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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능력사무소
작가 : 클레어
작품등록일 : 2017.7.3

복수하고 싶은 이들에게 능력을 빌려주는 "능력사무소". 얄미운 남동생 골탕먹이는 것부터 살인범 찾아내기까지. 능력을 빌려드립니다. 맡겨만주세요.

 
좁은 서울 바닥 (5)
작성일 : 17-07-31 21:42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3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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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안녕? 난 문경식이야. 근데 넌 왜 손을 숨기고 있어?’

 당시 열세 살이었던 꼬마 문경식은 당돌했다. 겁이 없었고 순진하도록 명랑했다. 스스로를 슈퍼 히어로쯤으로 여기던 나는 골목을 뛰어다녔고 많은 친구들은 그 원천 모를 자신감에 뒤를 따랐다. 그런 성격 형성엔 부모님의 인내심도 한 몫 했다. 지금과는 달리 어린 아들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찼던 부모님은 엄격한 성격에도 꽤나 나를 오냐오냐 해주었고, 난 세상에 두려울 게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 모든 부모가 모든 능력자가 나와 같을 줄만 알았다.

 ‘너는 무슨 능력이야? 아 쉬잇! 나도 능력은 비밀인 거 알아. 우리 부모님이 밖에 말하고 다니면 안 된다고 했거든. 왠지는 모르겠는데, 안 그러면 게임기 뺏는다고 그래서 그냥 그러고 있어.’

 갑자기 다가와 책상에 턱을 괸 동급생 때문에 당황한 것일까. 이태엽은 말이 없었다. 나이답지 않게 눈매가 사나운 태엽은 더욱 주먹을 꾹 쥐었다.

 ‘근데 진짜 말해주면 안 돼? 내 능력 먼저 말해줄까? 나는 능력이 보이는 능력이야! 되게 멋지지?’

 나는 녀석의 귀에 손을 갖다 대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만 알려줄게. 우리 학교에 우리 말고 능력자는 세 명 더 있다. 근데 너만큼 대단한 애는 없어!’

 어떤 말에 마음이 바뀐 걸까. 태엽이는 슬쩍 손을 풀었다. 신이 난 나는 더 떠들어댔다.

 ‘뭐야? 그 손가락이 막 빨갛고 뾰족하다고 해야 되나? 너무 신기해서...,’

 ‘만지지마!’

 은근슬쩍 다가온 손길을 태엽이 가차 없이 쳐냈다. 자신이 더 놀랐는지 그는 헉, 숨을 들이키며 다시 주먹을 꽉 쥐었다. 눈을 굴리며 입을 달싹거렸다.

 ‘건들지 마. 다쳐.’

 누구에 대한 경고인지, 태엽이 말했다. 하지만 그 반응이 날 더 흥분시켰다. 보기만 할 줄 알지 내 능력은 쓸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보던 영웅들처럼 적을 무찌를 수 있는 능력인 걸까? 그런 강력한 능력은 언제나 부러웠다.

 그때 뒷문으로 아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초등학교의 최고참이 된 6학년은 등굣길을 서두르지 않았다.

 ‘미안미안. 다음에는 꼭 알려주는 거다?’

 나는 일급비밀을 노출시킬 수 없다는 일념 하나로 입을 황급히 틀어막으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능력자 친구를 놓치지 않겠다는 포부를 가지며 자리에 돌아가서도 태엽과 눈을 맞추려 등을 수시로 돌리기도 했다.

 알고 보니 태엽이는 전학생이었다. 전에 있던 학교는 더 이상 다닐 수 없어서 이 동네에 이사를 왔다고 했다. 같이 책상을 붙여 급식을 먹을 정도로 친해졌다 생각한 나는 무심하게 물어봤다.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일이란 기껏해야 패싸움이었기 때문이다. 남학생 인생에 패싸움이란 무용담과 같은 존재였다.

 ‘그냥. 가족 일이지. 엄마가, 짜식이 뭘 그렇게 물어봐. 알면 다쳐.’

 알면 다쳐는 녀석의 단골 멘트였다. 치켜 올라가 어딘가 포악한 눈썹이 무척 멋져 보였다. 동갑인데도 ‘나 이런 일까지 겪은 놈이야’ 가끔 일그러지는 입꼬리가 영화 주인공 같았다. 난 그 모습을 흠모해 더욱 태엽을 쫓아다녔다. 사람에게 곁을 안 주는 태엽이를 반에서 유일하게 별명을 부르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야 괘종시계.’

 ‘왜 무식아.’

 ‘땡땡이 치는 거 너무 좋다. 나 처음 해봤어.’

 나는 분식집에서 사온 핫도그를 열심히 뜯어 먹었다. 태엽은 시시하다며 벤치에 아빠다리를 올렸다. 급식을 빼먹고 학교를 탈출했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난 처음 맛 본 불량식품의 달콤함에 눈이 몽롱할 지경이었다. 태엽이를 만나 벌어진 일이란 그렇게 내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야 오빠. 여기서 뭐해. 땡땡이냐 또?’

