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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울지말아요, 그대.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7.23

오늘따라 달빛이 유난히도 고와 세상에 빛을 뿌릴 때, 영롱하게 빛나는 달빛의 정기로 가득 찬 여인의 주변. 고운 달빛을 병풍 삼아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들이 적막함을 달래준다.

“됐어요…….”

광활히 펼쳐진 아름다운 은빛바다와 다르게 몹시도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집하나. 그런 그곳에 비단같이 매끄럽고 칠흑(漆黑)을 품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

구름자락을 뚫고 내려온 달빛이 그런 여인의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비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번뜩이는 눈으로, 쏘아보는 수많은 눈빛들이 애석하기만 하다.

“입고 갈게요… 아버지….”

악문 입술 사이로 비집고 흘러나온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애야….”

밤과 더불어 창호지에 스며든 은은한 달빛에 비치는 수많은 횃불이 오늘의 슬픈 날을 예고하고 있었다.

 
@11.
작성일 : 17-07-31 23:56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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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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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새 려원이 쪼르르 서빈에게 달려가 내가 궁 밖으로 나갔다고 말한 걸까?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괜히 여러 생각이 뒤엉켜 복잡하게 했다. 그래도 난 떳떳해. 호랑이 굴에서도 정신만 차리면 살수 있다는 속담도 있잖아. 내가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라 끌려 간 거니, 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고개를 버젓이 들고 서빈에게 향했다.

 

 어둠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그. 어두워 그의 표정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화나거나 기분이 안 좋아 보이진 않았다. 이건 엄연한 추측이었다. 그가 기분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 건 그저 나의 느낌이 그러해서 그렇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어…… 아…… 오, 오랜만이네요.”

 “그런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거고 아니면 아닌 게지. 그나저나 지금 이 시간까지 어디 갔다 온 거지?”

 “아…… 그게…….”

 

 어둠을 뚫고 나온 그의 달빛에 반사된 안광에 사실대로 말해야 할지를 갈팡질팡했다. 혹여, 또 꾸지람을 듣는 건 아닌지. 화를 누르지 못하고 또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무서워 심장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아마도 내 눈동자는 불안에 떨고 있을 것이다. 그가 도란이 나가자는 말에 나가야만 했었냐고 묻는다면 딱히 맞받아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까 려원에게 들었어. 궁 밖으로 나갔다지?”

 

 려원에게 들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직감했다. 역시나 올 것이 왔구나. 그가 여기 있었던 이유는…… 더 듣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네가 뭔 잘못이 있겠냐만은 도란이 나가자고 했어도 나가지 말았어야 했어.”

 “…….”

 “네가 나감으로써 도란의 처지는 난처한 상황을 더 악화시킬 터인데. 미련하고, 멍청한 판단을 한 거야.”

 

 아둔하다고 몰아붙이는 서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도 또 괜히 울컥해진다.

 

 “또한, 알면서도 데리고 나간 도란은 어떻게 해야 할지. 경솔했어…… 경솔한 행동이야.”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사정을 다 알고 있었구나……. 두 눈이 질끈 감겨진다. 그리 조용히 주위를 살피며 왔던 것이 부질없는 짓이었구나. 하지만 생각했던 목소리가 나긋나긋 해서였을까. 처음 느낌 그대로 그리 화가 난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됐네요.”

 

 차마 그 앞에서 도란이 억지로 데려갔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도란의 행동이 경솔했다고 말하는 그에게 다시 도란을 언급하여 그를 욕보이게 할 수는 없었다. 나를 위해서 궁 밖으로 나간 것을 알기에! 그냥 수긍하는 척이라도 취해야 했었다. 그래, 뭐라 말하면 들으면 되지. 그게 뭐 대수라고. 후우, 심호흡하고 서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쯧. 됐다. 내가 여기서 너에게 뭔 말을 더 하겠니.”

 

 체념이 가득한 어조다.

 

 “그리고 들었어. 려원한테 말이지. 낮과 밤이 바뀌어서 잠을 못 잔다고?”

