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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안의 론
작가 : 무제랑
작품등록일 : 2017.7.31

신안을 가진 자 세상을 바꾸리라.

 
15화. 고블린 전투
작성일 : 17-07-31 21:29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7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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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고블린 전투

 

 

 

 론은 잠시 나무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

 

 ‘아버지는 괜찮을까?’

 

 론의 머리에 평범했던 시절의 아버지가 떠올랐다. 그저 힘 좋은 농노로써 사는 삶. 미천하기는 했어도 하루 굶지 않는 것에 행복을 느끼고 웃음이 피어나던 시절이었다.

 

 “며칠 만에 인생이 뒤바뀌어 버리다니..”

 

 론은 웃음이 났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아버지가 주신 검. 이 손에 들려있어야 하는 것은 검이 아니라 곡괭이나 삽 같은 것이 어울렸다.

 론은 천천히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농노로서 살아오던 어린 아이 답지 않은 뭉뚝한 모양새의 손이 그의 지난 삶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약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론은 이를 꽉 다물었다. 이미 내딛은 길이다. 아버지도 아직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언제까지 안전하리라 보장할 수 없었다. 은빛 기사단과 소라노 영주의 귀족들에게서 아버지와 어머니만 빼내올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는 별다른 묘안이 떠오르질 않았다. 자신은 이미 사망자로 알려져 있기에 수배명단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고 덕분에 안전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도망치는 순간 전국 수배명단에 오름과 동시에 은빛 기사단 추격대가 그 뒤를 쫓을 것이다.

 

 “아버지는 일이 잘 풀린다면 로스턴 가의 사람이 되겠지만..어머니는..홀로 지내시게 되실 지도 모른다..”

 

 걱정에 걱정이 물려 론은 점점 절망으로 빠져 드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해. 부모님이 주신 기회를..!’

 

 론은 다시 일어섰다. 주저앉고 다시 고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나아가야만 했다. 애써 다짐하며 론은 몸을 일으켰다.

 

 “어려운 운명이든 뭐든 굴복하지 않겠어..!”

 

 론은 다시 은신할 수 있는 언덕 근처의 덤불숲으로 몸을 옮겼다.

 

 론은 다시 정안을 개안했다. 다시 빌 마운틴 안에 있는 마나를 가진 모든 것들의 움직임이 눈에 훤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은 자신들의 동료가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부터 개별로 움직이지 않고 언덕 중앙에 위치한 가장 큰 공터에 모여 있었다.

 

 “40마리.. 지금의 새로운 혜안의 능력이라면...”

 

 위험은 최대한 줄여야 했다. 그래서 세웠던 계획이 무리에서 떨어진 고블린들을 기습해서 수를 줄여 나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겨우 7마리를 처리하고 고블린들에게 들킨 상황. 로한은 자신 혼자서 이것을 해결해야만 한다고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벨이나 로한, 큐, 마리아 모두 론이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강한 자들이었고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들..동료들이 날 믿어주니 할 수 있겠지.”

 

 론은 그렇게 생각했다. 가능하니까. 어렵더라도 해낼 수 있고 론 스스로에게 올바른 길이니까 강해지는 길이니까 임무를 주었을 것이다.

 

 “부딪쳐 보자..”

 

 론은 동료들은 생각하니 갑작스레 용기가 났다. 짧은 시간이나마 이렇게 믿음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에 론은 매우 감사하고 있었다.

 

 “크르? 크르르..?”

 “쿠웨웨웨!”

 

 고블린들은 공터로 들어오는 입구에 나타난 어린 인간에게 의문과 함께 강한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놈들 중 몇 놈이 론을 손가락질하며 포효에 가까운 광분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40마리의 고블린들은 저마다 크릉크릉 거리더니 클럽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녀석들에게는 언어는 없어도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한 모양이었다.

 

 “하하하! 네들 동료를 죽인 게 나다! 나는 살생은 싫어하지만 너희들도 인간을 죽였으니 인과응보다!!....끙..”

 

 론은 일단 당당하게 준비한 대사를 외치기는 했다.

 

 ‘얼어버릴 것 같아...! 막상 눈앞에 저 녀석들을 보니 다리가 다 떨어져 나갈 것 같네...!’

 

 아마도 가까이에서 누군가 론을 봤다면 그가 얼마나 두려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고블린 한두 마리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살기가 공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두 마리야 어찌 저찌 상대했다 쳐도 40마리의 살기를 한 번에 받아내기란 웬만큼 담이 크다는 성인들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모르겠다...와랏..!”

