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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퓨리어스 (FURIOU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1

아무런 연고도 없이 모이게 된 우리들.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 서바이벌 게임에 임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들 중 한 명은 이 게임에 대해 뭔갈 알고 있는 듯 하다.

서바이벌 로맨스.

 
퓨리어스(FURIOUS) 11
작성일 : 17-07-31 23:50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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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 에리얼의 시점〕

 

 “나는 그런 너의 색깔마저 사랑해.”

  그가 부드럽게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기분이 불쾌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와 함께 있다 보면, 뭐랄까 아릴 듯하고도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에 휩싸여 어쩐지 우울해졌다. 그가 빛이라면 나는 저 낭떠러지 아래의 어둠 같은. 제발 나에게서 떨어져 버려.

  그가 대리석처럼 섬세하게 조각된 얼굴을 내 어깨 위로 들이 대었다. 밝은 갈색 머리카락에 이슬처럼 맺혀있던 땀방울이 턱을 타고 흘러 내렸고 그의 살짝 거친 숨결이 나의 뺨에 부드럽게 닿았다. 나는 그를 돌아보았다. 에반의 올리브색 눈동자가 나를 향해 장난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부디 내가 자연스럽게 찡그리고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글쎄, 표면적이 넓은 밀가루 입자를 이용해서 뭔가 폭발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내가 말했다.

 “미인계를 이용하는 것이 어떨까? 아니, 그건 내가 용서 못하겠다.”

 “너, 너무 끈적거려.”

  나는 그의 말에 아랑곳 않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가다듬지 못한 따뜻한 숨결이 나의 살갗을 간질였다. 전에 느껴보지 못한 사람의 체온, 향기, 그리고 느낌. 어색하다. 그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나를 혼자 내 버려둬.

  나는 그에게 벗어나 지하 3층에 있는 창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에반은 충성스런 사냥개처럼 나를 따라 내려갔다.

 “어디 가는 거야, 에리얼.” 그가 개목걸이 같은 넥타이를 풀어 다시 제대로 매었다. 넥타이에 그려진 하얀 늑대 실루엣이 규칙적으로 좌우로 흔들렸다.

  그 이름으로 나를 부르지 마.

  그렇게 아무런 고민 없이,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왔을 것만 같은 그 이름은 내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는 반면 에반 플로렌스 너는, 아름답고 상냥한 자신만큼이나 어울리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가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이 하얀 밀가루 같은 존재라면, 나는 까맣게 타다만 재. 내가 폭군이라면, 그 여왕을 내쳐 사람들을 구원으로 이끌 사람은 그라는 말이 된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내게 말을 거는 이가 진짜 사람일까 의심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가? 이 같이도 눈부신 이가 나 따위에게 상냥하게 대해주니.

 “설마 지하 창고 같은 으슥한 곳으로 나를 끌고 가려는 계획된 속셈은 아니겠지? 이런, 나는 팜므 파탈 에리얼의 또다른 희생양이 되는 건가. 아니면 내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첫 번째 남자가 되는 건가. 에리얼, 아까 도진이 표정을 네가 봤어야 해. 하긴야 이렇게 사랑스러운 너를 누가 반하지 않겠어?”

  나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식량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말을 한다면 더듬거리는 나의 바보 같은 면이 드러나지 않을까 초조했다. 그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을 정도로 순진하진 않지만 공연히 내 꼴이 우습게 될까봐 두려웠다.

  나도 모르게 문을 어찌나 세게 닫았던지 소리가 지하 1층 식사 실에서도 들릴 정도로 컸다. 순간 섬광탄이 다시 터진 건 아닌가, 잠깐이나마 진지하게 걱정했다. 운이 좋았다면 문전 박대 당할 수 있던 에반은 난처해하는 웃음으로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그의 단단한 팔뚝이 스치듯 닿았다.

 “에리얼, 전에도 내가 말했다시피 혼자서 모든 것을 떠맡으려 하지 마. 가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너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이왕이면 착한 네 심성을 오해로 어지러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가 싱그럽게 퍼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내가 마침내 에반을 정면으로 돌아보았다. 난 단 한 번도 그가 화를 내거나 짜증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그를 신뢰 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지만. 은은한 조명에 반짝이는 눈부시게 밝은 갈색 머리카락, 반듯한 콧날과 정확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두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마력으로 빨려 들어 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곧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그거야 내 자유가 아니겠어? 나는 어째서 네가 간섭하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일까?”

 “글쎄. 다른 뜻은 없고 같이 잘 지내보자 이거지.”

  에반의 손길이 뺨에 미치자 나는 거칠게 그의 손을 내리쳤다. 그리고 다부진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무례하게 굴지 마.”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네게 흥미가 생겨. 에리얼”

  싱글거리는 에반의 뜻밖의 말에 어이가 없는 척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웬 걸. 숨이 멎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달콤하게 녹아내릴 것만 같은 목소리에 나답지 않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러면 안 되는 데.

