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안의 론
작가 : 무제랑
작품등록일 : 2017.7.31

신안을 가진 자 세상을 바꾸리라.

 
2화. 집을 떠나다(2)
작성일 : 17-07-31 21:24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953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화. 집을 떠나다(2)

 

 

 

 “아저씨까지도 다 알고 계셨군요.”

 

 

 

 론의 말에 랙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론의 검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제법 좋은 검이군. 자네 선친께서 기사 생활을 하셨다고 하더니... 시골에서는 제법 보기 힘든 검을 가지고 계셨었군.”

 

 

 

 렉터 아저씨의 말에 론은 온몸에 번개가 관통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론은 다리에 힘이 풀리려는 것을 겨우겨우 버틸 수 있었다.

 

 

 기사라니.

 

 

 그것은 그야말로 때에 따라서는 다른 귀족들과는 차별 될 만큼 또 하나의 강력한 신분이었다.

 

 론은 랙터와 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봤다.

 

 지금 무슨 연극이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일까?

 

 론은 연신 자신의 볼을 꼬집어 봤지만 꿈도 아니었다. 지금 영지에 몬스터가 습격한 와중에 론을 골려먹기 위한 몹쓸 장난을 칠리도 없었다.

 

 

 

 “나는 아버지와 잘 맞질 않았다. 뭐 그 뒤로 이래저래 사정이 생겨 버렸지. 몇 가지 도구만 챙겨서 집을 떠났다. 그리고 정착한 곳이 바로 소라노 영지다. 아무것도 모르는 귀족 꼬맹이... 내 나이 20살 때의 일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만치 않더군. 그래서 농노가 되었지.”

 “맞어. 그때는 철부지였지.”

 

 랙터가 아멜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치듯 말했다.

 

 “그래도 집사람을 만났고 좋은 친구도 얻게 되었지. 난 그래서 31년 전에 집을 나오면서 검을 버렸다.”

 

 

 론이 웃었다. 정말 어이가 없을 때 사람은 웃게 된다. 지금 상황이 딱 그 모양새였다.

 

 

 지금 아버지는 무슨 소설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다들... 긴장하셔서 이상한 소리 하시는 거죠? 우리 소라노 영지의 은빛 기사단이라면 충분히 몬스터들을 처리할 수 있을 테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전 이런 농담 재미없어요!"

 

 

 론이 말하자 랙터는 헛웃음을 켰다.

 

 

 "지금 우리 머리가 저 몬스터 습격 때문에 살짝 맛이라도 갔다고 생각하는 게냐?"

 

 

 랙터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론에게 한 마디 했다. 그러자 론은 여전히 벙찐 얼굴로 부모님과 랙터를 영혼없이 바라봤다.

 

 그런 론의 모습을 보고 있던 론의 아버지 아멜더가 다시 한 번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네 특출 난 눈으로는 농노의 삶을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을 것이다.”

 “아버지!”

 

 론이 외침에도 아버지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너를 낳고 처음으로 난... 집을 나온 것을 후회했다...! 천민의 삶이 힘들어서 후회한 적은 없다만... 너의 재능을 보살펴 줄 수 없다는 이유... 그것은 항상 나를 괴롭혔고 오늘까지도 날 묶고 있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론은 그와 동시에 아버지의 눈가가 살짝 반짝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랙터는 지금 저 동쪽 애밀 협곡을 넘어서 매니노프 영주에게 지원을 요청하러 가라는 소라노 영주님의 명령을 받았다. 너는 랙터를 따라가라....! 그리고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말고 너의 새로운 신분을 찾아서 살아라.... 너의 능력.. 그것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론.”

 

 

 론은 갑작스레 떠나라는 아버지의 말에 웃음도 나지 않았다. 이제는 당황하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었다.

 무엇인가 솟구치려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켰다. 상황을 최대한 정상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론은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지금 이런 긴박한 시점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시는 것일까?

 농담은 아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랙터 아저씨의 모습은 너무나 진지하다 못해 거의 침울해 보일 정도니까.

 

 

 떠나라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내 능력 때문에?

