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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울지말아요, 그대.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7.23

오늘따라 달빛이 유난히도 고와 세상에 빛을 뿌릴 때, 영롱하게 빛나는 달빛의 정기로 가득 찬 여인의 주변. 고운 달빛을 병풍 삼아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들이 적막함을 달래준다.

“됐어요…….”

광활히 펼쳐진 아름다운 은빛바다와 다르게 몹시도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집하나. 그런 그곳에 비단같이 매끄럽고 칠흑(漆黑)을 품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

구름자락을 뚫고 내려온 달빛이 그런 여인의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비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번뜩이는 눈으로, 쏘아보는 수많은 눈빛들이 애석하기만 하다.

“입고 갈게요… 아버지….”

악문 입술 사이로 비집고 흘러나온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애야….”

밤과 더불어 창호지에 스며든 은은한 달빛에 비치는 수많은 횃불이 오늘의 슬픈 날을 예고하고 있었다.

 
@13.
작성일 : 17-07-31 23:58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7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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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지만 서빈은 나의 시선을 가볍게 외면했다. 난 양갱 같은 것 안 좋아해, 라는 표정이 드러난 것은 순간의 착각이련지.

 

 “이게 맛있다고?”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

 

 나의 갈구하는 눈빛을 보았는지 넌지시 묻는다. 그리곤 작게 한숨을 쉰다. 적게나마 고민이 뒤섞인 한숨. 슬쩍 눈치를 살피던 그때, 그가 덥석! 손목을 잡고 양갱 가게 앞으로 다가섰다. 색별로 있는 양갱을 쭉 둘러본 그는.

 

 “뭐 먹을 거야? 빨리 골라.”

 

 그의 말에 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안사 줄 듯하다가 사주는 그의 모습에 그냥 웃음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의외로 모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가끔씩 나오는 직설적이고 가슴에 파고드는 말이 문제지만.

 

 서빈이 건네준 양갱이를 들고 환히 웃었다. ‘지금 양갱을 파는 아저씨도 용족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먹음직스러운 양갱을 보니 금방 잊었다. 말랑말랑한 양갱을 한번 베어 무니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부드러운 식감과 달달함이 입안에서 주체를 못하고 퍼져왔다.

 

 ‘맛있다!’

 

 속으로 맛있다를 연신 외치며 한 입. 다 먹기도 전에 또 한 입. 먹기에 집중했다. 너무나 맛있어 먹는 것에 열중했을까?

 

 “배에 거지가 들었더냐? 그렇게 맛있어?”

 

 서빈의 존재를 망각한 채로 우물거리던 내게 하는 말.

 

 “네?”

 “맛있냐고 물었어.”

 “아, 네! 아주 달고 맛있어요.”

 

 뜬금없이 건넨 말에 민망한 기색을 내비치며 대답했다.

 

 “드셔보시겠어요?”

 “뭐?”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혼자 맛있게 먹는 게 눈치가 보여 한번 먹어보라고 서빈에게 권했다. 예의상으라도 물어보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달은 탓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난 그런 거 안 먹어!’라는 표정과 눈빛. 그럼에도 개의치 않은 내가 자꾸 권하자 귀찮다는 듯 마지못해 작게, 아주 작게 베어 먹었다.

 

 “괜찮죠. 먹어보니 맛있죠?”

 “그럭저럭.”

 

 맛에 대한 별다른 감흥이 없는지 무뚝뚝한 말로 말하긴 했지만 표정으론 맛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봐, 먹을만하다니까. 맛있으면 맛있다 하지. 저리 아닌 척 할 건 뭐야. 서빈에 말에 미소가 그어졌다. 아마도 길거리 음식이 생각보다 맛있었음에 틀림없다. 양갱으로 입맛을 돋우니 다른 음식들도 먹고 싶어졌다.

 

 또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식욕을 자극하는 달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내가 앞서가니 그 뒤를 따라오는 서빈조차 그곳에 가니 맛있는 팥죽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왔다. 서빈에게 먹고 싶다는 시선을 보내니 역시나 외면했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모양새였다.