  바싹 말라 있는 그의 입술이 눈에 들어 왔다. 올리브 색깔의 밝은 눈동자가 한시라도 내게서 멀어지는 법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보면 항상 내 곁엔 그가 있었다. 왜 이렇게 안심이 되는 것일까? 나는 들고 있던 것들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뒤를 돌아 그와 눈을 마주쳤다. 나를 부드럽게 만져주는 듯 한 시선. 그의 시선 속에서 나를 아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아무렇게나 목에 걸려 있는 넥타이를 두 손으로 잡아 당겨 나에게 좀 더 가까워 질 수 있도록 그와의 거리를 좁혔다. 에반의 균형이 흐트러져 앞으로 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바람에 반동으로 내 등이 벽에 부딪쳤다. 그의 두 손이 나를 감싸 안은 듯 벽을 집었다. 원래는 약 20센티미터 이상 위에 있는 에반의 눈동자가 같은 높이에서 나를 바라본다. 그 어느 때보다 그의 얼굴이 가까웠다. 나를 집어 삼킬 것 같은 순한 늑대 같은 눈동자를 그 어느 때보다 자세히 살펴 수 있었다. 그의 눈빛에서 나 스스로 조차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행동에 당황한 기색이 여렸다. 그리고는 나는 마치 준비라도 했었던 것처럼 그의 목덜미 가까이에 얼굴을 대었다. 조금만 이성을 잃었더라면. 하마터면.......

 “너무 쉽게 다가오는 남자는 매력 없어.”

  나는 반대편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달아올라 뜨거워진 뺨은 차가운 두 손을 갖다 대어 그 열기를 식히느라 어쩔 줄 모르겠다. 어째서 그런 행동을 저질러 버렸는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곧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표정이 굳어 있는 얼굴은 가끔 나 자신도 움직이는 밀랍 인형과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다시 서재로 들어가 책상에 쌓여 있는 여러 권의 책들 중 아래에서 두 번째인 ‘아마존 열대 우림의 식물들’이란 책을 꺼내들었다. 사실 게임 필드 장은 브라질의 아마존 보다는 필리핀 같은 열대 우림과 더 가까웠지만 이루고 있는 식물이나 생태 환경은 비슷하여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약초의 역학’이란 책과 동시에 비교하며 읽고 있었는데 약초라는 것이 나에게는 주요 흥밋거리였다. 예를 들어 ‘크리톤’ 이라는 식물의 즙은 곪은 상처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하며, ‘로럴수’나 ‘계엽수’는 진통제, 요오드 나무의 오렌지 색 껍질은 버짐과 뾰루지에 약으로 쓰인 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땅 속에 숨어 있던 기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까닭은 그 근처의 심어져 있던 보라쿠타크나무를 세심히 관찰한 덕분이었는데, 그 나무 또한 책에서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기회가 생긴다면, 열대성 나무인 고무나무의 수액도 체취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 따위는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때 누군가가 서재의 문을 두드렸다. 내가 들어오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는 고개를 삐죽 내밀었는데, 환이었다. 아래에는 절뚝절뚝 걸어 다니는 루돌프가 있었다. 특정한 누군가를 기대했던 나는 다소 힘이 풀린 듯 한 표정으로 환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해바라기같이 활짝 핀 얼굴로 내게 말했다.

 “에리얼! 루돌프가 드디어 걷기 시작했어! 생각보다 회복이 빨라. 가벼운 타박상이었나 봐. 그런데, 정작 데려온 건 나인데, 이 손 좀 봐 이 할퀸 상처들. 다 쟤가 저런 거야. 도진이는 가만히 잘 따르면서 나만 그래!”

  가만히 듣고 있던 내가 그의 말을 잘라먹고 물었다.

 “도진이는 어디에 있니?”

 “지금 개인 방에 있다가 방금 식사 실로 갔어. 맞다. 저녁 식사 준비 다 되었다고 알려주러 온 거였지! 에리얼! 밖에 나갔다 오느라고 배고팠을 텐데 같이 올라가자!”

  그가 루돌프를 들어 올리자 늑대는 반항이라도 하는 듯 아등바등 거려 그의 손에서 뛰어 나왔다. 그리곤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나의 다리 뒤에 숨어 으르렁 거렸다. 환이가 나의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혀를 내둘렀다. 늑대 복부 부근에 부자연스러운 오래되니 흉터 자국이 나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머리가 복잡해 터질 것 같았다.

 “내가 만만한 모양인지, 통 내 말을 안 듣더라고. 루돌프, 이리 당장 와! 에리얼은 바쁘단 말이야. 귀찮게 굴면 안 돼! 내가 혼난단 말이야.”

  나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한결 부드럽게. 나는 그저 소리 없이 살짝 빙긋 웃었다. 그리고 조곤조곤 환이에게 타일렀다.

 “괜찮아. 내가 돌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저녁은 별로 먹고 싶지 않아. 혹시 기지 안에 래버브레드가 있을까? 없으면 가장 많은 남은 종류의 빵 한 덩이를 가져와 줄 수 있겠니? 여기 이 머그컵에 뜨거운 물과 페퍼민트 차 봉지도 좀 가져다주면 더더욱 고맙겠어. 아, 참고로 정수기 위에 있을 거야. 부탁해, 환이야.”

  환이가 활짝 밝아지며 기꺼이 가져다주겠다고 말했다. 루돌프는 착하게도 내 다리에 얼굴을 비비며 얌전히 있었고 환이는 탁자 위의 컵을 들고 얼른 위층으로 올라갔다.

  아, 정말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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