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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울지말아요, 그대.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7.23

오늘따라 달빛이 유난히도 고와 세상에 빛을 뿌릴 때, 영롱하게 빛나는 달빛의 정기로 가득 찬 여인의 주변. 고운 달빛을 병풍 삼아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들이 적막함을 달래준다.

“됐어요…….”

광활히 펼쳐진 아름다운 은빛바다와 다르게 몹시도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집하나. 그런 그곳에 비단같이 매끄럽고 칠흑(漆黑)을 품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

구름자락을 뚫고 내려온 달빛이 그런 여인의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비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번뜩이는 눈으로, 쏘아보는 수많은 눈빛들이 애석하기만 하다.

“입고 갈게요… 아버지….”

악문 입술 사이로 비집고 흘러나온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애야….”

밤과 더불어 창호지에 스며든 은은한 달빛에 비치는 수많은 횃불이 오늘의 슬픈 날을 예고하고 있었다.

 
@15.
작성일 : 17-08-01 00:01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7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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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지는 얼마 안 되었소. 그냥 서빈과 오랜만에 술이나 한 잔 걸칠까하여 지나가는 길에 들렸던 게요. 할 이야기도 있고, 겸사 겸사라 하면 좋겠구려.”

 

 아. 다행이다. 그럼 처음부터 계속 보고 있었던 건 아닌가 보네.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도란이 이리 깊어가는 밤에 서빈을 보러 온 것은 처음이었다. 여기서 머물고 있던 두 달이란 시간 속에서 그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와 나와의 거리는 가깝게 되자 그의 모습이 자세히 보였다. 밤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했던 나지만…… 지금 이순간만은 은빛바다의 찬란한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은빛바다보다 더욱 시선을 고정시키는 단 하나.

 

 붉은빛이 감도는 옥팔찌에 검은색 옷감이 잘 어울리는 도란의 모습은 순간의 상상마저 빼앗아 버릴 것만 같은 근사하고 멋있었다. 달빛을 등지고 있어서 그런 걸까? 항상 포근하면서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였지만, 오늘은 그의 미소가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도리질 쳤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조금 어색하고 익숙지 않은 느낌에 나는 억지로 깨려했다.

 

 “아. 그러시군요.”

 “근데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던 게요?”

 “잠을 자기에 이른 시간에…… 갑자기 옛 기억이 떠올라. 몸을 좀 움직여 본거예요.”

 “움직여 본거라…….”

 “예. 많이 엉성하고 별 볼일 없는 몸짓이었으니 잊어주셔요.”

 “아니었소.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구려.”

 “…….”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다는 말에 대답이 턱 하고 막혔다. 괜한 소리를 들은 탓인지 사고가 정지된것만 같았다.

 

 “언제 그리 배운 것이오?”

 “네?”

 “나중에 정식으로 처음부터 다시 보여주지 않겠소?”

 “어…….”

 “엉성하고 별 볼일 없는 몸짓이 단언컨대 아니었소.”

 “그러니까 그게…….”

 “아주 보기 좋았소. 본의 아니게 춤을 본 것은 죄송하구려.”

 

 아…… 어떡해. 그럼 도란의 말은 첨부터 내 춤을 보았던 거야? 몸이 가는대로 춘 것인데도?

 

 또 얼굴이 불게 달아오름이 느껴졌다. 결코 남에게 보일정도의 춤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탓이었다. 예전에 세연이 나에게 춤에 재능이 있다고 하였지만 그건 온전히 벗으로서, 친구로서 해준 말일 테니까. 고개를 푹 숙여짐은 당연했다. 아... 얼굴을 어떻게 들어.

 

 

 “여월낭자! 그리 고개를 숙이고 있소? 뭔 문제라도 있소?”

 “아…… 아니예요. 그, 그냥요.”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벌게지는 얼굴을 들고 말이다.

 

 “춤은 언제 배운 것이오?”

 “아주 어렸을 때 친구로부터 배웠어요. 조금, 정말 조금 배운거예요.”

 “그렇소? 조금 배운 춤사위가 아니었는데, 내 아주 멋진 구경을 한듯하오. 그녀도…… 춤을 아주 잘 추었는데…….”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란을 바라보았다. 그녀라니? 그가 처음 나를 본 순간부터 ‘닮았다’라는 말을 연신 내뱉은 기억이 떠올랐다. 도대체 그녀는 누구 길래, 나의 모습에서 그녀를 떠올린 걸까. 내제되어있던 궁금증이 또 스멀스멀 올라와 입안을 간지럽혔다. 물어 볼까? 물어보면 말해줄까? 그걸 물어봐서 어쩌려고? 그리워하는 것 같은데, 굳이 다시 떠올려야 하는 계기를 만들 필요는 없잖아. 상반된 생각이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정말 춤을 잘 추었나 봐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 물음이 작았던 걸까. 슬픔이 감쳐진 눈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 괜히 물어 본 것일까.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난 그런 웃음의 숨겨진 무언가가 전해져왔다. 아련하게도.