 

 간절한 눈빛을 지나치지 못하고 결국, 팥죽을 사 주었다. 평소였으면 잔소리를 빙자한 구박을 귀에 못 박힐 정도로 말했을 텐데, 오늘은 별말을 하지 않고 못 이기는 척 다 들어주었다. 그 호의적인 모습에 살짝 불안하기도 했지만 먹는 것 앞에서 금방 잊었다.

 

 너무 생각이 많아지면 슬퍼질 것을 알기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먹을 수 있겠어? 저녁 아까 먹지 않았나?”

 “걱정 마세요. 다 먹을 수 있으니까요. 오늘 눈, 입이 호강하네요.”

 “지금 보니 짐덩이인 줄 알았더니 식충이를 데려왔구나.”

 

 서빈은 식충이라 불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눈에 보이는 맛있는 팥죽에 정신이 팔렸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서빈과 길거리 장터를 활보하면 갖갖이 것들을 구경했다. 처음 보는 진귀한 먹거리들과 용도를 알 수 없는 문건들. 기분이 내키는 대로 맛있어 보이는 것들을 먹어도, 그 많은 것이 다 어디로 들어가냐는 듯한 표정만 지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진짜 오늘 무슨 날인 걸까?

 

 생각해보면 야심한 밤에 나를 밖으로 데려 나온 것을 보면, 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덩달아 오늘따라 유순한 서빈에 기분이 좋아진 건지, 보이는 것마다 이것저것 집어먹어서 더 이상 입안에 음식을 넣기가 힘들었다.

 

 정말 끊임없이 입에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그런 나를 보며 서빈은 질린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그런 표정도 난 아무렇지도 않다고. 오늘은 그가 평소랑 다르기에, 평소에도 오늘만 같았으면 내가 지금처럼 많이 먹지 않았을 텐데.

 

 “아마도 다시 보긴 힘든 풍경일 거야.”

 

 이유 모를 말을 뜬금없이 서빈이 내뱉었다. 그 정도로 오늘에 이런 광경을 보기 힘든 날일까. 의도는 알 수 없으나…… 지금만큼은 너무나 좋다.

 

 “그렇겠죠. 자주 나올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지금에 만족할게요.”

 

 잊고 싶다. 용천에서 처음으로 내가 살던 곳을 잊고 싶었다. 겉으로 웃고 있어도 속으론 아직까지 울고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 대한 두려움과 그리움…….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는, 그냥 하루만은 아무 고민 없이 잊고 싶었다.

 

 “예! 가죠……. 어디로 가…… 어!”

 

 말을 더 이상 잊지 못했다. 순간 온몸이 굳어졌다. 서빈의 얼굴이 나랑 너무나 가까워, 금방이라도 닿을 듯 밀착되어있었다.

 

 “…….”

 

 서빈의 따뜻한 숨결이 내 피부에 서서히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서빈의 얼굴을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아직도 그의 얼굴이 익숙하지 않은 듯 내 볼이 발그레, 뜨거워져 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리곤 곧 나의 얼굴은 한여름의 태양처럼 벌게졌다.

 

 서빈이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안은 것도 있지만 외간 남자에게 안겨보기는 처음이었다. 서빈의 두 손에 닿은 부분이 찌릿찌릿한 게 느껴졌다. 바보같이. 평소의 나였다면 외간 남자에 안기면 소리라도 고래고래 질렀을 테지만, 지금 이순간도 짧은 비명소리도 못 내고 계속 뺨만 붉어져 시선을 회피하기 바빴다.

 

 “이, 이게 뭐…… 뭐 하는 거예요.”

 

 그래도 얌전히 있기에는 내가 조신하지 못한 여자라고 보일까 봐. 더듬거리는 말로 현 상황을 논리적인 언어로 해명할 것을 요했다.

 

 “몰라서 물어? 보면 몰라? 안고 있는 거잖아. 설마 안긴 게 처음인 건가.”

