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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울지말아요, 그대.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7.23

오늘따라 달빛이 유난히도 고와 세상에 빛을 뿌릴 때, 영롱하게 빛나는 달빛의 정기로 가득 찬 여인의 주변. 고운 달빛을 병풍 삼아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들이 적막함을 달래준다.

“됐어요…….”

광활히 펼쳐진 아름다운 은빛바다와 다르게 몹시도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집하나. 그런 그곳에 비단같이 매끄럽고 칠흑(漆黑)을 품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

구름자락을 뚫고 내려온 달빛이 그런 여인의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비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번뜩이는 눈으로, 쏘아보는 수많은 눈빛들이 애석하기만 하다.

“입고 갈게요… 아버지….”

악문 입술 사이로 비집고 흘러나온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애야….”

밤과 더불어 창호지에 스며든 은은한 달빛에 비치는 수많은 횃불이 오늘의 슬픈 날을 예고하고 있었다.

 
@9.
작성일 : 17-07-31 23:55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7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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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허공을 향해 시를 읊조렸다. 그의 시가 서서히 내 귓가를 파고든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감돌았다. 그래서였을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의식적으로 입이 절로 움직였다.

 

 “소한(小寒) 내리는 백설의 결정체가 차노라

 역동성을 간직하며 흐르는 물도 차노라

 공허한 그 마음을 알 수 없다 하노라.”

 

 그의 시에 나도 그만 시를 읊고 만 것이다. 남 앞에서 읊을 기회도 많지는 않았지만 자신 있게 읊조릴 실력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럼에도 떠오르는 글귀를 뜬금없이 내뱉은 것이었다.

 

 누군가 왜 그랬냐고 묻는다면 말 그대로 입이 가는대로 였다. 비록 학문을 체계적으로, 제대로 배운 것은 아니었지만 아버지는 어려서 배울 기회를 많이 주셨다. 어깨너머로, 책들 사이에서 틈틈이 익혀왔다.

 

 “의외네 여월. 나름 시를 읊을 줄 아네. 의외야.”

 “그냥 어렴풋이 아버지의 영향으로 조금 익혔을 뿐입니다.”

 

 내가 대답할 줄 몰랐던지 특유의 미소와 부채질을 해댔다. 연오의 부채질 한 번에 살랑. 또 한 번의 부채질에서 일으키는 바람이라고 믿기지 않는 시원한 바람이 나의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했다.

 

 아니, 부채보단 다과실 자체에서 휘몰아치는 바람. 잠잠하던 방안에 요동치듯 일렁이는 검은색 기운, 어디선가 느꼈다. 분명 어디서 느껴본 적이 있는 이 느낌.

 

 그 익숙하고도 이질적인 느낌에 기억을 더듬을 때였다. 얕게 깔린 그 어두운 기운에서 불쑥, 한 인영이 나타났다. 흐릿한 형체 사이서 드러낸 자태. 기운과 상이한 얼굴에서 나오는 싱그러움. 다름 아닌 도란이었다…….

 

 “악! 도란님?!!”

 “…….”

 “여, 여기 어쩐 일이셔요? 용왕님 몰래 나오신 건 아니죠? 이리 움직여도 되셔요?!”

 “빨리도 왔구먼.”

 “연오님, 설마 찾아올 손님이 있다는 게…… 도란님이었나요?”

 

 려원이 도란을 보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렇게 빠르게 반응할 줄을 몰랐다.- 쪼르르 달려가 그에게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뭐가 궁금한 게 많은지. 정작 궁금한 게 많은 건 나인데……. 워낙 려원이 붉어진 얼굴로 그의 옆에 딱 달라붙어 말하니 대화에 끼어들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아. 려원! 역시 반겨주는 건 려원밖에 없구나.”

 “헤헤! 근데 도란님 근신 중 아니었어요? 정말 이리 나오셔도 아무런 지장이 안 되셔요?”

 “…….”

 “많이 걱정했어요. 워낙…….”

 

 근신? 근신이라니. 영문 모를 말이 려원의 입에서 나오자 눈이 자연스레 커져 려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뭐 때문에 그가 근신을?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묻고 싶었지만 실례인 줄 알기에 지켜보기만을 계속했다.

 

 “여월 낭자. 오랜만이오. 그때 이후로는 처음이구려.”

 

 나를 향해 살며시 입꼬리가 올라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 미소를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에 빠져들어 붉어짐을 느꼈다. 사람을 묘하게 빠져들게 하는 그런 수려한 미소였다. 저 남자답지 않은 붉은 입술을 보자니 정신이 몽롱해졌다. 만약 내가 살던 세계로 내려간다면 모든 여인들의 질투와 시기를 받을게 뻔해 보였다.