 

 론은 재빨리 정안을 해제함과 동시에 혜안을 개안했다. 어느새 두 눈의 개안은 이전과는 달리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편해진 상태였다.

 

 좀 전의 전투와 마찬가지로 눈앞에는 수 천 수 만 가닥의 수많은 붉은 선과 푸른 선이 얽히고설키어 엄청난 장관을 이루었다. 론의 눈에만 보이는 이 광경은 혼자보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기까지 한 장면이었다.

 

 “쿠에에에엑!!!”

 

 앞서 성질을 못이긴 고블린 십여 마리가 론을 향해 포위하며 그대로 돌격해 왔다. 말 그대로 어떤 전략도 없고 멧돼지 같은 일직선상의 광범위한 전방의 돌진.

 

 론은 재빨리 공터 오른쪽 귀퉁이로 달렸다. 그러자 녀석들의 움직임 역시 론의 예상대로 론의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아무래도 놈들의 평균 신장이 1.2미터 수준인지라 론의 속도에는 어느 정도 밀리는 모양새였다. 이것은 고블린들이 자신을 포위하지 못하고 일렬로 다가오게 만들도록 하기 위해 론이 고안해낸 방법이었다.

 포위당한다면 아무리 혜안의 붉은 실선들이 공격루트를 알려 준다하더라도 동시에 여러 공격이 날아오므로 모두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따라서 스피드를 이용해 가장 빨리 다가오는 고블린들을 한 둘 씩 처치하면서 지속적으로 적은 숫자의 상대와 전투를 벌이는 전략이었다.

 

 ‘일단 첫 번째 녀석부터!’

 

 론이 오른쪽으로 치고 달리다 어느 정도 간격이 벌어지자 그대로 자리에 멈춰 서서 자세를 잡았다. 그의 검은 장발이 살짝 일렁임과 동시에 앞서 달리던 고블린 두 명의 몸뚱이가 반으로 갈라졌다. 전략은 성공이었다.

 

 론은 그대로 공터에서 고목나무가 무성한 빌 마운틴의 숲으로 그들을 유인했다. 유인하면서도 가장 빨리 자신을 쫓아오는 녀석들 몇의 목을 베는 것도 잊지 않았다.

 

 “헉....헉...”

 

 확실히 좋은 전략인 듯 보였지만 체력소모가 엄청났다. 검이 오가는 전장이니 무척이나 긴장한 탓도 있는데다가 달리고 멈추며 검을 휘두르는 일은 결코 보통 체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쿠에에엑!!!”

 

 오른 쪽 나무 귀퉁이에서 고블린 세 마리가 동시에 론에게 뛰어 들었다. 나름 녀석들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략을 구사했다. 한 마리는 머리를, 한 마리는 몸통을, 한 마리는 다리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론의 혜안에 녀석들의 공격속도는 거의 멈춰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헉헉...네 놈들의 공격은 큐의 1%로도 되지 않는다고...”

 

 론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투의 긴박감. 스릴은 아주 묘한 쾌감을 가져다준다. 아마도 그것은 론의 피 절반에 잠들어 있는 로스턴 가문의 핏줄 때문이리라..

 

 횡으로 베고 피한다. 발을 움직여 신형을 흔들어 속임수를 주고.. 다시 목에 검을 찔러 넣은 후 돌아서 다가오는 녀석들의 공격을 방어하고..

 

 론은 거의 무아지경에 빠진 채 전투에 임했다. 혜안에 비춰지는 푸른 선의 동선을 따라 최대한 좋은 움직임을 가져가서 일격필살의 공격을 퍼붓고 또 다른 붉은 실선들은 주의하며 적들의 공격을 완벽히 방어하고 피해낸다.

 

 론의 전략은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빼곡한 고목나무는 고블들린이 론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공격하는 것을 막아 주었다. 때로는 고목나무에 가려 론이 보이지 않으면 쉽사리 공격을 하기도 힘들었고 30여 마리나 되는 고블린들은 자기들끼리 엉켜 부딪히기도 했다. 덕분에 론은 최대한의 적은 고블린들과 싸우며 놈들의 목을 베어 나갔고 중간 중간 정안을 개안하며 고목나무 사이에 숨어 기습하는 고블린들까지도 완벽하게 처리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론은 마치 영겁의 시간에 갇혀 아무소리도 아무생각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베고 찌르고 피하고 방어하는 전투만 한 것 같았다.

 론은 그대로 풀썩 자리에 쓰러지듯이 앉았다. 겨우 검으로 몸을 지탱해서 앉아있는 것이 고작. 온 몸의 힘이 사라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하아..하아..해냈다..내가....”

