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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거울의 도시
작가 : 홀로가는길
작품등록일 : 2017.7.27

에펜슐렌 대륙 중부에 위치하는 국가 브리티아에서는 에드워드 왕태자가 그의 아버지인 클레이안 왕을 시해함으로써 반역자로 간주되어 실각하였다. 그에 따라 빈 왕좌와 주인을 잃은 왕관은 자연스럽게 왕의 둘째 아들이자 왕태자의 이복동생 에렌 왕자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것 일뿐, 에렌 왕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의 모후가 되는 헤스데아가 섭정후로 등극하였고, 브리티아는 그녀의 통치 아래 놓이게 된다.

에렌은 자신의 의지 하에 선택을 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의 인생을 재단하는 것은 늘 그의 어머니 헤스데아 섭정후였다. 거짓 왕의 자리에 앉아 어머니와 그에 관련된 신하들 사이에서 놀아나는 것에 분노를 느끼던 나날 중, 우연히 카드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카드는 이복형이자 실각한 에드워드 왕태자에게 자신이 그려줬던 카드였다. 이 카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왕태자와 자신뿐이었다.
평소 시해 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던 에렌은 이 카드의 끝에 닿으면 왕태자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뒤를 쫓는다. 하지만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일에만 자꾸 휘말리는데…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 것인가?

 
#18
작성일 : 17-07-31 23:29     조회 : 256     추천 : 2     분량 : 7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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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해가 아직 저물 지 않았는지 햇빛 때문에 밝은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자신이 늘 보던 칙칙한 색깔과 밋밋한 천장이 아니라 밝은 색깔과 황금빛이 범벅이 된 천장이었다.

 처음엔 꿈인가 싶어 눈을 끔벅거렸지만 자신이 마지막 기억이 어딘지 떠올린 순간 세상의 시간이 멈춘 줄 알았다. 아니, 멈추고 싶었다.

 

 분명 꽃잎을 만졌는데… 하지만 그 후의 기억이 없었다. 무언가 꿈을 꿨던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슬프고 아련한 느낌이 강했다고 생각될 뿐이었다.

 에밀은 무슨 일이 있었나 스스로 생각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 때 에밀은 소리를 지를 뻔 했다.

 

 햇빛에 반사되어 하얀색이 더 부각된 백금발의 머리, 시선을 아래로 내렸지만 올라간 눈매, 맘에 안 드는 듯 다부지게 일부러 닫은 것 같은 입, 석고상 같은 정적인 차가움,

 에밀이 궁정의 홀에 걸린 섭정후의 초상화를 기억해냈다. 비슷한 분위기와 닮은 이목구비. 분명 브리티아의 어린 왕이었다. (물론 에밀은 자신의 마지막 기억이 어딘지 알고 있기 때문도 크다)

 

 왕은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는지 아래로 내려졌던 고개가 들리려고 했다. 에밀은 깜짝 놀라 얼른 천장으로 머리를 돌려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이렇게 눈을 감고 하루 종일 여기에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지병이 있어 쓰러졌다고 하기엔 그 위치가 적절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자신은 책상이 아니라 문 앞에서 쓰러졌어야 했다.

 

 책상에서 쓰러진 것을 분명히 알 텐데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에밀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그럴 듯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제일 최악의 경우는 왕의 책상을 뒤져 첩자나 그런 종류로 오해를 받는 것이 제일 끔찍했다. 그건 에밀이 제일 걱정했던 고깃덩어리가 되는 지름길이었다.

 

 뭐라고 해야 하지? 사실 대로 말하면 믿어줄까?

 바람에 그림들이 날려 줍고 제자리에 갖다 놓는 과정에서 현기증이 나서 쓰러졌다고?

 쓰러졌을 때 꽃잎을 손에 쥐고 있었나? 그럼 왕족의 물품에 손 댄 죄가 성립되잖아?

 일단 꽃잎을 만진 걸 알고 있는지 그게 중요할 거 같았다.

 

 “그만 정신이 들었으면 말 좀 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

 에밀은 자신이 헛것을 들었나 싶었다. 이 방에서 자신 이외의 목소리는 왕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까 하고 머리를 쓰고 있는 거 같은데. 네가 꽃잎을 만진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뭐라 하지는 않겠어.”

 

 “!”

 

 “뭐 기억나는 건 있어? 아, 이런 건 물어볼 필요도 없겠군. 당연히 기억 못하는 걸.”

