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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울지말아요, 그대.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7.23

오늘따라 달빛이 유난히도 고와 세상에 빛을 뿌릴 때, 영롱하게 빛나는 달빛의 정기로 가득 찬 여인의 주변. 고운 달빛을 병풍 삼아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들이 적막함을 달래준다.

“됐어요…….”

광활히 펼쳐진 아름다운 은빛바다와 다르게 몹시도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집하나. 그런 그곳에 비단같이 매끄럽고 칠흑(漆黑)을 품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

구름자락을 뚫고 내려온 달빛이 그런 여인의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비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번뜩이는 눈으로, 쏘아보는 수많은 눈빛들이 애석하기만 하다.

“입고 갈게요… 아버지….”

악문 입술 사이로 비집고 흘러나온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애야….”

밤과 더불어 창호지에 스며든 은은한 달빛에 비치는 수많은 횃불이 오늘의 슬픈 날을 예고하고 있었다.

 
@7.
작성일 : 17-07-31 23:51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7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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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을 붉히며 그에게 소리 질렀다. 창피한 것도 창피했지만 부끄러워서 목소리가 무의식적으로 커졌음이라. 그런 나의 모습에 당황할 법도 한데 서빈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가 살짝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까처럼 크게 웃는 건 아니었지만 뭐랄까……. 표정에서 그냥 ‘웃고 있다’라고 느껴진 것은 뭐라고 설명하기 애매한 것이었다.

 

 그와 반대로 뇌리에는 ‘창피하다.’라는 네 글자만 허공에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큭. 핑곗거리가 그럴싸하구나. 네가 악몽에 잠을 못 잔다고? 나한테 그리 당돌하게 말하는 네가?! 의외야. 큭. 혹…… 인간세계에서는 이렇게 남자들을 꿰었더냐?”

 

 “뭐라고요! 말이면 다예요? 정말 나름 여러 번 생각하고…….”

 

 힘들게 말한 것인데!

 

 “됐어요! 못 들은 걸로 해요. 제가 괜한 말을 했네요.”

 

 정말 최악이다. 할 말과 못 할 말이 따로 있지. 면전 앞에서 치욕스러운 말을 들으니 꾹 눌러왔던 눈물이 나오려 했다.

 

 더 이상 울지 않으려 다짐했는데…… 너무나 화가 나고 분했다. 그를 얼른 피해 혼자 있고 싶었다.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면 그가 말한 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행동인 것 같아 그에게 등을 돌려 도망치듯 방을 향해 뛰었다. 저런 용이 우리 인간들에게 신성하고 고귀한 존재로 떠받들어졌다는 사실에 허탈했다.

 

 신성하고 고귀한 존재? 어딜 봐서? 매년 용에게 기리는 제사에 갖갖은 재물로 바쳤던 모습이 생각나니 속이 뒤집혔다. 여기서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

 

 “어라…… 여긴 어디지?”

 

 너무 화가 나서 앞만 보고 달렸을까? 내 방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닌 처음 보는 길이었다.

 

 괜히 또 그를 향해 욕을 했다. 다 쓰지도 않는 방을 만드니 전각이 쓸데없이 크기만 하잖아, 하며 온갖 트집을 싸잡아 서빈에게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이 모든 일이 다 서빈! 그 때문이었다. 내게 그런 말만 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길을 헤매지도 않았을 테고, 아니다. 아예 처음부터 마주치지 말았어야 했다. 바람만 쐬고 돌아오기만 했으면 됐는데…… 이게 뭐야.

 

 바람은 고사하고 방도 못 찾아 이리 돌아다니는 나를 보니 처량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얼마나 더 헤맸을까? 한참을 방을 찾아 왔다 갔다를 반복한 끝에 어렵사리 내방에 찾아왔다. 그 와중에 속으로 서빈을 향해 욕을 하니 화가 좀 가라앉았다. 내일부터 말을 건네나 봐라!

 

 굳게 의지를 다지며 머물던 방으로 들어가는 찰나 멈칫. 작은 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다시 잠이 올까. 막상 들어가려 하니 복잡해진 마음이 들어가기를 거부한다.

 

 그래도 더 이상 앞에서 이럴 수 없기에…… 문을 열려는 순간! 어디선가 불쑥, 손이 나타나 내 손목을 잡았다.

 

 그 정체불명의 손에 따라 시선도 천천히 위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 실루엣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다름 아닌 하서빈이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지? 길을 만들면서 왔더냐?”

 

 “무, 무슨 상관이에요.”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좀처럼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서빈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그리고 이것 좀 놔주셔요! 아파요!”

