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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Catch me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823년. 연쇄살인마 사이킬의 5번째 피해자의 최초발견자가 된 프리멜라 핑거우드의 돌아오지 않을 계절에 대하여.

 
4월의 이방인들(13)
작성일 : 17-07-31 21:15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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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테람의 땅을 밟았을 땐 축축했던 옷은 말라있었다. 사과의 말을 전하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대충 흘려들으면서 프리멜라는 에들리를 응시했다. 그의 시선도 뒤늦게 그녀에게 닿았다. 뜻밖의 상황에 대한 보상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갔다. 프리멜라는 네, 네, 답하면서도 힐끗 그를 바라보았다.

 

 환한 햇살 아래에 선 그의 머리칼이 태양처럼 반짝였다. 감정이 순식간에 변화한 다는 것은 제법 우스웠다. 점점이 스며든 빗방울이 옷을 적시듯 잠잠했던 파도에 삼켜지듯 무엇 하나 서둘러 일어난 것은 없었다. 그저 그녀 자신이 발끝을 뒤쫓아 오는 그 속도를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제는 안녕이에요.”

 

 그가 남긴 끝은 담백했고. “잘 가요.” 제 입을 벗어난 발음은 어색했다.

 

 프리멜라는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맨발을 발견한 유람선 운영 관계자 직원이 차를 태워주었기에 도착하는 건 금방이었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던 골드슈에 A빌라는 여전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하루 사라졌지만 흘러가는 것엔 변함이 없었다. 하기야, 제인 에일런의 죽음에도 변하는 건 없었다.

 

 지어진 지 조금 오래되었지만 도색은 최근에 해서 그런지 해변 가까이의 빌라는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빌라 앞 주차장에는 낡은 지프차 한 대가 주차되어있었다. 딱 한 번 본 적이 있던 빌라 주인의 차였다. 그가 돌아온 모양이었다.

 

 여행을 좋아해 전 세계 여기저기를 누빈다는 그는 틀림없이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에 머리가 아플 것이다. 사람이 죽은 집이니, 값이 내려가는 건 어쩔 수가 없을 테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외적으로 자살인 편이 그나마 나을 지도 모른다.

 

 프리멜라는 정문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해변을 향해 걸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다. 맨발에 바싹 마른 모래알이 닿아 발가락 사이를 간질였다. 이곳엔 비가 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프리멜라는 파도치는 물가로 다가가 진하게 물기가 어린 땅을 밟았다.

 

 다가와서 모래를 휩쓸어가고 다시 다가오고. 파도에 발을 담근 채로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니 희미하게 테르엘라 섬의 윤곽이 보였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렸다. 그녀는 가만히 어제의 폭우가 쏟아져 내리던 섬을 응시했다.

 

 처음으로. 이 도시의 광경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맨발로 빌라에 걸어 들어갔을 때 마주친 사람은 앞집 남자, 유진이었다. 계단에서 막 내려오던 그는 프리멜라를 발견하곤 잠깐 굳더니 재빨리 계단을 내려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뭐야?”

 

 커지는 동공과 이리저리 자신을 확인하는 그의 모습에서 잠시 당황했던 프리멜라는 제 꼴을 내려다보곤 입을 다물었다. 바다에 휩쓸리고 빗물에 젖은 채로 밤을 지새웠으니 어디서 구르다 온 사람 같았다.

 

 “대체 뭘 하고 다녔길래….”

 “바다에 좀 들어갔어요.”

 

 담담한 대답에 그는 말문이 막힌 듯 가만히 있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어깨를 잡고 있던 두 손을 놓은 그는 잠깐 푸른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자신이 한 접촉에 뒤늦게 놀란 모양이었다. 불편한 침묵에 프리멜라가 입을 열었다.

 

 “이런 날에도 출근하시네요.”

 

 4월 25일. 내일 있을 해방의 날의 전야제를 하는 날로 국가공휴일이었다. “뭐. 그렇지.” 유진이 한 박자 늦게 답했다. 프리멜라는 올라가는 계단을 막아선 그를 바라보며 눈썹을 휘었다.

 

 “길을 막고 계시거든요, 지금.”

 “알아.”

 “쓸데없이 당당하네요.”

 “그 때 일을 다시 사과하고 싶었는데.”

 “그 쪽이 할 일은 아니죠.”

 “그... 서류 가져다 준 일도 고맙고.”