 왕은 에밀이 기억을 못 할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에밀은 단정 짓는 에렌의 말에 의아해했지만 물어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정말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나도 내 할 일이 있어서. 그리고 남들이 봤을 때 충분히 수군거릴 만하니까. 네가 들어온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나오지도 않고 내가 나가지도 않았으니까. 이게 만약 공주의 귀에 들어가면 어떨까…”

 

 에밀은 공주의 말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공주는 이유 불문하고 자신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빨리 이 방에서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히 일어난 에밀은 치맛자락을 잡고 예를 갖추며 말했다.

 “브리티아의 수호자, 하늘 도시의 대리인, 유일왕, 폐하를 뵙습니다.”

 

 에렌은 에밀의 모습을 특유의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에밀은 그의 시선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지는 게 느껴져 부담스러웠지만 약자인 입장에서 고개를 아래로 떨굴 뿐이었다.

 

 “네가 한 짓은 잊어줄 터이니 내가 묻는 말에나 대답하거라.”

 

 “…”

 

 에렌은 에밀이 아까부터 또박또박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답답한데 땅 밑만 보고 있으니 갑갑증이 몰려와 짜증이 났다.

 “아직도 꿈과 현실이 구분이 안 되는 것이냐.”

 

 “아, 아닙니다. 폐하. 하문하십시오.”

 

 “네가 예배당 홀을 담당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것에 관해서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

 

 “예, 폐하.”

 

 “마지막에 정리 하고 나갈 때, 혹시 수상한 자나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자가 있다거나 아님 무언가 바뀐 것이 있었느냐?”

 

 “…”

 에밀은 왕의 이상한 물음에 의아했다. 왕궁 예배당은 그렇게 중요한 곳은 아니다. 현재 왕족들이 아주 신실한 신앙심을 가져 자주 들락날락 거리지 않고, 현재 제일 영향력 있는 섭정후도 레테나퀴스에 관련된 기념일이나 행사가 아닌 이상 예배당을 굳이 들르지 않는다.

 

 즉, 에밀 같은 궁인들에게는 일 하기엔 좋지만, 누군가에게 눈에 띄어 더 화려한 삶을(궁인 이라든지 귀족의 첩이나 부인이라던 지 어느 쪽이던) 바라는 궁인들에게는 이곳은 시간이 멈춰버린 공간일 뿐이었다.

 

 “아직도 생각 중인 것이냐?”

 

 “아…”

 에밀은 평소에 늘 똑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해서 유심히 깊게 보지 않았던 부분들을 묻는 왕 때문에 난감했다. 개인적인 자신의 기억으로는 딱히 수상하거나 이상한 사람도 오지 않았고(미치지 않고서야), 예배당이 높으신 분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후원이 대단하여 귀중하고 휘향찬란하고 고가의 물품들이 즐비해 있는 것도 아니라 누군가 훔치러 오지도 않는다.(훔치더라도 경비는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이며)

 

 예배당에서 굳이 뜯어갈 만한 가치가 있는 건 신이나 성자들을 그린 벽화들이나 역대 왕들의 초상화 정도인데 그 큰 걸 누가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그럴 바엔 섭정후 방에서 보석 하나라도 훔쳐서 갖다 파는 것이 더 이득일 지도 모른다.

 

 “폐하, 혹시 조금만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

 에렌은 에밀이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예. 누가 좀 수상하기는 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말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3의 대답을 하여 한 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생각 할 시간을 주면 내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냐?”

 

 “확답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원하시는 답을 들으실 수 있는 확률을 올라갑니다.”

 

 “그래. 그럼 시간을 주지. 하지만 웬만하면 너도 여기서 빨리 말하고 나가는 것이 좋을 거다. 공주는 나도 어떻게 해줄 수가 없거든.”

 

 에밀은 왕의 진심에 내심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왕 보다 그 위에 있는 공주라.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왕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왕이 잔인하다고 생각했지만 뭐라 할 처지가 아닌지라 잠자코 있었다. 빨리 여기서 나가는 것이 자신에게 이로울 거 같아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에밀과 같이 마지막까지 정리하고 나가는 인원은 자신까지 합쳐서 전부 5명.

 마지막으로 5명이 다 모였던 때를 기억해야 했다.

 늘 반복적이고 같은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일은 없었다.

 에밀은 특히 존재만으로 화를 돋우는 것을 알기 때문에 늘 조용히 가만히 있었다.(그들이 에밀의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이상)

 

 5명 사이에서도 케이라와 제인은 친한 지 곧잘 대화를 나눴고, 나머지 셋은 묵묵히 일을 했다. 주로 일터에서 듣는 거라고는 케이라와 제인의 목소리였다.

