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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뇌제라 불리는 자
작가 : 무제랑
작품등록일 : 2017.7.31

신안을 가진 자 세상을 바꾸리라.

 
4. 진의 등장
작성일 : 17-07-31 21:04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4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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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진의 등장

 

 

 "어이! 이봐!"

 거구의 한 남자가 누군가를 불러 세웠다. 거구의 커다란 목소리가 거리에 울려퍼지자 거리의 상인과 행인들의 눈이 두 사람에게로 쏠렸다. 남자가 불러 세운 사내는 등에 다 닮은 헝겊으로 감싼 검을 매고 있었고 머리는 깊숙이 회색 로브를 눌러써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다만 거구에 비해 로브의 남성은 상당히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켜보던 사람들의 인상은 편치 못했다.

 "……."

 사내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었지만 아무런 말이 없었고 돌아보지도 않았다.

 "다른 지방에서 온 놈인가? 뭐를 잘 모르는 가본데 이 아룬델 마을에서는 아무나 검을 내보이고 다닐 수 없지."

 거구는 상당히 거만한 말투로 저벅저벅 사내를 향해 다가섰다.

 -촥!

 거구는 등을 보이고 있던 남자의 로브를 강제로 벗겼다.

 "검은 머리?"

 "…"

 "호오? 동양 대륙인이었나?"

 거구의 눈이 실룩거렸다. 아무래도 크룬 제국은 제국군과 민간군이 내전 중인 곳이 많았기 때문에 이방인에 대한 인심이 상당히 나빠져 있는 상태였다. 한 달 전 제국에서 동양대륙의 기사들을 용병으로 채용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뒤로는 동양인에 대한 민심은 극도로 나빠졌다.

 특히 이 아룬델 마을은 야콘이라 불리는 민간군의 점령 지역이었다. 거구가 사내에게 분개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민간군 사령부에서는 야콘 지역마다 허락받은 자 이외에 검을 가지도 다니는 행위 자체를 금지했다. 즉 크룬 민간군 소속이 아닌 자들은 검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를 제국군 소속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어이! 모두 모여봐!"

 거구가 자신의 뒤에 떨어져 있던 패거리를 향해 소리쳤다. 패거리들도 사내가 동양인임을 확인하자 살기가 깃든 눈으로 다가왔다.

 "이 녀석 보게? 동양인 주제에 겁도 없이 야콘 지역에서 검을 가지고 다닌단 말인가?"

 패거리 중 빼적 고른 사내가 입술을 핥으며 얘기했다. 사내를 측은하게 쳐다보던 행인들도 동양인이라는 사실에 동정을 거둔 눈빛이었다.

 사실 민간 평민 중에서는 제국군을 응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워낙 혼탁한 재정과 높은 세금 탓에 평민 경제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었고 그 덕에 이런 내전까지도 생겨났다. 당연히 평민들은 제국군의 용병으로 고용된 동양대륙의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리가 없었다.

 "죽여라!"

 "끝장 내버려! 라스!"

 "그래! 젊은 친구! 우리의 힘을 제국에게 보여주자!"

 행인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외쳐댔다. 거구의 이름은 행인들이 소리친 라스임을 알 수 있었다. 사실 그는 근방에서 가장 힘이 좋기로 유명한 민간군의 병사였는데 내전에 참전할 때면 자신의 몸집만한 바스타드 소드를 휘두르기로 유명한 자였다.

 진은 내심 안타까움을 느꼈다. 고향의 동양도 마찬가지였고 이쪽 남쪽 대륙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시점부터인가 사람들은 자꾸만 흉폭해저만 갔고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다반사였다. 아마도 동양에 출현한 마귀와 마녀들이 나타난 시점과 비슷하단 점이 의심스러웠지만 심증만 갈 뿐이었다. 그것 때문에 수행자의 길을 겪으며 그가 이 서방 대륙까지 흘러온 이유이기도 했다.

 사람들의 눈빛에는 붉은 기가 다분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그것을 마나라 부르는 모양이지만 사람의 몸에 깃든 마나만을 지칭해 동양에서는 기라고 불렀다.

 진의 부족에서는 어릴 적부터 그 사람의 기를 읽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기에 진은 지금 아룬델 마을 사람들에게서 흐르는 마나를 읽을 수 있었다.

 "…난 그저 길을 지나가던 나그네일 뿐이요. 아무런 소란도 일으키지 않았소."

 진이 처음으로 입을 뗐다. 그 목소리는 더없이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호라? 동양놈이 우리 크룬의 말도 할 줄 아는 걸 보니 용병으로 고용된 놈이 분명하구나!"

 라스의 두 안광이 더욱 붉어졌다.

 -저벅저벅.

 진은 로브를 다시 쓰고 가던 길을 걸었다. 라스를 비롯한 그의 패거리들은 어의가 없다는 표정으로 진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검은 물 들은 쓰레기 자식이!!!"

 패거리의 빼적 마른 사내가 허리춤의 단검을 꺼내들고 진의 등을 향해 달려들었다. 패거리 중에서도 그는 제법 날렵한 자였고 라스를 비롯한 패거리는 비릿한 조소를 날렸다. 아마도 진의 모가지가 단숨에 잘려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었다.