 

 

 론은 연신 머릿속에 차오르는 의문들을 지워내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결국 론의 눈시울은 붉어지고 말았다.

 

 

 론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론은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겨우 그런 이유로 이런 상황에 나 혼자 도망가라고? 가족을 버리라고?

 

 

 

 “차라리... 제가 이 능력으로 영지도 지켜내고 공을 세워 인정받고 살면 되잖아요...! 그러면 우리 다 함께 살 수 있잖아요? 네?”

 

 

 

 울먹거리던 론이 울부짖듯 말을 이어갔다. 론의 어머니는 어느새 소리 없이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론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랙터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

 

 

 

 “아니. 그래선 안 된다. 론...너도 알다시피 우리 신분으로는.... 힘을 가져봤자 죽임만 당할 뿐이다."

 

 

 

 눈물을 흘리던 론이 랙터를 바라봤다. 랙터는 따스한 눈빛으로 론을 다독거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 소라노의 은빛 기사단은 꽤나 강한 부대에 속한다. 내가 사냥꾼을 생업으로 삼고 돌아다닌 영지만도 수 십 군데였지만 은빛 기사단은 단연 손꼽힐만한 기사단이지.”

 “...”

 “그렇기에 소라노 영지는 어떤 몬스터 대군이 쳐들어온다고 하더라도 함락시키는 것은 몇 개월은 더 걸릴 것이다. 론. 그러니 부모님 걱정은...”

 "그런....것 상관없어요...전 부모님을 떠나기 싫어요...아니요! 못해요!!!!"

 

 

 론이 랙터의 말을 끊으며 화를 냈다. 평소 온화하고 장난기 많던 론에게서 처음으로 보는 모습이었다.

 거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론의 부모님의 마음뿐만이 아니라 랙터도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소라노 영지는 별 피해 없이 며칠은 버틸 수 있을 것이고 지원이 오면 그걸로 깨끗이 정리가 된다... 론...! 만약 네가 나선다면 문제는 그 다음이다. 네 선천적인 능력을 쓰면 너도 알다시피 이 전투가 끝나는 대로 너의 가족은 몰살을 당하게 될 거야...”

 

 

 

 랙터의 말에 론의 눈이 커다랗게 변하며 눈물이 자연스레 멈춰지게 되었다.

 몰살이라는 말에 너무 놀라버린 탓이었다.

 눈물을 그친 론을 보고 랙터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남자라면 눈물도 빨리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랙터는 의자에 앉으며 조용히 한 숨을 쉬었다. 분명 열일곱이라는 나이에 지금의 상황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삶이라는 것은 때대로 나이와 상황과는 상관없이 큰 시련이 들이닥치는 것이고 이겨내는 자만이 살아가는 것이었다. 견디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모든 생물의 삶이었다.

 

 랙터가 굳은 입술이 다시 떼었다.

 

 

 "저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천민들의 힘이다.. 실제로 지배층은 1할에 지나지 않는다. 9할의 사람들이 천민이고... 중인이고 그게 세상이지... 저들이 우리를 지배하는 법은 단순하다... 우리에게 있는 힘은 제거하고 자신들이 가진 힘은 법으로서 정당화 시키는 것이지.”

 “제 힘이... 저들에게 도움이 되었을지라도 저를 죽인다는 말씀이세요??”

 “그래... 그렇지. 정확히 말하면 너를 품은 네 어미와 아비까지도 죽게 되겠지.. 어딜 가나 힘 있는 자들은 없는 자들이 힘을 같길 원하지 않는단다. 특히 너처럼 특별하다면....더욱 더 그렇겠지.”

 

 

 랙터의 목소리가 론의 머릿속에 공허하게 울려 퍼져 나갔다.

 

 

 현실이었다. 현실...

 

 

 하지만 왜 아버지는 꼭 나를 밖으로 내보내시려는 걸까 론은 고민했다. 론은 왼손바닥을 왼쪽 눈으로 가져갔다.

 이 저주스러운 눈. 능력이 지금의 결과를 초래한 것에 론은 신마저 원망스러워 졌다.

 

 

 

 “그러지 말으렴.”

