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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울지말아요, 그대.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7.23

오늘따라 달빛이 유난히도 고와 세상에 빛을 뿌릴 때, 영롱하게 빛나는 달빛의 정기로 가득 찬 여인의 주변. 고운 달빛을 병풍 삼아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들이 적막함을 달래준다.

“됐어요…….”

광활히 펼쳐진 아름다운 은빛바다와 다르게 몹시도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집하나. 그런 그곳에 비단같이 매끄럽고 칠흑(漆黑)을 품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

구름자락을 뚫고 내려온 달빛이 그런 여인의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비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번뜩이는 눈으로, 쏘아보는 수많은 눈빛들이 애석하기만 하다.

“입고 갈게요… 아버지….”

악문 입술 사이로 비집고 흘러나온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애야….”

밤과 더불어 창호지에 스며든 은은한 달빛에 비치는 수많은 횃불이 오늘의 슬픈 날을 예고하고 있었다.

 
@12.
작성일 : 17-07-31 23:57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7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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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기 때문일까?

 

 당연한 듯이……

 어쩌면……

 무의식에 잠재되어있던 대답이 자동적으로 나왔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여월이 때문에 이 아빠가 든든하네.”

 

 말을 하며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더니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주었다. 아마도 안기면서 옷이 많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참으로 슬퍼 보이는 눈으로 한참이나 내 옷매무새를 만져줬었다. 천천히 내게 향하는 손은 내가 느끼기에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만 같았다. 가만히 그 자리에 있기에 답답할 정도로.

 

 “여월아. 아빠랑 같이 저 비석 앞에서 절을 하자.”

 “절? 절을 꼭 해야 돼? 그냥 하면 되는 거야?”

 “음…… 절 배웠지? 그걸 하면 되는 거야.”

 “아! 절, 알았어. 아빠가 절하면 나도 절할게.”

 

 아빠는 나를 이끌고 이미 꽃들이 둘러싸이다 못해 수북이 쌓인 비석 앞으로가 그리 뭐가 그리운 지 비석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한동안 바라보았다. 참으로 슬퍼 보이는 눈으로 비석을 향해 눈길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 정도 흐르자 내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됐다. 여월아. 여기서 지금 하자.”

 “근데 그, 그……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절하면 되는 거야?”

 “엄마를…… 엄마를 생각하면서 바라는 것 있으면 하면 돼.”

 “응! 알았어.”

 

 그렇게 아빠는 한 손은 비석에 다른 한 손은 내 손을 살며시 붙잡고 무언가를 바라는 기도를 했다. 다만 지금 생각해 보건대 그날 어떤 마음으로 했는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이라곤 그날 어린 내가 아빠가 흐느끼는 것이 신경 쓰였던지. 아빠가 평생 행복해달라고…… 더 이상 울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시작으로 엄마가 빨리 집에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오늘 맛있는 것을 먹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던 것 같다. 빨리 집에 돌아가야 할 텐데, 집에서 쉬고 싶다. 엄마는 어디 간 거야 뒤섞인 마음을 숨긴 채 절을 끝내며 아빠의 눈치를 살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너무 어린 나이였고, 철없던 시기라 절대 알지 못했다. 아빠의 슬픔이 얼마나 컸는지 가늠조차 알 수 없었다. 그날 항상 옆에 붙어 있었던 나를 위해 얼마나 지독했던 슬픔을 삼켜야만 했는지 나는 아직도 알 수 없다. 너무나도 나 자신이 한스럽고 아빠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기에 아직도 그날의 일이 남아있다.

 

 “여월아…… 사람은 태어나면 돌아간다. 알았지?”

 

 절을 하고 비석에서 멀어져 그 장소에서 벗어날 때였다. 갓 4살이었던 내 귓가에 아빠가 소근 거렸다.

 

 “아빠, 엄마도?”

 “당연하지.”

 

 말을 하며 살며시 웃어 보였다.

 

 “언제?”

 “나이가 들어서 늙게 되면.”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 돼?”

 “오래오래 같이 행복하게 살다가 헤어지고 또 만나는 거야. 원래 사람은 그런 존재거든.”

 

 김 지 율

 나의 사랑스러운 아내.

 여기서 영원히 잠들다.

 

 그날은 유달리 하늘이 푸르고 화창했다.

 

 지금도 기억하자면…… 금방이라도 손에 닿을 듯 마지막 모습이 아른거린다. 꿈에서 볼 수밖에 없어, 생각나는 따뜻한 그 손길. 항상 오래…… 오랫동안 함께 살자고 약속했는데, 지금은 곁에 안 계신다. 아플 때면 더 생각이 나는데, 그때의 소중함을 지금이 돼서야 깨우친다. 그리운 만큼 더 보고 싶다.