 

 “아주 잘 췄소. 그리고 춤과 더불어 악기도 워낙 잘 다뤘었소.”

 “아…… 그렇군요.”

 

 찰나의 침묵이 찾아왔다.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빛이 반사되어 보였는지 모르지만 갓에 가려진 눈에서 눈물이 보였다는건 나만의 착각이련지. 잘못본거겠지. 도란이 눈물을 보일 리가 없잖아. 조심스럽게 눈을 비벼 슬그머니 도란을 쳐다보니 눈에 눈물은 없는 듯 보였다. 잘못 본 거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에 시선이 자꾸 간다.

 

 “내 연주하는 대금 따라 추곤 했었는데…… 괜한 소리를 한가 보오.”

 “아니에요. 혹여…… 언제 한번 대금소리를 들려주실 수 있는지 청을 해도 될련지요?”

 

 선뜻 대답 하지 못하는 도란. 어려운 부탁인걸까? 이런 분위기는 싫은데. 괜히 말한 것 같아, 침묵 속에서 후회를 하는 내 자신이 보였다.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게 분명히 있어 보였다. ‘그녀’라고 말을 할 때마다 애틋함이 느껴지니 내가 아니라도 그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추억을 더듬는 그의 목소리부터 사연이 보이니 더더욱 그랬다.

 

 “음…… 그러지오. 허나, 말이 나온 김에 지금 보여드리겠소.”

 

 정말로? 지금?! 그가 내게 한 말은 뜻밖이었다. 무리한 부탁이라고 생각할 때 너무나 쉽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허락을 한 것이다. 그것도 지금, 당장 말이다. 대금은 가지고 있어서 그리 말한 걸까. 손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감사해요. 근데 지금 바로 연주가 가능한 거예요?”

 

 지금 연주를 해준다면 마땅히 보여야 할 대금이 보이지 않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 괜히 나 때문에 무리한 부탁을 들어준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미안한 감정이 점차 번져 가는 것을 느꼈다.

 

 “아니오. 대금은 제가 가지고 있소. 으흠. 덕춘아! 게 있느냐?”

 

 뭐?

 

 나는 고개를 더욱 들어 도란을 쳐다보았다. 드넓은 마당에 단 둘이 있는데 누구한테 말한 거야? 의구심을 품은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지만 곧이어 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도란의 그림자에서 한명이 사내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갑자기 튀어나왔다. 아마도 이자가 ‘덕춘’이라 불리는 자?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에 흠칫 놀라 한 발짝 뒷걸음질 했다. 사람이 그림자에서 튀어나왔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로 신기해 덕춘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사실 시선이 가는건 당연하겠지.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어?

 

 하지만 그도 내가 평소 알고 있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 그의 손에는 보기에도 오래되 보이는 대금이 들려 있었다. 참으로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의 손에 타 빛이 바란 대금이 소중하게 말이다. 정말 금방 그의 손에 대금이 쥐어진 것이다. 도란의 그림자는 도대체 어디와 연결이 된 걸까. 의심의 눈치리로 그의 그림자와 덕춘을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만의 의문이었고 도란과 덕춘은 자연스러운 듯 내게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이런 현상이 자연스러운 일상 중 하나였다. 다시 한 번 자각을 했다. 여긴 내가 살던 곳이 아닌 신비의 나라 용천이란 사실을.

 

 “나리. 어찌해서 대금을 찾으십니까? 한동안 찾지 않으시지 않으셨습니까?”

 “…….”

 “무슨…… 연유이신지 괜히 걱정이 됩니다.”

 “덕춘아 이제 그만.”

 “네?”

 “그 대금을 건네 달라는 게다. 오늘따라. 그냥 부르고 싶어서.”

 “도란님. 아... 아니지요?”

 “걱정 말고 돌아 가봐. 유달리 밤이 좋게 느껴져서 그러하니 염려 안 해도 돼.”

 

 여간 걱정되는 눈빛으로 덕춘은 그를 바라보고, 도란은 연신 괜찮다며 그를 안심시키니 둘만의 알고 있는 말에 내가 겉 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실랑이 같지 않은 실랑이를 벌이다가 덕춘이가 다시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말 다시 봐도 적응이 안 되네. 너무 그의 그림자를 빤히 응시하자 도란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얇은 입술이 자두만큼 예뻐 내 마음이 조금, 아주 조금 설레었다. 은빛하늘을 병풍삼아 서있어서 그럴까. 아니면 정말 내가 달빛에 취해서?