 “그게 아니라. 왜…… 왜! 갑자기 저를 안…… 으신 거냐고요.”

 “했던 말, 또 하게 하네. 장터가 잘 보이는 곳으로 가자고 했잖아. 근데 거기까지 네 걸음 속도에 맞추면 한나절 걸릴 텐데.”

 

 한나절?

 

 “그런 시간 낭비를 뭐 하겠느냐? 그나마 좀 빨리 가는 방법이 너를 안고 가는 방법이니. 나도 좋아서 하는 게 아니니, 그렇게 인상 쓸 필요 없어.”

 

 아…… 반박할 수 없게 근거를 대니 놔달라고 하기가 좀 그랬다. 나를 안은 것이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그와 더욱더 밀착되자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진 내가 민망했다. 내가 안겨서 가기엔 좀 무거운데, 하면서 계속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해 딴청을 피웠다.

 

 이 시간이 조금, 아주 조금 길게 느껴진다. 정신 차려. 진여월! 괜히 몸을 바둥거리면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볼까봐, 깜짝 놀란 나의 몸은 안정을 찾았다. 그러다 문득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밤의 축복. 별의 대해(大海) 아래, 아름다운 월광(月光)을 받으며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지그시 바라보는 그의 눈은. 월광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그의 눈빛은 아름다웠다. 그의 눈빛을 자세히 보면 심연의 빛을 머금고 있는 까만 눈동자는, 끝없이 깊고 아름다운 빛으로 나의 마음을 분탕질했다.

 

 사람을 매료시키는 황홀한 눈빛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서빈의 눈동자를 보고 매료되지 않는 이는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렇지만 지금, 아니 나는 그럴 수 없다. 너무나 다른 존재이고 모든 것이 나에겐 사치였기에…… 언제 떠날지 모르는 나였기에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태에 취해 통제력을 잃은 두 눈이, 머리로는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명령을 어기고 절로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내가 왜 그러는 건지. 천상의 선녀도 이렇게 생겼을까? 남자인데도…… 여자처럼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따라 그의 외모는 달빛을 그대로 머금어 나를 끊임없이 매혹시켰다. 그는 평소의 얼굴과 똑같은데... 정말 달빛에 취해 홀린 걸까.

 

 “왜! 그리 멍하게 쳐다보고 있어. 또 할 말 있는 게냐?”

 “네?”

 “할 말이 있냐고 물었다.”

 “아, 아니요.”

 “지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출발 이후 말할 틈도 없을 테니.”

 “없어요…….”

 “멍하니 있다가 나중에 딴말하지 마. 귀찮은 것은 질색이니까!”

 

 에고. 딴청을 피우다 그에게 너무 멍하니 쳐다보았나 보다. 괜스레 마음을 들킨 것 같아 곧 터져버릴 것처럼 빨간 얼굴로 소리쳤다. 아.. 민망해. 내가 어지간히도 당황 한 모양이었다.

 

 “언, 언제 제가 멍하니 봤다는 거예요! 그냥 지금…… 출발하세요.”

 “아 귀청이야. 나 귀 안 먹었어. 뭐 이리 소리를 질러. 누가 짐덩이 아니랄까봐. 꽉 잡아, 간다.”

 

 말과 함께 서빈이 나를 더욱 끌어안았다. 얼굴이 그의 가슴에 닿으니 그의 심장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쿵- 쿵- 일정한 박자로 소리를 낸다.

 

 아... 서빈의 심장소리구나- 분명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갑작스럽고 당황스럽긴 했지만 이상하게 거부감이 없었다. 물론, 내 몸은 마음과 따로 놀고 있었지만 말이다. 영혼마저 속박당한 듯 몸이 경직되었고, 더 이상 말도 제대로 안 나왔다.

 

 이상하게 심장소리가 크게 들리니 나의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만 같았다. 내가 왜 이러지…… 심장이…… 이상해.