 

 ……

 ……

 ……

 

 “여월님, 일어나세요.”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누구지……? 눈에 힘을 주며 가늘게 뜨니, 려원이 내 가슴에 손을 얹어 흔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 려원이 지금 잠에 자고 있는 나를 깨우고 있는 중이었다.

 

 “아…… 려원? 제방에 무슨 일로…….”

 

 “왜라뇨. 벌써 해가 중천이에요. 아까 깨우려다 워낙 곤히 잠들어서 더 자게 두었는데. 깨어날 기미가 안 보이 길래 깨우러 왔죠.”

 “벌써요?”

 “네, 얼른 일어나세요. 그런데 정말 밤에 주무시는 건 오랜만에 보네요.”

 “…….”

 “제가 한시름 놓았어요. 평소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지요? 정말 다행이네요.”

 

 려원의 말에 정신이 번쩍, 잠이 확 달아났다. 해가 중천? 내가 이렇게 깊게 잠들었다니. 고개를 돌려 주의를 살폈다. 창가에서는 아침을 알리는 햇살이 창문을 통하여 방을 비추고 있으니 려원이 한말은 증명해 주고 있었다. 너무 깊은 잠에 빠져버린 것이다.

 

 “시간이 그렇게 됐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어제 서빈님이 준 몽초가 정말 도움이 됐나 봐요.”

 “몽초……?”

 

 뭐긴요. 바로 앞에 있는 꽃이 몽초지요.

 

 “그게 뭐예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려원이 작게 중얼거렸다. 이 반응은 뭘까. 모르겠다는 어투로 말하는 려원을 보자니 정말로 모르는 눈치다.

 

 “몽초 모르세요? 어제 서빈님이 여기 용천에서 흔하고 자주 볼 수 있는 꽃이라던데요?”

 “……?”

 “분명히 몽초라고 했는데……. 저기 보세요. 저렇게 생긴 꽃이예요.”

 

 몸을 일으켜 머리맡에 있는 꽃병을 가리켰다. ‘이렇게 보고도 처음 봐요?’라는 행동으로 가리킨 나였다. 나의 손짓에 따라 몽초를 본 려원의 반응은 예상외의 반응이었다. 그것도 뜻밖의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이게요?!”

 “네.”

 “설마…… 이건 천년초?!”

 “네?”

 “일곱 빛깔의 잎에 저리 생긴 꽃은 천년초인데.”

 “…….”

 “확실히 몽초라고 서빈님께 말씀하셨어요?”

 “네……. 틀림없이 몽초라 하고 받았는데.”

 “저는 몽초라는 꽃을 처음 들어서요. 용천에 제가 모르는 꽃도 있나 해서요. 으흠.”

 

 역시 천년초라고 생각한 건 나만이 아니었구나. 려원도 이리 말하는 것을 보니. 용천에 살면서 처음 듣는다며 기억을 더듬는 려원.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몽초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갸우뚱한 표정으로 몽초를 쳐다보았다.

 

 얼굴엔 아무리 생각해도 천년초 같은데, 이런 말을 남긴 듯한 표정을 짓고선 말이다. 나는 영문 모를 상황에 의미심장한 눈빛을 하며 정말요?, 라고 물었지만 고개만 끄덕이면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한참을 보더니 고개를 가로 젓고 선 내게 하는 말이.

 

 “흠……. 나중에 서빈님한테 물어봐야겠다.”

 

 한참을 몽초를 보며 고심하던 려원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래도…… 난 알고 있다. 아니 이미 경험해서 알고 있다. 어제 분명 천년초가 아니냐는 말에 서빈의 입에서 비슷한 꽃이라고 하지 않았나. 려원이 착각하거나 처음 보는 꽃인 거겠지. 지금 당장은 내겐 중요하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밤에 잠들어 잊고 지낸 기억을 떠올렸으니…….

 

 *

 

 어김없이 또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이제 용천에서 어둠을 맞이하는 것도 꽤나 자연스럽다. 처음엔 신기하고 낯설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 감각도 무감각해진 것이다.

 

 잠을 청하기 이른 시간. 탁자에 앉아 작은 바람에도 춤을 추며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촛불을 바라보았다.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았지만…… 돌아갈 방법도 없다. 여기에 갇혀있는 신세인데, 감옥이랑 다를 게 뭐야.