 “아, 네.”

 “나랑 저녁식사 한 번 해.”

 

 할래? 도 아니고 ‘해’였다. 프리멜라는 눈을 깜박이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눈을 깜박일 때마다 어디선가 모래알이 투둑투둑 떨어져내렸다. 머리칼이었는지 옷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녀에게서 떨어진 것은 분명했다. 곱게 찌푸려지는 유진의 미간에 프리멜라는 딴청을 피우면서 건성으로 답했다.

 

 “...다음에요.”

 “오늘.”

 

 별로 같이 식사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의 주장은 확고했다. 프리멜라는 피곤했다. 곧바로 올라가 샤워를 하고 침대에서 기절하고픈 심정이었다. 결국 그녀에게서 긍정의 대답이 돌아오고서야 그는 길을 터주었다.

 

 꿍얼꿍얼 멀어지는 뒷모습에 욕설을 중얼거리면서 계단을 오르던 프리멜라는 휴, 하고 숨을 내뱉었다. 따지고 보면 그에겐 그리 화가 난 게 아니었다. 화풀이가 심했던 점도 없지 않아 있었고. 순식간에 인정한 프리멜라는 하루를 비운 집 문을 열었다.

 

 죽을 고비를 넘겨서 그런가. 복잡했던 머릿속이 씻겨나간 기분이었다.

 

 눈을 떴을 땐 이미 햇빛이 사라져가는 초저녁이었다. 바다 속에 한없이 잠겨 허우적거리는 꿈을 꾼 터라 숨에서 색색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목을 움켜잡고 웅크려 숨을 뱉어내던 프리멜라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침대에서 내려서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침대귀퉁이에 머리를 대고 토할 듯이 헐떡였다. 휩쓸렸다. 바닷물이 코로 들어와 폐에 들어차는 감각이 선명해서 주먹을 쥐고 가슴을 몇 번이고 쳤다. 꿈은 지독했다. 잠깐 가라앉혀 둔 소름끼치는 환상과 어우러져 돌아왔다.

 

 꿈속에서 프리멜라는 휩쓸리는 파도 속에서 눈을 떴고 심해에 자라난 수많은 인간의 팔을 발견했다. 심해의 바닥에서 뿌리를 틀고 자라난 팔꿈치부터 이어지는 것은 인간의 손처럼 다섯 가닥으로 나뉘어져 손가락을 이루고 부서진 손톱을 달고 있었다.

 

 그 수많은 손가락 중 하나가 까닥, 움직였다. 이리 와. 소름이 타고 올랐다. 싫어. 입에서 공기가 빠져나가고 팔을 뻗어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질렀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파도에 몸이 가라앉았다가 한 번 다시 떠올랐을 때 그의 얼굴이 보였다.

 

 에들리. 에들리. 얕은 물에 선 그의 머리칼이 흔들렸다. 프리멜라는 그에게 손을 뻗었다. 도와줘요. 도와줘요, 에들리. 마주치는 텅 빈 눈동자는 샛노란 색이었다.

 

 ‘이제는 안녕이에요.’

 

 마지막 그의 말과 함께 눈을 번쩍 떴다. 침대 가장자리를 붙잡고 겨우 몸을 일으킨 프리멜라는 비척비척 걸어 화장실에서 찬 물로 한 번 세수를 했다. 거울 속 창백한 여자는 입술을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또 제자리였다. 천천히 숨을 내쉬며 거실로 향하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창밖을 바라보니 해변에 야외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해방의 날 전야제였다. 통기타를 든 남자 가수의 모습이 전광판을 통해 크게 보였다.

 

 묵직한 노랫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는 저녁에 어울렸다.

 

 ㅡ우리는 함께 이 길 위에 올라섰어요. ‘새로운 삶이 열릴 거야’ 난 그 입술에 숨을 불어넣고. 그대 내 손을 잡았죠.

 

 느린 음악소리에 마음이 점점 진정되어갔다. 프리멜라는 창 앞에 선 채로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ㅡ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내 세상에 그대 손이 닿았을 때, 송곳 같던 비난은 녹아내려 봄을 준비하고 희미한 바람이 불어요. 함께 가요, 저 위로. 올라가요, 저 위로.

 

 잠깐의 감상에 젖어 있는 데 벨소리와 함께 누군가 문을 쿵쿵 두드렸다.