 

 

 

 인자하고 조용하며 따스한..... 어둑한 밤의 대지, 유일하게 비춰오는 별빛과도 같은 목소리가 론의 귓가로 들려왔다.

 

 

 “어머니.”

 “네가 네 능력을 원망하고 슬퍼한다면 널 그렇게 낳은 우리는 평생 죄인으로 살아야만 할 거야. 론아. 난.... 네 어미는 네가 마음껏 살 수 있으면 좋겠구나. 너의 아버지도 자신의 아버지를 떠나온 것처럼.... 너도 그래야 될 때가 온 것뿐이란다.”

 

 

 

 론은 어머니의 말에 또 한 번 눈시울이 붉어지려는 것을 참아내야 했다.

 

 

 

 “시간이 없다. 론. 이제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늦으면 정말로 이 소라노 영지가 어려워 질 수 있다. 아멜더, 제수씨 너무 걱정 마세요. 적어도 제가 매니노프 영지까지는 제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안전하게 바래다줄게요. 그 쪽에도 제가 아는 줄이 있으니 녀석을 잘 맞이해 줄 겁니다.”

 

 

 

 론은 결정해야만 했다. 상황이 어찌 된지는 몰라도 자신의 아버지가...그리고 어머니가 울고 계셨으니까.

 

 그리고 론은 떠나기로 했다. 부둥켜안고 밤새도록 울어도 모자랄 작별인사는 짧았다.

 

 론과 랙터의 떠나는 뒷모습을 보던 아멜더는 아주 오래 전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이 아버지를 떠나오던 그 모습이.

 

 

 “쳇. 이제 와서.”

 

 아멜더가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참으려 탄식했다.

 제인은 아멜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당신 우는 거예요?"

 "울긴 누가 운다고 그래? 이 사람아."

 

 

 아멜더는 론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검을 꺼냈다. 그리고 제인에게 말했다. 그 검에는 론에게 준 것과는 달리 검신에 어떤 문자가 정성스럽게 새겨져 있었다.

 

 

 -로스턴.

 

 

 

 “제인. 오랜만에 론 아멜더...아니 론 아멜더 로스턴으로 돌아가 볼까하는데.. 괜찮겠소..?”

 

 

 

 제인은 아멜더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론의 아버지로서, 또 자신의 남편으로서 서있던 지금의 이 남자는...

 결코 영지의 위기를 눈으로만 지켜 볼 사람은 아니었다.

 

 거기에다가 로스턴이란 이름을 꺼낸 데에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론을 위해서 중대한 결정을 내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로스턴의 이름이라면 조금이라도 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적어도 아멜더는 오늘로써 농노로서 사는 마지막 삶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전 당신이 가끔씩 몰래 검술연습 하시는 것 알고 있었어요. 당신은 30년이나 농사를 짓고 살아왔지만 검사의 피는 속일 수 없는 거예요.”

 “음. 알고 있었어?”

 

 

 아멜더가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그러자 제인은 곱게 웃어 보였다.

 

 

 “검사로서 아멜더는 내가 본 당신의 모습 중 제일 멋있던 걸요.”

 

 

 론과 랙터는 재빨리 지하통로를 통해 영지를 벗어나고 있었다. 평소는 사용하지 않는 비상통로였다.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은 영지내에서도 은빛 기사단 수내부 정도가 전부인 비밀통로였다.

 

 

 “근데 아저씨... 왜 지금 떠나야 되는지 왜 그런 결정들을 내리셨는지 이해가 되질 않아요...”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론이 물었다. 론은 지금도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뒤로 10분만 뛰어가면 다시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 론을 보고 있던 랙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아니면 너를 빼낼 수 없기 때문이지. 그 결정의 이유는 너도 잘 알 테고..."

 

 

 

 랙터의 말에 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멜버른 왕국의 하층민 관리제도는 엄격하리만큼 집요한 구석이 있었다.

 모든 노예와 농노들의 생활을 특별 관리하는 곳이 영지마다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그곳에서는 아주 정확하게 그들의 수와 인력을 계산하고 관리했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이 갑작스러운 천지지변이 있지 않는 이상 농노나 노예가 영지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론은 다시 발을 억지로 옮겼다. 적어도 랙터를 따라가는 일이 맞는 것이라고 머리로는 이해했다.