 

 물론, 감옥이라고 내 입으로 말하긴 너무 과장되고 민망하다. 세상 어느 감옥이 이렇게 좋은 방이 있을 수 있을까? 또한 평생 한번 먹기도 힘든 산해진미와 진수성찬을 먹고, 항상 따라다니며 시중 들어주는 감옥은 듣지 못했다. 그것도 사람이 아닌 용족이 말이다. 나는 복에 겨워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누가 보았다면 딱 내게 그리 욕할게 뻔했다. 근데 그게 뭐? 난 행복하지 않은데. 정말로 나, 자신이 행복하지 않았다.

 

 “후우…….”

 

 오늘도 입 밖으로 크게 내쉬어지는 한숨. 때마침 시야에 보이는 일곱 가지 빛깔을 뿜어내는 몽초. 아침에 려원의 말이 떠올랐지만 결국 이 궁금증을 해결해 줄 서빈은 오늘 보지 못했다. 아까부터 여전히 몽초를 의심스러워하는 려원조차도 서빈을 찾아 전각 내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그러니 몽초는 그 자리서 미궁으로 남아있다.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꼿꼿한 자세로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줄 뿐이었다.

 

 정말 이 꽃의 정체가 뭘까?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한참이 지났다. 또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몸을 맡기며 무료하게 보내고 있었다. 온실 속 화초. 이만큼 표현하기 적절한 말도 없을 것이다. 궁 밖을 나서지 못하는 존재. 그게 바로 나였다.

 

 혼자 있다 보니 많아지는 것은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있을 때였다.

 

 저벅저벅.

 

 밖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려 자연스레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점차 가까워지는 발소리. 이 시간에 누구지? 수많은 방이 있다 한들, 이쪽에 머무르는 사람은 나 혼자인데. 걸어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가까워진 발소리는 문 앞에서 멈췄다.

 

 똑똑똑!

 

 “짐덩이 자냐. 벌써 자는 건 아니겠지?”

 

 문밖에서 들려오는 음성. 나를 짐덩이라고 지칭하는 자는 용천에서 단 한 사람뿐이다. 어렵지 않게 그 대상을 유추할 수 있었다. 서빈이다.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어제에 이어서 그가 자신의 의지로 내방에 찾은 것은 두 번째였다.

 

 “지금 안 자요. 들어오세요.”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온 서빈은 오늘따라 그의 연한 노란빛 머리칼이 선명하게 반사되었다. 이 시간에 찾아온 그를 의아하게 보면서도 유독 차림새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주위를 압도하고도 남은 화려한 옷만 입던 그가 평범하고도 편안한 복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외출에 적합하게 보이는 옷으로 말이다. 어디 나갔다 온 건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물음에 대답할 겨를도 없는지 한동안 나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무겁게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내가 내 방을 둘러보겠다는데 불만 있더냐?”

 

 아…….

 

 서빈의 황당한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고작 한밤중에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자기 방을 둘러보러 왔다고 한다. 이런 억지스럽고 어처구니없는 말이 어딨어. 지금 시비 걸로 온 거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괜히 짜증이 치솟았다.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이리 초를 치니,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란 걸까.

 

 “지금 이 상황 되게 이상한 거 아시지요?”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

 

 미묘한 표정 변화 없이 한결같은 표정으로 되묻는다.

 

 “어디가 이상하다는 게냐? 내방을 내 방이라 한 것이 어디에 문제가 있다 하지? 전혀 문제가 없거늘.”

 

 그는 지금 내 말의 본질을 이해 못하고 있는 걸까. 나도 알고 있다. 지금 지내고 있는 방이 내 방이, 아니 머물고 있는 궁 자체가 서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잠시 빌려서 임시적으로 묵고 있는 방.

 

 모르는 사실도 아니고, 알고도 모르는 척 하며 지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방을 내방이라고 생각하며 쓴 건 사실이다. 근데 그것을 일깨워 주려고, 지금 찾아 온 거야?

 

 다시 생각해 봐도, 말도 안 되는 억지가 어딨어?! 아무것도 없이 용천에 온 내게 이런 말을 하는 저의가 무엇이란 말인가. 나보고 지금 당장 이방에서 나가라는 걸까? 정말 최악이다.

 

 “그럼 어떻게 해요. 지금 이방에서 나갈까요. 다른 방으로 가요?”

 “아니, 내일 동이 틀 때까지 내 궁 어디서도 머물 수 없어. 그러므로 다른 방 갈 필요도 없지.”

 “그럼 저보고 동이 틀 때까지 어디서 자라는 거예요!”

 

 화가 났다. 어린애와 말장난치는 것도 아니면서 이러는 연유가 뭐야. 무표정으로 서있는 서빈을 매섭게 노려봤다. 궁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그렇다고 궁 내에 머물 수도 없단다.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동이 틀 때까지 전각의 넓은 공터에서 서있으라는 건가.

 

 정말로?