 

 “도란님……. 안녕하세요. 그때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이제야 인사를 드리네요.”

 “여기서 지내기에는 불편함이 없소?”

 “신경 써주신 덕분에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입가엔 수려한 미소를 머금고 말하는 그를 보자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마도 첫 만남부터 남달랐거니와 서빈과 다른 성격 탓인지 몰라도 그가 더 반가운 이유였다. 무엇보다 여기서 부탁을 해줄 유일한 존재가 그였기에, 마음을 편하게 말해도 될만한 자는 그였기에 더욱더 반가웠다.

 

 “늦었어…… 늦었어. 근신으로 오랜만에 세 명이 다시 모이는 자리에 일찍온다 하여 걸음을 재촉하여 왔거늘. 생각보다 늦었어. 아니 그러한가 도란?”

 “자네가 설마 걸어서 왔을라고. 게 농을 사실처럼 말하는 거 보니. 변함없구먼.”

 

 약간의 투덜거림으로 입을 쭉 내밀고 건네는 연오나, 기분이 좋아 보이는 도란 사이에 껴있는 나는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오래된 친구는 이런 것이구나…….

 

 건네는 말투도 주위를 푸근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말들이 너무나도 좋았다. 이런 모습이 보기 좋아서 였을까? 나의 마음이 들떠서 였을까? 이때 아니면 말도 못 꺼내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 도란님!”

 “여월 낭자 무슨 할 말이 있소? 어서 말해 보시오.”

 “다름이 아니라…… 제가 뭐하나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더듬거리는 말을 진정시켜 어려운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휴. 잘하고 있어. 얼른 물어보는 거야, 속으로 다그치는 말에 둘 사이의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또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느껴지지만 나는 나대로 내뱉었다.

 

 “구해주신 건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여쭈고 싶은 건…… 언제쯤 용천에서 제가 살던 곳으로 돌아 갈 수 있겠습니까?”

 “…….”

 “아…….”

 

 내가 무슨 실수라도 저지른 것일까. 금방까지 훈훈한 분위기라 말한 게 무색할 정도로 급 싸늘하다 못해 당황한 기색들이다. 꼭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한 것처럼 말이다. 려원은 힐끔힐끔, 도란과 연오만 쳐다보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고 서빈과 연오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런 반응이 나를 당황시켰다. 내가 정중히 물어보지 않아서? 왜들 그러지…….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데. 언제 돌아갈 수 있냐는 말이 이리도 침묵과 고요를 만들지는 몰랐다.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는 나는 확답을 듣기를 원했다.

 

 “하하…… 여월, 넌 여기가 맘에 안 들어?”

 

 잠시 멈춰졌던 부채질이 제 속도를 찾아갔다. 그럴 리가요. 맘에 안들 리가 없잖아요. 보거나 들은 적도 없는 신기한 일들의 연속인데. 이곳이 싫어서가 절대 아니었다. 다만 그 어떤 것도 채울 수 없는 그리움.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때문에 돌아가고 싶었다.

 

 “아니요. 너무나 과분한 곳이죠……. 그래도 아버지가 걱정이 돼서요.”

 

 나의 작은 목소리는 그리움이 녹아 있었다. 내게 전부이자, 내게 남은 단 하나뿐인 혈육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아버지 곁으로 가기 위해서는 확답을 들어야만 했다. 없던 용기를 쥐어짜내며 물었지만 내심 질문에 대한 확답을 줄 거라 굳게 믿고 있는데…… 그런 연오는 입술을 벌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아무 말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그가 낯설었다. 벌써 말해도 수십 번 말했을 그가 슬픈 눈으로 지그시 바라본다. 왜일까. 아버지 곁으로 가기까지 좀 더 있어야 돼서?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여월 낭자. 그게 좀 더 있어…….”

 

 미안한 티가 역력한 도란. 그럴 필요까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괜히 그가 고맙게 느껴졌다. 그때 마침!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힐끗 옆을 돌리자 머리카락부터 전해져 오는 신비로움. 달빛의 정기를 그대로 머금은 노란빛 머리카락을 살짝 휘날리며, 서빈이 얼굴을 내밀고 찌푸린 표정을 취하고 있었다. 언제 온 거야?

 

 기척도 없이 급작스럽게 등장한 그 때문에 흠칫했다.

 

 “돌려서 말하지 마. 애도 제대로 알아야 헛된 희망을 갖지 않지.”

 

 돌려서 말한다고? 그리고 헛된 희망이라니?!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알 수 없는 말들을 쏟아 낸다.

