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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공작부인 클로에
작가 : 봄고양이
작품등록일 : 2017.7.25

죽은 남편에게 숨겨진 아이가 있었다. 사생아의 후견인은 데온 파이어. 한 번도 남자에게 빠진 적 없는 공작부인 클로에의 앞에 나타난 그가, 클로에는, 진심으로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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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01 00:19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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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기를 빼고 붕대를 감아야 하는데, 참을 수 있겠소?”

 

 잠시 후 데온이 돌아와 물었다. 그의 손에는 얼음을 가득 담은 버킷이 있었다.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얼음은 불만큼이나 귀한 것이고 마음껏 쓸 수 없었다. 클로에는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그의 어마어마한 부에 복잡한 기분을 느꼈다. 이런 남자에게 협상이 통할까?

 

 클로에가 무슨 생각을 하건 간에, 데온은 그녀의 다리의 붓기를 빼는 데 집중했다. 그는 생각보다 섬세하고 신속하게 처치를 했다. 경험이 있는 솜씨였기에 클로에는 어디서 이런 걸 배웠냐고 작게 물어보았다.

 

 “배 위에서는 온갖 일이 벌어지지. 이 정도의 응급처치는 기본인 셈이오. 일등 항해사 자격도 있지만……”

 

 데온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이렇게 덧붙였다.

 

 “자랑하려는 건 아니었소. 여하간 기본적으로 무장을 하고 심심찮게 분쟁도 일어나오. 그러면 어딘가가 부러지거나 찢어지게 되고, 급한 대로 수습도 해야 하지.”

 

 “상선도 타고 다니나요?”

 

 “그렇지. 문제 있소?”

 

 “나는 당신이 그냥 책상 앞에 앉아서 거들먹거리며 명령이나 내리는 선주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군. 물론 많은 선주들이 그렇게 하기는 하오. 하지만 나는 웬만하면 직접 거래를 하고……”

 

 “잠깐만요.”

 

 클로에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무장을 한다고요? 무장? 그럼 당신도 죄 없는 원주민을 죽이는 그런 부류인가요?”

 

 공작에게 들었던 이야기들, 상선을 몰고 다니며 이국의 소중한 자원들을 칼과 마법으로 위협하고 강탈해오는, 겉만 제국 사람이지 속은 비열한 해적이라는 무역상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클로에는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데온의 대답 여하에 따라 그를 혐오하게 될 것 같았다. 어째서인지 그녀는 그것만큼은 아니길 빌었다.

 

 “그게 중요하오?”

 

 “폭력적인 남자들 틈에 끼는 것은 지긋지긋하니까요.”

 

 무심코 대답한 클로에는 입을 가렸다. 킬루세스를 지목한 것이지만 무관심 속에 그녀를 내버려 두고 서슴없이 불륜을 저질렀던 공작도 정신적인 학대를 한 셈이어서 연달아 두 남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자 발목의 고통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았다. 클로에의 눈가에 눈물이 어룽거렸다.

 

 “난 그런 남자가 아니오. 그리고 무력을 써야 한다면 다른 사람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지.”

 

 데온은 클로에의 손을 지그시 잡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클로에는 눈물을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눈가에 힘을 주었다.

 

 “정확한 대답이 아니에요.”

 

 “나는 주로 같은 제국 상선과 경쟁하오. 이 정도로 완화해서 표현하는 걸 이해해 주시오. 원주민은 건드리지 않아. 대신 비겁하게 거래하려는 다른 라이벌이나 길드와는 조금 잔인하게 굴지. 됐소?”

 

 클로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눈을 몇 번 깜빡이는 걸로 대신했다. 그러잖아도 눈물이 떨어지기 일보 직전인데 결국 또 뺨이 젖고 말았다. 데온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클로에는 또 달콤한 키스가 시작되려나 보다 하고 얼어붙었다. 데온과 입을 맞추는 건 좋지만 두려운 일이었기에……

 

 “어떤 자식이 이렇게 했소?”

 

 갑자기 클로에의 생각이 정지했다. 마치 심장이 멈춘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어, 어떤 자식이라뇨?”

 

 아무리 당당하고 때때로 엉뚱하기까지 한 대쪽같은 성격의 클로에라도 단 하나, 아버지만큼은 쉽게 고발할 수가 없었다. 오래 학대를 당하고 살아 온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특징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자신 안에 있는 어둠을 감추기 위해 때때로 담담하고 밝고, 세상에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연기를 하고는 했다.

 

 그때였다. “데온!”하는 여자 목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온 것은. 이윽고 거침없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화려한 인상의 젊은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이름은 로리 앵클로. 데온과 그의 누나 즉, 로빈 생모의 오랜 친구였다.

 

 클로에는 로리를 보는 순간 그녀를 알아보았다. 사교계에서 화려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여인이었다. 그녀 자신은 그리 좋은 가문 출신이 아니지만 구혼자가 너무 많고, 심지어 이웃 공국에서도 로리와의 혼인을 간절히 원했다. 때문에 몸값을 올리느라 약혼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들이 많았다.

 

 시집을 간 뒤로 사교계에는 웬만해서 나가지 않는 클로에였다. 공작의 외도는 유명했으므로 사람들에게 조롱이나 받을 게 뻔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로리의 가십은 속속들이 알려지고 있었다. 그만큼 유명한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데온과 관계가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그는 귀족이 아니기에 사교계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는 이유도 한몫 했겠지만, 클로에의 촉은 그게 다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로빈은 어떻게 지내? 그 아이가 좋아할 만한 걸 잔뜩 가져왔어.”

