄 거야?”

 “내 친구 이야기.”

 “친구?”

 “응. 죽은 내 친구, 사라.”

 

 그 말을 하는 친구의 표정은 한없이 아련하고 쓸쓸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사랑했던 사람이 배우였어. 그 애는 나랑 같은 출판 사무실에서 일하던 작가였고…….”

 “그래.”

 “우연히 그렇게 만나진 건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던 건지 나는 알지 못해. 하지만 내가 알기로 사라와 해당 배우는 4년간 진지한 만남을 가져왔어. 사라는 그 사람이 조금씩 인기를 얻는 것을 기쁘게 보고 있었고, 어느 날엔 그 남자의 첫 영화에 자신의 소설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기도 했어. 하지만 친구는 모르고 있었지. 그 남자가 영화의 성공 이후로 자신을 피할 것이라는 것을.”

 “…….”

 “남자는 변심했던 거야. 인기 스타 반열에 오르자마자 자신을 위해 터무니없을 정도의 계약 조건조차도 마다하지 않았던 자신의 여자 친구를 부끄러워하고, 좀 더 화려하고 인기 있는 연예인 여자 친구로 갈아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지.”

 “…….”

 “사라는 작가라는 이유로 허언 증 환자 취급 받으면서 철저하게 비난 받아야 했어. 그 애는 너처럼 공개 연애를 하진 않았었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연애였거든. 그런데도 팬이란 사람들은 그 남자의 연애를 쉬쉬하며 숨겨 주더라. 여러 사람이 한 사람 바보 만들기 참 쉬운 일이지.”

 “그래서?”

 “자살 했어.”

 “그게 끝이야?”

 “그래. 바보 같지만 남자가 자신에게 돌아올 가망성도 없고 제 인생도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순간부터 끝났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내가 옆에 있었는데도 소용이 없었어. 그냥 그 앤...그때 죽고 싶은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더 웃긴 건 뭔지 알아?”

 “…….”

 “그 애가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와중에 쓴 자전적 소설이 그 애의 죽음 이후로 불티나게 팔렸다는 것. 그리고 누가 봐도 둘 사이의 일들을 소설로 만든 것이었는데……. 심지어 결말은 그 애가 원하던 대로 남자가 그 애만큼 고통스러워 하다가 돌아오는 내용이었는데도 그 남자의 다음 작품으로 거론 되었다는 거야.”

 “그래서…….그 남자는 그 작품을 수락 했어?”

 “응.”

 “했다고?”

 “그래. 한 번 그런 식으로 떴으니까. 그 유혹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겠지. 그리고 상처 받은 상대 여자 주인공으로는 현재의 여자 친구가 맡게 된 거야. 내 친구는 온갖 욕을 다 먹고, 심지어는 허언 증 환자에 이 남자. 저 남자 다 갈아치우는 걸레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살다 갔는데……. 그 둘은 너무 뻔뻔하게 잘 먹고 잘 살더라고. 그런 인간들이었어.”

 

 거듭 된 친구의 말에 난 가슴 밑바닥에 숨겨 놨던 불안함이 다시금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걸 느꼈다.

 

 ‘나도 포기하지 못한다면……. 그 친구와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사라라는 그녀의 마지막과 같은 결말을 맞이하고 싶진 않았다. 아무리 똥물을 뒤집어쓰더라도 기어이 살아내고, 살아내서, 나를 상처 준 사람들의 말로를 보고야 말겠다는 고집스러운 마음만이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친구가 말하고 싶은 다음 말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살아남으라는 것. 그리고 절대로 자신의 작품을 상처 준 대상에게 주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친구가 내게 손을 내민 것은 사라라는 친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내 사정에 연민을 가졌다는 반증임을 알았다.

 그 때의 그녀처럼 죽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친구에게서 강하게 엿보였다.

 

 ‘나는 저 친구에게 이미 사라와 같은 존재가 되어 있구나.’

 

 고통 받았던 기억을 잊기 위해서 글을 쓴다. 글로 인해 삶을 반추하고, 그 삶을 정화시켜 나간다.

 그리고 종국엔 잊는다. 그 바보 같고 이기적인 이들의 말로를 지켜보기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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