 

 의지할 것도 없이 갇혀 지내는 것도 서러운데. 이럴 거면 어제 꽃은 왜 준 걸까.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면서!

 

 “말귀 못 알아 들어? 자지 말라는 거지.”

 

 나보고 자지 말라고……?

 

 더 이상 상종 못할 것 같아, 그 자리서 박차고 방을 나가려는 나를! 서빈이 내 손목을 낚아챘다.

 

 어?!

 

 예측불허의 행동을 둘째치더라도 너무나 세게 움켜잡았는지 속목이 아팠다.

 

 “그렇다고 나가려고? 궁 안의 어디에도 머물 수 없다고 말했을 텐데. 괜한 짓 고만하고 나갈 준비해.”

 

 네?

 

 순간 무의식적으로 반문할 뻔한 말을 어렵사리 삼켰다.

 

 뭐라고?

 

 크게 떠진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나가자니? 어딜 나가자는 걸까. 어제만 해도 궁 밖으로 나갔다 와서 한소리 들을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데, 그런 그가 나가자고 한다. 실수로 잘못 말했나 싶어 쳐다보기만 하는 나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엇을 꾸물대지?”

 “…….”

 

 무슨 속셈일까? 그가 지금 보이는 행동이 호의라기보단 의심부터 들었다. 그게 딱 그를 인지하고 있는 나의 관점이었다.

 

 “정말요?”

 “그럼 정말이지 거짓을 말한다는 게냐?”

 “왜요?”

 “왜라니?”

 “아니, 갑자기 찾아와서…….”

 “말 그대로야. 오늘 밖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앞으로…… 아니다. 네겐 나쁜 제의가 아닐 텐데, 나가기 싫다는 게냐? 그럼 관두고.”

 

 아쉬울게 없다는 듯 내 손목을 잡던 손을 놓는다. 그리곤 오히려 방을 나가려 하자 그의 옷자락을 재빠르게 잡았다. 금방이라도 서빈이 했던 말을 뒤로 물을까봐 조급함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그가 변덕 부리기 전에 얼른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이다.

 

 “아니요. 빨리 나갈 준비할게요.”

 

 후다닥 방 한쪽에 있던 두꺼운 겉옷을 하나 집어 걸쳐 입었다. 마음에 무슨 변심이 생겨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구경을 하자고 한 건지는 모르지만, 거부할 수 없는 가뭄의 단비 같은 말이었다. 때마침 여기가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어디든 가고 싶었다. 혹시…… 만약에 서빈과 친하게 지낸다면 나를 돌려보내 주질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없진 않았다.

 

 “준비 다 됐어요. 나가요.”

 

 *

 

 도란과 전각 밖을 나왔던 거랑은 느낌 자체가 달랐다. 서빈의 입에서 나가자, 라는 말이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거니와 심적으로도 당당히 나가서 구경한다는 의미가 강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밤이라 그런지 제법 쌀쌀했지만 견딜만했다. 옷이 값비싼 보이는 만큼 따뜻했다.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아버지랑 자주는 아니었어도 집 근처를 걷곤 했었는데. 유독 그때의 기억이 물결친다. 용천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여기서도 서로 소통하고 교감을 이루는 곳이다. 그렇기에 더욱 그리운 모습이 떠오르는 게 아닐까?

 

 “어디로 가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따라오면 알아.”

 

 퉁명스러운 대답이 들려온다. 그래, 무엇을 또 기대한 거야. 더 이상 말을 해봐야 무의미했다. 그의 말대로 조용히 뒤를 따라 걸었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서빈이 이끄는 대로 걷다 보니 밤이라고 믿기지 않는,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등불이 길 양쪽으로 쭉 나열되어있는 곳이 보였다. 수천 개, 아니 몇 개인지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등불이 곳곳을 밝히고 있었다. 내가 살던 곳에서 한밤중에 이러 성황리로 활기를 뜨는 곳은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첨 보지?”

 “네…….”

 

 처음 봐요.

 

 “가끔 오는 곳이야.”

 “어제 왔던 곳이랑은 다른 곳이네요. 이렇게 먹거리가 엄청나게 많은 곳은 또 처음 보네요.”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기 여념이 없었다. 야밤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파들에 활기를 띠는 거리를 보니 마음 한편에서 들떴다.

 

 “와! 양갱이가 먹음직스럽네요.”

 

 예쁘게 놓여진 양갱이가 얼마나 먹음직스러운지.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사실 ‘먹음직스럽다.’ 라곤 말했지만 사달라는 말을 빙 둘러서 표현한 것이다. 대놓고 하나 사달라는 말을 절대 못할뿐더러, 또 괜한 소리를 들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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