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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리슨 케어풀리
작가 : 스위트폴라
작품등록일 : 2017.7.16

너무나 아름다워 이름도 선녀였다.
하지만 그녀의 주위가 하나 둘, 자신의 연인을
찾아 결혼할 때, 그녀의 반쪽만 나타나지 않았다.
정혼자를 찾으라 인간계로 쫓겨난 그녀.
'여긴...... 누군가의 침소?'
그녀 앞에, 운이 없어도 너무 없는 남자, 동식이 나타난다.

선녀는 과연 동식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자신의 짝을 찾아 선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현대배경 로맨스 판타지]

 
<17화>
작성일 : 17-07-31 23:24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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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뛰어요, 뛰어!”

 동식이 선녀의 손목을 잡았다.

 동식은 곰을 한 손으로 품에 안은 채로

 다른 손은 선녀의 손목을 잡고 달렸다.

 까슬까슬한 아기곰의 털이 동식의 왼팔에 와닿았다.

 ‘윽, 간지러……!’

 아기곰은 너무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녀의 반지와 함께.

 ‘아, 젠장. 버리고 싶다. 버리고 싶다……!’

 동식은 있는 힘껏 욕설을 했다.

 

 아름다운 날이었다.

 초록이 무성했다.

 정오가 되어, 해는 하늘 정중앙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따스하게 만물을 비춰주는 것처럼.

 특히 이 달리고 있는 셋한테.

 아, 하나는 안겨 있었다.

 뒤에서는 어미곰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동식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아니, 잠깐.

 곰이 나보다 더 빠르지 않나.

 이러다가…… 잡히겠어!’

 동식은 병장 때 보던 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떠올렸다.

 너무 한가해서 이거라도 보자, 하며 틀은 것이었다.

 화면에서는 수염이 무성하고 팔뚝이 단단해보이는

 아저씨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곰 주위에 다가가고 있었다.

 [요즘 우리는 동물원에서 말고 곰을 접하기 힘든 환경입니다.

 만화에서는 꿀을 좋아하는, 아주 느리고 귀여운 캐릭터로 묘사되죠.

 여기 제 앞에 깜찍한 외모의 곰이 있습니다. 하지만 얕봐서는 안됩니다.

 이 곰은 제 또래 무리 중에서도 작은 편이지만,

 앞발의 힘은, 무려 600kg에 달합니다.]

 “으아아악!

 왜 이딴 게 지금 머릿속에 들어오는 건데! 지금 도망가기도 바빠죽겠는데.”

 

 손목을 잡힌 선녀가 말했다.

 “그 아기곰, 내려놓는 게 좋지 않겠느냐.”

 묘하게 침착한 목소리였다. 동식은 되받아쳤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이 목걸이가 곰발에 엉켰어요.

 지금 내려놓고 풀 틈이 없어요.

 아마 그 순간에 저 곰이 와서 물어 뜯을걸요.”

 “시간 때문이냐?”

 “그렇죠!

 아무튼 선녀님도 일단 뛰어요! 잡히면……”

 동식은 그렇게 말을 멈췄다. 앞에 거대한 바위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바위에 큰 그림자가 보였다.

 ‘차마 뒤돌아볼 용기가 안나는 걸.’

 그림자가 동식을 덮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동식은 아기곰을 꽉 안고 선녀의 앞에 나섰다.

 “선녀님 건들지마……!”

 동식이 그렇게 말하고, 곰이 앞발을 내리치려 했다.

 그 때였다.

 

 “잠깐!”

 선녀의 청아한 목소리가 온 산에 울려퍼졌다.

 위엄있는 그 목소리에,

 앞발을 내리치려던 어미곰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선녀는 어미곰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선녀님……?”

 동식이 한쪽 눈을 뜨고 선녀를 바라보았다.

 

 선녀는 당당하게 말했다.

 “너의 자식이 우리에게 다가와,

 나의 물건을 가져갔다. 믿기지 않는다면 확인해 보거라.”

 선녀는 침착하게, 하지만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미곰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사태 파악이 되지 않은 것처럼 새끼곰을 바라보았다.

 새끼곰은 마냥 그런 어미곰의 품에 안겨 아양을 떨었다.

 어미곰이 새끼곰을 자신의 큰 혀로 핥았다. 새끼곰의 앞발에 선녀의 목걸이줄이 엉켜있었고,

 그 사이에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반지를 제 눈으로 확인한 어미곰은 당황하고 있었다.

 “아무리 지 새끼를 구한다 하더라도,

 무고한 사람을 해하려 하다니.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냐.”

 선녀의 말에 곰은 우물쭈물했다.

 그리고 무엇인가 변명하는 듯이 울음소리를 내었다. 동식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선녀는 잠자코 곰의 울음소리를 듣더니 넌지시 말하였다.