 

 거친 숨을 몇 번 몰아쉰 론은 그대로 기절에 가까운 잠이 들었다. 온 몸이 땀으로 젖어 버렸지만 해냈다는 기쁨과 살았다는 안도감에 그 동안의 긴장이 한 번에 풀려버려 피로가 폭발하듯 터져 왔다.

 

 그의 앞에 검은 신형하나가 나타났다. 검은 복면인 에오스 길드 쉐도우 칸이었다.

 

 “흠. 이런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한 번에 처리할 줄이야..”

 

 칸은 지금 다소 감탄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자신이나 론의 팀, 마리아를 제외한 미스터 큐나 로한이라면 고블린 40여 마리 처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고블린들을 처리한 것은 다름 아닌 론이었다.

 고작 검을 배운지 2주. 처음에는 몰랐지만 움직임도 고블린들과 전투를 하면 할수록 눈에 띠게 좋아지고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신안의 능력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칸은 눈치 챌 수 있었다.

 

 “일단..일행에게 데려다 주어야 하나?”

 

 칸은 론을 들쳐 매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마치 그의 움직임은 숲의 동물이라도 되는 것 마냥 매우 부드럽고 빠른 모습이었다.

 

 -툭.

 

 “에?”

 “론...!”

 

 큐와 마리아가 검은 색 옷으로 온 몸을 휘감다시피 한 복면인에게 실려 온 론을 보고 소리쳤다.

 

 “칸....입니까?”

 

 로한이 복면인을 알아보고 이야기했다.

 

 “오랜만입니다. 로한씨.”

 

 칸은 예를 갖추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나 로한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어찌 된 일입니까?”

 

 로한이 론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단지 탈진되어 잠들었을 뿐입니다.”

 “음...”

 

 로한은 칸의 말에 론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것과 작은 생채기들을 제외하고는 론의 상태는 이상이 없었다.

 

 “참 대단한 아이이군요. 오늘 두 번째 언덕과 세 번째 언덕에 있는 고블린 무리들 모두가 저 첫 번째 언덕으로 이동한 상태였습니다. 이 아이는 약 50마리의 고블린들을 두어 시간 만에 처리했더군요.”

 

 칸의 말에 일행의 눈이 놀라움에 가득해졌다.

 

 “고블린 50마리라니? 기껏해야 10마리 남짓 되는 거 아니었어?!”

 

 미스터 큐가 불같이 말했다. 검을 배운지 2주 만에 50마리나 되는 고블린 부대와 싸우는 일은 없다. 그것은 자살행위나 다를 바 없으니까 말이다.

 

 “그 말이 사실이오?”

 

 로한의 말에 칸이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로한이 가진 정보 상으로는 분명 많아야 15마리 안팎의 고블린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고 알고 있었다. 50마리나 되는 녀석들이었다면 론을 저 곳에 혼자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됐고...! 마리아 일단 치유안부터!!”

 

 큐의 말에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쓰러진 론의 옆에 다소곳이 앉았다. 그리고 그의 이마에 하얗고 작은 두 손을 가져다 댔다.

 

 “개안! 천성회유(天成懷柔:우주를 어루만지다) 치유안!”

 

 -슈우우우웅!

 

 그녀의 손에 녹색 빛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아주 어릴 적 처음으로 보았던 푸른 언덕처럼 그 빛은 신선하고 아름다운 빛깔을 띠었다. 약 1분여가 지나자 그 빛은 점차 사그라지더니 이내 마리아의 손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됐어요. 조금 잠만 자고나면 예전과 다름없이 활동할 수 있을 거예요,”

 “정말이야??확실해?”

 

 못미덥다는 큐의 말투에 마리아가 입을 씰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뭘 했지?”

 

 큐가 칸을 보며 말했다.

 

 “무엇을 말이죠? 미스터 큐.”

 

 칸이 대답에 큐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리고 큐는 칸의 멱살을 잡았다.

 

 “야 이 새끼야. 너 까닥하면 론이 죽을 수도 있었어. 검술 2주한 어린 애한테 고블린 50마리가 말이 돼??엉??”

 

 거친 멱살잡이와 함께 큐의 입에서 험한 말들이 봇물 터지 듯 새어 나왔다.

 

 “정확히는 47마리였습니다. 물론 몇 번 위급한 상황도 있는 듯 했습니다만.. 테스트 시험에서도 당신의 공격은 일발도 맞지 않은 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아이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신 것은 아닌지.....”

 

 -퍽!!!