 -팍!

 마른 사내의 단검이 허공을 갈랐다. 길거리의 행인들도 어찌된 영문인지 제대로 본 자가 없었다. 분명 마른 사내는 진의 뒤에서 달려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단검을 내리치자 둘의 위치가 바뀌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크윽…!! 나에게 모욕을 줬겠다! 어떤 사술을 부린 것인지는 몰라도 다음은 없다!!"

 마른 사내는 자신의 패거리와 길거리의 행인들이 보는 앞에서 조롱을 당했다고 느꼈는지 귀까지 붉어지며 헛나간 단검을 치켜 올렸다.

 -스윽!! 슥!

 2회에 걸친 마른 사내의 단검술이 깨끗하게 빗나갔다. 가로로 그은 첫 번째 일격도 세로로 그은 두 번째 일격도 진의 옷가지 하나 스치지 못했다. 우스운 것은 진이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는 것이다.

 마른 사내의 얼굴에 조금과는 다른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유령을 상대하는 기분. 눈에는 보이나 손끝에는 닿지 않는 자. 마른 사내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진정 본심을 다해 진을 상대할 생각인 것이다.

 "잭!! 그만해!!"

 그 상황을 지켜보던 거구 라스가 마른 사내를 말렸다.

 "하지만 라스! 이 놈은…"

 "됐다. 오늘은 그 정도로 해둬. 이봐. 자네 이름이 뭐지?"

 라스의 목소리가 아까와는 전혀 달리 아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나의 움직임을 본 것인가.. 이쪽 대륙에도 꽤나 고수들 있는 것 같군.'

 "진이다. 길을… 내어줄 것인가?"

 진은 짧게 대답하고 물었다. 필요 이상의 말은 사치인 것처럼 그의 입은 무거웠다. 마치 아무런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말이다.

 "진이라… 지나가도 좋다. 전사여."

 라스가 전사라 호칭하자 패거리를 비롯한 행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감사하다."

 진은 감사하단 말을 남기고 길거리 먼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라스! 어찌 저 놈을 그냥 보내준다는 거야?"

 잭이라 불리던 마른 사내가 아직도 단검을 쥔 채로 화를 냈다.

 "닥쳐. 잭. 넌 오늘 내게 목숨을 빚진 거야."

 "뭐? 목숨이라니?"

 "저 놈은 제국에서 고용한 용병 따위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크룬 제국 따위에는 흥미도 없을지도 모르지."

 라스의 말에 잭과 패거리들이 마른 침을 꿀걱 삼켰다.

 "무..무슨 의..미야?"

 잭이 말까지 더듬으며 라스에게 물었다.

 "난 예전에 크룬 제국의 제 일 소드 마스터인 아놀드의 검술을 본 일이 있지. 그땐 난 익스퍼드 초급의 제국군의 기사였다. 그런대도 그의 움직임은 5할도 볼 수 없었다."

 라스의 말에는 왠지 모를 떨림이 묻어났다.

 "그럼.. 그가 아놀드와 같은 소드 마스터라는 거야??"

 잭의 말에 패거리들 모두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등골이 오싹해지다 못해 마비되는 느낌마저 느끼고 있었다.

 "아니."

 라스의 말은 더욱 무거워 졌다.

 "헤헤헤.. 역..역시 아니지? 이런 아룬델 마을에 뭐 볼 일있다고 소드 마스터야? 안 그러냐?"

 라스의 말에 잭이 안심하며 어색한 웃음으로 패거리에게 물었다.

 "하하하..! 그렇지."

 패거리들도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잭의 말에 수긍했다.

 "난 지금 소드 익스퍼드 중급이상이다. 검에 마나를 마음껏 실을 수 있는 중급이지. 제국 내에서도 천 명안에 드는 중급 말이다."

 "… …."

 패거리들은 라스의 말에 침묵했다. 그리고 라스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의 움직임을 볼 수 없었다. 아니 1할 정도는 볼 수 있었지. 지금이라면 소드 마스터인 아놀드의 움직임도 9할은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 자의 움직임은 단 1할도 제대로 못봤어."

 "그....그런..."

 라스의 말에 모두가 긴장했다.

 "그는 아놀드 그 이상이다. 어쩌면 크룬에서는 그의 검을 받아낼 자가 없을지도 모르겠군. 그라나스 대륙에서도 그를 상대할 자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랄까?"

 라스의 눈빛은 적개감에서 경외심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아무리 그가 크룬 제국의 기사 타이틀을 버렸다고는 해도 강한 기사들에 대한 호승심이나 경외심마저 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앞으로 그라나스 대륙 자체가 흔들릴 사건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크룬 제국 내전 따위로 비교될 만한 사건이 아닌 대륙 전체가 움찔 거릴 사건 말이다.

 라스는 감탄을 접어두고 발을 바삐 옮겼다. 지금 일은 빨리 크룬 민간군 상부에 보고해 두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그가 나중에 적으로 전장에서 만난다면 민간군 몇 개 사단을 쏟아 부어야 그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뇌제의 눈이 황혼녘처럼 물들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 뇌제록 초생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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