 

 어라? 별말을 하지 않는다. 서빈이 말이다. 나간 것에 대한 추궁과 기대했던 말이 아닌. 그냥 혼잣말을 하는 그를 보니 고개를 갸웃했다. 질끈 감았던 눈을 서서히 뜨고 보니 군데군데 서빈의 옷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묻어 있었다.

 

 평소 화려하고 용모가 단정했던 그가 말이다. 자세히 보려고 눈에 힘을 주고 보니 흙과 뒹굴고 왔는지 아니면 어디서 넘어진 걸까. 그가 흙먼지가 묻은 옷을 입고 있다. 어떤 말을 하려고 흙이 묻은 옷을 입은 채 방 앞에서 기다린 걸까. 그리 감정을 억제 못해서? 말은 저렇게 하지만 뒤에 뻥 터트리려고? 의중을 모르겠다. 갑자기 화제가 전환하니 떨떠름한 표정이 지어졌다.

 

 “악몽을 꾼 이후로 밤에 잠이 안 오네요.”

 “정신적으로 나약한 게 큰 원인이겠지. 그렇다고 내가 계속 같이 있어주기도 난 한가하지 않고, 그럴 용의도 없다.”

 

 누가 뭐라 했습니까?!

 

 “앞으로 더욱더 힘든 일을 견뎌야 할 텐데. 지금부터 이러면 뻔히 앞날이 그려지는구나.”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지금보다 더 힘든 일이 있다는 걸까? 내가 궁금증을 가지고 그를 바라보자 서빈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작게나마 숨을 내뱉는 그의 표정을 보니, 지금 알려줄 것 같지는 않다. 설마, 이게 시작일까.

 

 “그러니 너를 보살피는 려원한테도, 저리 정신 못 차리고 자신의 발에 발등을 찍어대는 도란을 봐서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있어야지.”

 “죄…… 죄송해요.”

 

 나 때문인 것 같아. 나 하나 때문에 여러 명이 욕보이는 것만 같아 죄송하다는 말이 나와 버렸다. 사실 맞는 말이니까. 나도 알고 있으니까. 려원이 이 열흘간 얼마나 나 때문에 고생했겠어. 그리고 오늘만 해도 도란이……. 정말로 난 짐덩이 인가봐. 여럿에게 신경만 쓰게 하는 짐덩이 말이다.

 

 “됐어. 너에게 바라는 건 없으니까. 원래부터 나는 네가 짐덩어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거니와 지금이라도 도란에게 보내고 싶지만, 우리 용왕님께서 그것을 반대하니 여기 있는 만큼은 그만 여럿 고생시켰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야.”

 

 또 심장에 쑥쑥 박히는 말들. 날카롭게 매섭게! 툭! 툭! 박힌다.

 

 “그래서 말인데…… 이게 제일 필요할 거야. 이것을 방에 두고자. 마음이 편해지는 진정 효과와 악몽으로부터 너를 자유롭게 해줄 터이니.”

 “네? 그 꽃이요?”

 “여기서 흔한 꽃들 중 하나지. 더 묻지는 마. 일일이 설명하고 주저리 떠드는 것 귀찮으니까.”

 

 역시나. 시작은 아니었을지 끝은 퉁명스러운 말로 끝내는구나. 그가 손을 뻗어 얼른 이 꽃병을 받지 않고 ‘뭐해?’ 라는 표정을 보니 얼른 그 꽃병을 건네받았다. 주니까 받았는데……. 어, 모습이 천년초? 눈에 힘을 부릅뜨고 봐도 천년초랑 똑같이 생겼다.

 

 아까 도란이 말하길 희귀하여 몇 송이 없다고 들었는데. 다시 눈을 감고 봐도 아까 봤던 천년초랑 다를 바가 없었다. 굳이 차이점을 찾으라면 더 크고 꽃도 더 활짝 만개했다는 점이랄까. 나의 판단은 그러했지만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나 하여 눈을 가늘게 뜨고 그에게 물었다.

