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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울지말아요, 그대.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7.23

오늘따라 달빛이 유난히도 고와 세상에 빛을 뿌릴 때, 영롱하게 빛나는 달빛의 정기로 가득 찬 여인의 주변. 고운 달빛을 병풍 삼아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들이 적막함을 달래준다.

“됐어요…….”

광활히 펼쳐진 아름다운 은빛바다와 다르게 몹시도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집하나. 그런 그곳에 비단같이 매끄럽고 칠흑(漆黑)을 품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

구름자락을 뚫고 내려온 달빛이 그런 여인의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비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번뜩이는 눈으로, 쏘아보는 수많은 눈빛들이 애석하기만 하다.

“입고 갈게요… 아버지….”

악문 입술 사이로 비집고 흘러나온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애야….”

밤과 더불어 창호지에 스며든 은은한 달빛에 비치는 수많은 횃불이 오늘의 슬픈 날을 예고하고 있었다.

 
@8.
작성일 : 17-07-31 23:54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7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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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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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등을 건드려 그때야 나는 뒤를 돌아보니 거기엔 려원이 있었다. 그런 뒤에서 서있는 려원을 보며 ‘왜요?’라는 의문이 가득한 시선을 보냈지만, 그녀는 오히려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보지?

 

 려원의 반응에 이상함을 느낀 나는 의아함으로 바뀌었다.

 

 “무슨 일 있어요?”“아, 아니에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셔요.”

 

 “그래 보여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걱정 안 하셔도 되는데…….”

 

 “그럼 다행이셔요.”

 

 “제가 괜한 걱정을 줬네요.”

 

 “음…… 그것보다 밖에서 기다리다 시간이 지나도 너무 안 나오시길래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한번 들어와 봤어요.”

 

 “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나 보다.

 

 “혹시 아프세요?”

 

 “네?”

 

 “아직 제대로 아침 세안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러니 걱정 말고 밖에 계세요.”

 

 조심스럽게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건네는 려원. 나는 그런 려원에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생각했던 시간보다 많이 지났나 보다.

 

 만난 지는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으로선 가장 의지되고 유일한 말동무이자 힘이 되어주는 게 려원이었다.

 

 “그럼 밖에서 기다릴게요.”

 

 “네.”

 

 얼른 정신 차리고 빨리 나가야지.

 

 *

 

 “죄송해요. 많이 늦었죠?”

 

 “아녀요. 얼마 기다리지도 않았는데요.”

 

 “빨리 나온다고 나온 건데 너무 기다리게 해서…….”

 

 “정말 아녀요.”

 

 강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음이 가득한 시선을 보낸다.

 

 “그럼…… 이제 어디로……?”

 

 “아, 려원님! 조식하러 가셔야죠.”

 

 아침 식사를 하러 가자고 하지만, 전혀 먹고 싶지가 않았다.

 

 “려원, 저는 괜찮은데.”

 

 “네?”

 

 “그냥 먹고 싶지가 않아서…….”

 

 “안 되셔요. 먹기 싫어도 드셔야 해요. 오늘 여월님을 위해 특별히 음식에도 신경 썼다고요.”

 

 “…….”

 

 “무조건 드셔야 해요.”

 

 “…….”

 

 “아셨죠?”

 

 차마 이렇게까지 아침밥을 먹이려는 려원 앞에서 더 이상 생각이 없다며 고개를 저을 수가 없었다.

 

 “알겠어요.”

 

 “식사하는 곳까지 거리가 좀 되니 저를 잘 따라오시면 돼요.”

 

 마지못해 려원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거리가 제법 된다니, 어느 정도 걸리기에? 려원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며 물어볼 기회를 엿보았다.

 

 그런 내 갈무리하지 못한 궁금증이 겉으로 드러났는지, 우물쭈물하다 알아서 이야기를 꺼냈다. 이럴 때 보면 굉장히 까칠해 보이는 서빈의 밑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밑에 있는 사람으로서 서빈은 여간 까다롭다 못해 고역으로 여겨지는 대상이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원래는 이렇게 멀지 않았는데…….”

 

 천천히 입을 열어 그 이유에 대해 말을 꺼내는 려원. 려원의 말을 핵심만 요약한 다면, 식사만을 위한 궁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처음 듣는 내게는 어안이 벙벙, 납득할 수 없는 말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나뉘어 존재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서 식사만을 하는 곳까지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건 서빈의 거처에서는 매우 먼 위치에 있었다.

 

 더군다나 대부분 밑에 여럿을 거느리고 있는 그의 위치에 있으면 알아서 식사를 대령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의외라고 할까. 아니면 역시 예측할 수 없는 성격 파탄자?

 

 되게 까다로워 보이는 서빈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이야.