 

 “오늘은 넘어간다 해도! 며칠이 지난 후에도 몇 달이 지나도 이런 식으로 또 말할 거야?”

 

 며…… 몇 달?

 

 “그건 앞에 있는 짐한테도 자네한테도 좋지 않아. 언젠가 말해야 한다면 지금 확실히 말해.”

 “…….”

 “자네가 못하면 내가 말해줄까?”

 “서빈!!”

 “내가 말할게. 너는 여기 용천을 못 벗어나. 정확히 여기서 말이야.”

 

 뭐? 내가 지금 무엇을 들은 걸까. 내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서빈이 금방 뭔 말을 한 것 같은데. 누군가 아니라고 해줘……. 아니라고 누군가 제발 말해줘! 가슴이 복받쳐 오른다. 어안이 벙벙한 말. 그래! 지금 장난치고 있는 게 분명해. 내가 잘못 들은 게 맞을 거야. 생각지도 못하고, 생각하기도 싫은 말을 들었다.

 

 “다, 다시오……. 제가 잘못 들은 게 맞죠……?”

 “서빈!! 그만하게.”

 

 다과실에 도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크게 울려 펴졌다. 평소라면 생각지 않은 목소리에 크게 놀랄 법도 했지만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왜? 내가 살던 곳으로 못 돌아가는 거야. 구해줬으니 내 목숨이 여기 용천에 귀속된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런 거야? 이런 게 어딨어. 이런 법도가 어딨느냐 말이야! 고개를 돌려 서빈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다.

 

 “이유가 뭐 때문에요! 왜? 왜. 왜요! 그럼 영원히 아버지를 못 보는 거예요?”

 “…….”

 “아버지를 다시 만나기만을 기다렸는데…… 왜요…… 왜 못 가는 거냐고요!!! 보내주셔요.. 제발 보내주셔요.”

 

 눈에 물이라도 퍼부은 듯 뿌해지니 판단력과 감정이 격해져 요동쳤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사실이 아니라고! 잘못된 말이라 해주면 좋을 텐데. 곧이어 몸이 엄청나게 떨려온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곧이어 호수에 구멍이라도 생긴 듯 펑펑 쏟아냈다.

 

 이럴수록 냉철해져야 하는데,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하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생각과 다르게 멈추질 않는다. 의식이 조금씩 멀어져 간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 꼭 하늘로 올라갈 것만 같다. 훨훨, 이곳을 벗어나 다시 그곳으로-

 

 “여월 낭자!”

 “여월님!”

 

 *

 

 빛이 통하지 않는, 먹물이 뿌려진 듯 한 치도 안 보이는 어둠이 장벽처럼 가로막혀있다. 어디인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이곳. 때마침 희미한 불빛이 가운데에서 피어오른다. 작은 불빛이지만 어떻게 그런 빛을 내는지 크기와 상관없이 주위를 환하게 비춘다. 거기엔 무너져 가는 돌담 뒤에서 몸을 웅크리고 쭈구려 앉은 한 여자아이가 보인다.

 

 저 여자아이는 누구지? 누구기에 저리 서럽게 우는 걸까. 고개를 푹 숙이고 계속 울고 있다. 힘을 주어 그 여자아이를 보러 집중한다.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의 여자아이.

 

 나의 어린 시절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선 홀로 울고 있는 중이다.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으려는 찰나 누군가 나를 불러 깨우는 목소리가 들린다. 안되는데 조금만 더 있으면 얼굴을 볼 수 있는데, 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누군가 나를 깨운다.

 

 “여월 낭자. 정신이 드시오? 갑자기 쓰러져서 걱정했소.”

 “도, 도란님?”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뜨니 도란과 려원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눈알을 굴려 주위를 보니 내가 묵고 있는 방이다. 천장을 향해 누워있는 걸 보니 정신을 잃고 그대로 쓰러진 듯했다. 마지막 기억을 더듬어 보면, 서빈의 말을 듣고 한참이나 눈물을 펑펑 쏟아낸 것까지 기억나는데 말이다. 아. 그래! 도란에게 다시 물어봐야 해.

 

 “도란님…… 그게 정말이에요? 제가 여기서 있어야 한다니요. 잘못된 게 틀림없지요?”

 “미안하오. 용천의 법도가 정해진 게 있어서 여월 낭자의 안…… 아니오. 우선 쉬시오.”

 “흑…… 흑…….”

 

 정말이었어. 난 여기서…… 갇히게 된 거야. 실낱같은 희망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망연자실한 사실에 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도, 오히려 도란은 미안함이 역력한 눈치로 지그시 보는 그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여월 낭자 미안하오…….”

