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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메시스 (NEMESI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0

"슬프다 이 성이여
본래는 거민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히 앉았는고
본래는 열국 중에 크던 자가
이제는 과부 같고
본래는 열방 중에 여왕 되었던 자가
이제는 조공드리는 자가 되었도다.

밤새도록 애곡하니 눈물이 뺨에 흐름이여
사랑하던 자 중에
위로하는 자가 없고
친구도 다 배반(背叛)하여
원수(怨讐)가 되었도다."

예레미야애가 Lamentations
1:1-2

 
네메시스(NEMESIS) 20
작성일 : 17-07-31 21:26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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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HWAN)〕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숨소리초자 들리지 않는다. 수백, 수천 개의 눈동자가 저마다의 감정이 어려 얼룩진 시선으로 화면 안의 그녀를 지켜본다. 그녀는 머리카락 한 올 조차 보이지 않게 검고 두꺼운 실크 부르카를 뒤집어 써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게 한다.

 

  커다란 회장 안을 가득 채운, 검은 로프를 뒤집어 쓴 우리의 무리들은 그녀가 서있곤 하던 단상 위에 드넓게 펼쳐진 신기루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화폭 같은 그 신기루는 우리의 도미나가 회담의 약속 장소로 걸어가는 길목을 비춘다. 지금까지 그들을 이끌었던 그녀는 제 무리들을 위해서, 잠깐이나마 의미 없는 평화를 위해 혼자 위험한 저 곳으로 보내졌다. 그 가운데에 그녀의 무리들은 가장 안전한 곳에 모두 모여서, 숨어서, 일말의 눈물 한 방울도 없이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가 저희들과 공언한 대로, 또 저 하얀 무리들이 제안한 조건을 충실하게 이행하려 하는 지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저들에게 뭐라 나무랄 자격이 있겠냐만, 나도, 내 곁의 루갈도, 이들과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나는 차마 루갈을 마주볼 염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간신히 그녀가 보일 정도의 각도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을 뿐이다. 루갈은 다른 한 편으로 대단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저의 존경하고 동경하는 이를 바로 저 그림 너머로 혼자, 아무도 없이 적 진영의 심장 한 가운데로 걸어가게 했다.

 

  오늘로서 이 무리들 중, 우리의 일원들 중 아름다운 그녀를 볼 수 있는 날은 영원토록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 곁을 지킨다. 에리얼이 그에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나는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상상한다.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 물질로 나의 심장을 겹겹이 보호함을 눈꺼풀 뒤로 그린다. 나는 뻔뻔해져야 한다. 나를 나무라며 손가락질 마라. 나는 그녀처럼 강한 사람이 아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난 견딜 수 없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미안함에, 그녀를 향한 죄악에 부끄러워 몸조차 가눌 수가 없나니. 일단 나부터, 나부터 살고 진정해 보자. 나는 크게 숨을 들이 내쉰다.

 

  신기루 속 그녀가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그러나 돌아본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그 어느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이름 모를 풀들 만이 바람에 나부낀다. 톨로이가 있는 방향이다. 그녀는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돌아보았다. 외로워 보였다.

 

  행여 에덴으로 향할 때에 불길한 사고에라도 휘말릴까 아무도 그녀와 동행하려고 자처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딱 한 명은 있었다. 루갈이다. 그러나 에리얼이 오히려 그를 거부했다. 더 이상 도미나의 아도니스가 아니게 될 나를 곁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닿을 수 없이 높게만 느껴졌던 그녀의 마지막은 이렇게 그 누구의 배웅도 없이 쓸쓸하게 퇴장한다. 나 때문이다. 아니, 애초부터 날 끌어들인 그녀가 잘못 한 것이다. 내가 나쁜 게 아니다! 그저 그 날의 나를 내버려두었더라면. 넌 이런 최후를 맞이할 일도 없었겠지.

