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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퓨리어스 (FURIOU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1

아무런 연고도 없이 모이게 된 우리들.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 서바이벌 게임에 임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들 중 한 명은 이 게임에 대해 뭔갈 알고 있는 듯 하다.

서바이벌 로맨스.

 
퓨리어스(FURIOUS) 5
작성일 : 17-07-31 23:41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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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 에리얼의 시점 〕

 

  그와 헤어진 후.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서재 안으로 들어가 이미 여러 권의 책이 펼쳐져 있는 책상 자리에 앉았다. 겨우 진정된 가슴을 쓸어안고 까만 볼펜과 하얀 A4용지를 꺼내들어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을 나열하였다.

  에반은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엘레나였다면, 다음에 무엇을 하였을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들이 멋대로 정해 버린 책임자라지만 차라리 혼자였더라면 더 편했을 텐데. 난 저들이 맘에 들지 않아.’

  내가 중얼 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갈수록 나 자신이 더 굳어 가는 것 같았다. 나 스스로가 느낄 만큼 절실하게 그리고 얼음 조각처럼 섬세하고도 차갑게.

  잠깐 쬐었던 햇볕은 말 그대로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아서 비좁은 내 마음속에 담아둘 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나는 눈을 무섭게 치떴다. 과거에 미처 청산하지 못한 기억이 깊숙한 내면으로부터 꿈틀거렸다. 특히, 마샤라는 여자아이를 가까이 대할수록 무언가가 견디기 힘들었다. 절망의 나락에서 헤엄치듯 아니, 아무런 발버둥도 쳐보지 못해 깊은 심해 안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괴로웠다. 그 때의 일을 내 심장에 아프도록 새겨 놓았기 때문에. 아마 평생이 가도 그 상처가 아무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이렇게....... 그 때에 함께 흘렀던 눈물은 이제 말라버려 자국만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그 주위가 아파와 어떻게 받아 들여 할지 곤란했다. 머리가 아파왔다. 머릿속에 심장이라도 뛰는 듯이 지끈거렸다. 나는 한참을 머리를 붙잡고 참으려고 했으나 나도 모르게 복도를 지나 위층 계단으로 뛰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나는 현관문으로 달려가 뚜껑을 열어 제친 다음 그 위로 올라갔다. 그런 충동이 생겼다. 폐가 말라 비틀어져버린 공기를 더 이상 원하지 않아 목을 감기 듯 조여 왔다. 나는 신발조차 신지 않은 채 차갑고 촉촉하게 젖은 흙 위를 걸었다. 그 뒤를 따라 오는 ‘죄책감’이란 단어가 희미해지는 것과 두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천천히 숨을 들이 키기 시작했다. 바짝 말라 황폐해 질대로 황폐해진 사막 같은 내 안에서 신선한 공기가 혈관을 타고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 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재 가장 듣고 싶지 않는 목소리가.

 “에리-얼? 괜찮은 거지? 무슨 일이야, 어디 몸이 안 좋아?”

  프랑스 억양이 살짝 띈 영어. 그 누구에게도 미움 받지 않고 자란 듯 한 목소리. 마샤가 뚜껑 위로 고개를 내밀어 나에게 물어 보았다. 저녁의 차가운 공기가 태양처럼 밝은 금발을 어지럽게 휘감겨 놓았다. 마샤의 예쁘장한 얼굴이 나를 향해 빙긋이 웃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그 곱슬곱슬한 금발이 싫었다. 나를 향해 걱정스레 쳐다보는 그 파란 눈동자도 싫었고 누구 때문에 이렇게 괴로워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런 걱정 없는 저 표정과 목소리, 얼굴도 싫었다. 그녀에게 딱히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모든 것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여서. 겨우 잊었다 싶어 편해지려고 할 때마다 그 때의 기억을 들쑤셔서 미웠다. 단지 마샤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녀와 너무 닮았다는 것이다. 가슴 아픈 과거를 자꾸만 들쳐 내어 상처를 덧내는 그런 요소였다. 나는 뜻하지 않게 마샤의 시선을 외면하며 무섭게 소리쳤다.

 “날 가만히 내버려 둬.”

 “하지만, 에리얼. 어딘가 아파.......”

 “날 가만히 두라니까!”

  마샤는 깜짝 놀라 나를 멀뚱하게 쳐다보았다.

 “....... 미안하지만 나 좀 혼자 있게 해줘. 부탁해.”