 아직 확신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자신의 능력은 점점 그 힘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발각이 되면 그야말로 능지처참을 당할 것이라 생각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결국 나도 내가 죽는 것이 두려운 건가...'

 

 

 

 론은 속으로 생각하며 어이없음에 웃음이 났다.

 좀 전까지는 부모님의 곁을 떠나느니 어쩌니 절규하던 참이었는데 지금은 자신이 사지가 찢겨 죽는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 모양새가 우스웠던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어요... 아저씨.."

 

 

 론의 물음에 랙터는 말을 하지 않고 오직 앞을 향해서 달렸다. 그런 랙터의 뒷모습에 대고 론은 물었다.

 

 

 "왜 영주께서는 아저씨를 사자로 선택하셨어요?"

 

 

 론이 민첩하게 달리고 있는 랙터의 꽁무니를 뒤처지지 않게 따라가며 물었다.

 

 “이런 일들이 벌어 질 때를 대비해서 지원을 요청할 사자들은 미리 뽑아둔단다.”

 

 

 론은 그 말을 듣고서도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노예와 같은 완전한 천민은 아니었지만 자신 같은 중인 중에서도 가장 하급이 사냥꾼이나 백정이었다. 그렇기에 사냥꾼이라는 직함은 어디에 나설 정도로 훌륭한 것이 못되었다.

 

 사냥꾼인 랙터 역시 중인이었지만 거의 반천민. 밑바닥 계급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런 사자와 같은 중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마도 너는 잘 이해할 수 없겠지. 처음에 소라노 영지는 지금처럼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영주민도 지금의 3분의 1 그 정도 수준이었지. 당시부터 하위계급인 난 꽤나 유명한 사냥꾼이었다. 영주님께서는 그런 점을 높이 사셨고 이따금 비밀리에 발 빠르게 처리해야 되는 일들을 시키고는 하셨지.”

 “영주님과..친분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론의 말에 랙터가 달리던 도중 살짝 고개를 돌리며 찡긋거리는 표정을 보였다. 천한 신분인 사냥꾼에게 영주가 어떤 임무를 맡긴다는 것은 태어나서 들어본 적도 없는 이야기였다.

 

 

 

 “영주님은 그런 분이시다. 주위 귀족들과 기사들이 있어 내색은 안하시지만... 나름 마음이 열려있는 분이시지.”

 

 

 

 그렇게 말하던 찰나 지하 통로의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오자 론의 시야로 몇 백 미터 떨어진 위치에 있는 견고한 소라노 성이 보였다.

 

 소라노 성의 입구에는 그야말로 장대하고 두려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굳게 닫힌 성문으로 트롤이나 오크, 고블린과 같은 하위 몬스터들이 몸을 그대로 들이 박거나 무기를 휘두르며 성문으로 돌진하는 모습들, 울부짖는 모습들이 한눈에 보였다.

 

 

 

 “가자꾸나. 더 봐야 소용없다. 우리가 매니노프에 도착하여 지원 병력을 끌고 오는 것이 정말로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랙터의 말은 단호했다. 론도 이를 악물고 다시 동쪽 애밀 협곡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발 무사히만...’

 

 

 

 론과 랙터는 그 말을 끝으로 침묵으로 일관한 채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 17살의 몸이기는 했지만 제법 근골이 좋았던 론이었다. 몇 십 년 사냥꾼 생활로 달련된 랙터의 뒤를 제법 잘 쫒아갔다.

 

 

 

 “자 이쯤에서 야영을 하자꾸나.”

 

 

 

 랙터의 말에 론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시라도 빨리 매니노프에 도착해서 부모님을 구할 병력을 데려오고 싶었다.

 

 

 

 “훗훗. 뭔가 단단히 착각한 모양이구나.”

 

 

 

 랙터의 말에 론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아리송한 얼굴을 했다.

 

 

 

 “너나 나나 천한 신분일 뿐. 우리가 간다고 해서 매니노프 영주에게 곧장 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적당한 절차가 필요하지. 결국 하루거리면 도착할 거리다. 사람이 곧장 달린다고 하루 종일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적절한 휴식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꼭 부모님을..”

