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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 진 자들의 나라
작가 : 시란
작품등록일 : 2017.7.17

벌꿀처럼 달디 단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잊더라도 그를...

망각된 기억 속에서 잊혀 진 것들은... 기억해내려 애쓰고, 또 기억되려 애쓴다.
하나하나가 모두 잊혀 진 자들이다.
자신처럼 망각의 길로 빠져들어 모든 것을 잊어가는 이들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보며,
그들을 돕기위해 나선 그녀가 달빛에 희게 빛나는 밤이슬처럼 깨어난다.

 
17장. 함께 [1]
작성일 : 17-07-31 22:20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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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미자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잊혀진 마을로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미자의 눈앞에는 예의 그 오색의 도로가 번쩍이고 있었다.

 

 “이게 날 죽이려 했어. 첫 번째로!”

 

 어디에서 무슨 오기가 생긴 것 일까? 미자는 겁을 상실했다.

 그녀의 눈앞에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오색도로가 번뜩! 그녀를 위협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미자는 그 아름다운 빛에 취해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자신도 모르게 손끝으로 그 망할 도로를 가만히 만져 보았다.

 

 “뭐... 아무렇지도 않은데?”

 

 오색의 돌이 깔려있는 길을 조심스레 걸어본다. 미자는 괴악한 것이 나타나지 않는 거리를 보며 마을을 새삼스런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제껏,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왜? 어째서? 누구 때문에? 몰랐을까? 그저, 내가 둔해서? 아니면 속여서? 감춰서? 미자는 착잡한 마음에 깊은 한숨을 내 쉬며 자기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결국 그녀가 둔해서 라고.

 

 “푸, 푸헹! 그래, 역시 아무것도, 안 나오는군!”

 

 미자는 괜히 허세를 부려보고 있었다. 그렇게 오색거리의 중간쯤 도착하자 거리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앗! 뭐, 뭐야!?”

 

 오색 돌들이 또 다시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공중으로 돌들이 떠오르자, 흙바닥에서는 뭉클거리는 괴악한 것이 다시금 머리를 들어 올리며 미자를 다시금 위협하려 들었다.

 

 “으윽!”

 

 내가 한번 당하지 두 번 당할 테냐!? 미자는 얼른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뒤로는 꾸물거리는 괴악한 것들이 또다시 뭉클뭉클 밀려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뭔가가 미자의 손을 잡아 당겼다.

 

 "꺄아악!”

 

 갑자기 뭔가가 미자의 손을 잡자 놀란 미자가 자지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던 것이 미자를 살포시 품으로 안으며, 달려들던 괴악한 것들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미자!”

 “알렌?”

 

 괴악한 것들로부터 멀어지고 나서야,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만 하던 알렌이 미자의 손을 놔주며 멈춰 섰다.

 

 “미자...”

 

 어디 다친곳은 없는지 천천히 미자를 돌아보던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알렌의 금색 눈동자가 마치 미자를 탓하기라도 하는 듯 짙게 가라앉아있었다.

 

 “아, 알렌...어떻게 알고....”

 

 미자가 당황하며 묻자, 나지막한 알렌의 한숨소리가 낮게 흘러 나왔다. 무얼 생각하는지 알렌의 눈썹 한쪽이 삐딱해져 올라가있고, 미자는 그런 알렌에게 큰 죄라도 지은 듯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미자, 여긴 어떻게 온 겁니까?”

 “어... 그게....”

 

 머뭇거리며 무슨 말이든 해야 할 것 같던 미자는 자신이 왜 죄 지은 것처럼 이렇게 눈치를 보고 있나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 내가 왜? 난 내가 가고 싶은데도 못가? 그래서 조금은 흥분한 듯 격앙된 목소리로 빠르게 떠들었다.

 

 “궁금했어요, 이 마을이. 나는 내버려 두고 알렌도 혼자서 여기 와 있는 거잖아요. 알렌이 알려주지 않으니까, 내가 나 혼자서라도 알아보려고 온 거예요.”

 

 미자는 눈앞의 잘생긴 남자를 탓하고 있었다. 그런 미자를 보며 알렌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피곤에 절은 이들이 늘 그러하듯 거칠게 눈을 뜨며, 잠시간 씩씩거리는 미자를 가만히 살폈다. 그의 금색 눈동자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곤 언제 피곤했냐는 듯 미자에게 다정하게 말한다.

 

 “여긴 위험해요. 미자가 알면 안 좋을 것 같아 말을 안했어요.”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가 미자를 홀리려 들었다.

 

 “딱히 감추거나 속이려던 건 아닌데,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요”

 

 매력적인 금색 두 눈동자가, 무의식적으로 그의 눈길을 피하는 미자의 눈동자를 찾아 미자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자?”

 

 달콤하게 속삭이는 알렌의 목소리. 미자는 자신과 눈을 맞추기 위해 어정쩡하게 허리를 굽혀 자신을 올려다 보는 알렌을 보자, 살포시 미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기분 상한건 아니예요. 그냥... 서운해서... 왜 말을 안 해줬을까싶고... 또 저번에 왔을때 너무 신기해서....”