  그녀는 놀란 토끼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현관문 아래로 사라졌다.

  나는 기지 밖으로 나와 홀로 숲 속 한 복판에 서있었다. 점심때와 달리 지금의 공기는 차가웠다. 차가운 공기 안에서 싱그러운 나무 향기도 베어 나왔다. 이미 얼음 조각상처럼 얼어 버린 나에게는 그렇게 신경 쓰일 만한 것이 아니었다. 따뜻함은 순간의 착각일 뿐. 조그마한 바람이 불어와도 그것은 손아귀에서 사라져 버리니까. 괜찮아. 원래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차라리 처음부터 모르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야. 나는 고개를 들어 보였다. 시간이 이렇게 멈춰버렸다면. 홀연 듯 느끼는 불안감에 손이 떨려 왔지만 도망치고 싶어도 그럴 길이 없었다. 돌아갈 길조차 남아 있지 않은걸.

  사실 죽어버릴 수도 있었다. 계속 되어 온 고통에 괴로움에 못 이겨서.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겨둔 유품이 아직 내게 있는 한, 양 어깨에 짊어진 죽은 자와의 약속을 차마 깨뜨려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그날 날 내버려 두었으면 좋았잖아. 왜 나를 살려 매일 밤 이리도 가슴 아프게만 하는 거야, 엘레나. 너는 거기서 잔인하게도 행복하겠구나.”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들의 진혼가가 들려온다. 검은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은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지상인지 구분을 못할 정도로 새까맸다.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연약한 별들이 가엾게도 초승달의 화려함에 짓눌려 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밤이 좋았다. 차라리 이런 밤이 좋았다. 작고 보잘것없는 나 자신을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도록 감싸주니, 자극적인 빛보다는 차라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이 좋았다. 까맣게, 까맣게 모든 것을 내 앞에서 빼앗아가 버리니까. 옛날처럼.

  “에리얼, 한참을 찾았잖아. 여기서 뭐해?”

  마샤가 떠난 자리, 또다시 성가신 목소리가 들려 왔다. 두 번째로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였다. 에반 플로렌스.

 “드디어 환이가 한 시간하고도 36분. 아니, 7분이었던가? 어쨌든. 낮에 주워 왔던 늑대의 이름을 지었대. 웃을 준비하고 있어. 이름이....... 루돌프래!”

  에반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혼자 킥킥 웃고 있었으나 나는 그를 지긋이 바라보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보일 수 없었다. 안면 근육이 밀랍처럼 말라붙어버려 이젠 내 명령조차 듣지 않기에. 에반은 보르가 매번 혼자 웃을 때마다 지었던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환이의 말로는 무슨 유명한 늑대 이름이었다나? 예전에 책에서 읽었대. 하지만 보통 크리스마스의 그, 왜 있잖아. 썰매 끄는 사슴 루돌프를 떠올리지 않나?”

  에반이 현관문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가 싱글 싱글 웃고 있으니 기분이 나빴다.

 “여긴 추워, 안으로 들어가자.”

  그가 다정하게 달래며 말했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불쾌해.”

  나는 조용히 대꾸하였다.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도록. 더 이상 내게 부질없는 희망을 걸지 않도록.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우리 여왕님이 왜 이러실까? 내일이 시작인데, 난 게임 시작 전부터 누군가가 감기 걸려 아파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먼저 들어가면 곧 뒤따라갈게.”

 “네가 들어가면 나도 내려갈게.”

  그가 싱긋이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날 내버려 둬.”

  나 역시 만만한 성격이 아니었으므로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그를 똑바로 응시하였다. 간신히 줄에 의지해 위태로워 보이는 마리오네트처럼.

 “난 너에게 도전하려는 것이 아니야, 에리얼. 네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어. 다만 내가 계속 여기에 있는 이유는 한 배를 탄 늑대가 아닌 사람으로서 너의 일원으로서 네가 걱정되기 때문이야. 그 뿐이야. 모두가 너에게 적의를 나타내지 않아. 몇몇은 비록 서로 알고 지낸지 하루도 채 되지 않지만 너를 진심으로 의지하려고 하는 애들도 있어. 위니도 이미 알고 있듯 투정을 부리는 것뿐이지 다른 악의는 없다는 걸.”

  에반이 기어코 나에게로 다가갔다. 장난스럽게 웃는 그의 모습이 싫진 않았지만....... 그는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텅 하는 쇳소리와 함께 뛰어 올랐다. 그는 나의 송장 같이 차가운 손을 잡고 다시 안으로 데리고 가려 했다. 그러나 나는 차갑게 뿌리쳤다.