 

 - 제인, 내가 며칠 전에 밖에 나갔었잖아. 그 때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가 집에 돌아올 때 뒤에 누가 따라 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일부러 걸음을 빨리 했었어. 내가 빨리 움직이니까 뒤에서 나는 소리도 더 커지는 거야. 그리고 발밑에서 보이는 길쭉하게 보이는 그림자가 내 그림자를 덮고 있었을 때는 진짜 놀라 나자빠지는 줄 알았어.

 

 - 어머, 어머, 어머. 괜찮아? 너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

 

 - 아냐, 난 괜찮아. 들어봐. 그래서 변태나 치한인 줄 알고 그 때부터 열심히 뛰기 시작했어. 그날따라 그 시간에 유난히 안개도 짙고 사람이 없어서 정말 내가 그 집에 오래 살아서 감각으로 길을 찾아서 갈 수 있었지 아니면 진짜 아휴 생각 만 해도 무섭다.

 

 - 그래서 그렇게 잘 도망친 거야?

 

 케이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아니. 그 날은 유난히 어둡고 기분 나빴던 거 같아.

 

 케이라는 그 날이 떠오르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 달도 구름에 가려서 안 보이고 길에 불빛도 안개 때문에 잘 안 보이고, 원래 그 시간에 순찰을 도는 기사단도 안 보이고, 심지어 등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군것질 거리를 파는 상인들도 안 보였다니까.

 

 - 세상에, 생각만 해도 아찔해, 케이라. 여기 있는 게 천만 다행이다.

 

 케이라는 제인의 걱정에 더 탄력을 받아 말했다.

 - 내 생각도 그래. 근데 더 중요한 건 내가 그 미친놈한테 잡혔었다는 거야.

 

 - 꺅!

 제인은 저도 모르게 상상하다가 자기가 잡힌 것 같이 소리쳤다.

 

 - 제인, 진정해. 네가 잡힌 거 아니잖아.

 케이라는 제인의 비명에 혹시 예배당의 탑을 지키는 기사들이 듣고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달려올까 주의를 주었다.

 

 - 미안, 케이라. 근데 너무 무섭잖아.

 

 - 나도 그 땐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미친놈이 날 잡는 바람에 놀라서 넘어지고 바로 일어나 뒤를 쳐다봤는데 그 미친놈이 뭔가를 들고 나한테 내려치려고 이렇게 손을 올리고 있더라고.

 

 케이라가 손을 높이 들어 보여주니 제인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 그 때 딱 나는 죽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는데… 철과 철이 만나서 뭔가 ‘챙’ 하는 소리에 눈을 떴지. 어떤 체격 좋은 남자가 그 미친놈이 휘두른 칼을 막아서서 내 앞에 있더라고.

 

 - 그래서? 그래서?

 

 - 그래서 뭐 정신이 들자마자 바로 줄행랑 쳤지.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 되지 않겠어?

 

 제인은 케이라와 구해 준 기사님과의 핑크빛 기류를 예상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와 달리 생존에 충실했던 케이라의 답에 약간은 실망한 얼굴이었다.

 

 - 근데…

 

 제인은 케이라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길래 말을 줄일까 싶어 궁금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 ?

 

 - 그 분 굉장히 잘생겼던 거 같아. 그 사람이 살짝 나를 돌아봤을 때,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이 잠깐 나와서 달빛에 비쳤는데… 복면을 쓰고 있어서 전체적인 얼굴은 모르겠는데 남자다운 골격의 얼굴이었어. 눈은 어두운 색인 거 같던데 밝아봐야 잿빛…?

 

 케이라는 무언가 또 떠오르는지 말을 이었다.

 - 평범한 기사 같지는 않았어. 그가 들고 있던 칼에… 뱀? 용? 그런 몸체를 가진 동물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새겨져 있었던 거 같아.

 

 제인은 케이라의 말에 기뻐하며 말했다.

 - 어머, 그럼 은인을 찾을 수도 있겠다! 넌 잘 말씀드리면 문장원에 출입할 수도 있고, 아니면 먼 친척 분께(섭정후의 가문을 칭함) 여쭤볼 수도 있잖아. 부럽다, 얘.

 

 - 뭐… 그럴 수도 있겠지.

 

 - 어머, 부럽다. 가문이 있는 기사라면 너무 멋있다. 잘 되면 가문의 부인이 될 수도 있겠네!