 

  팽팽하게 늘어 당겨진 긴장의 실이 행여 끊어지기라도 한 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와서 아니라고, 나는 여기서 이방인이라고 자처하며 이 곳을 달아나기엔 내가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녀가 내 팔목을 끝끝내 쥐고 함께 늪 가운데로 끌어들인 것이다. 원망스럽다. 네가 나를 그렇게 아껴주고, 보호해준다고 해서 내가 고마워할 것 같아? 정작 제 주변관리에나 더 신경 쓰지 그랬어. 날 구해주기 위해 어떤 변명을 늘어놓으면서까지, 내 원망을 한 몸에 받으면서까지 그렇게 날 속이고 속였으면서 왜 정작 네 자신의 신변을 위해선 나에 대해서만큼이나 신경 쓰지 않았던 거야.

 

  아아,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바보 같았다. 이제 와서 다 무슨 소용이람. 그 두 눈을 들어 똑똑히 지켜보아라. 가슴 속 깊이 돌에 새겨 놓는 듯 심장을 쪼개어 그녀의 마지막 장면 장면을 조각하여 영원히 기억하라. 누가 그녀의 등을 떠밀었는지. 네이트도 엔릴도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 아니었던가. 죄책감으로 숨통이 죄어 익사 당하기 전에 나는 감정의 신경선을 잘라내었다. 내가 저지른 부정에 대해 곱씹으며 헤아리지 않는다면, 판단하지 않는다면 가슴 아픈 일은 없다. 강가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처럼 그저 시간의 흐름에 내 몸을 맡기리라.

 

  이윽고 우리의 한 때 보금자리였던 폐허의 잔재를 밟고 넘어서 아무것도 없어 황폐한, 푸른 사막을 건넌다. 지아비를 잃고 믿음 있는 친구와 함께 핍박을 피해 바다로 달아났다던 어느 숨겨진 여왕님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녀가 이윽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멈춰선 곳이 눈에 익는다. 에반이 나를 발견했던 그곳이다.

 

  그녀의 발 밑을 시작점으로 물 한 방울이 튀어 올랐다. 그러곤 물병에서 물이 쏟아지듯 한 아름드리 넓은 강가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눈 앞에 문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어느 남자가 커다란 물병을 이고 물을 쏟아내는 모습의 부조가 조각된 문이었다. 그녀가 발걸음을 떼어 발을 적시자, 반 쯤 호수에 잠긴 문이 열린다. 그녀가 두려운지 잠시 머뭇거린다.

 

 "우리의 도미나께서는 무슨 뜸을 들이는 것이지."

 

  엔릴이 다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곧 동이 틀 것 같은데, 주제에 무섭기라도 하시나 보군. 무책임하기도 하지."

 

  그녀가 문을 향하여 바다와도 같은, 호수 안으로 걸어 나간다. 한 걸음 한 걸음 드리울 때마다 조금씩 그녀의 모습도 소름 끼치도록 파란 물빛에 먹혀버리는 듯 사라진다.

 

  무섭지 않았을까. 행여 숨이 막혀 괴롭지 않을까. 도망가고 싶지 않았을까. 왜 그녀는 이런 일을 당해야만 했을까. 다른 방도는 진실로 없었던 것일까. 진실로, 진실로 그녀는 이것으로 끝인 걸까. 게걸스럽게 그녀의 머리 끝까지 먹어버린 호숫가에서 그녀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고막을 긁은, 오래된 금속 경칩이 삐걱대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저 수평선 너머로 해가 뜬다.

 

 ****

 

 

 "자, 우리 숭고한 그녀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맙시다! 잠시만이라도 얻은 귀한 시간. 일말의 공백이라도 남기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모습이 신기루에서 사라지자 엘릴이 단상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무리들을 향해 선동한다. 맨 앞에 서 있던 장로 중 가장 늙은 노파는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혀끝을 차는 소리가 들렸다. 한 편, 네이트는 한결 같은 무표정이다. 엔릴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 그 속은 지금 기쁨의 환희를 부르짖으며 오랫동안 숨 죽이며 기다려온 그 자신에게 가히 크나큰 칭찬을 하고 있으리라. 루갈이 금방이라도 뛰쳐나가 그의 멱살을 잡을 것 같이 부들거린다. 하얗게 이를 드러낸 맹수 같은 눈가에 눈물이 흐른다. 나는 그런 그의 옷자락을 세게 잡는다. 가만히, 가만히 있자고. 나는 너와 엔투마저 잃는다면...

 

  누가 갑자기 엔릴 앞에 나서며 큰 호통을 쳤다.

