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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메시스 (NEMESI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0

"슬프다 이 성이여
본래는 거민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히 앉았는고
본래는 열국 중에 크던 자가
이제는 과부 같고
본래는 열방 중에 여왕 되었던 자가
이제는 조공드리는 자가 되었도다.

밤새도록 애곡하니 눈물이 뺨에 흐름이여
사랑하던 자 중에
위로하는 자가 없고
친구도 다 배반(背叛)하여
원수(怨讐)가 되었도다."

예레미야애가 Lamentations
1:1-2

 
네메시스(NEMESIS) 13
작성일 : 17-07-31 20:47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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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HWAN)〕

 

 

 

 

 

 그녀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높은 구두에서의 굽 소리가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고요한 이곳에서 울려 퍼진다. 빨갛고도 까만 그녀의 로프가 바람에 흩날린다. 타닥타닥 불 소리만이 찌르는 듯한 위압감만을 대변한다. 그녀가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는 듯 그녀의 자리에 털썩 반 쯤 누우며 주저 앉았다. 보아하니 이번엔 또 무슨 일인지 꽤나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난 사실, 당분간 여기서 머무르며 돌아가지 않으려 했어. 제 아무리 위험하다 나를 톨로이에 붙들어 놓으려던 걸 꽤나 애써가며 뿌리쳤더라지."

 

  꽤나 오랜 침묵이 흘렀다. 산산이 부서져 원래 형태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한 잔해 위에 저 끝이 보이지 않을 수만큼의 이들이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한 편으로 치켜 뜬 두 눈으로 모두가 그녀를 응시한다. 그녀 뒤에 가려, 후광에 가려 내가 저들이 잘 보이지 않으니, 저들 또한 내게 관심 없어 날 보려고도 하지 않겠지.

 

  간신히 짜증을 삼키려는 듯한 그녀가 손짓하자 내 양 옆에 있던 루갈과 엔투가 일어나 그들의 무기를 쥐며 그녀 양 옆으로 다가간다. 뭐지? 나도 뭐 앞으로 나아가야 하나? 순간 당황한 나는 어찌해야 하나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루갈이 날 째려보며 제발 좀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사인을 보낸다. 이런 자리에서 좀 미리 귓뜸이라도 해주면 가시가 돋치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들 중 가장 앞 줄의 일곱 명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일곱 개의 지파를 관리하는 장로들인 것이다.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여인이 그녀 앞으로 나아와 고개를 조아리며 입을 연다.

 

 "우리들의 도미나시여. 우리를 한 자리에 부른 연유가 무엇이옵니까?"

 

  에리얼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우리들의 고귀한 도미나시여. 어찌하여 우리들의 군대를 불러 모으고 어린아이고 노인이고 구분 없이 철 붙이를 들게 하시나이까? 그리고 어째서 당신은 당신을 해할 것 하나 없는 이곳에서 저들을 곁에 세우셨나이까?"

 

  에리얼은 그녀를 한참 동안 내려보다 그 자리에 일어나 그녀가 쥐고 있던 홀을 바닥에 부서지도록 세게 내리쳤다.

 

 "우리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쥐새끼 같이 숨어왔는가?"

 

  그녀가 소리 높여 고함을 지른다.

 

 "곧 다가올 예언의 때를 위해 우린 얼마나 희생당해 왔고 또 준비를 해왔었는지, 그 노고를 그대들은 잊었는가?"

 

  그 나이 많은 장로는 영문을 몰라 그저 당황한 얼굴로 힌트라도 얻으려는 듯 루갈과 엔투를 번갈아 보았다. 그 둘은 노파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은 채 앞만 바라보았다.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다."

 

 "배신자라니?"

 

  이윽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드높아진다.

 

 "나는 그가 내게 행하고자 하는 바를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놀라움과 호기심 그리고 의심을 눈초리로 쳐다본다. 나 역시 줄곧 그녀와 함께 지내왔었지만, 그녀로부터 그런 낌새 하나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시작부터 나는 이곳에서 그녀와 함께하기 시작하였는데, 그녀는 언제부터 이 수많은 이들 중 가운데서 배신자를 찾아 낼 수 있었던 거지? 그래, 지금까지 우리들 몰래, 어쩌면 엔투나 루갈은 알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밤마다 나갔다 온 이유는 톨로이 안의 내부자와 접촉이라도 했음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가설이다. 그녀가 자리를 빈 시점이야, 그 배신자라는 이는 더 안심하고도 활개를 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네이트란 이와 계속 연락했던 걸까? 하긴야 그도 이름만 알 뿐이지 얼굴조차 난 알지 못한다. 난 줄곧 여기에서만 길러져 저들 중 면식이 있는 이 하나 없으니, 좁은 시각으로 생각해본들 뭘 알아낼 수 있겠는가.

 

 "도미나여, 당신을 저버린 이가 누구나이까? 그가 당신을 어떻게 해하고자 했나이까?"

 

  일곱 명의 장로들 중 가장 나이가 젊어 보이는 남자가 앞으로 나와 그녀에게 묻는다. 긴 머리가 인상적이다.

