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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켈베로스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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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을 살라먹고 살아가는 자.
작은 형이 죽던 날, 심장은 멈췄고.
큰 형이 죽던 날, 나의 두 눈은 빛을 버렸다.

그대, 기억하라.
어둠을 기생하는 이여.
나의 손짓이 찾아가는 순간, 너의 세상은 멈출 것이다.

분노, 순수한 감정의 불길이 타오른다!

 
14 화
작성일 : 16-08-24 14:29     조회 : 718     추천 : 0     분량 : 6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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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어가며 어깨를 늘어뜨리는 그의 뒷모습은 왠지 기운이 없어 보여 김세욱은 고개를 갸웃했다.

 수십 명의 학생을 단신으로 찜 쪄 먹고 돌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으로는 정말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가 어찌 알 수 있으랴.

 ‘아직 영주라는 놈이 남아 있지…… 정말 귀찮네. 빌어먹을…….’

 

 이상우와 그 일당이 교실에 들어온 것은 5교시가 끝나고 난 쉬는 시간이었다.

 그들은 있는 대로 인상을 쓰며 교실에 들어왔는데 얼굴은 멀쩡했지만 걸음걸이가 성치 않은 것이 몸에 이상이 있음을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들은 비틀거리며 교실에 들어와서는 창밖에 시선을 둔 채 약간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이혁을 한번 힐끗거리고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침묵을 유지했다.

 6교시가 끝난 후 쉬는 시간에 이혁은 이상우와 그 일당을 손짓으로 불렀다.

 네 사람은 그들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이혁의 앞에 나란히 섰다.

 

 “상우야.”

 “…….”

 “맞을래?”

 ‘어디서 이런 괴물이 굴러들어 와서…….’

 “아닙니다… 형님.”

 고개를 푹 숙인 이상우의 기세는 확연히 꺾여 있었다.

 ‘후훗. 확실히 애들은 단순해. 서울과 수도권 놈들보다 순진한 듯도 하고.’

 서울의 고교생 조직이었다면 뒤를 조심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상우의 눈빛에서는 뒤끝이 느껴지지 않았다.

 “채현이는 그냥 나한테 책을 빌려다 준 거밖에 없다. 성질 좀 죽여라. 제 명대로 못산다.”

 “……예.”

 얌전한 범생이 따로 없다.

 “그리고 어제 내가 너한테 했던 말은 진심이야. 네가 뭘 하든 난 개입할 생각 없다. 그냥 졸업할 때까지 조용하게 지낼 수 있도록 날 건들지만 마라. 할 수 있겠냐?”

 이혁은 조용히 주먹을 들어 보였다.

 시은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다.

 이상우의 얼굴빛이 시퍼렇게 죽었다.

 두 시간이 지났는데도 맞은 부위를 중심으로 퍼져 나간 고통은 전신을 후들거리게 만들었다. 그마저도 이혁이 급소를 피한 덕분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공터에는 119가 왔을 것이다.

 “옛, 형님. 알겠습니다!”

 “소리 지르지 마라. 귀 안 먹었다. 믿어도 되는 거겠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뒤로 가면서 소리가 작아지고 말꼬리가 늘어지는 이상우의 대답은 묘했다.

 이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것으로 이상우와 얽힌 상황이 끝나기를 기대했지만 자신의 기대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학교는 좁은 곳이니까.

 이상우에게 볼일이 끝난 이혁의 시선이 옆으로 이동했다.

 “야, 돼지!”

 그가 부른 건 김세욱이다.

 한 손으로 자신을 두 번이나 간단하게 허공에 띄운 이혁에게 김세욱은 경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두려움과는 약간 다른 어떤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대답하는 그의 음성은 긴장보다는 공손함이 실려 있었다.

 물론 장덕성이나 이상우와 마찬가지로 기차화통 삶아먹은 것처럼 크긴 했지만.

 “옛, 형님!”

 “오늘부터 내 교과서는 네가 책임져라.”

 “알겠습니다!”

 이상우와 그 일당에게서 시선을 뗀 이혁은 교실을 둘러보았다.

 교실 분위기는 그로테스크했다.

