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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메시스 (NEMESI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0

"슬프다 이 성이여
본래는 거민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히 앉았는고
본래는 열국 중에 크던 자가
이제는 과부 같고
본래는 열방 중에 여왕 되었던 자가
이제는 조공드리는 자가 되었도다.

밤새도록 애곡하니 눈물이 뺨에 흐름이여
사랑하던 자 중에
위로하는 자가 없고
친구도 다 배반(背叛)하여
원수(怨讐)가 되었도다."

예레미야애가 Lamentations
1:1-2

 
네메시스(NEMESIS) 14
작성일 : 17-07-31 20:55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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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HWAN)〕

 

 

 

 나는 상대 진영의 수장의 얼굴을 알아보자 한 동안 얼빠진 채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저 이를 안다. 그러나 저런 이었었는지 상상조차 해 보지 못했다. 우리 무리 가운데 한 명은 아닐 거라고, 어쩌면 그간 나를 공격해오던 상대에 속한 이일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저런 역할은 하고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여러 사람들이 모이면 꼭 특이한 한 명 쯤 있듯 내게 관심을 보인 것은, 나를 해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내가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속임수로부터 날 도와주려던 저 이는 그런 부류라고 생각했었다. 순간 누구를 믿어야 옳은지 혼란스러워진다.

 

 "친해하는 나의 벗우들이여, 그간 안녕하셨는가?"

 

  그가 건들거리며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는 나와 만났을 때보다 경박하였다.

 

 "그대들을 보아하니, 내가 올 줄 미리들 알고서 친히 나를 맞이하기 위해 이리도 고생한 듯 하네."

 

  우리 쪽에선 대답이 없었다. 그저 잔뜩 움츠린 채로 경직된 자들도 있었고, 겁에 질려 벌벌 떠는 자들이며, 오히려 두려움을 감추며 적의를 이를 드러낸 이들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살아있는 모든 무리의 일원들이 이 곳 한 자리에 모였으나, 그 수는 저들에 비해 가시적으로 열세였다. 잘 못 하다간 시작하기도 전에 그대로 전멸이었다.

 

 "에반(Evan)."

 

  그의 이름인 듯 하였다. 에리얼이 다시금 그녀의 홀을 쥐고 턱을 들어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그와 얼

 굴을 마주한다. 그녀는 무리에게서 떨어져, 미처 장로들이 말리기도 전에 그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간다.

 "끝내 당신이 내가 있는 곳을 찾아내었구나."

 

 "당신이 너무도 사랑해 마지 않은 길잡이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지. 나는 그가 이끄는 사과 향을 따라왔을 뿐이라네."

 

  그가 그녀를 조롱하는 과장된 몸짓으로 로프자락을 크게 휘날렸다. 그리고 광대같이 고개 숙여 인사한다.

 

 "나는 당신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이렇게 친히 행차하였다네. 아아, 창녀들의 여왕이여. 당신은 늘 볼 때마다 갖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구나. 곁에 그 뱀만 없으면 말이야."

 

  어느 샌가, 곁으로 날아온 루갈이 자신이 들고 있던 긴 낫의 자루를 핏줄이 드러나도록 힘을 주어 잡았다.

 

 "아, 거기 낯이 익은 아이가 보이는 구나."

 

  그의 시선이 나에게로 머물렀다. 나도 모르게 흠칫하였다. 그가 나에 대해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내 뒤에 있는 이들의 따가운 시선이 단단하고도 차가운 비수로 다가와 사정 없이 내리 꽂는 감각이었다. 나는 그를 똑바로 볼 용기도, 차마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치 내가 그들의 앞잡이라고 말도 안 되는 오해 받는 것 같았다. 난.... 난 그저! 그한테 별 말 안 한 것 같은데. 그저, 내 개인적인 것에 관한 물음에 내가 아는 것만을 대답했을 뿐인데.

 

 "네가 우리와 함께 있어도 좋았을 텐데. 저 어미가 있었던 이곳으로 말이야."

 

  내가 고개를 퍼뜩 들어올렸다. 그가 대화를 건네는 상대는 내가 아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래서 그녀가 널 많이 귀여워해주던?"

 

 "당신들 손에 의해 다 죽어가던 나를, 그런 나를 구해준 도미나를 욕되게 하지 마시오!"

 

  루갈이었다.

  나는 미처 놀란 표정을 감출 생각조차 못하고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도 원래 나처럼 처음부터 이들에게 속한 이가 아니었다. 에리얼이 왜 그를 감추며 과보호하려 했었는지, 그리고 왜 그가 무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지, 그토록 에리얼만을 맹목적으로 따르는지 명쾌하게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무리들 중 어느 누가 상대 진영의 피가 섞여 태생적 결함이 있는 그를 반기겠는가?

 

 "아무렴."

 

  그는 루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창녀들의 여왕이여, 저 잡스러운 것들의 지저귐은 잠시 멀리 해 두고, 나와 거래를 하지 않겠는가? 당신과 나, 둘 만의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네."

 

  에리얼이 그의 심중을 파악하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언약에 따라, 전쟁의 패를 감지한 시종이 잔꾀를 부리는 구나."

 

 "정말 우리가 당신들에게 밀린다고 생각하나?"

 

  그가 이죽거렸다.