 

 이런 나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나를 안고선 목적지를 향해 전진만을 하는 그였다. 이상한 심장을 달래기 위해 눈을 감고 나를 다그쳤지만, 여전히 들려오는 그의 심장 소리와 부드러운 감촉과 따스함은 나를 어지럽히기 충분했다. 아. 기분이 좋다. 공기를 가르며 불어오는 바람만이 나의 붉어진 얼굴을 달래줄 뿐이었다.

 

 “설마 자는 건 아니겠지? 고생하면서 들고 왔는데 말이지.”

 “아니에요.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아서 눈을 감았을 뿐이에요.”

 

 벌써? 나를 들어 안 은지 얼마 되지 않아 도착했다니. 도착한 시간으로 봐서는 그렇게 고생한 것 같지는 않은데. 사람도 아니고 용이면서?! 설마, 내가 정말로 무거웠나? 사람 무안하게 말이다. 정말로 그런 거라면…….

 

 “자 내가 말한 곳이 여기야. 자주 오는 곳이기도 하지. 어렸을 땐 여기서 산다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자주 있던 곳이었지.”

 

 조심히 발부터 땅을 밟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천공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내릴 것만 같은 칠흑, 어둠의 장막을 수놓고 있는 은빛별의 물결이 금방이라도 손에 닿을 듯 너무나 가깝게 펼쳐져 있었다.

 

 서빈의 전각에서 보는 것과 다른 밤의 물결. 그 아름다운 자태에 눈물이라도 나올 것 같은 황홀한 광경이었다. 와…… 너무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에서, 별의 대해(大海)을 가로지르는 검은 비단의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서 하늘의 별과 대조적으로 지상의 별이라는 용천의 장터가 한눈에 들어왔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을 여기 와서 너무나 많이 봐요. 다른 표현이 없을 정도로…….”

 

 넋 놓고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이런 걸까. 아버지랑 단둘이 봤을 때도 밤하늘은 아름다웠지만 지금의 광경에 비할 데가 못했다. 그러다 스윽 서빈을 흘겨보았다. 밤하늘의 물결에 취한 듯 맑은 눈으로 먼 곳을 응시했다. 나야 이곳을 처음 왔지만, 서빈은 자주 왔었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모양이다.

 

 “이곳에 오면 불어오는 바람과 한 폭의 그림 같은 이 모습을 보면 나의 고민을 잊곤 했지.”

 

 추억에 잠긴 듯한 표정. 그리곤 여전히 용천의 장터에 시선을 고정한다. 자연이라는 위대함인지. 야심한 밤중, 찬란한 별의 물결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그의 알 듯 모를 듯한 미소와 함께 내뱉는 말은 너무나도 부드럽고, 이 세상 무엇보다도 감미롭게 들렸다. 하지만 그 끝에는 약간의 씁쓸함이 짙게 묻어 나왔다, 라고 생각하는 건 나만의 착각이겠지. 용천에서 나름 권력 있는 용족일 테니까.

 

 “그렇군요. 설마 고민 있어서 온건 아닐 테지요?”

 “…….”

 

 물음에 응하지 않고 무심히 나를 쳐다본다. 정말도 고민이 있어서? 고민 때문에 나를 데리고 왔던 거야-? 혼자 오긴 좀 그랬던가.

 

 의외다.

 

 서빈도 고민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구나. 용족도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사람이구나. 그래도 그의 고민이 궁금하긴 하다. 설마 아까의 씁쓸함이 묻어 나온 목소리와 연관된 건 아니겠지. 나는 그에게 대답해달라고 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앞으로 힘든 날이 될 거야. 물론, 지금 그 자체로도 내겐 짐이지만. 더욱더 붙잡는 일이 없으면 더 좋고.”

 

 또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그를 보니. 오늘은 정말 그가 이상했다. 그렇게 궁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더니! 황홀하게 아름다운 언덕으로 데려올 생각을 하지 않나, 손수 이곳을 보여주기 위해 나를 들고선 여기까지 와줬잖아? 그것도 안고서 말이다.