 학생들은 오전에 교실에서 있었던 싸움을 직접 보았다. 그리고 공터에서 그가 서른이 넘는 일레븐의 2학년 서른 명을 넝마처럼 만들어놓았다는 소문도 들었다.

 소문은 과장되게 마련이어서 소문 속의 이혁은 삼두육비의 괴물이 따로 없었다.

 아무래도 한마디는 해줘야 할 분위기였다. 그도 이런 공포분위기는 절대 사양이었다.

 두려움과 관심은 비례하는 법이니까.

 그가 말했다.

 “이런 일이 생겨서 너희들에게 미안하다. 난 그저 조용하게 지내다 졸업하길 바랄 뿐이다. 너희에게 피해가 가는 일을 할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으니까 생활하면서 날 너무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은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놀랐을 것이다. 그만큼 이혁이 말하는 톤은 부드러웠다. 평소와는 천양지차. 그러나 교실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공터에서의 싸움이야 이야기로 전해들은 것이어서 그것을 실감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아침에 그들이 직접 본 일장활극은 고교생이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

 실제의 싸움에서 이혁처럼 움직이는 사람을 학생들은 처음 본 것이다.

 

 수업이 끝난 후 청소시간.

 자리에서 일어서던 이혁은 슬금슬금 옆에 와서 입을 떼지 못하고 얼쩡거리는 이상우를 볼 수 있었다.

 “왜?”

 “형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 분이 있습니다.”

 “누구?”

 이상우는 이혁의 눈치를 보며 혀로 입술을 축였다.

 자신의 대답에 이혁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긴장한 탓에 혀가 바짝 말라 갈라지고 있었다.

 “남영주 형님이라고… 사비고 대빵입니다.”

 “남영주?”

 ‘덕성이가 말했던 자로군.’

 이혁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이상우와 그 일당을 손보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겪을 일이라면 피한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상우가 이혁을 안내하는 것을 본 김세욱 등이 주춤주춤 뒤를 따라붙었다.

 이혁은 궁금한 얼굴이 되었다.

 이상우는 어제의 공터로 그를 안내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중앙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사비고는 총 4층 건물이었는데 1층은 식당과 1학년 교실이, 2층은 2학년이, 3학년이 3층을 사용하고, 4층은 전교생이 공유하는 도서관과 여러 동아리 사무실이 있었다.

 마치 그가 궁금해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이상우가 설명했다.

 “우리 학교는 각 학년들마다 그리고 문, 이과 학생들마다 사용하는데 제한이 있는 장소가 몇 군데 있습니다. 벌써 10년도 더 전부터 그렇게 정해져서 내려오고 있는 장소들입니다. 선생들도 그곳은 오지 않습니다. 대신 학생들도 그곳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할 일을 벌이지도 않고요. 가끔 싸움은 해도 심각한 상황까지 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제오늘 제가 형님을 모시고 간 공터는 2학년 학생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곳이고요.”

 이상우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혁과 공터에서 싸운 사실은 벌써 소문이 날대로 났다.

 공터에서의 싸움뿐만 아니라 한 사람을 다구리하는 것은 일레븐이 금지하는 사항이었다.

 당시 열이 받을 대로 받아 있던 이상우는 앞뒤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 일로 인한 징계는 필연이었다.

 그것은 일레븐의 전통을 위반한 행동이었으니까.

 이상우는 말을 이었다.

 “지금 영주 형님이 기다리시는 옥상은 3학년 외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곳입니다.”

 ‘…진짜 여러 가지들 하는군.’

 생각과는 달리 이혁은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어느 학교든 암묵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이 있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혁은 사비고의 사고뭉치(?)들이 고수하고 있는 전통에 시비를 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시비 걸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형편이 아니던가.

 옥상에는 꽤 많은 남녀학생들이 있었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엄지와 검지로 꽁초를 잡고 연기를 뿜어대고 있는 학생들도 몇 보였지만 대부분은 편안한 얼굴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이상우와 이혁이 옥상에 모습을 보이자 잠깐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그 시선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금 사비고에서 이혁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단시간에 이 정도로 유명해진 인물은 아마 사비고 개교 이래 처음일 것이다.

