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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메시스 (NEMESI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0

"슬프다 이 성이여
본래는 거민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히 앉았는고
본래는 열국 중에 크던 자가
이제는 과부 같고
본래는 열방 중에 여왕 되었던 자가
이제는 조공드리는 자가 되었도다.

밤새도록 애곡하니 눈물이 뺨에 흐름이여
사랑하던 자 중에
위로하는 자가 없고
친구도 다 배반(背叛)하여
원수(怨讐)가 되었도다."

예레미야애가 Lamentations
1:1-2

 
네메시스(NEMESIS) 17
작성일 : 17-07-31 21:11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4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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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HWAN)〕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왜 진작 알아채지 못했을까.

  지금까지 자각하지 못했던 의문점들이 가슴 속으로 파고들어와 마치 퍼즐처럼, 서로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문양을 이루어낸다.

 

  그녀는 나를 감쪽같이 속였다.

 

  아니, 나야말로 어리석을 정도로 둔했었다. 지금까지의 그녀와 함께했던 순간순간들을 되짚어 본다. 어쩌면 그녀는 속으로 애타게 그가 알아차려주길 바랬었는지도 몰랐다. 아니, 분명 그녀는 보이지 않게 내게 메시지를 던졌었다. 그것도 수도 없이 내가 알아채지 못하길 바라면서도, 조금은 깨달아주길 바라며 내게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에 수수께끼를 던져 내게 보내왔던 것이다. 그러나 바보 같은 나는 그런 것을 알리도 없었고 설사 무언가를 눈치챘었다 하더라도 알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랬을 나를 안다. 그리고 그녀 또한 그럴 나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처음부터 그래왔다. 마치 놀이처럼. 그녀의 문제에 답을 못하는 건 나지만, 정작 상처를 입는 건 그녀의 몫이었다. 한 단계씩, 한 단계씩 여지 없이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놓는 것 같이 나는 그녀를 알지 못하는 것을 확신시켜주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나를 그토록 모질게도 아껴주었던 것이었다.

 

  앞으로 그녀가 사라진다면, 그녀를 사랑하는 몇 안 되는 소수가 나를 보호해주긴 하겠다만 그녀는 진심으로 내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나를 정신적으로 지켜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에 대한 원망 또한 예외는 아니었으리라. 왜냐하면,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유일한 그 때와의 끈이니까.

 

  그녀와의 첫만남이 떠오른다.

 

 '누구야?'

 

  내 한마디에 순간적으로 동공이 커진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녀 또한 짐작은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다른 이도 아닌 나의 입으로 그녀와의 끈을 부정하는 첫마디에 분명 놀랐었으리라. 아주 조금은 슬펐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되려 내가 당당하게 따지고 싶다. 나는 내 잘못이 아니라고, 너도 알지 않느냐고. 그런데 왜 구태여 내가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었었냐고. 너와 다시 만난 그날, 왜 나를 다시 살려내서 스스로 구석까지 몰아갔느냐고 묻고 싶었다. 내게 원래 그런 특별함이 없던거였더라면, 나는 내 분수를 알 만큼은 현명했기에 나한테 그녀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힘의 근원을 희생하면서까지 나를 살려낼 만큼 가치가 없음을 잘 인지하고 있다. 그런 나를 위해 그녀가 희생한 것은, 아니 나를 구해준 것은 그녀의 과오이자 자만, 오만이다. 이기적이었다. 모질지도 못한 것이 이기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그녀와, 그녀의 사랑하는 이들에게 결국은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존재였다. 오히려 암묵적으로나마 그녀에게 대한 반기가 침묵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나로 인해서 표면으로 뚫고 나와 가시화되었다. 그것도 내가 불씨가 되었던 것이다.

 

  나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래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목을 옥죄어왔던 것은 그녀의 타고난 신분적 한계가 아니라, 자질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기껏 길바닥에서 다 죽어가는 개 한 마리를 데려다 키워놨더니 오히려 주인을 물어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나는 무엇을 안심하고 있는 것인가. 그녀와의 재회를 떠올리게 할 만큼이나 차가운 바닥, 간신히 저 높은 창살 사이로 간신히 희미한 달빛줄기가 새어 나오는 이 어두컴컴하고 폐쇄된 감옥에서 나는 걱정할 것이 없다. 비록 그녀마저도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리 없겠지만 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항상 잃어버린 그녀의 연인. 그리고 항상 그런 나를 찾는 것은 나의 여신. 비록 대타라지만, 그러나 그녀의 진짜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진 난 그를 위한 대타라지만 이것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녀가 찾아내고 발견한 나를 특별하게 임명하고 나를 위해 그녀가 그녀의 권능을 일부 물려주었으나 나를 그녀를 향하여 찌르는 창 끝이 되었다.

 

 ‘너 따위가 어떻게 알아?’

 

  귓속에서 그날의 울음소리가 메아리 친다.