 

 

 

 론의 눈에 다시금 눈물이 맺혔다.

 저런 몬스터 소굴에 부모님만 남겨두고 온 론이었다. 그런 자식의 심정이 이토록 참혹할 수 있는 것인지 심장이 찢겨 나가는 것만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부모님과 억지로 생이별한 것이 이토록 아픈 것인지 다시금 심장을 옥죄여 왔다.

 

 

 

 “한 가지 더....! 네가 만약 그런 마음으로 지원 병력이니 뭐니 해서 그들과 함께 다시 돌아 간다거나...! 설령 성이 함락당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돌아갈 생각이라면...”

 

 

 

 랙터가 모닥불을 피우려 하던 찰나에 론의 얼굴을 노려보며 이야기했다.

 

 

 “읍...!”

 

 

 그리고 갑작스레 펼쳐진 랙터의 살기가 론을 압박해 왔다. 그리고 랙터의 손에 쥔 대거에 론은 눈을 땔 수 없었다.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나뭇가지를 손질하고 있던 손바닥만 한 대거였지만 론의 눈에는 마치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처럼 보였다.

 

 

 “아..저씨..?”

 

 

 

 론이 겨우 입을 떼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순간 폭발적으로 다가오던 랙터의 살기가 마술처럼 사라졌다.

 론은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랙터가 말을 이었다.

 

 

 

 

 “잘 들어라. 네가 만약 다시 소라노로 돌아간다면 너는 부모를 배신하게 된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네 능력이 들통 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겠지..! 게다가 넌 이미 도망자의 신분이다. 돌아간다면 분명 중죄인의 처벌이 내려질 것이다. 영주님은 그럴 생각이 없다 쳐도... 영지 내에 있는 기사들이나 귀족들은 너와 네 가족들을 다 죽이고도 남을 놈들이다. 그래도 괜찮겠느냐?”

 

 

 

 랙터의 말에 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저씨의 말이 맞아.’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어릴 적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각과 힘이 론의 몸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행여 소라노 영지 기사들의 검무라도 보고 있으면 모든 동작이 느리고 어린 아이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 정도까지 눈의 힘이 강해지자 분명 언젠가는 들통이 나게 될 것이라는 추측은 론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론은 그런 생각들을 숨기며 랙터에게 대꾸했다.

 

 

 “하지만..제가 이 눈을 비밀로 하면 아무도 모를 것인데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랙터의 손에 들려있던 대거가 론을 향해서 날아왔다.

 그야말로 암기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빠르고 민첩한 랙터의 대거였다. 칼끝이 뱀처럼 움직이며 론의 목을 향해서 빠르게 날아왔다.

 

 

 -슥!

 

 

 그 순간 론의 왼쪽 눈에서 붉은 안광이 잠시 깃들었다. 론은 손쉽게 날아오는 대거의 손잡이를 낚아챘다.

 

 

 

 “!”

 

 

 

 랙터의 눈이 꿈틀거렸다.

 

 

 “방금 내가 대거를 던진 기술은 내 몇 십 년 사냥꾼 경력이 녹아있는 기술이었다. 익스퍼트 나이트(expert night)들도 그 정도의 암기라면 목을 내어줘야 했을 거야.”

 “...!”

 

 “네 눈에 대한 것은 자세히는 모른다. 하지만 네 아버지 아멜더를 통해 들은 것은 있었지. 그래서 너에게 검을 던질 수 있었다. 네 눈이 지금 같은 능력뿐이라면 숨기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아니지 않느냐??”

 

 

 랙터의 말에 론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난 잘은 모른다. 다만 너의 그런 특별한 눈은 앞으로 더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층민에게는 독과 같은 능력이지. 너는 매니노프에서 완전히 탈바꿈된 신분으로 능력을 발휘하며 자유롭게 살아가거라. 그것이 나와 너희 부모님에 대한 보답이다."

 

 

 론은 이를 악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신분으로서는 론의 능력은 독과 다름없다는 말이 아팠다.