 

 이런저런 생각하니 내 마음은 다시 평온이 찾아들었다. 그의 손에는 덕춘이가 건네주고 간 대금을 남의 물건인 마냥 한참이나 슬픈 눈으로 쳐다보았다.

 

 “저 도란님?”

 

 응답이 없다. 여전히 손에 들려진 대금에 향할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지. 부르기에 미안할 정도로…… 슬퍼 보이는 그의 눈빛이 마음에 걸려 다시 크게 불러본다.

 

 “도란님!”

 “아. 여월낭자 왜 그러시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억지로 오늘 안 보여주셔도 되는데, 다음에 들어도 되요.”

 “그냥 옛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 듯하오. 오늘은 꼭 들려주고 싶소.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한번 들어봐 주시오.”

 

 대금을 천천히 입에 갔다 대었다. 두 눈을 천천히 감으니 그의 긴 속눈썹이 기와같이 내려앉았다. 그것도 잠시 대금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연주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해야 할까. 잘 부르지 못한다고 한 말은 순 거짓인가 보다.

 

 내 심금을 울리는 것도 모자라 이리 몸이 떨려오는데. 예사 솜씨가 아니라는 것쯤은 대금을 모르는 내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대금과 동화되어 보이는 그 모습에 나는 흠칫 몸을 떨 수밖에 없었고, 힘찬 바람이 대금에 불어 넣을 때마다 선율에 노닐고 있는 그였다. 어느새 내 자신이 대금의 연주에 빠져들어 있었다.

 

 뺨을 타고 흐르는 신선한 바람과 대금소리가 마음의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잠시나마 잊고 음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 편안을 찾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부르는 대금에선…… 뭔가 모를 그리움이 녹아 있는 듯하여 가슴에 더 와 닿았다.

 

 “이야. 역시 도란의 대금 소리는 언제 들어도 예술이구나. 간만에 들어도 이리 청아하게 울려 퍼지니.”

 

 대금에 얼마나 감상에 젖었던지 바로 뒤에서 인기척도 느끼지 못하다니, 아까는 도란이 그렇더니만 지금은 누구일까. 그는 도란의 대금을 많이 들어본 듯한데.

 

 “연오, 자네는 이 시간에 어쩐 일인가?”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 좀 하려고 들렸지.”

 

 연오다. 며칠간 안보이던 연어도 서빈의 전각에 찾아왔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걸까. 절묘한 순간에 모이게 된 것임이라.

 

 “정말 자네의 연주는 최고일세. 한 동안 듣지 못하던 대금을. 그날 이후론 첨이지?”

 “…….”

 

 그날이 어느 날? 도란의 입이 또 굳게 다물어졌다. 내가 알려고 하기엔 너무나 무심한 그의 표정을 보니 입안에 있던 말들은 숨과 함께 절로 들어갔다. 다가가기엔 너무나 아련한 추억인 듯해서. 약간의 침묵이 또 흐르자 눈알만 굴리던 나는 도란에게 감상평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아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정말 아름답고 제가 살면서 이런 연주는 처음 들어봐요. 못 부신다고 하시고선 너무나 잘 연주하셔요.”

 “도란이 그랬다고? 에끼! 도란의 연주가 못 부른거면 대금 연주자는 다 죽었겠네. 지나친 겸손은 미움을 받기 십상이야. 도란.”

 “민망하니, 그만하게. 나보다 더 잘 부르는 서빈의 피리도 있지 않는가?”

 

 뭐. 서빈의 피리를? 그도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걸까. 연오의 말이 뜻하지 않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서빈은 전혀 악기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생각을 나는 자체가 이상한건가. 그냥…… 서빈과는 안 어울린다고 할까?

 

 “둘이 연주하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구만. 그건 그렇고 둘이 이 시간에 밖에서 뭐했던 거야?”

 “어…… 바람 쐬러 나와 있다가 마주친 거예요.”

 “뭘 그리 더듬거리면서 말해. 마치 무엇이라도 하다 걸린 것처럼.”

 

 의심의 눈초리를 내게 보낸다. 무, 무엇을 하다 걸렸다고 그러는지. 그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받아주면 안 되는데.

 

 “그건 그렇고 너는 다를 줄 아는 악기 없어?”

 “전 아무것도 다를 수 없어요. 그러니 연주는 아쉽게도…….”

 

 내 목소리는 기어갔다. 사실 말이 나와서 그렇지, 내가 살던 세계에서 악기를 다를 수 있는 자가 많을까? 그건 절대 아닌데. 제 밥그릇 챙기기도 바쁜 이 마당에 몇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가로이, 유유자적하며 악기를 다를 수 있겠어.