 “날 함부로 건들지 마.”

  에반이 살짝 놀란 듯 노려보는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나의 왼쪽을 잡으려 손을 뻗자 나는 다시 날카롭게 소리쳤다.

 “난 단 한 번도 걱정해달라고, 어울려 달라고 사정한 적 없어. 날 저주하든 증오하든 오히려 난 그 쪽이 맘 편해. 책임자란 그 거추장스러운 이름은 원한 적도 없을뿐더러, 실망은 시키지 않도록 할 테니, 날 혼자 내버려 둬.”

 “세상엔 그런 사람은 없어.”

  그가 다시 한 번 말을 꺼내었다. 그리고 나느 스스로에게 다독인다. 저 자상한 말에 기대지 않아. 난 혼자서 버텨낼 수 있어. 이젠 사람이 무서워. 믿을 수 없어. 믿었다가 이대로 내 심장이 터져 버릴 까봐.

 “어떤 사연이 있어 그런 말을 하는 지는 솔직히 잘 몰라. 네 기분이 어떤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고. 하지만 말이야. 그 과거에만 사로 잡혀 있기에는 너와 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아직 살아 있고 미래에 대한 가능성도 절망적이지 않아. 좋아. 내가 깨끗이 졌어. 너를 더 이상 귀찮게 굴지 않을게. 내가 먼저 내려가지. 하지만 이 사실은 기억해 둬야 할 거야. 우리 중 그 누구도 너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지 않을 거라는 것을.”

  에반이 홀로 외로이 반짝이는 초승달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기지 안으로 사뿐히 뛰어 들어 갔다.

 “문도 닫아 줄 테니까 머리 좀 식히고 와.”

  타박타박 걸어가는 발소리가 어렴풋이 들려 왔다. 나는 살다 살다 저렇게 떼어내기 힘든 사람은, 그리고 나보다 마이 페이스가 강한 사람은 처음이라며 생각했다.

 ‘언젠가 너희는 날 비난하고 원망하는 날이 오겠지. 사람이란 존재와 가까워지지 말자. 또 쓸데없는 것으로 나 자신을 상처 입히기 전에.’

  그제 서야 눈앞에 닥친 골치 아픈 일거리가 생각났다. 이제, 저 하늘의 가느다란 달이 서산으로 지고 나면 다음의 태양이 떠오른다. 여기서 서성이는 것은 나에게,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들이 없었다. 나는 현관문 앞에 머뭇거리가 조심히 현관을 열었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사다리 앞에 앉아 있는 에반이 말했다. 나는 너무 놀라 현관문을 다시 닫아버렸다.

 “알았어. 알았어. 갈게.”

  그의 농담 섞인 말이 아래 너머로 들려 왔다. 나는 너무 어이없어서 어쩔 줄 몰라 그 자리에 굳었지만 끝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고.

 

  내가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마샤는 ‘루돌프’ 때문에 피곤하다며 일찍이 잠자리에 올랐었고 나도 내일을 위하여 침대에 오르려 하기 까지 정확히 다섯 명에게, 루돌프에 이름에 관한 똑같은 이야기를 지겹게 들어야만 했었다. 환이가 다섯 번째로 이야기를 꺼내려 했을 때에 돌아버릴 지경이었으나 이제 그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힘없이 딱딱한 침대 위로 엎어졌다. CI에서 받은 그 까맣고 하얀 죄수 복 조차 벗을 기운이 없었다. 그저, 열대 우림 속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덩굴 마냥 뒤 엉켜 있는 상처 조각들을 잠시만, 아주 잠깐 동안만이라도 잊고 싶을 뿐이다. 아직은 어린 나인데, 누군가의 삶을 대신 짊어지라 강요받기에, 그리고 그 사건을 단 몇 일만에 털어내고 다시 일어서기에는 확실히 버거운 나이었다.

 

  까만 벨벳 같은 밤하늘은 서서히 걷혀 가고 있다. 그렇게 호화찬란하게 내비추던 달빛도 강렬한 태양 앞에서는 그 자리도 빼앗겨 사라져버렸다.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다음의 태양이. 새로운 희망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인지, 아니면 영원한 종말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인지. 창문이 없어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방 안에서 곤히 자고 있던 나는 조금 이른 시각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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