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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 번만 울면 되나요?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이란 건 찾아볼수 없는 과거의 삶.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곳에서 버림을 받은 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와의 거래.

 
#26.
작성일 : 17-07-31 23:47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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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으윽! 이, 이제 다 된 거죠?!”

 

 “아직 멀었어~ 한 박스 더 사야 하니께. 얼른 따라 오드라고.”

 

 “여기서 뭘 더 사요!! 사람 죽일 일 있어요?!”

 

 자신의 잘못으로 허리를 부여잡으며 계속 아픔을 호소하던 할머니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던 승혁. 지금은 할머니를 따라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팔도시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힘이 팔팔한 젊은 남자에 형사라는 직업으로 다져진 힘과 근육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이라는 범주 안에 속해있었다.

 

 승혁의 어깨에 올려진 쌀 두 포대와 양손 가득 들려진 배추 20포기, 고구마 한 상자는 힘의 한계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그런데 승혁은 더 사야 할 것이 남았다는 할머니의 사형선고 같은 말에 속으로 부들부들 거렸다. 곧 돌아갈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었다.

 

 “나 못해! 안 해! 배 째!”

 

 “쯧쯧. 남자가 힘이 그렇게 없어서리 밤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감?”

 

 “아니! 여기서 그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 겁니까?!”

 

 “이런 호랑말코 같은 놈이 또! 말대꾸야?!! 아이고! 또, 또 허리가 아파지네…….”

 

 “방금 전까지 팔팔하게 잘도 걷더니! 할머니, 아프다는 거 뻥 아니에요?”

 

 “아이고! 동네 사람들! 사람 쳐놓고 발뺌하는 놈이 여기 있소! 아이고! 억울해서 나는 못 산다! 인생을 헛 살았네!”

 

 “아씨! 가요! 갑시다! 먼 할머니가 목청은 이렇게 좋아?!”

 

 “크크큭. 해지기 전에 집에 도착해야할 거 아녀! 얼렁 와!”

 

 주름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는 할머니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기분 나쁘게 웃었고 언제 허리가 아팠냐는 듯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 할머니의 뒤를 구시렁거리면서 따르는 승혁. 몸이 완전히 너덜너덜해질 때쯤 그렇게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르는 시장 놀음이 끝이 났다.

 

 할머니가 잠시 화장실 간 사이 그제야 자신의 몸에 주렁주렁 달라붙어 있던 짐들을 바닥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데도 어쩔 수 없이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멀리 산등성이 사이로 사라져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던 승혁의 눈에 띈 한 노상.

 

 낡은 판자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물건들 속을 유심히 바라보던 승혁은 천천히 그 속에서 어떤 것을 집어 올렸다.

 

 “장미…….”

 

 “막 시들려는 장미 꽃잎으로 만든 팔찌에요.”

 

 “아…….”

 

 “예쁘죠? 제가 직접 만든 거라 이 세상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거예요”

 

 승혁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팔찌는 짙은 청색의 색을 바라는 장미 꽃잎과 그와 어울려진 백색의 큐빅이 청초하면서 장미 고유의 도도함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 팔찌를 유심히 보고 있던 사이 이것과 유난히도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 승혁의 머릿속에 지나쳤다. 연약해 보이지만 강하고 외로워하면서도 가슴속에 가시를 가지고 있는 여자.

 

 승혁은 팔찌를 손에 꼭 쥐며 점점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기 시작한다.

 

 “이거 주세요.”

 

 “감사합니다.”

 

 “어이, 거기서 뭐혀?! 어여 가자고. 너무 늦었어!”

 

 “아- 네! 갑니다. 가요!!”

 

 빨리 오라며 손을 내젓는 할머니의 모습에 승혁은 자신의 손에 들린 팔찌를 호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곤 할머니에게로 달려갔다.

 

 그런 그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노점상의 여자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열린다.

 

 “파란 장미는 얻을 수 없는 불가능한 사랑. 당신은 과연 당신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

 

 “왜 이렇게 안 오지?”

 

 “왈- 왈-”

 

 초저녁의 하얀 별이 뜨면서 밤을 알리는 어둠이 깔릴 때까지 승혁과 할머니가 아직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자 혜나는 마당 주위를 복길이와 맴돌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로등조차 망가졌는지 온통 어둠밖에 없는 곳에서 복길이의 짓는 소리와 어둠과 구분되지 않는 바다의 파도소리가 멀리서 들려올 뿐이었다.

 

 오늘은 유독 지상을 밝혀주던 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요즘 들어 이렇게 혼자 있어 본 적이 있었던가? 특히 이런 어둠 속에서. 질리도록 익숙한 어둠은 항상 내 곁에 머물러 있는 줄 알았는데.

 

 언제부턴지 그가 계속해서 옆에 있어줌으로…… 어둠이 낯설어지기 시작한다. 혼자 있기 싫어지기 시작한다. 혼자 있으면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제 약속의 시간이 2일 밖에 남지 않았단 걸. 그 시간이 지옥같이 길게 느껴지겠지만 그와 함께 있으면 금방일 것 같아서…… 이상하게 그에게 의지하게 되는 날 느끼게 된다.

 

 륜. 당신은 모르겠지……. 당신의 준 3년이란 시간이 날 너무 변하게 만들었단 걸.

 

 날 가족이라고 말해준 아저씨, 아주머니. 그러니 리나가 가르쳐주었던 사람의 감정이란 걸 다시금 느끼게 해준 멍청이 형사.

 

 어쩌지? 당신이 날 찾는다 해도 왠지 난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못할 듯한데…….

 

 휘잉~! 휭!