 

 케이라는 제인의 말이 싫지는 않았는지 피식 웃었다. 둘의 대화가 끝나자 다시 조용해진 예배당은 다시 정적이 흐른 상태에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제인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그녀가 불러 세운 이는 케이라가 아니어서 순간 그곳에 있던 궁인들이 그녀에게 이목이 쏠렸다.

 - 어머, 근데 소피아. 이 리본 못 보던 건데?

 

 평소 미용 용품과 장신구와 옷에 관심이 많은 제인이었기 때문에 다들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며 다시 자신의 일로 시선을 돌렸다.

 

 제인은 항상 칙칙한 색깔의 리본으로 머리를 묶던 소피아가 레이스가 달린 자줏빛 색깔의 리본을 하고 오자 관심이 갔던 것 갔다. 그 리본에 새겨진 문양들도 독특해 제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어디서 샀어? 못 보던 문양인데 독특해서 이상할 거 같은데 예쁘네.

 

 제인은 갖고 싶다는 얼굴로 소피아의 리본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 아… 선물 받아서 나도 잘 몰라.

 

 제인은 아쉽다는 듯 말했다.

 - 아 그래?

 

 소피아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제인에게 뒤돌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했다. 등을 돌린 소피아의 모습에서 제인은 자꾸 그 리본이 눈에 밟힌 것 같았다.

 

 - 소피아.

 

 소피아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제인을 향해 뒤돌았다.

 - ?

 

 - 다음에 선물 해 준 사람한테 어디서 샀냐고 물어봐 줄 수 있을까?

 

 - …

 

 제인은 소피아가 답은 않고 물끄러미 쳐다보자 못 알아 들었나 싶어 다시 말했다.

 

 - 응? 제발 나중에 리본 산 가게 이름 좀 알려주면 안돼?

 

 - 아… 알았어.

 

 하지만 제인은 지금까지 그 가게 이름을 들을 수 없었다. 그 때 이후로 소피아가 병가로 쉬고 있는 나날들이 계속 되었기 때문이다.

 

 에밀이 그들과 함께 하여 기억하는 특이점이라면 이 정도였다. 게다가 에밀은 이 궁에 들어온 지 오래 되지 않기 때문에 뭐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왕에게 ‘폐하, 수상한 자와 특이점은 없으나 소피아라는 궁인이 병가로 지금까지 안 나오고 있으며, 케이라가 휴가로 밖에 나갔다가 위험에 처했을 뻔 했으며, 소피아라는 궁인이 평소와 다르게 눈에 띄는 리본을 했습니다.’ 라고 진심으로 아뢰야 되는 것인가 에밀은 고민했다.

 

 “됐다. 기대한 내 잘못이지. 이거나 좀 봐 보거라. 혹시 이 그림을 본 적이 있거나 이 카드를 본 적이 있느냐?”

 

 왕은 에밀에게 카드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그 카드에는 에밀이 아까 그림들을 줍다가 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네모난 상자 같은 공간에 공간을 형상화 해 공처럼 띄워 놀고 있는 공간의 이클레인은 아까 왕이 그렸던 그림 중 하나였다.

 

 사실 본 적이 있다는 말이 옳으나 그것이 올바른 방법으로 본 것이 아니라 에밀은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폐하, 저는 이 그림을 본 적이 없습니다.”

 

 왕은 에밀의 대답이 자신이 원하던 답이 아닌 것 같았다. 인상을 순간 팍 썼지만 곧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됐다. 그럼 이만 나가 보거라. 너도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

 

 에밀은 왕의 배려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왕에게 배웠던 예법으로 인사를 드리고, 나오려다가 무엇이 미련이 남았는지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왕은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카드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것도 없는데 저런 사소한 것들마저도 왕은 마음대로 못하는 것 같아 에밀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혹시나 도움이 될까 말했다.

 

 “폐하, 현재 소피아라는 궁인이 병가 중이라 제가 드린 말씀이 전부 옳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 예배당 홀의 마지막 시간을 담당하는 궁인은 저까지 포함하여 총 5명인데, 소피아가 궁으로 돌아와야 그녀의 얘기도 들어보고 폐하께 더 확실한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왕은 에밀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에밀은 이렇다 저렇다 말없이 자신을 빤히 보는 왕의 시선이 민망하여 가만히 있었다. 잠시 그러고 서 있었지만 왕이 에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폐하,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답답한 에밀이 먼저 왕에게 인사를 드렸지만, 왕은 에밀을 힐끔 쳐다볼 뿐 다시 카드를 쳐다보았다. 에밀은 그것이 나가보라는 뜻으로 해석되어 그제야 무거운 문을 밀고 나갔다. 왕은 그렇게 나가는 에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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