 

 정말 운명 한번 기고했다. 심장을 도려낸 것처럼 가슴이 구슬프게 아파졌다. 살아도 살은 것 같지 않은 이 마음. 오늘은 혼자 있고 싶었다. 그런 의중이 비쳤을까?

 

 “려원. 그만 나가자. 여월 낭자 몸조리 잘하고 내가 다시 찾아오겠소.”

 “…….”

 

 도란의 손에 이끌려 려원은 그와 함께 내방에서 조심스럽게 나간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다시 방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다. 혼자 있고 싶긴 했지만 막상 혼자이니 다시 누군가 찾게 되는 건 왜일까? 변덕스러운 점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은 그렇게라도 해야 이 슬픔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뜬 눈으로 밤을 지세고 슬픔에 젖어 아침에 자고, 밤에 다시 울고불고 하기를 열흘이 지났다. 여전히 밥을 거르기 일쑤고, 방에 콕 틀어박혀 죽은 듯이 산지도 죽은 지도 모르는 시간이 열흘이다. 하지만 그 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믿기 힘든 사실을 들을 때부터 삶에 대한 목표와 희망을 잃었다.

 

 마음에 병이 드니, 몸도 병이 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의식을 잊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럴 때마다 려원은 소란이란 소란은 다 피워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었지만, 그녀의 정성이 무색하게 다시 쓰러지곤 했다.

 

 멍하니 창문을 응시하니 말도 사라졌다. 도란이 나를 찾아오기를 몇 번 했지만 그의 만남을 무르고 정신 나간 여인처럼 어김없이 공허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서빈은 그날 이후로는 본 적이 없었다. 그가 내방에 찾아오는 일도 없었고 나도 내 방에만 있어 낮과 밤이 바뀌니 그를 한 번도 못 봤다.

 

 “아직도 저리 계십니다. 아침에 자고 저녁에 밤을 지세고 이따금씩 의식을 잃으시니…….”

 “여월 낭자.”

 “…….”

 “여월 낭자!”

 “아……. 어떻게 여길?”

 

 누가 방에 들어 온 지도 모르고 정처 없이 떠다니는 구름이 나 같아서 멀뚱멀뚱 쳐다볼 때였다. 도란의 큰 소리가 귓가에 울리고서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붉은 도포를 입은 도란과 려원이 서 있었다.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실례인 줄 아나 무작정 들어왔소.”

 “네?”

 “역시 들은 대로 안색이 많이 상하였구려. 방에만 있으면 건강에 안 좋소. 지금 저랑 나갈 채비를 하시오.”

 “도란님 어딜 나가시려고요? 여기 궁 안이라도 둘러보시게요?”

 

 나를 대리고 나간다는 말에 되묻는 려원.

 

 “려원. 잠깐 나갔다 올게. 늦진 않을게다.”

 “설마……. 궁 밖으로 가시려는 건 아니시죠? 도란님 그건 안 되셔요!”

 

 도란은 말없이 가볍게 손을 려원에 머리 위에 얹혀놓고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빛을 보낸다. 그 눈빛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려원은 그 눈빛을 바라보며 고개를 세차게 젓는다.

 

 게다가 눈빛까지 흔들리니, 도란에게 있어서도 려원에게 있어서도 무언가 거스르는 행동임이라는 뉘앙스가 스멀스멀 풍겨왔다. 눈치라는 게 있기에 정중히 거절해도 나를 꼭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도란. 결국 오랜만에 내 방에 나서서 햇빛을 본다. 환하다, 아주 환히.

 

 *

 

 도란이 나갈 채비를 하라는 말에 설마 했지만. 서빈의 궁 밖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분명히 궁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용천에서 머물렀던 여기. 궁을 제외하니 얌전히 있으라고 들었는데 말이다. 그랬던 내가 지금 보지 못한 용족들이 살고 있는 거리를 그와 걷고 있다. 길을 잃으면 안 된다며 내 손을 꼬옥 붙잡고서 말이다.

 

 “어떠시오?.”

 “네?”

 “나오니까 어떤지 물어보는 것이오.”

 “아…… 여기도 이리 많은 자들이 모여 살고 있네요. 역시 다를 바가 없어요. 제가 살던 곳이나요. 다들 행복해 보이네요. 그게 느껴져요.”

 “그렇소……? 여월 낭자 말이 맞소. 인간세계나 여기 용천에서도 사는 게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아서 오히려 더 걱정이 되네요. 시간은 많이 흐른 것 같은데, 꼭 제가 머무르는 시간은 멈춘 것만 같습니다.

 

 차마 속마음을 도란에게 내비치지 못했다. 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온 이유를 잘 알기에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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