 

 그렇기에 궁 위치를 자연스럽게 서빈과 가까운 곳에 위치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근데 개인적인 소견으로 이게 더 손이 많이 가지 않을까 싶다.

 

 식사하는 곳까지 신경 써야 할 테니 말이다. 꼭 정해진 곳에서 식사를 하는 서빈. 그래서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곳이 서빈이 머무르고 있는 근처란다.

 

 그때, 자꾸만 되새기는 문구. 거리가 꽤 된다고? 그럼 어제는 왜……? 서빈과 나의 거리는 가깝지 않음을 의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도 걸어서 가고 있지 않던가.

 

 혹시나 려원에게도 물어보니 좀 더 가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걸었는데도?

 

 한참은 걸은 것 같은데. 이미 몸소 경험하고 있는 와중에 어제의 일이 겹쳐졌다. 악몽에 바람을 쐬러 나가려 순간, 서빈은 그곳에서 나를 불러 세웠다.

 

 서빈의 거처와 내 방까지의 거리가 됐음에도 분명히 그 앞에서 불러 세웠다.

 

 그 시간에…… 우연히 지나치기라도 한 것일까. 그 서빈이?

 

 고개가 살짝 옆으로 기울어진다. 한참을 서빈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려원의 말을 듣고도 서빈의 행동에 대해 고민했다.

 

 딱히 그 야심한 시간에 내 방 근처에 있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을까? 입술을 약하게 깨물고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려원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던 중 앞장 서던 려원의 발검이 느려지다 못해 두발이 멈춰 섰다. 그제야 앞만 보고 가던 려원이 뒤돌아 말했다.

 

 “다 도착했어요. 여기에요.”

 

 문 앞에 서서 나보고 문을 열고 들어가라는 시늉을 취했다. 겉으로는 다른 곳의 문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름 기대를 했던 것과는 다르게 평범하다고 할까.

 

 물론 생각했던 것보다 평범하다곤 해도, 엄밀히 말하면 내가 살던 곳에 비해 웅장함과 화려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여기서 다른 곳과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할까.

 

 “처음이시죠?”

 

 려원이 내게 길을 비켜주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간 방에 들어간 나는 화들짝 놀랐다.

 

 나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한 듯 외보의 문과 다르게 실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 폭에 담은 화려하고 잘 꾸며져 있었다.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절묘하게 조화된 실내에 눈이 호강하기 바빴다.

 

 깨끗함과 편안함을 주는 하얀색 벽지에 특이하고 처음 보는 장식물도 많았다. 그 한가운데는 엄청 긴 식탁이 존재했고, 식탁 위에는 보기에도 군침을 유발시키는 수많은 요리가 놓여있었다. 어찌나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지 보고만 있어도 배에서 신호를 보내온다.

 

 아버지와 떨어져 있어도 요란하게 본능을 자극한다. 또한 모락모락 피어 올라오는 김이, 차려진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저게 뭘까?

 

 생전 처음 보는 음식들도 여럿 보였다. 고량진미(膏粱珍味)와 산해진미(山海珍味)로 차려진 수라상(水刺床)도 이에 못함이라.

 

 “언제 이렇게 음식을 차린 거예요? 설마 려원이요?”

 

 “설마요. 제게는 이럴 능력이 없어요.”

 

 “그럼요?”

 

 “당연히 요리를 해주는 나인이 있지요.”

 

 “나인들이요?”

 

 “네, 나인들이 따로 있어요!”

 

 아. 따로 요리를 만드는 자도 있었구나. 난 또 려원이 혼자 다 한 줄 알았다. 물론, 혼자 다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음식들이긴 했지만…… 왠지 그녀라면 충분히 해낼 것 같았다. 근데 나인들은 어디들 간 거지? 한 명도 안 보인다.

 

 어제 그리 돌아다녀도 보지 못한 것이면 이게 당연한 것일까? 참으로 쓸데없이 크기만 크고, 사는 자는 보이지 않으니 궁이 공허해 보인다.

 

 “맛있겠죠?”

 

 “네…….”

 

 또 이렇게 많은 음식을 누가 다 먹을까. 려원, 나, 서빈? 서빈도 여기서 먹는다고 했으니 같이 먹는 걸까. 왠지 그와 같이 먹으면 적막감이 흐를 것 같은 느낌이다.

 

 “어서 앉아 드셔요.”

 

 그녀의 권유에 따라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음식들이 입에 대자마자 살살 녹는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지만 모든 것이 나의 미각을 만족시켜주었다. 하지만 려원은 옆에서 서서 물끄러미 쳐다볼 뿐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같이 안 먹어요?”

 

 “저는 다 드시면 먹을게요.”