 소문의 주인공 이혁과 2학년 짱인 이상우가 하급생에겐 금지된 장소인 옥상에 올라왔다는 건 누군가의 허락을 받았다는 뜻, 학생들은 그 누군가의 정체를 대번에 알아차리고는 이상우와 이혁에 대한 신경을 끈 것이다.

 이상우가 찾는 사람은 학교 뒤편의 야산에 가장 가까운 난간에 팔을 걸친 채 불어오는 맞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후리후리한 키에 바람에 흩날리는, 학생치고는 꽤 긴 머리카락을 크고 긴 손가락으로 빗질하듯 쓸어 넘기고 있는 학생은 대단한 미남이었다.

 사람을 눈 아래로 보는 듯한 오만한 눈빛이 흠이라면 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그의 외모와 분위기는 압도적이어서 오만한 눈빛조차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는 혼자였다.

 그의 뒤에 도착한 이상우와 그의 일당은 미남의 넓은 등을 향해 넙죽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형님, 모시고 왔습니다.”

 이상우는 바로 등 뒤에 이혁을 두고서 데리고 왔다는 표현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겁을 먹어서만은 아니었다.

 두 번의 얽힘을 통해 그는 이혁의 기세에 심리적으로 압도당하고 있었다.

 “모시고… 라……. 흐흐흐.”

 천천히 몸을 돌려 난간에 등을 기댄 미남고교생, 남영주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재밌다는 듯 낮게 웃었다.

 이상우의 얼굴이 붉어졌다.

 남영주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의 말에 내포된 미묘한 뉘앙스를 그도 깨달은 것이다.

 남영주가 이상우에게 손짓을 했다.

 떨어져 있으라는 신호였다.

 홍시로 변한 이상우와 그 일당이 10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자 이혁은 2미터 정도의 공간을 사이에 두고 남영주를 정면으로 볼 수 있었다.

 그의 눈에 똑바로 눈을 맞춘 남영주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솜씨가 괜찮다며?”

 비웃음이다.

 이상우를 통해 이미 서로를 알고 있는 상황.

 소개는 필요 없었고, 남영주도 이혁도 자신을 상대에게 소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 불량해 보이지 않는 눈인데?’

 이혁은 남영주의 첫인상이 생각 밖이어서 조금 놀랐다.

 오만하게 그를 바라보는 남영주의 눈빛에는 깊이가 있었다. 사고뭉치들 특유의 번들거리는 눈과는 많이 달랐고, 이상우의 눈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관심 꺼주면 고맙겠는데.”

 긴장감이 결여된 덤덤한 어투다. 남영주는 눈치채지 못했어도 진심이 깃든 말이었다.

 남영주의 얼굴이 굳었다.

 이혁이 1년 꿇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 반말이 기분 나쁠 건 없었다.

 하지만 굴러온 돌이 박힌 돌 앞에서 저렇게 평정을 유지하는 건 기분 나빴다. 예의상 조금은 긴장한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는 말없이 눈싸움하듯 이혁의 눈을 1분 정도 보기만 하더니 난간에서 등을 떼고 똑바로 섰다.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맞아.”

 “진심이냐?”

 “무사안일이 내가 바라는 거야. 복잡하게 살 거였으면 대전까지 오지 않았다.”

 “흠…….”

 남영주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이혁에 대한 처리방향은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생각에 잠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협상에는 가끔 쇼맨십도 필요하다.

 이혁은 드잡이질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남영주의 사색을 방해하지 않았다.

 남영주가 눈을 떴다.

 “믿어보겠다. 단, 조건이 있다.”

 “뭐지?”

 “졸업할 때까지 상우를 보호해라.”

 명령조다. 더구나 이해하기 힘든 내용.

 “설명해 봐.”

 이혁의 어투도 남영주와 같아졌다.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명백히 불쾌하다는 뜻.