 

 ‘난 네가 나처럼 똑같이 버려졌으면 좋겠어. 불행해졌으면 좋겠어. 네가 그 때에도 내게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과연 그 때의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그날의 나를 바라보던 눈빛이 떠올랐다. 모든 것을 마치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듯 한 천진난만하고도 자학적인 웃음. 그때의 그녀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렇다고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지껄이는 대로 들어주었을 뿐이다. 그리고 항상 다른 사람만을 걱정했다.

 

 ‘언젠가 반드시 널 죽여 버릴 거야.’

 

  처음부터 그걸 원했던 것이었다. 목적이 어찌되었든 간에 그것만이 삶의 원동력이 되도록 나를 몰아 부쳤던 것이다. 겁쟁이인 내가 절망에 어쩔 줄 몰라 하니. 비록 내 자의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나는 그녀를 잊어버렸었지만 그녀는 그녀와 내가 가장 행복했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나를 줄곧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 때 우리는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조금 흐른다 한들, 잠시 떨어져 있었다 한들 그녀는 내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던 것 같았다. 그녀의 손아귀에서 마음껏 놀아난 내가 그 증거가 아니겠는가?

 

  문제는 그녀가 아니었다. 어리광은 그녀가 피우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다 망쳐버렸다. 그녀가 무리들로부터 버려진다면 그것은 내 탓이다.

 

  내가 그녀의 능력을 빼앗아 꿈 속에서 본 예언을 폭로해버렸다. 그녀의 자리에 이미 다른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음이었다. 너무도 그녀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그녀의 자리에서 그녀를 대신하여 높은 곳에 군림하는 새로운 우리들의 여왕, 여주인. 하지만 분명 그녀는 아니다. 전혀 다른 사람이었음을 확신한다.

 

  그녀와 같이 짙은 색깔의 머리카락이 아닌 조금은 밝은, 약간은 붉은 색에 가까운 다갈색에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색소 옅은 홍채. 만약 에리얼을 다른 색소에 빠뜨렸다가 건져 올리면 조금은 그녀와 닮아지지 않을까?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만 분명 꿈 속에서 본 그 여인은 에리얼이 늘상 들고 있던 뱀 두 마리가 얽혀 있는 홀을 들고 있었으며 백합모양의 플뢰르 드 리스 목걸이도 당연히 그녀의 것을 취한 다는 듯 거리낌 없었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녀는 정통성 있는 후계자다. 에리얼의 어딘가 모를 천박한 분위기를 비교해보았을 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녀는 도대체 누굴까. 이 성당 안에 모인 무리들 중 한 사람일까? 그녀의 아스타르테가 감고 있던 에리얼의 팔에서 기어 나와 꿈 속에서 본 그녀를 선택한다면 에리얼의 처분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버려지겠지, 당연히. 운이 좋다면. 그러나 지금껏 그녀가 네이트가 물려받았어야 했을 자리를 약탈해갔다고 믿는 그의 친위대로부터 무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이루어 진다면 이 아스타르테의 예언은 언제 이루어진다는 것일까. 그녀는 이제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것일까.

 

  지금 와서야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우스운 말이지만, 이 성안의 가장 높은 곳 사자 두 마리가 얽혀 조각되어 있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때야 말로 가장 그녀답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그녀를 알현하는 자리 자리마다 장식된 붉은 장비 다발.

 

  이윽고 앞을 분간할 수 없는 밀폐된 어둠 속에서 내가 있던 곳으로부터의 익숙한 불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였다. 이번에도 그녀가 나를 찾아내었다, 아무도 찾아 주지 않는 버려진 이 곳에서.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 뒤에서 쏟아지는 빛 때문에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제대로 볼 순 없었지만 언뜻 언뜻 보이는 미소에 가슴이 저릿해진다.

 

 “너는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내가 물었다.

 

 “어떻게 괜찮을 수 있는 거야?”

 

  나는 그녀의 눈을 같은 높이에서 마주보았다. 마주 봐야만 하는 순간이다. 이제서야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와 닿는다. 여느 이들과는 다른, 하지만 사실은 나와 같은 눈. 그녀가 나 이전에, 그리고 선택 받기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감히 짐작해본다. 한 때는 그녀와 내가 같은 선상에서 함께 있던 때를 떠올려 보려 했다. 그러나 그러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기엔 그녀는 이미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멀리 날아가버렸다. 차마 미안하다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미안, 그 날에 너를 지켜주지 못했어.”

 

  그녀가 말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내가 적반하장으로 언성을 높였다.

 

 “루갈의 짓이지?”

 

 “너!”

 

 "네가 이해해. 가끔 나에 대해선 물불을 안 가리는 경우가 가끔 있어. 본성은 착한 아이야. 그런데, 이젠 네가 이런 일에 익숙해지도록 해. 내가 없더라도."

 

  나는 순간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나, 에덴으로 가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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