 

 로리가 데온을 바라보는 표정에는 특별한 감정이 들어있었다. 거침없이 로빈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 보아도 서로의 가정사를 공유하고 있을 정도의 가까운 사이임을 알 수 있었다. 클로에는 심장이 두근거리며 뛰고,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는 감각을 느꼈다. 왜인지 모르지만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 같았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기분이었다.

 

 “우리 애의 생부가 죽었다고 하던데, 혹시 공작부인이 애를 데려가겠다는 뻔뻔한 짓거리를 하지는 않았어?”

 

 클로에는 흠칫했다. 알고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그녀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어서 저런 소리도 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여하간 죄책감이 들었다. 뻔뻔한 일이라는 건 클로에도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로빈이 필요했다, 아주 절실하게.

 

 “누구라도 자기 가문으로 데려가고 싶겠지. 공작의 피를 받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니까.”

 

 “갑자기 편을 들어? 싫댔잖아, 세이비어 공작이. 마지막에 네 누이를 고생시키다 가게 만들었으니.”

 

 로리의 말투에 가시가 확 돋쳤다. 동시에 그녀는 그제야 클로에를 발견했다. 그리고 알겠다는 듯 “아아.”하고 중얼거렸다.

 

 “이 여자야?”

 

 클로에는 로리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저쪽이 먼저 그녀를 노려보며 시비를 걸어왔기 때문에 피할 수가 없었다.

 

 “3년 상도 치르지 않고 로빈을 데리러 온 거 보니, 욕심이 어지간한가 보네. 당장 대를 잇지 않으면 안 되겠던가요?”

 

 “당신에게 우리 가문의 속사정을 밝힐 이유는 없죠.”

 

 로리가 “하!”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불타는 눈으로 클로에를 쏘아보았다. 도대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왜 저렇게 무례한 시선을 보내는 거지? 그녀는 불쾌했지만 지금은 화를 낼 때가 아니었다. 일단은 최대한 숨을 죽이고 데온에게 도움을 청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때 바깥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클로에는 직감적으로 킬루세스가 암살자들을 보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아닌 게 아니라 검집에서 검을 뽑는 불길한 소리가 들리고 마구간지기의 비명이 이어졌다. 로리와 데온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는 벽장문을 열더니 재빨리 무장하고 로리에게도 검 한 자루를 주었다. 클로에는 놀랐다. 실제로 검을 쓰는 여인, 그것도 귀족 여인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잘 버텨줘. 여기까지 오지 않게 하겠지만.”

 

 “걱정 마. 내 몸 하나는 확실히 지키니까.”

 

 데온의 말에 로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는 그녀의 호전적인 대답에 조금 걱정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

 

 “저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건, 다친 사람이야. 너무 막 대하지는 마라.”

 

 “그래? 만약 로빈을 빼앗아 가지 않는다면 정중하게 대해줄 수도.”

 

 완전히 미운털이 박혔구나. 클로에는 약간 절망스럽게 생각했다. 데온 하나라면 설득할 수 있을 것도 같았는데 로리는 아니었다. 원래도 여자를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그녀로서는 아이를 빼앗아 갈 거라는 생각에 단단히 사로잡힌 로리와 싸울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해야 한다면 해야겠지.

 

 데온이 방을 뛰쳐나가는 걸 보며 클로에는 이를 악물었다.

 

 “데온은 칼을 잘 써. 소드 마스터 급이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다 뿐이지. 귀족이었으면 벌써 유명한 기사가 되었을 걸.”

 

 “다행이네요.”

 

 클로에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킬루세스가 데리고 다니는 암살자들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한데 데온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해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한단 말인지.

 

 “다행이라고? 지금 사람 우습게 보는 거야? 아니면 정말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거야?”

 

 “다치지 않았으면 해서요.”

 

 “저택을 공격한 인간들, 당신이 불러들인 사람들 아니야?”

 

 “적어도 절 구하러 온 사람들은 아니에요.”

 

 씁쓸하게 대답하며 클로에는 피식 웃었다. 로리는 그런 그녀가 참 희한하다고 여겼다. 정황상 침입자는 로빈과 그녀를 데려가려는 세이비어 가문의 용병이 틀림없는데 아니라고 하니. 게다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제대로 말 해.”

 

 로리가 갑자기 칼끝을 클로에에게 겨누었다. 순간 그녀는 온몸의 피가 머리로 솟구쳤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서슬 퍼런 칼날은 실제로 냉기를 내뿜고 있었다. 대답 여하에 따라 로리가 자신의 목을 그어버릴 거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제 친부, 그러니까 킬루세스 장관께서는 로빈이 죽기를 바라요.”

 

 “허? 제 손자잖아? 물론 피는 안 섞였겠지만.”

 

 “킬루세스가 바라는 건 좀 더 큰 거예요. 대를 잇는 것만이 당신의 목표는 아니거든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로리는 검을 거두어들였다. 클로에는 이해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로리는 집안에서 퍽 사랑을 받는 딸로 알려져 있었다. 고명딸인 데다 그녀의 부친은 다정다감한 성격에 딸바보였다.

 

 로리가 사교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사실보다, 부친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는 것이 더 부러운 클로에로서는 그녀와 자신의 격차를 생각하며 씁쓸하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혹시 그 발목, 당신 아버지가 그런 거야?”

 

 잠시 고민하다 클로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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