 

 “제가요?”

 

 “네.”

 

 “…….”

 

 “왜요?”

 

 “같이 드셔요, 옆에서 보기만 하면 제가 어떻게 먹어요.”

 

 “괜찮은데…….”

 

 “어서요. 제가 불편해서 그래요.”

 

 뻔히 배고파하는 눈치인데 겸상을 하지 않겠다는 려원. 그런 그녀에게 완강한 태도로 억지로 앉히자 마지못해 같이 먹기 시작했다.

 

 한 입.

 

 한 입…….

 

 막상 한입 대기 시작하자 려원은 거침없이 입안으로 쓸어 담기 시작했다. 얼핏 식성이 좋아 보이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배부르게 만들었다. 그렇게 먹는 것에 열을 올리며 먹는 와중 아직도 아침을 먹으러 오지 않은 서빈에 대해 물었더니…….

 

 “서빈님은 먹고 싶을 때 먹어서 정해진 시간이 없어요. 같이 먹은 적도 그리 많지 않아요. 우연히, 가끔 식사를 같이 할 뿐이에요.”

 

 이 말만 남기고 먹기를 계속했다.

 

 결국, 두 명이서 그 많은 아침을 먹었다. 지금도 볼록, 터져버릴 듯 나올 배를 부여잡고 방황을 하기 시작했다. 딱히 할게 없이 그냥 앉아 멍 때렸다.

 

 궁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고 유일한 말동무인 려원은 다소곳이 앉아 차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언제 또 가져와서 이렇게 마시는지.

 

 참으로 신묘하고도 놀라운 재주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빈손에는 항시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찰나, 내가 아무것도 안하고 있던 게 안 쓰러웠던건지 아니면 나랑 같이 멍 때리는게 싫었던 건지 려원이 침묵을 깨고 말을 건넸다.

 

 “여월님! 뭐 따로 하고 싶은 것이라도 있어요?”

 

 “아, 아니요. 지금 딱히…… 신경 안 써주셔도 돼요…….”

 

 “그럼 안에만 있기 답답하니 밖에서 바람이나 쐬러 가요.”

 

 방에서 나와 넓디넓은 궁의 공터. 가장자리 계단에 려원과 나는 앉아있었다. 려원의 말에 따라 나오긴 했지만 밖에서도 안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것은 안이나 밖이나 다를 게 없었다.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 멀뚱히 앉아 푸름을 간직한 파란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아, 궁 밖 용천이라도 나가 봤으면 이리 앉아 하늘 구경은 안 해도 됐을 텐데, 왜 전각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지 그 연유에 대해 려원에게 기회를 엿봐 만지작거릴 때였다.

 

 저 멀리 하늘에서 뇌리 쬐는 태양을 뒤로하고 부채를 쥐고 여유로이 걸어오는 한 사내가 보였다.

 

 누구지?

 

 멀리 있어 누군지 분간이 되지도 않았지만, 갑자기 시야에서 그 사내가 사라졌다 바로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서빈도 서빈이지만 앞에 있는 사내도 홀연히 사라졌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니 범상치 않았다. 누굴까. 저들은 저리 자연스러운데 나만 신기해하니 내가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다.

 

 거대한 풍채가 태양을 가리고 그늘을 드리우니 고개가 저절로 위로 향했다. 그 사내는 다름 아닌 연오였다.

 

 나보다도 먼저 그를 알아챈 려원은 계단에서 벌떡 일어나 폴짝 뛰어 다가갔다. 단둘이 있을 때와는 다른 행동이다. 려원이 그와 있을 때는 장난기가 넘쳐 보였다.

 

 “연오님. 또 오셨네요. 오늘은 어쩐 일이세요? 설마…… 오들도 일광욕이세요?”

 

 “으흠! 려원! 그건 아니지. 난 그리 한가한 자가 아니라고. 나름 바쁘단 말이지.”

 

 연오의 말에 려원은 절대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눈길을 넌지시 보냈다.

 

 “…….”

 

 “오늘은 서빈을 보러 왔지.”

 

 “정말요?”

 

 “바쁘다 하지 않았더냐.”

 

 정색하며 급히 바쁜 척을 하며 부채질을 하는 그였다. 풋- 그 모습에 나는 입 밖으로 웃음이 조금 세어 나왔다. 참으로 재밌는 사람이. 아니…… 용이다.

 

 얼굴을 자주 대면(對面)한 사이는 아니지만 연오의 말투와 행동이 나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했다. 그는 한가로이 재미난 게 없나, 하고 찾아다니는 한량(閑良)같아서 용인데도 불구하고 편안했다.