 

 나도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집 형평상 악기에 ‘악’자도 꺼낼 수 없었기다. 비단, 이건 우리 집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러했다. 부자집 여식이 아니라면! 왠지 모르게 나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절대 부끄러워서가 아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오히려 용천이라는 곳이 풍요롭고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였기에 여기가 이상할 뿐이었다.

 

 여기선 이게 평범하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물어 볼 정도로 신비의 나라이니.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나와 아버지의 걱정을 알 수 있었을까? 일반 평민에게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알까하지만 그렇기에 세연과 어울리며 춤과 노래를 배운 것 같다. 멀쩡한 몸과 소리를 낼 수 있는 목소리만 가지고 있으면 됐기에.

 

 “전혀? 연주 할 수 있는 게 없어?”

 “네. 어느 악기도 다루지 못해요. 다만 악기는 연주 못하지만 춤 조금과 노래 몇 소절 부를 줄은 알아요.”

 

 그 말에 연오가 씨익 웃음 짓는다. 맛있는 떡밥을 물어 발버둥치는 고기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웃음과 시선이 왠지 모르게 사악하게 느껴져 나는 절로 뒷걸음질을 했다. 마치…… 걸렸다! 희번덕거리는 눈빛.

 

 “오~ 네가 춤을? 의외야. 그럼 대금 연주를 들었으면 그에 합당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게 인지상정이겠지?”

 “…….”

 

 내 직감은 빗나가질 않았다. 하. 그래서 그런 눈빛이었던 거야?

 

 “안 그래? 도란?”

 “…….”

 동의를 구하는 연오의 물음에 도란은 대답을 하지 않고 내 눈치를 보았다. 연오의 의중은 충분히 내게 전달됐듯이 그에게도 전달됐을 테니까. 한마디로 내가 이렇게 말했는데 네가 춤과 노래를 안보여 줄 테냐? 도란의 대금 연주를 듣고도!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연오였으니 아까 내심 처음부터 보고 싶다던 도란도 대답하자니 내가 난처할 게 뻔할 테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보고 싶은 눈치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으면 악기만 연주 못한다고 말할 것을 괜히 춤출 수 있다고 말한 건 뭐야. 입이 방정이다. 누굴 탓해. 생각 없이 말한 내잘 못이지.

 

 그리 자신 없는 춤을 쳐서 연오에게 좋지 못한 말을 들으면 그것 또한 창피한 일인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오는 강렬한 의지를 똘똘 뭉친 눈망울로 뚫어지게 날 쳐다보았다. 눈빛에는 이리 적혀있는 듯이.

 

 ‘꼭 보고말테다. 춤을 꼭 보겠어.’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글씨들. 괜한 말을 해가지고 되도 않는 춤을 춰야하는 꼴이었다.

 

 “저 정말 안 보는 게 나아요. 연오님. 그게 나을 수가 있어요.”

 “음. 아니야. 그건 내가 보고 판단할게. 이리 관중을 모아두고 기다리게 하면 너 벌 받는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저 의지. 후우. 바람 쐬러 나와서 이게 뭐하는 것인지. 나는 한참을 갈팡질팡 고민에 더 큰 고민을 얹어 생각하고 있을 때 연오가 탁하고 내민 붉은 장삼(길이가 길고 품과 소매가 넓은 승려의 겉옷, 조선시대 여인의 예복)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고 말았다.

 

 그리고 내가 붉은 장삼을 손에 쥐고 나서야 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난 내 무덤을 판 것이다. 그것도 직접 관까지 짜고서 말이다.

 

 어쩌자고 받은 것이야. 아니면 연오가 이걸 노린 걸까. 사람이 멍때리고 생각할 때 이런 얄팍한 수를 쓰다니! 이렇게 된 바에는 꼼짝없이 뭐든 간에 보여줘야만 했다.

 

 한숨을 땅이 꺼지라 내쉬며 손에 들려있는 붉은 장삼을 천천히 입었다. 그리고 작게 숨을 고르며 연오와 도란을 쳐다보았다. 보는 사람은 적은데도 여간 내 심장은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미친 듯이 뛰었다. 세연이 아닌 것도 모자라 사내들 앞에서 추는 건 여간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서서히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여월아.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추는 거야. 설마 면전 앞에서 욕을 하겠어. 마음속으로 곱씹은 후에나 몸을 움직였다. 붉은 장삼과 함께 몸을 한 바퀴 회전하며 몸이 가는대로, 바람에 모든 것을 맡긴 체 췄다. 보여줄 수 있을 때 최선을 다 한다기보다 미천한 실력임을 알기에 느낌대로 추었다. 나의 춤사위를 펼칠 때마다 쉴새없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내려오기를 반복하는 붉은 장삼. 바람에 휘날리며 아름다운 동선을 그린다.

 

 “이야…… 너 춤 되게 잘 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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