 

 “이거 설마…… 천년초 아니에요?”

 

 순간 그가 멈칫 한 거라고 느꼈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너 천년초가 어떤 건지 알고 말하는 거니?”

 “아까 전에 만개가 안 된 천년초를 봤어요. 그거랑 똑같이 생겼는데…….”

 “큭큭. 정말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군.”

 “네?”

 “천년초를 우연히 봐도 그건 자신의 소유도 아닐뿐더러 용궁에 귀속되지.”

 

 귀속? 그럼 마음대로 가져올 수도 없다는 말이야?

 

 “그러니! 얼마 있지도 않은, 귀하디귀한 천년초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한 번도 못 본 이무기들이나 구렁이들도 태반이거늘. 이것은…… 몽초라고 그냥 여기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야.”

 

 아……. 몽초라는 꽃이구나.

 

 “그것을 네 머리맡에 두고 자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들어가서 자. 이런 짐덩이를 데리고 내가 뭔 말을 하는지 쯧.”

 

 아니면 아닌 거지. 짐덩이라고 말하는 건 뭐람. 기분이 썩 좋은 말은 절대 아니었다. 오랜만에 속을 뒤집히러 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준 성의는 있어 뭐라 대꾸하진 않지만.

 

 “근데 어디 나갔다 오신 거예요? 옷에 흙들이 군데군데 묻어있어요.”

 “묻어있으면 안 돼? 이것 때문에 왔으니 이만 간다.”

 

 옷에 흙이 묻어있다고 말한 것을 무안하게 저리 말하니 할 말이 없다. 하기야 그 성격이 어디 가겠어. 괜히 아까 도란과 있을 때 서빈의 얼굴이 생각난 내가 한심스러웠다. 이게 현실인데, 그걸 망각하고 있었다. 그새 또 어떤 것을 기대한 걸까? 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침을 한번 삼켜 본다.

 

 “예. 감사해요. 정말 잘 가꿀…….”

 “그럼 난 이만.”

 

 이 밤중에 뭐가 그리 급한지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눈앞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알 것 같은데도 아닌 것 같은 서빈이다. 혼자 중얼중얼, 그가 간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다 방안으로 들어왔다.

 

 오자마자 한가운데 있는 탁자 위에 꽃병을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리곤 한동안 꽃병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천년초가 분명한 것 같은데…… 하면서도 몽초라는 꽃도 있나? 용천에는 참으로 비슷한 꽃들이 넘쳐나는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이 시간에 선물 주려고 기다린 서빈의 마음에 적잖게 놀랐다. 말만 더 예쁘게 하면 뭐가 닳나. 그 놈의 말이 문제인데.

 

 “이부자리 위에 두고 자면 된다고 했으니 오늘은…… 이 시간대에…….”

 

 지친 몸을 천천히 누웠다. 오늘 만큼은, 오늘 만…… 악몽을 꾸지 말아야 할 텐데 하면서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

 

 사라락!

 샤아아아!

 

 그날은 아버지가 특별한 날이라고 했다.

 

 아빠가 내 앞을 서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어린 나의 손을 가까스로 잡고 어디론가 향했다. 어린 내가 봐도 세상의 모든 슬픔을 짊어진 아빠의 어깨를 처음 보았다. 그때 아빠의 어깨가 얼마나 축 늘어져 씁쓸하고 그렁그렁한 눈빛을 하였던지. 그런 아빠는 나를 군데군데 바위가 엎드러진 곳을 지나 산속으로 나를 데려간 그곳은……

 