 

 평소에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일어나니 신기하면서 또다시 불안했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필시 그 뒤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데?! 그 말이 틀리길, 간절히 바란다. 단지 나만의 착각이고 오늘은 적용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제가…… 여기 용천에 와서 여럿 사람에게 짐이 됐나요?”

 “몰라서 물어? 지금 알아차렸다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고.”

 “…….”

 “지금에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 하겠만은…….”

 

 서빈은 그 말 이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입을 다무니 나도 입을 다물어 못 본 한 폭의 그림을 감상에 젖어 시간가는 줄 모르며 머리에 각인시켰다. 아직도 그날이 기억난다. 무심하게 바라보았지만 그 눈 안에 담기엔 너무나 큰 갈등과 슬픔이 말이다. 그렇게 날이 밝아왔다.

 

 *

 

 “여월님, 이제 일어날 시간이 예요!”

 

 어김없이 내 방에 찾아와 아침을 알리는 목소리에 나는 몸을 뒤척여 고개를 돌렸다. 아직 잠에든지 얼마 안 됐는데. 고작 몇 시간 밖에 안 잤어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도 너무나 피곤했다. 잠이라는 본능이 내가 일어나길 막아섰다. 좀만 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려원이 하는 말을 듣길 거부했다.

 

 “여월님! 어제는 제시간에 잔 것 같더니만 오늘 또 밤을 지세셨나요? 또 그러시네.”

 

 또 그런 게 아닌데. 밤을 지새운 건 맞지만 밤 장터를 돌아다녀서 못 잔 거라고요! 좀만 더…… 자게 해주세요. 피곤에 절여 녹초가 된 몸이 안 보이는 걸까. 지금 일어나 봐야 할 것도 없는데. 내가 계속 굳게 입을 닫고 잠을 청하니 려원이.

 

 “그럼 조금만 더 주무세요. 나중에 다시 올게요.”

 

 려원, 고마워요.

 

 깨우기를 포기하고 려원은 내 방에서 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은 모르지만 잠에든지 얼마 되지 않아, 여전히 부족한 잠을 청하는 내게 뛰어오는 발소리에 문을 확 열어 제치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목소리.

 

 “여월님! 여월님! 얼른 일어나세요. 큰일이이예요. 어서요!!”

 

 다급한 목소리에 깜짝 놀란 나는 덮었던 이불을 걷고 벌떡 상체를 세웠다. 누구야…… 설마 려원?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질 않았다. 그런데 이리 뛰어서 내방에 들어온 적이 없었는데. 무슨 큰일이 생긴 걸까? 얼마나 급하기에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 듯 거칠게 숨을 내쉬며 나를 깨우러 온 거야. 우선 진정부터 시켜야지.

 

 “려원, 무슨 일이세요? 무슨 일이기에 이리 급하게 제방을 찾아온 거예요?”

 

 굉장히 물이 필요한 것처럼 보여 옆에 있던 물을 따라 물 컵을 건네주었다. 마음의 준비 없이 급히 잠에서 깨어난 후인지 아니면 어제 쌀쌀한 바람을 맞아서인지 내 목소리는 많이 잠겼다.

 

 그런데도 용케 다 알아들은 건지 크게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입을 열려는 모습에 자동으로 내 귀가 려원에게 향했다.

 

 “그게…… 지금 화, 화영님이 오셨어요.”

 

 숨을 힘들게 고르며, 려원이 하는 말에는 낯선 단어들이 끼어있었다. 화영님? 그게 누구 길래 려원이 숨을 헐떡이면서 내방을 박차고 들어온 거지. 서빈의 손님인걸까.

 

 평소 려원이 말 많고 활발한 성격을 가진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지만, 여태껏 한 번도 이리 발소리를 내며 내방에 뛰다시피 들어온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연유가 물밀듯 궁금해졌다. 이유 없이 고작! 내 잠을 깨우려고 한 행동은 아닐 테니까.

 

 “화영님이 누구이기에 이리 급하게 오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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