 

 손에서 오는 통증. 정말 아팠다. 아픔이 역력한 표정으로 말하자 그제야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 얼마나 손목을 세게 잡았던지! 눈에 보이는 벌겋게 부어오른 자국이, 그가 얼마나 꽉 움켜잡았는지 알 수 있는 흔적이었다.

 

 “또 할 말이 남아있어서 기다리신 거예요?”

 

 “그럴 수도 있군.”

 

 “하…… 어떤 말을 하려고 여기에 진을 치고 있는 거예요. 내일…… 내일 말해요!”

 

 겨우 진정됐던 눈물이 다시 서빈을 보자 마음속에서 울컥. 눈물을 참기 위해 최대한 절제된 목소리로 그에게 쏘아 말했다. 왜 온 거야. 할 말이 더 남은 걸까.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두려웠다. 상처받을 말임을 알고 있던 탓에 보고도 못 본 척, 그를 밀쳐내 방으로 가려는 순간. 그가 내 앞에 서서 등을 돌렸다.

 

 그리곤 방문을 열어 한발을 방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뭘까. 왜 방에? 안에서 말하려고? 서빈의 행동은 혼란을 가중시켰다.

 

 마음 같아선 소리쳐 내 방에서 나가라고 싶지만…… 여긴, 진짜로 내 방이 아니었다. 그에게 얹혀서 잠시 머물러있는 임시 방. 엄밀히 말하면 그 방의 주인은 서빈이었다.

 

 “뭐…… 뭐예요.”

 

 서빈의 돌발행동에 나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나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음에도 개의치 않는 듯 내방에 다른 한 발도 방에 들여놓았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려 허공을 향한 시큰둥한 목소리.

 

 “뭐 하는 거냐? 안 들어오고. 같이 있어 달라 하지 않았더냐.”

 

 그날 그의 목소리에서 처음으로 향기가 느껴졌다.

 

 바람이 차오. 그만 가시오.

 뒷모습이라도

 한순간만이라도

 곁에 두고 보고 볼 순 없겠죠.

 

 다음 세상에서는

 우리 힘든 사랑하지 마오.

 세월이 가도 다른 사랑해도

 제발 날 잊지 말아주오.

 

 그리워 날 못 잊을 사람.

 이 사랑 못 잊을 사람.

 안타까운 사랑.

 다음 생에 뵈오.

 슬퍼도 안녕.

 영원한 나의 꽃은

 영원한 나의 꽃은

 당신이오.

 

 *

 

 따스한 햇살이 눈을 간지럽힌다. 벌써 아침인 걸까? 언제나 반갑게 찾아오지만 매번 일어나기란 고역이었다. 특히,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따라 포근하고 따뜻한 품에 취한 것처럼 몸을 뒤척이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점차 파고들수록 따스함은 더 깊숙이 몸을 이끈다.

 

 근데, 이불이 이렇게 얇았던가? 이불에 파묻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의 품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명으론 말할 수 없는 온기가 전해져 온다.

 

 아…… 따뜻해. 그런 따뜻함에 취해 머릿속에선 몸을 일으켜 일어나기를 수시로 명령을 내려왔지만 몸은 그러길 거부했다. 오히려 본능에 취해 베개를 잡고, 잡고……? 이상하다. 뭐지? 내가 생각한 베개가 처음보다 많이 얇아진 것도 모자라 많이 물컹했다.

 

 하루 만에 이렇게 베개가 변할 수 없는데……. 손을 더듬어 의심스러운 베개의 상태를 살펴본다. 역시나 더듬어 봐도 베개라 생각한 그것에서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도대체 뭐 길래, 내 옆에 이런 게 있을까? 하지만 이상함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눈을 뜨기를 거부했다. 충분히 눈을 뜨지 않아도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애써 가까운 곳에서부터 천천히 멀리 있는 곳까지 더듬었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느껴지는 이질감. 왜 이렇게 베개가 길지?

 

 하루 사이 베개가 얇아진 것도 모자라 이번엔 더 길어졌다. 어? 더듬거리다 이번엔 베개보다 더 커 보이는 딱딱한 게 만져졌다. 당황했다. 무엇이라 짐작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베개를 만지니 더 이상 눈을 감고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서서히 감았던 눈을 떴다. 싱그러운 햇살이 내가 눈을 뜨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환히 맞이해준다. 눈부신 햇살에 조금씩 시야에 보이는 그것은…….

 

 “어?”

 

 붉은 옷감에 황금색 테두리에 용이 수놓은 용포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많이 본 옷이다. 설마, 설마 하면서 시선을 위로 향했다.

 

 아니길 바랐는데…… 설마이길 바랐는데 하늘은 나의 ‘설마’를 ‘현실’로 직시하게 해주었다. 나의 시선 끝자락에 보인 것은 그였다.

 

 “어!!!”