 

 "당신들에게 응답조차 하시지 않은 우리들의 창조주는 이미 당신네들을 잊으신 것 같은데. 긴말하지 않겠네. 나도 내 사랑하는 이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거든. 나의 제안은 당신과 나 우리 둘 만의 장소에서 상세히 이야기하고자 하네. 물론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무리들의 안전은 우리들의 창조주께 맹세코 보장하지. 적어도 오늘만큼은. 당신도 나도 빈 손으로 저 하늘 위에서."

 

 "도미나! 당신은 우리들의 전부입니다. 분명 함정일 것이 분명합니다. 응하지 마소서."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깜짝 놀란 늙은 장로가 그녀를 불러 세우며 간청하였다. 에리얼이 그의 제안이 재미 있다는 듯 고개를 까닥인다. 곧 웃음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잇는다.

 

 "별수 있겠는가, 장로. 지금은 우리 처지를 잘 인지해야지.얼마나 재미 있는 제안이길래 저이가 여기까지 행차하였겠는가. 나의 아스타르테는 역사 시대 이전부터 지금까지도 늘 저 이를 능가해왔다. 오히려 위협은 저이가 받는 꼴이지.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맹랑하게 나오니, 내가 어찌 내뺄 수 있겠는가?"

 

  에반이란 이는 그녀의 말을 곧 승낙으로 알아 듣고서는 그의 튜닉을 장식하던 핀 하나를 뽑아 하늘 위로 던지자 이 내 그녀와 그 사이에 벼락이 내리쳤다. 곧 그가 계단을 오르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허공에 발을 내디디며 위를 향해 올라간다. 그녀도 그의 맞은 편에서 그를 따라 조금씩, 조금씩 위로 향한다.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점점 구름 위를 오른다.

 

 

  그러곤 몇 시간이 지났다.

  달이 질 때가 될 즘에서야 에리얼이 내려온다. 그리곤 동이 틈과 동시에 상대 진영의 무리들이 아침 해와 함께 사라졌다. 모두가 그 자리에서 그녀가 올 때까지, 아무런 말도, 미동도 없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녀가 입을 뗄 때까지만을 기다렸다. 긴장감이 끊어질 듯 팽팽하였다. 뜸들이는 그녀의 장난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저들이 평화를 제안했다."

 

  그녀의 한 마디의 장로들이 눈에 띄게 안도와 기뻐하였다. 다행이었다. 우린 아직 저들의 본거지인 낙원으로 향하는 길을 모를 뿐더러, 수부터가 일단 열세다. 그녀 혼자만으로는 에반을 저지할 수 있겠다만 문제는 나머지였기에 일단 한 숨을 돌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녀의 말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조건이 있었다."

 

  그녀가 홀대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늦장을 부렸다.

 

 "대신 그들이 나를 요구했다. 내가 혼자 에덴으로 가야 함을 조건을 걸었나니. 기한은 다음 동이 트기 직전 그들이 알려준 곳에 문을 하나 마련해 놓겠으니, 나 혼자서 에덴으로 온다면 우리 사이에 전쟁은 없을 거라 하였다. 그러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 중 배신자를 통해 톨로이를 알아 냈으니 바로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겠다 하더군!"

 

  뭐?

 

  어떤 멍청한 놈들이 자신들의 왕을, 그것도 적지에 혼자 보내겠는가?

  이것은 기만이다. 아직은 전쟁 준비가 완전하게 되지 않은 우리의 상황을 알아보고 자신들이 차지한 우위에서 누릴 수 있는 기만이다. 시간을 벌어 봤자 달라질 것이 없다, 이거다. 그들도, 그리고 우리들도 알다시피 오랫동안 고대해왔던 서로의 충돌은 끝내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무리들은 그간의 억압과 설움 속에서 한계에 다다랐고, 그런 기어오르는 우리들을 보며 저 산 위에서 내려온 벼락 같은 이들은 더 이상의 반항은 용납할 수 없음을 의미했다.

 

  좌우간, 내게 범인을 알려주었던, 나를 에리얼의 마수로부터 벗어나게 도와주었던 천사 같은 사람이 저들의 수장이었음은 다시 생각해보아도 그저 놀랍기만 하다. 늘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네었을 적에는 흰 셔츠 차림에 그저 똑바로 마주하지 못할 정도로 눈이 부셨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른 한 편으로 강렬하게 기억에 남으나 인상은 흐릿했다. 그가 에리얼과 비슷한, 푸른 기가 돌 정도의 흰 로프와 붉은 계열의 튜닉을 입은 행태로 보아 그의 정체에 대해 새삼 실감이 났다. 이건 그저 말장난에 불과했다. 다른 말로 선전포고였다. 친절하게도 에반이란 그는 우리에게 몸소, 친히 찾아와 선전포고를 하고 사라졌다. 만약에 시작된다면 우리의 전쟁은 바로 다음날 아침에 시작할 것이다.

 

  에리얼이 기가 차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그녀가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는 조건이었다. 우리는 바로 돌아가 큰 전쟁 대비를 하여야만 했다. 나 또한 기가 막혀 실없이 웃음만 삐져 나왔다. 하! 저들의 수장은 참으로도 치졸하고 치졸하구나.

 

  하긴야, 그녀를 홀로 에덴으로 보내겠다는 이가 도대체 누가 있겠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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