 

 또한 격식을 갖추지 않는 것도 한몫했지만 서빈으로 인하여 더욱 편한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용케도 나의 웃음을 들은 그가 나를 쳐다보며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난 안 웃은 척 딴짓을 했다. 어떻게 입으로 진실을 말하랴. 아닌 것 같은데요, 한가로운 분 아니었어요?, 라고 말이다.

 

 “나 말고 찾아온 귀중한 손님은 없었더냐?”

 

 “오늘 따로 전해 들은 것은 없는데……. 누가 오시나요? 아직 연오님 이외에 밖에서 찾아온 손님은 없어요.”

 

 “그래? 아직 안 왔단 말이지……. 천천히 기다리다 보면 오려나.”

 

 “네?”

 

 “반가운 손님이 오거든.”

 

 누군가 온다는 그의 말에 려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럼 난 준비를 해볼까.”

 

 “그럼 바로 서빈님에게 가시려고요?”

 

 “무슨 문제라도 있더냐?”

 

 “지금 안 계셔요. 오늘 용궁에 용왕님 뵈러 갔어요.”

 

 “용왕님을?”

 

 “네. 무슨 일 있다고 하신 것 같은데…….”

 

 “으흠.”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들어서 어떤 일 때문에 가셨는지는 모르겠어요.”

 

 “괜찮아.”

 

 “괜찮다니요?”

 

 “바로 만날 생각도 아니었고 여기서 시간을 때우려 했거든. 담소나 나누면서 차나 한잔하지.”

 

 활짝 웃으며 말하는 그. 역시나 그는 한량(閑良)이 분명해 보였다. 도대체 용천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환한 웃음을 짓는 그를 보자니 모든 걱정이 없는 것 같았다.

 

 *

 

 오늘도 어제와 다를 바 없이 다과실에서 차와 간단한 간식으로 세 명이 둘러앉아 먹기를 계속했다. 려원은 아침에 차를 마셨음에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홀짝홀짝 잘도 마시고 있다. 벌써 세잔 째인데도 먹기를 그만둘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연오는 두 번째 만남이라 그런지 어제보단 어색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무료함을 달래는 것도 아니었다. 어제와 비슷한 분위기만 흐를 뿐이었다.

 

 뭐…… 궁만 봤을 때는 평생 이런 곳에 한번 올수 있을까 하지만, 실상은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아 보였다. 려원은 여기서 어떻게 지냈을까. 설마 하루 종일 차만 마신 걸까?! 종류별로? 맛별로?

 

 “여월. 궁에만 있어서 따분하지?”

 

 흠칫했다. 내 마음을 읽은 것일까. 궁 안에서만 빈둥빈둥, 언제 집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니 답답한 마음이 은연중 행동으로 비친 모양이다.

 

 “아, 아니에요.”

 

 “곧 제대로 된 거처가 정해질 거야.”

 

 “거처요?”

 

 “응. 그전까지는 서빈의 궁에 머물러야 할 거고.”

 

 머무른다고……?

 

 “그 이야기는 앞으로도 이 생활이 지속된다는 말이 되겠지?”

 

 어. 여기서 얼마나 더? 거처라 하면 자리를 잡아 사는 곳인데. 임시로 서빈의 궁에 머물고 있다곤 하지만 굳이 새롭게 거처를 구해준다는 의도가 뭘까. 아버지 곁으로 얼른 돌아가고 싶은데 말이다.

 

 혹시 지금 돌아가 봐야 귀신을 부린다고 똑같은 일을 당할 것을 염려하는 걸까. 난 지금도 괜찮은데도?! 또다시 혼란스럽다. 혼자서 여러 가지 추측만을 할 뿐이다.

 

 “거처라뇨. 저는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야 해요. 여기서 오래 머무를 수 없어요.”

 

 급 싸늘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감정일까? 대답이나 대꾸를 해주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 려원은 그리 손에 쥐며 마시던 차를 차 위에 놓으며 연오의 눈치를 살폈다. 또 내가 모르는 둘만의 비밀이 있음에 틀림없다.

 

 “음…… 서빈과 머물기 불편하잖아. 그래서 여기 있는 동안이라도 편하게 지내라고. 하하! 아. 날씨 한번 좋구나.”

 

 려원의 행동을 빤히 쳐다보는 나를 향해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변화시켰지만! 나의 불신을 지우긴 모자랐다.

 

 또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어렴풋이 느낄 수 느낌이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내 얼굴이 조금, 아주 조금 의구심으로 연오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가 내게 내민 말은 의외였다.

 

 “청산 (靑山)에 있는 새들은 이맘을 알까요.

 구름자락을 뚫고 비추는 달빛은 알까요.

 이 슬픈 노래자락을 어찌 들려줍니까.

 이 슬픈 노래자락을 귀기울이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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