 귀족들은 자신이 권위와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족속들이다. 아무리 능력 있고 뛰어난 자라도 하층민이라면 다 죽여 버렸다. 지금의 론이라면 그들에게 개죽음을 당하더라도 이상할 바가 없었다.

 

 랙터는 오래전 어떤 일을 론에게 들려 주었다.

 

 10여 년 전 소라노 영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알티도라는 마을의 일이 있었다. 그곳은 영지도 아니었고 국가에서 인정하는 마을도 아니었다. 그저 영지에 속하지 못하고 떠돌던 노예와 같은 천민들만이 모여드는 마을이었다.

 

 일반적으로 하층민들이 서러운 차별을 받아도 쉽사리 영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주 단순했다.

 위험. 그야말로 영지 밖의 위험 때문이었다. 기사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곳은 몬스터들의 세상이었다. 게다가 영지 밖 곳곳에는 산적이나 암흑길드 같은 범죄자들도 판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알티도 마을은 그런 상황에서도 꽤나 경제력 있는 마을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 이유가 그 마을의 촌장으로 추대된 어떤 인물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선천적으로 천민의 피를 가진 자였지만 자연스레 마법과 검술을 쓸 수 있는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랬기에 그도 론과 비슷한 이유로 영지를 도망쳐나와서 그런 공동체 부락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결말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결국 귀족들과 기사들은 알티도 마을이 더 이상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다가 신분체계가 무너지고 어떤 세력으로 성장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던 차에 결국 왕국에서 토벌명령이 내려지게 되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생존자는 0명.

 기사단과 마법사들의 공격은 처참할 정도로 마을을 쓸고 지나갔다. 마을은 어린 아이 하나 남지 않고 초토화 되는 희대의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7 31화. 추격자들. 2017 / 7 / 31 247 0 3254   
26 29.30 감춰진 눈 2017 / 7 / 31 266 0 7975   
25 27.28 이유 2017 / 7 / 31 255 0 7536   
24 25.26 대장장이 갈 피드릭 2017 / 7 / 31 249 0 8533   
23 24화. 갈 피드릭의 회상(2) 2017 / 7 / 31 248 0 3412   
22 23화. 갈 피드릭의 회상 2017 / 7 / 31 243 0 6126   
21 21.22 대장장이 노인 2017 / 7 / 31 253 0 6317   
20 20화. 퓨론 마을(2) 2017 / 7 / 31 272 0 3530   
19 19화. 퓨론 마을 2017 / 7 / 31 260 0 5437   
18 18화. 마리아의 과거 2017 / 7 / 31 261 0 5094   
17 17화. 마리아 드 카미스트 2017 / 7 / 31 249 0 4704   
16 16화. 야화(夜話 밤 중 이야기) 2017 / 7 / 31 228 0 5057   
15 15화. 고블린 전투 2017 / 7 / 31 230 0 7744   
14 14화. 쉐도우 2017 / 7 / 31 246 0 5512   
13 13화. 빌 마운틴(2) 2017 / 7 / 31 235 0 5318   
12 12화. 빌 마운틴 2017 / 7 / 31 255 0 7154   
11 11화. 퀘스트(3) 2017 / 7 / 31 273 0 4283   
10 10화. 퀘스트(2) 2017 / 7 / 31 254 0 4131   
9 9화. 퀘스트 2017 / 7 / 31 241 0 5698   
8 8화. 소라노 영지 회의 2017 / 7 / 31 259 0 4659   
7 7화. 에오스(Eos) 2017 / 7 / 31 253 0 6348   
6 6화. 길드 시험. 2017 / 7 / 31 247 0 8792   
5 5화. 소라노 영지 전투(2) 2017 / 7 / 31 240 0 3060   
4 4화. 소라노 영지의 전투. 2017 / 7 / 31 252 0 4497   
3 3화. 애밀 협곡에서. 2017 / 7 / 31 272 0 6909   
2 2화. 집을 떠나다(2) 2017 / 7 / 31 252 0 9536   
1 1화. 집을 떠나다. 2017 / 7 / 31 435 0 591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반가 클라이머
무제랑
뇌제라 불리는
무제랑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