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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의 정원
작가 : 리리코스
작품등록일 : 2017.7.10

눈을 떠보니, 그곳은 내 소설 안이었습니다.
사형대 칼날에 목이 들이밀어진 조잡한 악녀, 알렌시아의 몸으로요.
"왜 하필 빙의를 해도 지금 이 시점이야? 다른 소설들처럼 10살때로 돌아가서 인생개선계획 좀 세우면 안돼?"
눈물로 쓰는 악녀의 생존일기. 타도하자, 내가 쓴 여주인공!

 
Back to the castle
작성일 : 17-07-31 22:51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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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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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지에 이름이 적혔던 시중인들이 모두 내 앞에 집합했다. 시간은 벌써 한창 저녁준비를 해야할 분주한 시간이었지만, 주인 아가씨가 부른다는 말에는 그만한 힘이 있었다.

 

 내 옆에 딱 붙어서 나의 편이란 걸 보여주는 네이비만이 턱 끝을 치켜들고 기세등등하게 서 있었다. 모두 내가 무슨 일로 불렀을까 불안한 눈치였다. 눈동자 굴리는 소리가 내 귀까지도 들렸다.

 

 “바쁜 시간인데 내가 불렀네. 아까 전에 인사는 잘 받았어. 아까는 아버지랑 다시 보는 게 더 중요해서 미처 할 말을 못했거든. 내가 듣자하니 나랑 얘기하고 싶었던 사람이 많았다면서. 같은 집에서 사는 사람들끼리 하고 싶은 말 못 하고 사는 게 말이 돼? 그래서 불렀어. 얘기나 하자고. 누구부터 할래?”

 

 내 시선이 모여 있던 하인들을 한 바퀴 주욱 훑었다. 하지만 감히 아무도 나와 눈을 마주치는 사람은 없었다. 이만한 용기도 없는 것들이 감히 주인 아가씨에 대해 입을 함부로 놀려?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평온을 가장하며 명단에서 미리 봐 뒀던 이름 하나를 불렀다.

 

 “심포니 왓튼. 성의 주방장. 성녀님과 나에 대해서 주방 식구들한테 한참 떠들었다는데, 그 얘기가 뭔지 나도 들어볼 수 있을까?”

 

 기름과 음식 양념이 옷에 군데군데 묻은 중년의 사내는 그의 몸집은 절반이나 될까 싶은 나의 앞에서 고개를 떨구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말을 못 해? 설마하니 내 앞에서 못 할 말을 나 없을 때 떠들고 다닌 건 아니지?”

 

 그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다시 묻겠어. 왜 말을 못 해?”

 

 같은 말을 반복하자 마지막 말은 약간 날카롭게 튀었다. 사용인들이 모두 몸을 떨었다.

 

 “알렌시아.”

 

 긴장된 순간, 등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 집안에서 나를 알렌시아라고 부를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었다. 나는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고는 살랑살랑 웃었다.

 

 “아버님!”

 

 “얘야, 집안사람들이 바쁜 시간에 지금 뭘 하는 게냐?”

 

 그의 등장에 바짝 굳었던 사용인들의 등이 풀어지는 게 느꼈다. 알렌시아보다는 낫다 이거지. 공작은 특별히 인본주의적이거나 하인들을 아끼는 따뜻한 성품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알렌시아가 집안 하인들을 트집 잡고 괴롭힐 때 이미 말렸을 거다. 그의 성품은 단지 귀족적이었다. 귀족은 엄연히 평민의 위에 있는 존재지만, 평민을 너무 불합리하게 괴롭히지 말 것.

 

 지금 그가 굳이 사랑하는 딸 알렌시아의 행동에 제동에 걸려는 건 단지 이 이유이다. 유배지에서 막 상경한 딸이 제 성질 못 버리고 돌아오자마자 집안 하인들을 후려잡았다는 나쁜 소문이 날까봐.

 

 “하인들에게 할 말이 있었답니다. 저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좀 풀어보고 싶었답니다. 그런데…다들 저와는 말하고 싶지 않나 보네요?”

 “알렌시아,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 네가 굳이 집안 단속을 하겠다면 말리진 않겠다만 적어도 돌아온 첫 날은 안 돼. 오늘 너는 쉬어야 해.”

 “아뇨, 오늘이어야 해요.”

 “알렌시아. 아버지 말을 들어. 너를 위한 거야.”

 “어머, 아버님도 참. 제가 이 사람들한테 뭘 하려고 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제가 꼭, 이 사람들을 멍석말이로 때리고 욕한 다음에 우리 집에서 쫓아낼 거라고 생각하시는 듯하네요?”

 “…그럴 작정이잖느냐.”