 “그래, 내가 선녀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선녀가 아니라고 해도 이런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느냐?”

 어미곰은 고개를 푹 숙였다.

 선녀는 약해진 어미 곰의 모습에 조금 마음이 약해져서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가 잘못한 것도 있으니,

 물건을 얌전히 돌려다오. 그것은 내게 소중한 것이다.

 물건만 돌려준다면, 아무런 죄도 너에게 묻지 않을 것이다.”

 어미곰은 새끼곰이 장난치고 있는 목걸이를

 날카로운 이빨로 몇 번 부딪히는가 싶더니,

 이내 엉킨 줄을 풀었다. 그리고는 목걸이를 입으로 물었다.

 그리고 어슬렁거리며 선녀에게로 다가와 입에 있던 목걸이를 뱉었다.

 선녀는 침으로 범벅이 된 목걸이를 소매로 슬쩍 닦았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목에 걸었다.

 “고맙구나.

 ……아, 그리고.

 알리움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수 있느냐?”

 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신 둘을 계속 쳐다보며 얌전히 웅크리고 있던 동식이 튀어나와 말했다.

 “보라색 꽃에, 이렇게 동그랗게 말린 듯한 꽃인데요.”

 동식은 곰한테 자신의 두 손으로 이 정도쯤, 하고 꽃의 크기를 설명했다.

 갑작스런 존댓말에 선녀가 동식에게 물었다.

 “웬…… 존댓말이냐?”

 “왠지 그래야할 것 같아서요.”

 다행히도 어미곰은 그 설명으로 무슨 꽃인지 알아들은 것 같았다.

 곰은 자신의 새끼의 목덜미를 물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길에 앞장섰다.

 

 ***

 “와……”

 

 장관이었다.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선계에서도 아름다운 경관이 많았지만 선녀조차

 이런 풍경은 처음이었다.

 사방에 알리움들이 가득했다.

 수많은 보라색 꽃들에 물들어, 온통 보라색 빛이 넘실거렸다.

 잠시 살펴보겠다며 동식이 앞장섰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선녀에게 말했다.

 “저쪽은 절벽인 거 같으니까, 조심하세요.”

 봉우리 정상에 이르러, 다른 봉우리에 구름이 끼어 있는 것 같았다.

 구름 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선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위를 살폈다.

 “이게 알리움?

 달래 아닌가?

 그런데 크기가 매우 크구나.”

 초록색 싱싱한 긴 줄기가 선녀의 어깨까지 왔고,

 그 위에 동그란 모양의 꽃이 얹어 있었다.

 아기 곰은 알리움 꽃 하나를 물고는 꽃밭에서 뒹굴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동식은 잠시 곰을 바라보다가 어미 곰과 눈을

 마주치자 재빨리 피했다.

 곰은 그런 동식과 선녀를 조금 바라보다가,

 이내 제 일을 다했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자신의 새끼와 함께 저 멀리 사라졌다.

 “……갔네요.”

 “갔네.”

 ‘선녀님이 또 나 살려준 건가?’

 동식은 선녀에게 고마운 마음도, 미안한 마음도 컸다.

 자신 때문에 이런 곳까지 와서 고생시킨다는 생각이 더 컸던 탓인지,

 동식은 쉽게 선녀에게 방금 전 일을 고맙다고 내뱉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선녀는 알리움 줄기를 어루만졌다.

 ‘여기서 뭘 찾으라는 거지?

 보면 바로 알 거라고 했는데.’

 그러나 옆에 있는 것은 가득한 알리움 뿐.

 눈에 띄는 것은 특별히 찾아볼 수 없었다.

 “……어?

 ……방금?”

 선녀는 자신의 반지에서 빛이 난 것 같다고 느꼈다.

 착각이었을까?

 옷속에서 목걸이를 꺼냈지만 반지는 아무런 색도 띠고 있지 않았다.

 ‘……뭐지?’

 “선녀님! 이쪽으로 와 보세요.

 여기 뭔가 다른 것 같은데.”

 ‘과연. 보면 바로 알 수밖에 없겠군.’

 

 알리움을 하나씩 헤치고 가장자리로 향했다.

 달콤한 향들로 가득했다.

 그 곳에 하얀색 알리움이 그 안에 빼꼼히 숨어 있었다.

 “이건가봐!”

 기뻐하는 것도 잠시, 알리움 옆에 있는 물건을 보고

 선녀의 얼굴은 굳을 수밖에 없었다.

 선녀가 가지고 있는 것과 똑 같은 반지가 놓여 있었다.

 

 ***

 

 ‘어떻게 된 일이지?’

 선녀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만졌다.