 

 "그래서 당신은 우리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서라도 톨로이를 떠나 이곳으로 피신하시었던 겁니까? 무모하십니다. 행여 당시에 증좌가 없었다, 하였더라도 당신의 한 마디였으면 모든 일이 해결되었을 것이었습니다."

 

 "스승이여,"

 

  에리얼이 운을 떼었다. 그녀의 어조가 조금 누그러졌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가에서 힘이 빠졌다. 나는 다시 한 번 그가 누구인지 고개를 빼어 들었다. 일순간 그의 물처럼 색소 옅은 눈과 마주쳤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인상이었다. 그녀가 계속 말을 이어나가자 그는 곧 내게서 시선을 거두어갔다

 

 "그러나 나의 스승이여, 오늘밤만은 난, 침묵으로 일관할 겁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를 해하고자 하는 이를 저희 중에 들어내어, 끌어내어 발가벗기는 수치를 안겨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슬픈 일이지요. 때가 다가옵니다. 망설이며 지체할 여유조차 없음은 굳이 예언 없이도 우리는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사랑하는 우리들이 이런 시기에 분열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해 나는 다행히도, 그보다 한 걸음 빨랐으니 내게 이제 해가 될 것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게 해가 되지 않는다 해서 우리의 공동체가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지요."

 

 "도미나! 당치도 않습니다. 그 말씀은 그에 대한 처벌은 없는 것으로 하실 생각이신 겁니까?"

 

  노파의 목소리가 기가 차는 듯 부르르 떨었다. 에리얼이 어린 아이를 달래듯 노파를 어른다.

 

 "그가 한 번 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때까지 기다려보고자 합니다. 당신께 맹세 드립니다. 우리의 새로운 새벽이 시작하는 날, 그는 우리 가운데 없을 것입니다. 그의 목을 취하다가 당신께 선물해드리지요. 하지만 장로님. 서신은 이미 받으셨겠지요. 이 자리는 배신자를 가려내어 처벌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 동안 톨로이 외에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숨어 지내던 우리의 무리들을 이 곳 한자리로 불러모았습니다.

 

  우린 이제 더 이상 숨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가 내가 있는 위치를 저들에게 팔아 넘겼습니다. 우리의 톨로이 또한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고의인지 실수인지 나는 신이 아니니 알 수 없습니다만, 나는 가슴 속 깊이 후자이기를 기도합니다. 나는 차라리 잘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언젠가 마주해야 할 필연이겠지요."

 

 "도미나! 당신은 예언에서 무엇을 보셨습니까?"

 

  무리들 가운데서 누군가 외쳤다. 그녀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지금 그들이 이리로 오고 있습니다."

 

  그녀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그녀가 쥐고 있던 홀을 높이 들어 바닥을 내리쳤다. 고막을 진동하는 금속 부딪치는 소리와 동시에 그녀가 쥐고 홀대가 황금빛 가루로 산산이 부서져 그녀 양 손 사이 허공을 떠다닌다. 그녀가 무리들 가운데로 그것들을 뿌리자 땅 속에서 가시 덤불들이 지표면을 뚫고 나와 그들의 머리 위로 얽어져 천장을 만든다. 그리곤 곁에 서 있던 엔투가 들고 있는 장식용 화살과 활대를 뺏어 들었다.

 

 "지금 각 지파의 장로와 수장들은 나의 군사들에게 어린 아이들과 우리 중 가장 약한 자 곁을 지키라고 나의 명령을 전하십시오. 자, 나를 따르는 모든 이들이여. 그대들이 가져온 것을 심장 가까이 끌어 안으라. 내가 그들보다 강하다곤 하나, 그들의 수장보다도 뛰어나다곤 하나 그대들을 지키면서 적에게 임하기에는 벅찬 감이 있나니. 두려워 하지 마라. 아스타르테가 그들이 물러날 때까지 그 누구도 상처 입을 이가 없음을 단언했다."

 

  그녀의 무리가 홍해처럼 갈라서 있어 아무도 없는 틈, 그러니까 그녀가 걸어 들어왔던 길목을 겨냥하며 시위를 당기곤 이내 망설임 없이 손을 놓았다. 허공을 향하여 날아가던 화살이 무리들 사이 정 중앙에서 파편 조각이 되어 사라졌다. 유리처럼 깨져나간 허공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잘 알아볼 수 없었다. 그저 까만 두건을 뒤집어 쓰고 있는 까마귀 무리 가운데서 혼자 고고하게도 백로처럼 빛난다.

 

  한걸음씩, 한걸음씩 에리얼을 향해 다가간다. 그녀의 군사들이 그를 막아 서자 그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곤 자기 앞의 군사들은 눈길 하다 주지 않고 고개를 들어 저 건너편의 에리얼을 바라본다. 그녀 또한 단상 계단을 내려와 그에게로 간다. 그녀가 카펫을 밟으며 지나갈 때마다 무리들은 그녀에게 고개를 숙인다. 에리얼이 그를 둘러싼 그녀의 군사들 가까이로 멈춰 섰다.

 

 "오래간만 들이야.나를 이렇게나 반겨줄 줄은 몰랐어."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나는 이 경박한 목소리의 주인을 안다.

 

 "드디어 널 찾았네."

 

  나를 찾아왔던 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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