 

 ㅡ내 손을 놓지 말아요, 그대. 함께 가요, 저 위로. 올라가요, 저 위로.

 

 나야. 문밖에서 전해지는 목소리에 안심한 프리멜라가 문을 살짝 열었다. “무슨 일이에요?” 유진이었다. 조그만 틈새로 시선을 마주한 그는 프리멜라의 얼굴에서 발끝까지 시선을 쭉 내리더니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오늘이라니까”

 “아….”

 “저녁.”

 

 완전 편한 차림새인 프리멜라에 유진이 눈썹을 까딱거렸다.

 

 ㅡ마침내 그대가 말하네요.

 

 “지금까지 잤거든요.”

 “하.”

 “준비 지금 할게요. 저 완전 빠른데.”

 

 ㅡ‘빛이 보여’

 

 한 곡이 끝났는지 와아, 함성이 울렸다. 뭐라 더 말하려던 유진은 그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 혹시, 조금 차려입어야 할 자리인가요?”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려던 프리멜라가 고개만 내밀어 현관에 선 유진을 다시 바라보곤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내렸다.

 

 “그건 아닌 것 같네요.”

 

 프리멜라는 유진이 자신을 놀리나 싶었다. 솔직히 에들리와 함께 갔던 레스토랑은 전부 나름대로 이름 있는 고급스러운 곳이었기 때문에 그가 오래된 음식점 앞에 내렸을 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동료들이랑 자주 오는 곳이야.”

 

 그녀의 뚱한 눈길에도 개의치 않은 그의 말이 사실이긴 한지 내부에 들어서자 오픈된 주방에 있던 조리사가 아는 체를 했다. 그는 이곳이 한국음식 전문점이라고 했다.

 

 “천 년 전쯤에 존재했던 국가를 말하는 거군요.”

 

 핵전쟁이 발발하고 지하생활이 시작되면서 일반적으로 존재하던 국가의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하 세계에서는 모두가 하나의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실제로 그랬다. 지하벙커를 설계한 이들이 중심을 틀어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방의 날이 오고 지상인과의 전쟁을 거치고 또다시 시간이 흘러 여러 국가가 생겨났지만 천 년도 전인 과거의 몇몇 문화는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팔짱을 끼고는 유진이 주문하는 모양새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그녀였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땐 제법 얼굴이 풀려있었다. 별 다른 대화가 오고간 자리는 아니었다. 유진은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고 프리멜라도 퍽 살갑게 구는 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대화는 끊어질듯 말듯 진행은 되었다.

 

 “그래도 정말 제 사생활 침해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나도 그래.”

 “범인은 잡혔나요?”

 “아직은….”

 “그쪽 서에 폴 햄튼의 사람들은 돌아갔나요?”

 “그저께.”

 

 시간은 금세 지나 주위는 컴컴하게 변해버렸고 그 속의 도심은 네온사인 불빛으로 반짝였다. 전야제 축제의 분위기로 평소보다 많은 노점상들이 즐비해있었고 광장 중앙에서는 연극이 진행되고 있었다. 연극배우가 웃긴 말이라도 했는지 와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형형색색 풍선을 파는 피에로가 뒤뚱뒤뚱 움직이며 아이들을 몰고 다녔고 그녀 또래의 여자들이 가판대 위에 놓인 액세서리를 구경하다 값을 지불했다. 하늘에는 폭죽이 터졌다. 하던 행동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 본 이들이 행복함에 젖은 얼굴로 미소를 짓는 광경은 따뜻하고 평온해보였다.

 

 여기가 테람 시임에도. 프리멜라는 그냥 씩 웃었다. 가게 유리창에 비치는 그 모습이 조금 어색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지나고 나면 전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나도 저렇게 편한 얼굴로 웃지 않을까.

 

 “생각보다 축제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에들리. 고개를 돌리며 그에게 답을 구하려했지만 보인 것은 자신과 같은 새까만 머리칼을 가진 남자였다. 장신의 사내는 새파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그녀는 화들짝 놀랐지만 침착한 체 했다.

 

 에들리 데마논은 떠났다. 습관처럼 그 이름을 부를 뻔 했다. 테람 시의 이곳저곳을 그와 함께했고 무언 가를 감상하거나 즐겨본 것도 오직 그와 했던 일 뿐이었다. 그가 제 옆에 존재했던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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