 그때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곳엔 한 여자아이가 서있었다. 경식보다 한참 작은 체구에 어려보이는 여자 아이는 두 소년 앞에서도 당당했다. 아이는 입에 문 사탕을 쪽쪽 빨며 다리를 껄렁거리고 있었다. 어린애 같지 않게 표독한 눈꼬리가 태엽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이와 마주한 태엽이는 사색이 되어있었다. 녀석은 손톱을 더욱 손바닥에 박으며 부들거렸다.

 ‘이태지, 너 뭐야. 왜 여기 있어. 빨리 학교 안 가?’

 ‘오빠도잖아! 지도 학교 안 갔으면서. 엄마한테 이른다?’

 아이는 막강한 세력을 지닌 것처럼 눈을 치켜떴다. 마치 네가 뭔데 나한테 명령이냐고 어른이 아이를 혼내는 느낌이었다.

 ‘이씨. 빨리 가라고 했다.’

 ‘근데, 어 오빠는 누구야? 친구야?’

 ‘아씨 신경 끄라고오오!’

 태엽이가 주먹 쥔 손으로 동생을 뒤로 밀었다. 기껏해야 10살이나 돼 보이는 여자애가 철퍼턱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졌다. 내가 당항해서 다가가려 하자 태엽이가 막았다. 그는 나를 숨기듯 내 앞을 막아섰다. 이태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입술을 악물곤 악에 받혀 소리 질렀다.

 ‘니가 뭔데 날 밀어! 니가 뭔데! 너 나 죽일 뻔했잖아!’

 태지는 하늘색 카디건을 까 보이며 가슴을 들이밀었다. 티셔츠를 죽 늘리자 가슴 위를 가는 붉은 선 하나가 보였다.

 ‘니가 나 죽이려고 했잖아!!’

 아이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주변의 행인이 쳐다볼 정도가 되었다. 남자 애 둘이 어린 애 하나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기 쉬운 장면이었다. 주먹 쥔 태엽이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눈알에 핏대가 섰다. 머리끝까지 분노로 가득 찬 애가 오른손을 치켜 올렸다. 그때 깨앵, 하는 소리가 경식의 귀를 갈랐다. 태엽의 다섯 개의 손톱에서 붉은 빛이 튀어 나오더니 섬광처럼 순식간에 길어졌다.

 ‘야아, 이태엽!’

 나는 본능적으로 그 팔을 바깥으로 꺾어 내렸다. 바뀐 궤도를 따라 떨어진 붉은 섬광들이 아스팔트에 박혔다. 이글거리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때 쯤 들려오던 소문이 있었다.

 ‘걔 지 동생 죽일 뻔해서 전학 왔잖아.’

 어린애들의 뒷말은 어른은 상상도 못하게 치졸하고 지독했다. 특히나 뒷담화란 다수일 때 빛을 바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날로 커져갔다. 하지만 그들은 태엽이가 올까 언제나 뒷문을 힐끗거렸다. 그들의 작은 세계에 던져진 이질적인 존재란 특이할수록 흥미로운 소재였다. 하지만 평범보단 이질에 가까운 나는 그런 우스갯소리 따위 귀에 담지도 않겠다는 듯 스스로의 귀를 막곤 했다.

 왜 하필 지금 그 이야기가 떠오르는지. 난 손가락 다섯 개가 만든 깊은 굴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녀석의 팔을 붙잡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넌 구제불능이야! 어떻게 또 능력을. 어떻게 쓸 수가 있어 내 앞에서!’

 아이는 발악했다. 머리까지 바싹 세우며 열을 올렸다. 태엽도 의도한 것은 아닌지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마엔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그는 버뜩 정신을 차리더니 동생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주먹 쥔 손으로. 태지는 놓으라며 방방 뛰었지만 두 살 많은 오빠를 힘으로 이길 수 없었다.

 ‘나 집 갈게. 내일 봐. 내일.’

 난 둘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가쁜 숨을 몰아셨다. 그제야 동그랗게 뜨고 있던 눈이 따끔거리고 가슴은 숨 쉬느라 벅찼다. 눈앞의 흔적은 깊고도 가련했다. 자꾸 귓속에 말이 맴돈다. ‘걔 지 동생 죽일 뻔해서 전학 왔잖아.’ 어느새 나도 그들의 옆으로 향하려 했다. 아니야! 난 도리질을 하며 집으로 황급히 뛰어갔다.

 우리는 그 ‘사건’ 이후로도 아무렇지 않게 지냈다. 계속 티격태격하며 사이 좋게 지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먼저 그 일을 입에 담지 않았다. 13살이었지만 내 궁금증에 캐물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녀석의 태도였다. 이태엽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보물처럼 날 항상 옆에 끼고 다녔고, 동생이 나타날 기미만 보이면 내 앞을 철통방어 했다. 형제가 없는 나에겐 그 모습이 무척 당혹스러웠다. 아껴줄 것만 같은 여동생을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사람처럼 으르릉 거리는 모습은 내게 혼란을 주었다. 하지만 차마 건들지 못하는 듯 주먹을 꾹 쥘 때면, 난 언제 또 불꽃이 튀어 오를까 등골이 오싹했다. 하지만 태엽이의 생일날, 그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고,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갈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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