 그날따라 유달리 푸른 하늘 저 먼 곳에서부터 청량하면서도 산뜻한 바람이 산을 타고 나를 한번 훑고 지나갔다. 그 바람이 지나간 곳에는 내가 잘 알고 있는 경호 아저씨부터 옆집 아주머니, 등 동네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산속에서 무슨 이유 때문에 다들 모였지? 내 자신에 작은 물음을 던져봤던 것 같다. 허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다. 내가 도착하기 이전부터 사람들이 북적하게 모인 것과 대조적으로 너무나도 숙연했다. 이리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다들 왜 이렇게 조용하지? 무슨 놀이라도 하나?! 너무나 숙연했던 탓에 어린 나도 그 분위기에 아빠 손만 꼭 잡고 두리번거렸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보자 이상하게 사람들은 모두들 고개를 떨궈 땅바닥만을 바라보며 두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렇게 조용한 것은 싫은데. 모두가 조용히 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니 너무나 답답했다. 너무나 이상하여 다른 한 손을 아빠 바지자락을 부여잡고 나는 볼 수 있었다.

 

 여러 사람이 슬픈 잠긴 표정을 말이다.

 

 왜?

 

 사람들의 표정에 나는 당황함만이 가득했다. 왜 다들 슬픈 표정을 짓는 거야. 그것이 너무나도 이상했던 나는 아빠에게 물어볼 심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내 눈이 아빠의 눈으로 향했을 때는 이미 두 눈엔 글썽거리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갑자기 글썽거리는 눈을 보자 어린 나는 아빠의 하얀 옷깃을 몇 번 잡아당기고는 물었다.

 

 “아빠. 울어?”

 “응? 아니. 아빠 안 울어.”

 

 아빠는 조심히 눈물을 훔치더니 내 기억 속에서 세상에 그 어떤 것보다 가장 밝은 미소를 머금고 웃어 보이며 나의 귓가에다 작게 말했다.

 

 “근데 눈가에 눈물이 있는데?”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런가……. 눈이 조금 가려워서 그래…….”

 “내가 후! 하고 불어줄까?”

 “그래 줄래?”

 

 살며시 미소 짓고는 내 키에 맞춰서 무릎을 굽혀 앉았다. 그러더니 내 얼굴에 눈을 갖다 댔다. 빨리 불어드려야지.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불어 넣고 예행연습을 했다. 몇 번 바람을 넣고 내뱉기를 반복하기를.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한 나는 아빠 눈에 얼굴을 밀착했다. 이제 불어야지.

 

 후!!!

 후우!!

 

 나는 조심스럽고도 살살 눈에다 바람을 불었다. 두세 번 불자 아빠의 어깨가 미약하나마 들썩 거렸다. 아니 잘게 떨었다. 그것도 절제된, 슬픔이 묻어 나오는 그런 떨림이었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뭔가 잘못되었던가? 미약하게 들썩 거리던 어깨는 크게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아빠의 모습에 당황한 나는 울먹거리며 말했다.

 

 “아빠. 왜 그래? 어디 더 아파?”

 

 어디 아픈 거 같아서……. 필시 흐느끼는 건 어디가 아파서 그런 거니까. 내가 아빠를 지켜줘야는데. 걱정스럽게 아빠의 건강을 물었다.

 

 “아니야……. 우리 여월이가 너무 대견하고 예뻐서.”

 “근데 왜 자꾸 울어.”

 “아빠. 이제 안 울게.”

 “응! 울지 마. 아빠 울면 나도 슬퍼.”

 “알았어. 아빠 이제 안 울 테니 아빠랑 같이 저기다 이 꽃 놓으러 갈까?”

 

 아빠는 나의 손을 꼭 잡더니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곳에는 한 비석 같은 것이 세워져 있었다. 아까부터 사람들이 고개를 떨구며 수시로 응시하던 비석이었다. 훗날, 아버지가 있는 돈 다 긁어모아 비석을 마련하기 위해…… 집에서 돈이 될 만한 것 들을 팔아 마련하였다.

 

 “응! 알았어. 저 돌덩이에다 꽃 놓으러 빨리 가자.”

 

 비석에 꽃을 놓으면 안 운다는 아빠 말에 오히려 내가 주도하여, 아빠 손을 잡아당겨 앞장서서 갔다. 그리고 아빠의 다른 손에 있던 두 송이 중 한 송이를 빼내어 비석 앞에다 조심스럽게 놓았다.