 “아하하, 아니에요. 아버님 말씀대로 오늘은 제가 도성에 돌아온 첫 날이죠. 전 그냥 우리 식구들과 못 다한 소회를 풀고 싶었을 뿐인데…뭐 다들 저와 대화하기 어렵다니 대화는 생략하고. 네이비, 준비한 것을 이리로.”

 

 지근거리에 서 있던 네이비가 쟁반에 조그만 주머니들을 가득 담아 내게로 왔다. 자그마한 얼굴이 못마땅한 기색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했다.

 

 ‘아가씨, 저것들이 뭐가 예쁘다고 챙겨주세요?’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고 아까 분명히 말했지?’

 

 “사랑하는 아버님, 제가 도성으로 돌아왔으니 당연히 이 기쁨을 가족과 같은 우리 공작가 식구들과 함께 나눠야 하지 않겠어요? 약소하지만 상을 내리려던 참이었어요. 안 그래도 공작가 하인들을 모두 부르면 아버지가 신경 쓰실 것 같아서 생각나는 사람 몇몇만 부르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오셨군요.”

 “네가 상을 준비했다고?”

 “그럼요. 자, 모두 앞으로 나와서 하나씩 받아가거라.”

 

 모두의 놀라움을 대신해 공작이 내게 물었다. 나는 뭘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는 모여 있는 하인들에게 주머니를 나눠줬다. 당신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상을 받는데도 전혀 기쁘지 않은 얼떨떨한 얼굴로 하인들이 하나씩 주머니를 집어갔다.

 

 “성녀님과 황제 폐하의 자비로 나는 오늘 유형지에서 돌아왔다. 나는 예전의 나의 어리석음을 인정하며 이제부터는 절치부심해 새롭게 거듭나려고 한다. 이것은 그 첫 걸음이다. 아, 그런데 혹시 설마하니 내가 마녀라는 어리석은 소문을 믿고 있는 건 아니겠지? 지금 받은 그 주머니는 평범한 주머니가 아니다. 신전에서 축성 받은 물건이야. 내가 예전에 퍼졌던 소문대로 악마와 계약한 마녀가 맞다면 설마하니 그런 물건을 준비하지는 않았겠지.”

 

 사실 정말 혹시나 해서 네이비에게 주머니를 신전에서 구매할 때 가장 신성력이 없어 보이는 사제에게서 사오라고 시켰는데, 주머니에 닿았던 손이 찌릿 거리고 있었다. 이 몸의 예전 주인인 알렌시아가 마르베스와 계약을 해서 내 영혼을 빙의시킨 것인 만큼 나도 신성력에 해를 입는 듯 했다. 성물도 아니고 고작 사제에게 축성 받은 물건에 몸이 다칠 정도면 나는 앞으로 사제는 절대로 피해야 했다. 나는 새로 알게 된 사실에 식은땀이 나는 걸 시침 뚝 떼고 말을 계속 이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나를 욕한 것에 대해서는 불문에 부치겠다. 나는 그대들에게 자비로운 주인이 아니었고 너희는 지금까지 나에게 받은 것이 없었으니까. 나는 우선 내가 그대들에게 모질게 굴었던 것에 대해 사과를 표한다.”

 

 내 머리가 바닥을 향했다. 굽슬거리는 긴 금발머리가 중력을 따라 아래로 쳐졌다.

 하인들이 내가 고개를 깊숙이 숙이는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지. 나는 분명히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었다. 이것에 대해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하인들이 공공연하게 나를 욕할 용기까지 치솟은 것은 알렌시아가 백성들의 구심점인 성녀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힘든 평민들일수록 마음의 평화와 희망찬 내세를 약속하는 종교에 심취한다. 바로 곁에서 살지만 얼굴 보기 힘들고, 가끔 들리는 소리는 나쁜 평만 있는 알렌시아 공녀와 백성들의 편이라는 환상 속의 성녀.

 

 천사 같은 성녀님을 악독한 마녀가 건드렸다는 데에서 그들의 불붙기 쉬운 분노가 지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은화를 좀 준다고 해서 마음속에 자리 잡은 악독한 공녀와 착한 성녀의 공식이 뒤바뀌진 않겠지. 그래도 좀 누그러지긴 할 것이다. 사람은 단순하고, 누구에게서 밥 벌어먹고 사는 지를 떠올리면.

 

 “다시는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겠습니다. 아가씨.”

 “오늘 눈감아주신 일을 꼭 가슴 속에 담아두겠습니다.”

 

 의심하는 속마음이야 어쨌든 사용인들은 내게 잘못을 빌고 충성을 맹세했다. 이걸로 명분을 획득한 것이다. 다음에 누군가 나를 배신한다면, 지금의 일을 들어 “아가씨가 한번 용서해 주시기까지 했는데 그런 일을 벌이다니, 큰 벌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사람을 때려서 무섭게 하는 건 쉬운 일이다. 누구든 손에 칼과 매만 들면 된다. 하지만 칼과 매 없이 마음으로 사람을 복속시키는 것, 그것이 진짜 어려운 일이지. 이건 그 어려운 일의 첫 주춧돌이 될 것이다.