 남영주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마음을 굳힌 터라 이혁과 쓸데없는 신경전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네가 상우하고 일레븐 후배들을 공개적으로 가볍게 아웃시키는 바람에 내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생겼다. 네가 알고 그랬는지는 모르겠다만 상우는 사비고 2학년 짱이다. 그런 상우의 리더십이 무너졌어(이상우를 노려보며 가벼운 한숨). 그렇다 해도 교내에서는 별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밖에서는 상우를 무시하는 놈들이 나올 거다. 도전도 있을 것이고. 내가 졸업하기 전에는 저 녀석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줄 테지만 그 이후에는 내부에서도 상우에 대한 도전이 있을 것이다. 네가 상우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라.”

 ‘고등학생 녀석들 주먹판도 꽤나 복잡하군.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네.’

 이혁은 생각을 잇지 못했다.

 마치 독심술로 그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 같은 남영주의 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학 온 지 며칠 안 되어서 학교 안팎의 상황을 모를 테니 내가 하는 말도 이해가 어려울 거다. 상세한 건 상우한테 들어라. 그리고 덕성이하고 꽤 친해졌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그 녀석을 잘 활용해 봐라. 그놈은 친화력이 좋고 붙임성도 있어서 내외에 친구가 꽤 많아. 필요한 정보를 말하면 놈이 구해다 줄 거다. 두 사람이 도우면 네가 이곳에 빨리 적응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나보고 상우의 보모 역할을 하라는 거로군.”

 이혁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덕성은 관심 밖이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주목받지 않는 학교생활을 꿈꾸는 그가 왜 정보를 필요로 해야 한단 말인가.

 “보모? 으하하하핫!”

 남영주는 고개를 젖히고 유쾌하게 웃었다.

 “비유가 이상하긴 해도 네 역할의 정의는 맞다. 하겠냐? 네가 나설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거다. 상우도 아주 형편없는 놈은 아니니까. 네가 허락하면 우리의 협상은 성립되는 것이고, 사비고에서 너를 귀찮게 할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될 거다.”

 이혁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눈을 굴리고 있는 이상우를 흘낏 보았다.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지 궁금해 죽겠다는 얼굴이다.

 그 얼굴을 보며 이혁은 혀를 찼다.

 남영주가 이상우를 떨어져 있으라고 할 때 일말의 불안을 느꼈었는데 그 불안의 정체가 보모였기 때문이다.

 이상우가 들었다면 그의 자존심은 한 줌 먼지가 되었을 것이다.

 이혁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무 급하다.”

 “네겐 선택의 여지가 없을 텐데?”

 남영주는 처음의 오만한 눈으로 이혁을 보며 말했다.

 승낙하지 않으면 이혁은 원하던 평탄한 학교생활을 포기해야 한다.

 적어도 사비고 내에서 남영주는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다. 라고 남영주는 생각했다.

 이혁의 솜씨가 상상 이상이라고는 하지만 그와 일레븐이 갖고 있는 힘은 자신감을 가질 만한 것이었다.

 한 손이 열 손을 당하지 못한다는 건 고래의 진리다.

 물론, 실력이 크게 차이 나지 않을 때라는 전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남영주는 다른 하나의 경우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혁이 사비고 전체를 뒤집어엎고 힘으로 그의 제안을 거부하는 경우를.

 그게 남영주의 한계였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가 또래보다 월등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는 해도 그의 사고와 경험은 고교생이라는 테두리를 넘지 못했다.

 “여기 온 지 이제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이혁의 대답에 남영주는 입맛을 다셨다.

 그는 몰아붙이는 것도 정도껏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쥐도 너무 구석으로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무서울 건 없었다. 하지만 이상우와 그 일당을 간단하게 패대기쳤다는 이혁의 솜씨가 아까웠다.

 굳이 선을 넘어 이혁과 같은 실력자를 계륵이 되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뭐,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 일주일 정도 주면 되나?”

 “……그래.”

 “결정이 되면 상우에게 말해라.”

 “그러지.”

 “그리고…….”

 남영주의 눈빛이 쏘는 듯 변했다.

 ‘또 있냐? 적당히 해라.’

 “채현이 울리지 마라.”

 ‘으휴…….’

 입맛을 잃은 이혁은 그날 저녁을 굶었다.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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