 

 비석에는 검은색 글씨로 큼지막하게 무언가 적혀있었지만 나는 글을 읽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기에, 빨리 아빠의 눈물을 그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꽃 한 송이를 그 앞에다 두었다. 꽃 한송이를 놓고 아빠를 바라보자 아빠도 내 꽃 옆에다 가지런히 놓았다. 이걸로 아빠는 눈물을 그치게 될 테니까.

 

 그러자 뒤에서 숨죽이며 조용히 바라보던 수많은 사람들이 일렬로 한명씩 비석 앞에다 꽃들을 놓았다.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이지만 저 사람들은 왜 이 돌덩이에 꽃을 놓지? 아직도 영문이 모르겠다.

 

 “아빠. 사람들이 왜 우리가 놓은 자리에 꽃을 놔?”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었던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물어보았다.

 

 “조화(弔花)라는 것이야. 조의를 표하는데 쓰는 꽃이야.”

 “아. 그렇구나.”

 

 몇몇의 사람들이 꽃을 놓으며 가느다란 흐느낌이 들려왔다. 하지만 정작 나의 관심은 아빠였기에 아빠가 울고 있지 않아 다른 사람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아빠를 불러 물었다.

 

 “아빠! 있잖아.”

 “응. 여월아 왜 그러니?”

 “근데 왜 엄마는 안 와?”

 “…….”

 

 아빠는 한동안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을 잇지 못했다. 당황했다기보다 그냥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뭇거리는 갈팡질팡한 모습이었다. 물론 그런 것을 알 턱이 없는 나는 다시 한 번 물었다. 혹시 못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물어본 연유였다.

 

 “왜 안 와? 엄마.”

 “어……. 엄마는 아주 먼 곳으로 떠났어.”

 “어디로? 나랑 아빠는 안 데리고 치사하게 혼자?”

 “응. 엄마 혼자 갔어. 아주 편안하고 우리…… 여월이가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아마 다시 오기는 힘들 거야.”

 

 칫. 나를 보려면 내가 있는 곳으로 오면 되잖아. 정말 혼자건거야? 나도 데려가지! 나도 같이, 아니다. 아빠랑 셋이서 가면 더 좋잖아. 괜히 엄마가 미워졌다. 뾰로통해진 얼굴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왜? 엄마 나 안 보고 싶대? 난 엄마 보고 싶은데.”

 “아마…… 여월이가 크면…… 우리 여월이가 크면, 여월이가 크면…… 알게 될 거야.”

 

 아빠는 나를 꼭 껴안아 연신 내 이름을 불러대며 슬픔에 잠긴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날 처음으로 아빠의 몸이 매우 왜소하다고 느꼈다. 엄마는 보고 싶은데……. 자꾸 아빠는 왜 내 이름을 부르는 거지?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참으로 오늘이 이상하다고.

 

 “아빠 숨 막혀.”

 

 강하게 나를 안았던지 기도가 막혀 숨쉬기가 곤란했을 정도였다. 켁켁, 거리면서도 어깨를 잘게 떠는 것 같은 아빠를 보니 얌전히 있었다.

 

 “응. 아빠가 미안해.”

 “아빠 눈이 빨개.”

 

 눈시울이 붉다는 표현이 이럴 때 쓰던가. 아빠는 내가 불어줬음에도 불구하고 글썽거리는 눈으로 곧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다.

 

 “금방 빨간 게 없어질 거야. 우리 여월이가 아빠 걱정을 많이 해주네.”

 “응. 아빠 내가 지켜줄게. 엄마만 오면 되는데…….”

 

 자신 있게 말했다. 아빠가 항상 하던 말이 ‘내가 없으면 엄마는 네가 지켜야 한다?’라고 단둘이 있을 때마다 아빠가 말하던 말이었다. 반대로 엄마가 없으면 내가 아빠를 지키면 된다. 내가 아버지를 지키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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