 

 미자가 머뭇거리며 대답하자, 알렌은 그녀의 어색한 미소를 보며 상냥하게 미소해 주었지만, 이내 걱정스럽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조금 전 그건 망각들이예요.”

 

 알렌이 마음을 다 잡은듯 단호한 눈빛으로 미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자신도 모르게 꽈악 움켜져 힘을 주고 있었다.

 

 "망각...이요?“

 

 미자가 의아한 듯 되묻자 알렌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잠시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그의 손바닥에 무언가 있기라도 한 듯 그러게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것들에 닿으며... 뭐든 망각되어 사라져 버려요.”

 

 알렌이 여전히 찌푸려진 미간을 피지도 못하고 미자를 가만히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

 “왜 위험하다고 했는지 알겠어요?”

 

 미자는 알렌의 슬픈 눈빛이 자신을 따르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알겠니? 위험하니까 안 알려 준거야. 라고 그렇게 말하는 듯 보이는 알렌의 두 눈을 머뭇머뭇 바라보며, 미자는 미안한 감정이 고개를 들어 올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뭔가... 이상해. 미자는 자신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앞니로 잘근잘근 씹었다.

 

 “.......”

 

 알렌은 미자의 뾰로퉁한 표정과 불만이 있을 때면 나오는 특유의 버릇을 알아보고는 더 이상 심각해 지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또 저 버릇이군....’

 “큭큭.”

 

 미자는 자기의 버릇이 뭔지도 모를 것이다. 저렇게 불만이 있을 때면 늘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게 날.... 어떻게 하는지...’

 

 미자는 모를 것이다. 비죽거리는 도톰하고 발간 입술을 빠져 버릴 듯 바라보다 그녀의 기분이 더 이상 상하지 않게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미자, 이 마을을 내가 안내해 주는 건 어떨까요? 미자가 위험한 곳에 이렇게 혼자 다니는 건, 내가 견딜 수가 없습니다.”

 “아...”

 

 비죽이던 입술이 멍하니 벌어지며,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지금 알렌의 말은 마치 청혼이라도 되는 양, 달콤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미자는 심장이 이상한 박동으로 뛰어 대는 걸 느꼈다.

 자기 생각에 빠져 먼 산만 빤히 바라보던 불만스런 눈동자가 노래하듯 리듬에 맞춰 이리저리 흘러 다니다 이윽고 달콤한 금색 눈동자를 찾아서 삼켜 버리기라도 할 듯 강렬하게 응시했다.

 

 “뭐라고요?”

 “나랑 같이 다녀요. 당신이 다치는 건, 원치 않습니다.”

 

 이정도면 말만으로도 충분했다. 행복해지는 기분. 미자는 날아오르듯 기분이 좋아지면서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그리고 그런 미자를 보며 알렌 역시 기분이 좋아진 듯 보였다.

 

 “그럼.... 지금?”

 

 미자가 활짝 웃으며 알렌의 옆으로 서둘러 다가갔다. 마치 지금 바로 움직이지 않으면 이 약속이 없어지기라도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한시 바삐 움직이고 싶은 마음에 애가 탔다. 알렌과 함께라니...

 

 “아, 지금?”

 “네!”

 알렌이 그런 미자를 보며 곤란한 듯 미소했지만, 언제나처럼 다정한 속삭임과 함께 미자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쥐었다.

 

 “그대가 원한다면.”

 

 이럴 때다. 이럴 때 마다 눈물이 날 만큼 상냥한 그의 다정함에 미자는 취해 버린다. 그녀의 가슴속 두근거리는 심장이 연신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우훗! 좋아요. 가요,가요!”

 

 하늘거리는 나비처럼 날아올라라.

 그것은 부드러운 유영.

 파도처럼 너울거리는 마음.

 울렁거리는 기분 좋은 이질감.

 

 따뜻한 알렌의 손을 잡고 걷는 길은 안도와 따스함이었다. 자신을 속인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아니 정정한다. 숨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알렌을 믿는 마음에 흔들림은 크지 않았다. 아직까지 그는 미자에게 안도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어디부터 갈 건가요?”

 “음... 위험하지 않은 곳부터?”

 “흐음....”

 

 다시금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흘리는 그를 바라보며, 미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때 그녀의 눈에 알렌의 눈부신 옆모습 뒤로 촛불이 줄지어 켜진 길이 보였다. 미자의 두 눈에 빛이 번쩍 뜨였다.

 

 “저긴 어때요?”

 “아... 촛불의 길이군요.”

 

 미자가 가리키는 방향을 돌아본 알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 곳이라며 안도했다.

 

 “촛불의 길?”

 

 미자는 알렌의 말을 되새기며 다시금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촛불들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선 길을 바라보았다.

 

 “그래요. 저리 갑시다. 위험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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