 두근거리는 심장박동과 함께 반지가 느껴졌다.

 ‘내 것은 아니다. 이건 선녀밖에 가질 수 없는 반지인데.’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긴 선녀를 보고 동식이 조심스레 물었다.

 “선녀님, 혹시 이거……”

 “그래, 맞아. 정식 선녀가 될 때 주어지는 반지다.

 그런데 왜 이게 여기에……”

 선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애써 떨리는 손을

 뻗어 반지를 집었다.

 선녀의 손이 반지에 닿은 순간, 어떤 공명음 같은 것이 들렸다.

 “……윽!” 선녀는 귀를 막았다.

 

 그 순간, 땅이 흔들렸다.

 흰색 알리움이 있던 지반이 무너졌다.

 알리움들이 하나씩 떨어져갔다.

 “선녀님, 이쪽으로 와요!”

 동식은 손을 뻗어 선녀를 구하려 했다.

 “머리가…… 너무 아파.”

 선녀는 엄청난 두통을 느꼈다.

 결국 선녀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위험했다. 선녀의 뒤는 낭떠러지였다.

 “선녀님!”

 동식은 뒤로 넘어가려 하는 선녀의 허리를 잡았다.

 ‘떨어진다!’

 동식은 나머지 한손으로도 선녀를 감싸,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둘은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

 “너, 진짜 걔가 너 좋아하는 거 몰랐냐?”

 동식의 친구 현성이었다.

 “나?”

 동식은 항상 자신을 운이 없다고 여겼지만,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여자 운.

 ‘어쩜 저렇게 둔하지?’

 사실 복학한 동식은 인기가 많았지만,

 아무리 여자들이 신호를 줘도 동식은 눈치채지 못했다.

 남고, 군대, 재수학원.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굳이 말하면 남고생활의 폐해였다.

 

 하지만 현성이 봐도 도연은 달랐다.

 도연이 동식을 좋아하는 걸까?

 어떤 사랑이 순수하다, 아니다 하고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은

 현성도 잘 알고 있었지만 도연은 명백했다.

 저건 단순히 집착 때문이었다.

 그것도 아주 무시무시한 집착.

 자신이 갖지 못하는 건 없다고 충분히

 생각할 만한 그녀의 유복한 집안때문이었을까?

 

 동식은 그러려니 했다. 워낙 그렇게 쫓아다니는 여자가 많아서인지도 몰랐다.

 정작 자신은 인기가 있는 지 없는지도 몰랐겠지만.

 

 ***

 “앗, 차가!”

 차가운 느낌에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동식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까 곰을 만났던 폭포였다.

 ‘다행히 이쪽에 폭포가 있었구나.’

 폭포 쪽으로 떨어졌다. 반대편은 온통 바위밖에 없었다.

 정말 내일 신문에 조그맣게 실릴 수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에 동식은 푸르르 몸을 떨었다.

 ‘선녀님은?!’

 “선녀님!”

 선녀가 눈을 감은 채로 누워 있었다.

 선녀를 발견한 동식은 재빨리 땅 위로 선녀를 끌어올렸다.

 

 ***

 

 물 위로 건진 선녀는 축 늘어져 있었다.

 ‘설마……’

 동식은 선녀의 오른팔을 잡았다.

 손바닥 밑에 있는 맥을 자신의 커다란 손으로

 짚어 보았다.

 동식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선녀의 맥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럴 때가 아냐. 빨리!’

 동식은 대학교 1학년 때 교양수업에서 배웠던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기로 했다.

 곧바로 자신의 엄지와 검지로 선녀의 입을 벌렸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선녀에게 가까이 댔다.

 그의 입술을 맞대어 바람을 불어넣었다.

 

 동식은 얼른 오른손을 왼손 위에 올려,

 선녀의 흉부 쪽을 몇 번 압박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입술을 포개었다.

 있는 힘껏, 온 힘을 다해 공기를 불어 넣었다.

 그래도 선녀의 입술은 차갑기만 했다.

 

 “선녀님. 선녀님……!

 일어나봐요…….”

 

 동식은 계속 흉부를 압박했다.

 

 동식이 간절히 원했던 덕인지,

 선녀가, 콜록거리며 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선녀님!”

 동식은 선녀가 몸을 일으키는 걸 도와주었다.

 선녀는 고개를 숙이고 물을 계속 토했고,

 동식은 그런 선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괜찮아요?”

 “자네가 날 살린 건가?”

 “선녀님……!”

 동식은 선녀를 왈칵 끌어안았다.

 ‘……따뜻하다.’

 선녀는 조금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젖은 옷 틈에서 느껴지는 동식의 체온에 가만히 몸을 기대었다.

 두 사람 다, 옷까지 물에 흠뻑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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