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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신의 선물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9

주신이 가장 총애하는 막내 딸 일레인은 우연히 보게 된 인간 세상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인간 남자아이가 아픈 누이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습이 왠지 눈길이 갔다. 인간 세상을 꿈꾸던 일레인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성년식이 다가오는데...

 
18. 백작 성에서의 첫날 밤 (2)
작성일 : 17-08-01 20:11     조회 : 264     추천 : 2     분량 : 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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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우면서도 어딘지 쓸쓸하고 어두워 보이는 복도를 걸어가며 일레인은 복도 가득 내려앉은 어둠의 기운에 기분이 오싹해졌다.

 

 ‘이건 도대체…….’

 

 여신인 그녀조차 섬뜩하게 만들 정도로 음침한 기운에 일레인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니아 역시 무언가를 느낀 듯 아까부터 일레인의 머리카락 속으로 몸을 숨기더니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 했다.

 

 앞서 걷고 있는 마틴을 의식하며 걷던 일레인 갑자기 멈춰서는 마틴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멈추며 마른 침을 삼켰다.

 

 똑. 똑. 똑.

 

 마틴의 노크 소리에 안에서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울리더니 이윽고 방문이 벌컥 열렸다.

 

 “어떤 정신 나간 년이 이 시간에 감치 아가씨의 잠자리를 방해하는 거야? 별것도 아닌 일이었다가는……. 집사님?”

 

 통통하게 살집이 잡힌 작은 여인이 걸쭉한 목소리로 씩씩거리며 중얼거리더니 마틴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늦은 시간에 방문해서 미안하네. 가브리엘.”

 “아? 아…. 아닙니다. 한데 이 시간엔 어쩐 일로…….”

 “루카스 님이 새로운 치료사와 함께 돌아오셨다네. 루카스 님이 다치신 것을 치료해주신 분인데 아가씨를 위해서 특별히 모셔 오신 분일세. 마침 치료사님이 먼저 아가씨의 상태를 좀 보고 싶다고 하셔서 실례인 줄 알면서도 들렀네. 아가씨는 잠자리에 들어가셨나?”

 

 마틴의 말에 사납게 일레인을 쏘아보던 가브리엘의 표정에서 독기가 빠져나갔다.

 

 “주무실 수 있을 리가요. 오늘도 다리 통증이 심해서 고통스러워하고 계세요.”

 

 조금 전까지 고통 속에서 입을 막고 끙끙거리던 이블린을 떠올리던 가브리엘의 얼굴 위로 어둠이 내려앉았다.

 

 “죄송하지만 제가 좀 볼 수 있을까요?”

 

 가여운 아가씨를 괴롭히지 말라 소리치기 위해 고개를 들었던 가브리엘은 그녀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는 마음을 풀었다. 치료사라면 학을 뗄 정도로 싫어하던 루카스가 직접 데려온 치료사와 여자치료사는 처음이었기에 혹시나 하는 희망에 속는 셈 치고 한번 기회를 줘보기로 했다. 게다가 지금은 아무나 붙들고 아가씨를 치료해 달라고 소리치고 싶을 만큼 고통이 심한 날이었다.

 

 전에 왔던 똘마니들과 같이 이블린을 괴롭힌다면 그때 엉덩이를 걷어차 쫓아내리라 마음먹으며 고개를 끄덕인 가브리엘은 둘을 안으로 이끌었다.

 

 부유한 백작 가문의 영애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방은 넓었으나 단출했다. 주로 침대나 의자에서 생활하는 이블린을 위한 커다란 침대와 다양한 종류의 의자가 다였다. 그나마 다양한 종류의 의자들이 창가와 침대, 테이블 등 넓은 방 안 곳곳에 놓여 있는 게 좀 특이 했다.

 

 일레인은 침대 가까이 걸어갈수록 어둠의 농도가 진하게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숨이 컥컥 막힐 정도로 짙은 어둠에 일레인은 가브리엘과 마틴의 기색을 살폈으나 인간이 알아차릴 수 있는 종류의 성질이 아닌지 둘 다 침대의 주인을 내려보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할 뿐 다른 반응은 없었다.

 

 “저 환자를 보기 전에 준비할 것들이 있어서요, 혹시 따로 연결된 방이 있나요?”

 

 일레인이 조심스럽게 가방을 가리키며 물어보자 가브리엘이 손가락으로 방향을 알려 주었다.