 

 깜짝 놀라 작은 비명을 질렀다. 베개라 만지고 파고든 그것은 서빈의 품이었고, 커다랗고 큰 딱딱함의 정체는 가슴이었다.

 

 미…… 미쳤구나. 옆에서 적지 않은 당황스러움. 그와 반대로 그는 깊은 잠에 빠져든 것처럼 곤히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상황이 파악이 된 나는 깜짝 놀라 급히 그의 품에서 떨어져 몸을 일으켰다.

 

 “왜 여기서……?”

 

 머리가 혼란스럽다. 왜 그가 내 옆에서 자고 있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뒤흔들었다. 뒤늦게 물밀듯 몰려오는 부끄러움과 어제의 기억이 점차 떠올랐다.

 

 아…… 같이 있어 달라 했지. 근데…… 잘 때까지 있어 달라 했지, 언제 같이 자 달라 했나? 분명했다. 난 같이 자 달라 하지 않았는데? 그럼 왜?! 그가 내 옆에서 자고 있을까.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누가 본 사람은 없는지 조심스러워졌다. 아직 자는 거겠지? 슬쩍, 고개를 앞쪽으로 기울었다.

 

 “불편하네.”

 

 고요한 공간을 깨는 하나의 목소리.

 

 “이제야 일어났냐?”

 

 나를 향해 묻는 소리.

 

 “…….”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기다 곤히 자고 있는 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얼굴을 그에게 갖다 댄 게 화근이었다.

 

 그 순간 그가 눈을 뜨며 말하니 뭐라 해야 할지 말문이 턱, 애매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것도 마치 내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린 것처럼, 눈을 갑자기 번쩍 뜨며 말하는 그 소리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얼굴이 붉어져 급히 얼굴을 멀리 떨어뜨렸다.

 

 “좀 전에 일어…… 아니라! 언제 일어났어요? 여태껏 자고 있었지 않았어요?!”

 

 “금방 일어났지. 여간 옆에서 깨워서 말이야.”

 

 “…….”

 

 “더군다나 역시 짐의 부피가 크다 보니 잠자리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군. 거기다 내방도 아니니.”

 

 안 그래도 상쾌하지 못한 아침에 초를 치는 그의 말이다. 그것도 아까의 자세에서 눈만 뜬 상태로 불만을 은연중 드러낼 뿐이었다.

 

 서빈은 이 상황이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만? 이 상황이 자연스러운가?! 그의 언행과 표정이 마치 여기서, 내 옆에서, 나를 품에 두고 자는 것을 알고도 그런 것만 같았다.

 

 정말 알고도 그런……. 고개를 푹 숙이며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그 정리의 결과가 확신으로 변하자 서빈에게 소리를 크게 질렀다.

 

 “왜, 왜……! 여기서 자고 있는 거예요. 제가 옆에서 제가 잘 때까지만 있어 달랬지 누가! 언제! 같이 자 달라고 했어요?”

 “큭큭. 뭐야.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

 “몰라? 내가 왜 옆에서 자고 있는지 몰라?”

 

 목소리를 높여 추궁을 하던 나를, 비웃음과 가당치 않다는 표정으로 올려 봤다. 덤으로, 너야 말로 말 잘했다, 라는 표정을 머금고 말이다.

 

 조금이나 당황하는 기색이 있기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조용히 말없이 눈치만 살피려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치고 나오는 그를 보니 또 괜히 주눅이 드는 나였다.

 

 이게 아니었는데, 그리고 모른다니? 대체 뭘.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나? 아닌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데!

 

 “뭐, 뭐를요! 제가 무엇을 모른다 하시는 겁니까?!”

 

 “정말 몰라? 잘 기억해봐.”

 

 “정말 몰라요! 그러니 어서 제 방에서 나가세요!”

 

 그는 여전히 누워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고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마치 알고 있는데 모른 척한다는, 증거를 포착하겠다는 그의 눈빛. 하지만 난 개의치 않는다.

 

 지금 오로지 떠오르는 것은 빨리 그를 여기서 내쫓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가장 염려하는 상황인 려원이 지금 들어오면 방안에 펼쳐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변명을 해도 믿어주기는 할까. 방에서 이부자리 위에 나랑 서빈이 부스스한 얼굴로 있는데도?

 

 “너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 아니야?”

 

 그니까 도대체 무엇을? 그래! 어제 그가 투덜거리며 방에 들어가자 따라 들어갔다.

 

 여기까지는 확실하게 기억하는 부분이다. 나름 내 부탁을 들어준 것은 고마웠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들어가서 이부자리에 누워 내 주위를 서서 어슬렁거리는 서빈이 신경 쓰여 옆자리까지 앉혔는데…… 어? 어?! 갑자기 부분적으로 기억의 조각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뭔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가 방에서 나가려 할 때…… 내가…… 그의 손을 잡았다?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잊었던 기억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흠칫했다.