 

 나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벨하임 공작의 팔에 다정스러운 딸처럼 팔짱을 끼었다.

 

 “아버님, 이왕 아버님도 알게 되셨으니 공작가 나머지 식구들에게도 제 이름으로 은전을 베풀어도 될까요?”

 “아? 아아. 물론이다. 집사에게 그렇게 시키도록 하지.”

 “왠지 넋이 나가신 듯 하시네요 아버님. 음, 제 행동이 처음에 걱정하셨던 것처럼 역시 아버님 마음에 차지 않으신가요?”

 “사실 나는…네가 헨리로 갈 거라고 생각했을 때 사실 걱정이 많았다. 왕비 자리가 사가의 보통 여자가 맡을 수 있을 일이 아니다 보니. 외교적 분쟁이나 궁정 사람들의 알력 싸움 사이에서 네 자리를 잘 지킬 수 있을까, 네가 왕비가 되는 것이 과연 너를 위한 일일까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 일로 걱정을 덜었다.”

 “뭘요. 아버님 딸이잖아요.”

 “…지난번 일로 깨달은 바가 많은 듯 하구나. 인생의 시련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은 그것도 나쁘지 않지.”

 

 하지만 상과 벌은 같이 와야 하는 법. 공작을 쫓아온 집사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집사, 제인이라는 하녀 좀 여기 불러줄 수 있어요? 탁한 주황색 머리에 주근깨가 좀 있고, 그때 보니까 빨래를 전담하는 하녀 같던데.”

 

 “어, 아가씨께서 제인을 아십니까?”

 

 “그럼, 알다마다요. 잊을 수 없는 애지. 그 애는.”

 

 나에게 알렌시아의 공작가에서의 위상을 철저하게 알려준 애인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 중에는 보이지가 않네요. 불러와 줄래요?”

 

 “하지만 제인은 얼마 전 그만뒀습니다. 오늘 그 애가 있다면 아가씨의 은혜를 같이 나눴을 텐데 아쉽네요.”

 

 “뭐? 그만뒀다고요? 언제?”

 

 “아가씨가 돌아온다는 말이 나올 때쯤이요? 뭐라더라, 고향의 어머니가 아프시다고 해서요. 몇 번 말려봤지만 마음을 돌리지 않아서 결국 그만뒀지요. 좋은 애여서 추천장과 함께 퇴직금을 후히 챙겨줘서 보냈습니다. 아가씨, 마음 쓰지 마세요. 제가 잘 챙겨서 보냈답니다!”

 

 이게 내가 돌아온다고 하니까 튀었구나. 그것도 추천장에 퇴직금까지 알뜰하게 챙겨서?

 

 “그런 애한테 추천장을 챙겨 줘?”

 

 “예?”

 

 “됐어요. 내 말 잘 들어요. 제인이 공작가를 나가서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어디서 누구를 모시는 지 철저하게 알아오도록 해요. 에반이 나간 뒤 새 집사가 되었다지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난 새 집사의 유능함을 판단하도록 하겠어요. 알겠나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인이 아가씨께 무언가 실수라도 했습니까?”

 

 “찾아오라고 했지 그 뒤에 질문을 허락하진 않았을 텐데요.”

 

 자비로운 주인아가씨를 연기한 것이 방금 전이다. 그 모습이 무색하게도 북풍한설이 휘몰아치는 내 모습에 집사가 움찔 놀라는 것이 보였다.

 

 잘 나가다 초를 치다니.

 뻐근해오는 뒷목을 꾹꾹 주무르고 있자니 네이비가 눈을 반짝이며 달라붙었다.

 

 “제가 해 드릴게요, 아가씨!”

 

 '이제 얘는 또 어떻게 한담?'

 

 전직 악녀 시녀 출신이라는 데서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사고 치기 전까지 내버려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충성하겠다는 애를 일부러 꼬투리 잡아 내보낼 수도 없고.

 

 모든 불확실한 사실 속에서 분명한 것은 네이비가 안마를 아주 잘 했다는 점이다. 꾹꾹 힘주어 누르는 손을 따라 어깨의 긴장이 풀려가는 것을 느끼자, 복잡한 생각들도 엉킨 실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스르르 풀어졌다.

 

 '그래, 오늘은 일단 아무 생각 말고 쉬자. 많이 했어.'

 

 성으로 돌아온 첫 날, 긴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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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만자 끝이 났네요. 스토리야 공모전을 함께 달리신 모든 작가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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