 

 큐의 주먹이 그대로 칸의 얼굴에 꽂혔다. 칸은 그대로 주먹을 맞고 뒤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큐! 그만해!!”

 

 로한이 큐를 제지하며 말했다. 어쨌거나 내분은 좋지 않았다. 특히나 저 칸이라는 쉐도우 남자와는 말이다.

 

 “음..매서운 주먹이군요. 역시 AA클래스 권법가라는 말이 틀림없군요..후훗.”

 

 칸은 얼굴을 어루만지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났다. 미스터 큐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칸을 노려봤다.

 

 ‘저 녀석.. 마나를 실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최대한의 힘을 담은 주먹이었는데.. 타격이 전혀 없다.’

 

 “이제 물러나 주겠소? 쉐도우라는 것이 본연 이렇게 존재를 드러내는 일은 아닐 터.”

 

 로한이 정중하게 무게를 실어 말했다.

 

 “네. 저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은 힘들기에 쉐도우를 하는 것이지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말 위험하다면 100미터 밖에서라도 저 아이의 목에 칼이 닿기 1초 전이라면 전 막을 수 있으니까요. 미스터 큐께는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무례했다면 용서하세요. 이 번 임무동안에는 계속 론을 지켜봐야 될 것 같으니 이 이상의 소란은 마스터께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 테니까요..그럼..”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니 말이다. 게다가 다른 이라면 몰라도 칸이 말하니 믿기 힘든 말도 허세가 아닌 진짜처럼 느껴졌다. 이내 칸이 떠나고 잠든 론과 일행만이 다시 남게 되었다.

 

 “젠장? 뭐 100미터가 어째? 지가 신이라도 된다는 거야??”

 “그와는 다투지 않는 편이 좋아.”

 

 분함을 삭히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큐의 말에 로한은 그를 다독였다.

 

 “쳇..”

 

 큐는 어떤 말이라도 더 하고 싶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주먹을 꽉 쥐어 보았다.

 

 ‘아무리.. 마나를 쓰지 않은 일격이었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권격이라면 자신 있었다. 오우거라도 맨주먹 몇 발이면 턱을 박살낼 수 있었다. 그런데 기습에 가까운 자신의 주먹을 맞고도 신음 한 번 안내는 자가 있다는 사실은 믿고 싶지 않았다. 평생 쌓아온 자신의 권이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로한은 이미 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눈치 채고 있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주저리주저리 지껄여 봤자 큐의 자존심이 무너진 것에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론의 상태는 어때?”

 

 큐를 바라보던 로한이 마리아에게 물었다. 론의 상태를 체크하던 마리아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괜찮아요. 치유안을 사용하긴 했지만 혹시나 해서 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그냥 잠든 것뿐이에요. 치유안으로 탈진이랑 작은 상처들까지도 완전히 치료했으니 깨어나기만 하면 되요.”

 “고맙군..”

 

 로한의 말에 마리아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매번 퀘스트마다 전 공격조에 도움이 못되어서 죄송한 걸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후방 작업뿐이니..”

 “무슨 얘기야! 네가 있어서 내가 마음대로 날 뛸 수 있는 건데.”

 

 어느새 미스터 큐가 마리아의 옆에 다가와서 웃으며 말했다.

 

 “괜찮나?”

 “쳇. 괜찮겠냐? 일생의 주먹이 꿀밤 취급을 당했는데.. 뭐 어떠냐? 내가 놈이랑 붙을 것도 아니고 같은 동료인데.”

 

 큐의 말에 로한과 마리아가 웃어 보였다. 어찌 보면 속없어 보일지도 몰랐지만 저런 큐의 모습이 그를 좋아하게 만드는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음...”

 

 칸이 복면을 벗자 그의 왼쪽 뺨이 심하게 부어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품에서 약초를 꺼내어 대강 치료를 마친 뒤 다시 복면을 썼다. 온갖 퀘스트들로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그였지만 실로 그의 몸에 상처를 입은 것은 근 1년 만이었다. 그 순간에도 칸은 멀리서 왁자지껄한 론의 일행을 바라보며 한 순간도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야말로 철인경지의 임무수행력이었다.

 

 

 “잘하고 있으려나? 칸이야...워낙 임무에 충실한 놈이니 론에게서 죽어도 눈을 뗄 일은 없을 거고..큐가 혹시 또 사고치는 건 아니겠지...그 때문에 로한을 붙인 거긴 한데...쩝..”

 

 이래저래 어린 아이 물가 내놓은 심정으로 걱정이 되는 아벨이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허울 좋은 여유였다. 그의 책상 앞에는 처리해야할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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