 

 방문을 열고 오롯이 혼자가 된 일레인은 조금이나마 회복된 신력으로 그녀의 얼굴 전체에 보이지 않은 방어막을 둘렀다. 그제야 숨쉬기가 편안해 졌다.

 

 영상 속에서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어둠의 기운이었다.

 

 인간들이 사는 인간계로 구분돼 있었다. 천계의 신과 마계의 악마들은 각자의 힘을 이용해 인간계에 영향을 줄 수는 있었으나 그 질서를 무너트릴 큰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항시 서로를 견제했다.

 

 인간계에 마계의 기운이 강해지면 일레인을 비롯한 각 계의 신들이 자신들의 신력을 사용해 인간계를 정화 시키고 마계의 기운을 방어 했다. 반대로 인간들이 평화롭게 지내면서 천계의 기운을 강하게 만들며 마신들이 마기를 내뿜으며 기를 어지러 트리거나 마물을 인간계로 보내 마기를 불어넣었다.

 

 신과 마신은 태초의 안배에 따라 각자의 영역에서 벗어 날 수 없었고, 그 영역을 벗어나려면 일레인처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봉인 구를 착용해야 했다. 봉인 구는 신들의 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함도 있지만, 역으로 인간계에 흐르는 자연의 흐름으로부터 각자의 힘을 보호해 주는 역할도 있다는 게 일레인이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그런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나는 일이 이블린의 주변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그래서 그녀가 지금껏 고통받아왔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이 쓰였다.

 

 ‘지금 당장은 내 힘으로도 어쩔 수 없어. 고통이라도 줄여주는 수밖에는.’

 

 가방에서 생일날 선물로 받은 치유의 힘이 깃든 천을 꺼내 필요한 만큼 잘라냈다. 혹시 몰라 남은 신력도 천에 담아내고는 심호흡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침대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끙끙대는 소리와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헉!”

 

 일레인이 곁으로 다가오자 마틴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 주었는데 그가 몸을 움직이면서 그에게 가려져 있던 이블린의 모습에 이레인이 저도 모르게 낸 소리였다.

 

 사부작거리는 소리는 그녀가 이불을 부여잡고 고통에 격하게 몸을 움직이며 만들어지는 소리, 끙끙거리던 소리는 그녀가 천을 입에 물고도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소리였다.

 

 한 번도 누군가가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없었던 일레인은 처음으로 눈으로 보는 타인의 고통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내가……. 내가 왜 이러지?’

 

 “치료사 양반, 아니 아가씨. 제발 뭐라도 좀 해보 슈. 가여운 우리 아가씨가 이렇게 힘들어 하잖소. 제발 유.”

 

 가브리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일레인이 준비한 천을 내려놓고는 그녀를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명령했다.

 

 “먼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몸을 확인해야 해요. 이 이불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두 분이 이블린의 팔을 양쪽에서 잡아주세요.”

 “알겠수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이블린의 팔을 잡아 온 힘을 다해 고정하는 사이 일레인은 이불을 걷어 내고는 눈으로 그녀의 몸을 살피며 내렸다.

 

 ‘역시.’

 

 이블린의 기묘하게 뒤틀린 발목 주위에서 강하게 흘러나오는 어둠의 기운을 파악하고는 마음속으로 제 곁에 있는 니아에게 명령했다.

 

 -니아, 저기 다리에 뒤틀린 부분이 보이지? 저 부위 위로 치유의 기운을 최대한 쏟아부어.

 -네 일레인 님.

 

 물의 기운이 가진 치유력만으로는 어둠을 몰아낼 수 없었으나 당장 이블린이 받는 고통의 양은 줄일 수 있었다.

 

 일레인이 쓰다듬는 손길을 따라 니아의 치유력이 그녀의 피부에 스며들었고 고통이 줄어들자 이블린의 몸부림 역시 줄어들었다.

 

 점점 잠잠해지는 이블린의 몸부림에 가브리엘과 마틴의 얼굴에 밝아지면서 처음 보는 여자 치료사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

 

 ‘에구머니나, 저 양반, 아니 아가씨가 진짜로 용한 가부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참지 못할 정로도 격하게 몰아치던 고통이 조금씩 줄어들자 고통으로 멍멍하던 머리가 점차 맑아졌다. 뜨겁게 달군 인두로 다리를 지지는 것 같았던 고통이 짧은 가시 여러 개에 찔린 것 같은 통증으로 줄어 들자 이블린은 그녀의 거친 피부를 어루만지는 보드라우면서도 서늘하고 상쾌한 손길이 느껴졌다.

 

 ‘기분이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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