 

 그가 나가려는 발걸음을 내 손으로…… 손으로 붙잡아 막은 것이다. 아직도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눈빛으로 뚫어지게 보는 그를 쳐다볼 수 없었다.

 

 “정, 정…… 정말 몰라요! 빨리 나가요. 려원이 보면 뭐라 생각하겠어요.”

 

 지은 죄가 있어서 그랬을까?

 

 려원이 와서 볼 수 있다는 말에도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으로 우두커니 누워있는 그를,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그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문을 향해 밀었다.

 

 “지금이라도 기억난다고 하면…….”

 

 쾅!

 

 “몰라요!”

 

 진실을 파헤치려는 서빈의 등을 억지로 밀어서 문밖으로 내몰고 문을 세게 닫았다. 그리고 문에 기대어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기 시작했다.

 

 나가려는 서빈의 손을 붙잡고 붙잡아…… 무의식에 같이 자달라, 무섭다며 자달라고 했던 것 같았다. 잠에서 정신을 차릴수록 기억은 뚜렷이, 선명히 기억났다. 정말 미친 게 틀림없다.

 

 그래. 맞아! 제정신이 아니었음에 틀림없어.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정말 무서워서? 아버지 대신이 필요해서? 민망함과 떠오르는 기억에 창피해하며 애꿎은 머리를 문에 박으며 달랬다.

 

 나중에 어떻게 서빈을 볼까.

 

 다분히…… 의심하는 눈초리였는데. 또 한숨만 저절로 나왔다. 혼자 자책하며 잔뜩 울상인 채로 애꿎은 머리를 딱따구리처럼 문에 박기를 반복할 그때.

 

 “아야!”

 

 갑자기 문을 밀치고 들어온 려원과 부딪쳤다. 크나큰 충격에서 오는 아픔. 딴생각에 정신이 팔려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상태라 더더욱 아프게 느껴졌다.

 

 “어머! 여월님! 괜찮으세요? 문 앞에 계신 줄도 모르고 급하게 열어 버렸네요. 죄송해요.”

 

 “아야……. 아, 안녕하세요.”

 

 아픔에 겨워하며 머리에 박은 부위를 매만지며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서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려원에게 말했다.

 

 “많이 아프시죠? 그런데 아침부터 왜 문 앞에 계세요? 어디 가시려고요?”

 

 “아, 아니요. 그냥 일찍 일어나서…… 생…… 생각을 하다 보니 문 쪽으로 와버렸네요.”

 

 “에휴, 전 그런 줄도 모르고…… 우선 머리 봐드릴게요.”

 

 혹시 상처라도 났을까 봐 나의 만류에도 무릅쓰며 박은 부위를 세심하게 봐주는 려원이었다. 상처가 날 정도로 박은 건 아닌데, 려원의 잘못도 아니었다. 문 앞에서 서성거리다 못해 머리를 박은 내 잘못이 큰데.

 

 “다행이네요. 상처는 없네요.”

 

 창문 너머로 아침을 알리는 포근한 햇살이 내방을 비추며 새로운 아침을 알린다. 려원은 나의 상처를 보며 방 한가운데 있는 창가로 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향기로운 꽃향기가 방안에 가득 흘러들었다. 모든 것을 날려줄 기분 좋은 청량한 바람이다.

 

 아침 세안을 준비했다는 려원의 말에 끌려와 황금색을 뿜어내는 세숫대야 앞에 섰다. 투명한 물에 비친 내 모습. 잔잔한 물 위에 비친 내 모습과 겹쳐져 아침에 일어났던 일이 그 위에 그려졌다.

 

 세숫대야에 두 손을 담갔다. 물 표면에서 천천히 역동성을 가진 작은 파문이 파문을 물고, 그 위에 일어난 일들이 하나씩 비친다.

 

 두 손에 물을 조심스럽게 가득 담아 얼굴에 퍼올려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그래도 여전히 서빈의 품이 다시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세숫대야를 꽉 쥐어 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자꾸 기억나는 걸까.

 

 안 그래도 다시 얼굴 보기 민망한데도 어제 일은 나를 괴롭힌다. 아침에 일은 사고였어. 내가 정말…… 어제 왜 그랬을까?

 

 이유라도 알면 답답하지 않을 텐데. 내가…… 의지로 하고도 모르니 누구한테 하소연하며, 정말 어젯밤은 아닌 걸까? 한참을 후회의 연속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덕분에 멍 때리다 못해 세안도 망각한 채로, 맑디맑은 투명함을 간직한 물만 쳐다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세숫대야를 붙잡고만 있던 나를, 기억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나를, 구원해주는 손길에 의해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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