 

 "엔릴! 당장 이리로 내려오지 못하겠는가! 아직 선대 도미나의 신변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도미나께서는 돌아오실 걸세!"

 

 "일곱 지파 중 가장 지혜로우신 장로님께서 어찌 그런 답답한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우리 가슴을 터 놓고 솔직해 보죠.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만약 저들의 수장이 그 어느 것 하나 걸치지 않고 우리의 톨로이로 혼자 걸어 들어온다면, 우리가 그를 맞이하여 영접의 연회를 벌이기라도 한답니까?"

 

 "저런, 불경스러운! 이건 반역일세! 도미나께서 그녀의 후계조차 정하시지 않으셨다는 걸 잊지 말게나! 그녀가 에덴으로 떠나신 후 우린 아직 아스타르테도 찾아내지 못했네."

 

 "우리의 도미나는 우리의 손으로 추대합시다! 나는 네이트님을 우리의 새로운 도미나로 추대하길 원합니다!"

 

  그가 비어 있는 그녀의 왕좌 위 가지런하게 놓인 도미나의 성구가 들어있는 낡은 금속 상자를 열어 재졌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심각히 굳어졌다. 붉은 벨벳으로 장식된 상자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 그녀는 그녀의 보물들을 적진으로 가져가지 않았을 텐데.

 

  그 때였다.

 

  큰 굉음을 울리며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터져 나왔다. 모두가 일제히 한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 믿을 수가 없다.

 

 "저, 배신자를 처단하라."

 

  에리얼이었다.

  그녀가 그를 향하여 손을 뻗자 그녀의 어깨 위에 있던 아스타르테가 날아가 엔릴의 목을 물어 뜯는다. 일체 내부가 술렁인다. 아니, 그녀가? 분명! 뭐지? 저 신기루는 다 거짓이었던가. 허상이었던 건가?

 

 "엔릴! 그는 내게 반역을 꾀하고 이곳의 톨로이를 노출시켜 위험에 노출시킨 장본인이다. 나는 그를 내일 아침 본보기를 나무에 매달아 그 목을 매 처형할 것이다. 유다와 같은 이의 목을 취해 약속한 대로 내 6지파의 장로에게 선물로 주리라."

 

 "이럴 수 없어!"

 

  그녀의 뒤에 주둔하던 그녀의 군대가 대열을 맞춰 엔릴에게 날붙이를 들이댄다.

 

 "그렇다면, 지금 에덴으로 향했던 이는 누구..."

 

  그가 지금까지 볼 수 없이 크게 눈을 찢는다. 벌린 입은 다물 줄을 몰랐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누가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 나도 그와 같이 감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엔투!"

 

  그의 절규가 회장 안을 찌른다. 그가 군사들에게 끌려 가며 발악을 하며 몸부림을 쳤다. 에리얼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이 잔인한 마녀야! 내 동생을 네가 어떻게 감히! 난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 이 빚은 내 죽어 썩지 않은 송장이 되어서 까지도 네게 되갚으리라."

 

 "소란스럽구나. 그의 혀를 잘라 버려라."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비명소리에 나는 몸을 움츠렸다.

  그녀가 로프를 펄럭이며 그녀의 권좌 앞으로 나아가 섰다. 그녀의 홀을 크게 휘두르며 그녀의 무리들에게 고한다. 가슴이 벅차 오르며 심장이 진정할 줄을 모르고 세차게 뛰어오른다.

 

 "우리는 다시 그 어떤 외압으로부터 억누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말 한 마디에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하게 따라 받들지도 않을 것이다. 오늘 새벽으로써 우리는, 우리로서 그 존재의 당당함을, 정당성을 온 열반에 알리리라. 마지막까지 적에 대항하다 명예롭게 사라지라. 이제 그 어떤 누구도, 설사 우리를 창조하신 신이실지라도 우리를 강제된 색으로 물들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난 비로소 에덴으로 향하는 봉인된 입구를 찾아내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드높이 고개를 들고 너의 날붙이를 받들어라. 나를 목자와 같이 따르라."

 

  나는 사람들의 우게와도 같은 함성 사이에 파묻혀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저 이상 도미나란 역에 어울리는 이가 있을까. 이윽고 그녀가 말한다. 파란의 시작을 고하는 종소리였다.

 

 "자, 진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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