 

 어둠 속에서 깊은 생각에 빠져 우두커니 서 있던 혜나의 주변에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은행나무 잎들이 허공에서 휘날렸고, 혜나의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의해 헝클어지면서 서늘한 찬바람이 그녀의 피부 속으로 파고들었다.

 

 “으르릉! 왈왈왈- 으르르릉!”

 

 “복길아…… 갑자기 왜 그러니?”

 

 갑자기 집 대문 앞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복길이의 행동에 혜나는 천천히 앞을 쳐다 보았다. 그 순간 혜나의 눈에 보이는 실루엣.

 

 짙은 어둠이 눈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또렷해지는 검은 실루엣의 정체에 혜나의 눈은 순식간에 커져갔다. 그리곤 자신의 눈 속에 들어온 주인공의 실체를 믿지 못하는 마냥 떨리는 입술을 떼어냈다.

 

 “리, 리후…….”

 

 “제니.”

 

 “하…….”

 

 순간 심장이 ‘쿵’하고 떨어져 나가는 것만 같은 혜나였다. 삼년 만에 들어본 자신의 이름.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서 풍겨 나오는 익숙하고도 지독한 기운이 너무 낯설어버려서 작은 탄식이 입술 사이로 빠져나왔다.

 

 오랜만에 봐도 변하지 않는 그 기운.

 

 그런 혜나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꿈속에서 깨어날 시간이라고 알려주듯 리후는 점점 혜나에게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어둠과 혼동할 정도의 짙고 기다란 머리카락을 낮게 묶으며 흑색 피부 빛 속에서 아무것도 담지 않는 그녀의 왼쪽 눈은 예전모습 그대로였다.

 

 리후…… 미스티의 심복. 그녀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건 역시…… 파티 장에서 미스티가 날 본 게 틀림없다는 이야기.

 

 

 “미스티가…… 날 죽이라 했군요.”

 

 “…….”

 

 “…….”

 

 혜나의 말에 걸음을 멈추는 리후였지만 내리 깔린 그녀의 왼쪽 눈은 여전히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한순간에 찾아온 고요한 긴장감을 혜나도 리후도 어느 한쪽에서도 깨려고 하지 않았다.

 

 바보같이 왜 예상을 하지 못한 건지.

 미스티와 마주쳤던 그 순간 리후가 날 죽이러 올 것이란 걸.

 그 누구도 아닌 그녀가 날 죽이러 올 것이란 걸.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하지만 리후가 왔다는 것은 아직까지 륜이 자신의 행방을 모른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제가 너무 안일 했네요. 근데…….”

 

 “…….”

 

 “미안해. 그래서 난 아직 죽을 수 없어.”

 

 날카로운 바람이 혜나의 뺨을 내리치는 순간 혜나의 눈이 짙게 변해갔다. 그녀의 변화에 점점 들어 올려진 리후의 왼쪽 눈이 혜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허리춤에 차여있던 기다란 검이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어둠 속에서 서글픈 빛을 내뿜는다.

 

 휘익-

 

 순식간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 파공음이 혜나의 귀가에 매섭게 들려왔다. 정확히 그녀의 목을 겨냥한 리후의 검을 막을 무엇인가를 찾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띈 것이라곤 마당 위에 내팽겨져 있던 녹슨 철 막대기뿐이었다.

 

 캉!

 

 리후의 검이 또다시 사정없이 혜나를 향해 내리꽂히려 하자 할 수 없이 혜나는 철 막대기를 집어 들어 간신히 리후의 검을 막았다. 불쾌한 마찰음과 함께 손끝에 전해지는 기분 나쁜 전율에 혜나는 마른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끼긱끼긱 거리며 철가루가 떨어지는 철 막대기. 언제까지 서늘한 칼날을 견뎌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리후는 또다시 자신의 검을 치켜들었다.

 

 숨 쉴 겨를도 없이 공격해오는 리후의 표정은 여전히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탓에 그녀가 어디서 어떻게 공격을 해올지 예상할 수 없던 혜나는 그녀의 공격에 방어로밖에 대응하지 못 했다.

 

 휘릭! 캉-!

 

 “으윽.”

 

 “많이 녹슬어졌군. 이 정도의 공격밖엔 할 수 없어졌나…….”

 

 이미 혜나의 손에 있던 철 막대기는 리후의 검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날이 서있는 검과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철 막대기와는 애초에 비교가 되질 않았다. 그렇기에 방금 전의 공격으로 혜나의 어깨 위에서부터 타고 흘러나오는 붉디붉은 핏방울이 바닥으로 ‘툭’하고 떨어졌다.

 

 시퍼런 날을 번뜩이고 있는 리후의 칼날에 혜나의 피가 빠르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손에 흐르는 땀조차 바싹 말라가는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과 타는 듯한 어깨의 통증. 그로 인해 혜나의 거친 숨소리가 밤공기 속에 파묻힐 때 잔잔한 리후의 목소리가 그 속을 꿰뚫었다.

 

 “하아…… 하아…….”

 

 “왜 다시 나타난 거야. 그때 죽지 그랬어. 그랬다면 똑같은 고통을 반복하진 않았을 텐데…….”

 

 “…….”

 

 “모르진 않겠지? 버려진 장난감들의 최후를…….”

 

 “윽…….”

 

 “우리 썩을 대로 썩어버린 미스티의 미련한 꼭두각시들.”

 

 “그래서 넌 아직까지…… 그녀의 장난감 노릇을 하고 있는 거야?”

 

 “너도 그 장난감 중의 하나였단 걸…… 잊지 마.”

 

 “이젠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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